-
-
미스터 버터플라이 - 아메리칸
마틴 부스 지음, 만홍 옮김 / 스크린셀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읽게 된 건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 아메리칸의 원작 소설이라는 데 흥미를 갖고나서였다. 영화 아메리칸을 미처 보지 못했지만, 조지 클루니의 명성에 맞추어 전미 박스 오피스 1위에 빛나는 영화의 원작 소설은 어떠한 재미가 있을까? 싶은 마음에 영화와 책 모두를 사랑하는 내가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읽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처음 초반부를 읽을때는 좀 지루하고 느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급박한 사건 전개가 이뤄지지 않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주인공이 비밀을 간직한채 , 동네의 묘사, 동네 사람들의 묘사 등 주변 환경 들에 대해서만 아주 천천히 설명을 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휙휙 페이지를 넘겨가며 사건의 흐름을 읽기 좋아하는 내게는 좀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신기하게도 어떤 계기로 책에 대한 재미와 인상이 확 바뀌어 버렸다. 다른 분들은 어떤인상으로 책을 읽고 계신가, 중간에 책을 멈추고 리뷰를 찾아보니 어느 분의 리뷰에서는 나와 다른 견해를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한듯한 그분의 리뷰를 읽고 나서 책을 펼쳐드니 지루하게 느껴졌던 묘사가.. 새록새록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루하게 읽을 적에는 사실 몸도 좀 좋지 않았고, 새벽에 머리가 아픈 상태에서 읽다보니 더 그랬는데,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 상태에서 조금 더 느긋한 마인드로 읽기 시작하니 작가 마틴 부스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눈에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
시뇨르 파르팔라!
듣기만 해도 나긋나긋한 이 부드러운 말은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을 부르는 말로, 미스터 버터플라이라는 뜻이다. 그가 본명을 밝히지 않고, 마을에서 나비 정밀화를 그리며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지자 사람들은 시뇨르 파르팔라로 그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는 여간해서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사는 집도, 만나는 사람도 극히 제한적으로 둔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까지 그는 자신의 신비주의를 유지한다. 마치 우리가 언제라도 그를 쫓는 그림자거주자가 될 수 있다는 듯. 그는 철저하게 세상으로부터 숨어 산다. 사람들은 미스터 버터플라이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안고, 작가가..그리고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만..보여주는 대로만 세상을 알고 읽게 된다.
그는 세상 여러 곳을 다니며 숨어 지냈던 탓에 꽤 많은 나라에 대한 묘사와 평가가 나온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이탈리아의 어느 작고 평화로운 마을. 세상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편견과 달리 그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주는 평가는 꽤 관대하고 좋은 점수를 준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 살았던 열악한 환경의 괴로움을 토로하면서, 맛있고 저렴한 와인과 파스타, 그리고 예쁜 여자와 좋은 마을 사람들, 공기 맑고 풍경 좋은 전망을 지닌 집에서 살게 됨을 안락하게 느끼기 시작한다. 결코 한 자리에 안주할 수 없는 그, 미스터 버터플라이가 말이다.
그는 암살자인가? 아니다. 그는 마약밀매상도 세상에 직접적으로 죄를 짓는 그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적어도 직접적으로는..
그런 그지만, 무엇이 걱정되어 항상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숨어지낸단 말인가? 게다가 그림자 거주자라는 수상한 사람이 수시로 나타나 그의 동태를 살피고, 그의 뒤를 캐묻고 다니기까지 한다. 그는 CIA요원인가? 그가 어떤 인물이란 말인가?
이것은 완벽한 안무이며 나는 영원을 향해 가는 이 발레 작품의 안무가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완벽한 안무가 또 있을까.
나는 이 무대를 완성한 존재이자 원인이며, 시작인 동시에 마지막이며, 프로듀서인 동시에 감독이다. 126P
정적으로 흐르는 듯한 그의 완벽한 아름다운 서술, 그는 정밀한 나비의 날개를 묘사하는 것 만큼이나 총기 제작에 만전을 기하는 총기 제작 전문가이다. 그가 제작하고, 응용해내는 총기들은 모두 그의 의뢰인들에게 비밀리에 건네진다.
절대로 사사로운 감정에 얽히지 않으려 했던, 여자도 그의 약점이 될 수 있는 그 비밀스런 직업을 갖고 있는 그는 바로 이 마을에서 처음으로 평생을 함께 하고픈,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노후를 함께 보내고픈 욕망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 그가 의뢰인에게 받은 일, 이 총기 제작 하나만 완성하고 그는 은퇴하려 한다. 나이도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클라라와 안정되게 살고 싶어졌다. 위험할수도 있는 그 욕망, 그런 그의 행복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그를 불안하게 하는 그림자 거주자가 등장한다.
그는 끊임없이 그의 흔적을 지우고, 그림자거주자를 끌어내보려 하지만, 오히려 그에게 더 노출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처음 느끼는 행복과 안정을 파괴하려는 자, 그림자 거주자와 미스터 버터플라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쫓고 쫓기는 관계가 이토록 우아하게 흘러가고 묘사될 줄 몰랐다. 총기 제작이라는 세계가 예술적으로 묘사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작가는 세상 경험을 무척이나 많이 해본 사람이었나보다. 그는 꽤나 많은 세세한 정보들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자세히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책장을 끝으로 넘길수록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는데.. 그 결말은..책을 읽을 다음 사람들에게 넘겨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