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만난 175가지 행복이야기
장현경 지음 / 성안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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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뉴욕 생활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작가의 유학 생활을 통해 얻은 많은 팁을 통해 뉴욕 유학과 여행 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체계적으로 쓰여진 책이다. 175가지의 행복이라 해서 뉴욕생활에서 얻어지는 사색과 각종 기쁨에 대한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그보다 초보 여행자가 뉴욕에 와서 겪을 고충들을 미리 해소해주어,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주는 글을 써냈다.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도 좋을 그런 멋진 실용서적이었달까?
 

저자인 장현경님은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파슨스 스쿨에서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06년 뜨거운 여름날 한국을 떠나 13시간 만에 미국 뉴욕에 도착을 하였다. 그리고, 현재 뉴욕생활 5년차인 그녀는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편안한 고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꿈 하나를 쫓아 망망대해를 건너 아무도 없는 나라에 간다는 것은 정말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건만.. 장현경님과 같은 인재들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것 같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학동기 친구가 몇년 안에 뉴욕에 갈 예정인데, 여행이 아닌 연수로 가는 것이라 저자의 유학생활과 숙소 잡기, 교통 문제 등을 읽어가며 친구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되었다. 그 친구도 가족들과 함께 뉴욕에 가면 이런 생활을 하겠구나. 아니, 어쩜 맨해튼에 이렇게 쥐가 많단 말이야? 난 당연히 대부분의 여성들이 좋아할거라 믿은 맨해튼을 친구가 너무나 싫어해서 (책에 나온 대로 지저분하고, 아기를 키울 환경이 아니라는게 이유였다.) 공감가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니 친구의 생각에 정말 크게 공감이 갔다. 사람수의 8배나 되는 쥐와 동거를 하게 된다면? 정말 헌집에서는 살 엄두가 안 날것이다. 게다가 월세또한 3000달러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물가. 친구는 도심에서 좀 떨어지더라도 한적하고 아이 양육하기 좋은 그런 깨끗한 동네에 살기를 원했다.

 

초보자가 실수할 수 있는 많은 정보들을 교통편부터 시작해서 꼼꼼이 다뤄주고 있는 저자의 세심함. 그녀가 전철을 잘못 타는 바람에 비오는 날 택시를 기다리며 엉엉 대성통곡했다는 장면에서, 이 책을 읽는 다른 이들만큼은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시작된게 아닌가 느껴졌다. 교통편도 어려워보이고, 살인적인 물가도 염려스러운 뉴욕.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그리움은 단점들을 감춰주고 상쇄시키며,  뉴욕이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꿈에 그리는 곳임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그녀 또한 그곳에 정착한 것을 보면 더욱 그 믿음은 강해진다. 꼭 한번 여행이라도 가보고 싶은 뉴욕.

 

관광객의 입장에서 살짝 훑어본 이야기가 아니라, 방학마다 이민보따리같은 짐에 언니 먹을 반찬을 싸갖고 오던 동생이 체계적인 관광가이드를 해주길 바라자, 마음 착한 언니가 동생을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던 것이 바로 이 책의 시초가 되었다 한다. 동생을 생각하는 언니의 마음이 책을 통해 느낌을 전해받았다면 과언이라고 하려나?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리라 그녀가 얼마나 꼼꼼하게 뉴욕의 생활상과 이모저모를 담아내었는지.. 참 정성 가득한 책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12월의 부제를 붙여서 각 챕터마다 주제를 정해 그녀만의 진행을 펼쳐나가는 방식이 새롭게 느껴졌는데 3월의 에피소드인 컵케이크 투어에 관한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역시 난 맛있는 음식, 예쁜 볼거리 등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다른 뉴욕 맛집 책에서 봤던 매그놀리아 카페 뿐 아니라 그녀가 "마지막 천국의 맛"이라 표현했던 "투 리틀 레드 헨스" 컵케이크 가게. 오.. 디자이너 답게 사진을 미학적으로 담아내는 재주가 예사롭지 않았지만 먹거리 하나하나도 예쁘게 바라볼줄 아는 그녀의 시선이 느껴지는 설명들이었다.

 

전 세계 음식이 어우러져 최고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뉴욕의 맛집들 소개서부터 뉴욕의 로맨틱 장소 추천, 뉴욕에서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바다, 뉴욕 안의 벚꽃 놀이, 그리고 5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센트럴카프의 무료 공연의 기다림, 한국인의 김치나 마찬가지인 뉴요커들의 커피까지..

 

아..그래, 뉴욕은 커피향 가득한 생기넘치는 도시였지. 뉴욕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에는 스타벅스 커피를 사랑하는 그 마음 만큼이나 간절함이 깃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카지노를 경험하고 박물관의 고정관념을 깨고, 한국 식재료를 대체할 저렴한 미국 식자재를 알아가게 된 뉴요커가 되어가는 그녀의 소개로 한 권 가득 뉴욕의 생생함이 전해져 와,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 한잔이 뉴욕의 향기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았다. 맞다. 그녀는 뉴욕의 커피는 커피 원두와 함께 쉼표를 갈아넣는다고 하였는데.. 나의 커피에는 무엇을 갈아넣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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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행복한 한 그릇
이진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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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 복판에 서 있으니, 서울과 다를바 없더라"는 지인의 도쿄여행 소감기를 듣고서도 도쿄에 대한 미련과 꿈을 버릴 수 없는 것은, 바로 너무나 기대되는 식도락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생겨 떠나지 못했으나 거의 한두달을 스프링 노트 한권에 빼곡하게 정리하며 공부할때 나의 주 코스는 거의 맛집으로만 채워졌다. 몇년전 계획이었음에도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미도리 스시.


이 책에도 첫번째 음식점으로 바로 그 미도리 스시가 나온다. 미도리 스시에 가보고, 도쿄 여행의 목적이 달라져버렸다는 사람들. 즉 미도리 스시를 먹기 위해 도쿄로 여행을 오게 되었다는 것. 나 또한 그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글루스 최고의 여행 블로거이자 방송 작가로써의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진주 작가의 이 책에는 정말 군침도는 음식의 향연이 가득해서, 책을 읽는 내내 침을 꼴깍꼴깍 삼켜야 했고, 또 그동안 잠시 미뤄뒀던 도쿄 여행에 대한 불꽃이 또 화르르 타오르기 시작했다. 비행기로 두시간이면 갈 그 곳을 왜 나는 못 떠나고 있는 걸까? 어린 아기 엄마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어 미뤄지고 있는 여행이지만, 아이가 엄마와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면 꼭 손잡고 맛있는 음식탐방하러 도쿄의 곳곳을 누비고 싶다. 아..정말 난 철없는 엄마가 아닐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펼쳐든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다.


단순 맛집의 나열이 아닌 도쿄 여행으로 다져진 그녀가 여행자의 예산에 걸맞는 합리적인 가격이면서도 맛있는 곳, 일본까지 왔으니 조금 높은 비용은 지불하더라도 한번은 먹고 갈 만한 곳을 위주로 음식점을 소개했다는것이 가장 와닿는 정보였다. 그렇게 추려진 최고의 맛집이 자그마치95곳.



도쿄에서 먹어보고 싶은 음식을 손꼽으라면 절대 강자라는 (예전에 미처 못먹어봤을 그런 맛을 기대하며 ) 스시, 면이 탱글탱글 살아있고, 국물이 진국인 우동, 인스턴트가 아니라 직접 면발을 뽑아낸 라멘, 다양한 재료의 식감이 살아있는 오코노미야키, 하야시 라이스와 돈까스, 내가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함박 스테이크 등등.. 도쿄가 자랑하는 그 모든 맛집들이 다 내가 너무나 선호하고 사랑하는 기호 음식들을 갖추고 있었다. 그 어느 여행지를 떠올릴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모조리 떠오를까 싶을 정도로..



본심과 예의상 하는 말로 가리워진 나라라 불리는 일본이건만, 맛에 대해서는 그 욕망을 언제나 본심(혼네)로 거침없이 드러내는 나라이자 그 중에서도 수도이기에 얼마나 맛있는 곳이냐 하는 작가의 변. 역시 그녀는 달변이기도 했지만 진정 맛있는 맛집으로 인도해주는 고마운 지인처럼 느껴졌다.


일어 하나도 모르는 우리가 일본에 가서도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게끔, 츠키지 최고의 음식점 다이와 스시의 메뉴판을 분석해주고, 미도리 스시의 메뉴판도 한글로 번역해준다. 차분한 그녀의 안내는 어느 여행서에서도 볼 수 없는 생생한 정보를 전해주고 있었다. 맨 끝에 실려있는 도쿄 전철 노선도는 일어와 한국어 편 두 가지 모두가 실려 있어서 비교해보고 찾아갈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카레도 비벼먹지 않는 일본인들은 (팥빙수도 비벼먹지 않는다 들었는데 카레까지?) 회덮밥 같은 메뉴인 후키요세치라시라는 메뉴를 먹을때 절대 비벼먹지 않고, 회 먼저 따로 먹고, 익힌 생선은 밥에 곁들여 먹는다, 재료 먹고 밥먹고, 밥먹고 재료먹고 하는게 그들의 방식이라 한다. 아, 우리나라와 다르니 음식 하나를 먹을때도 신경써야할점이 많을 것 같다. 신선하고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츠키지 어시장의 경우에는 신용카드는 받지 않고 현금만 받는다는 절대 진리의 정보도 있었다. 많은 일본 음식점에서 현금만 받는 곳이 많다니 환전할때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 고마운 것은 미도리 스시도 츠키지 어시장의 다이와, 스사다이 등도 모두 줄서야 하는 곳인데, 어느 때 가면 그나마 짧은 줄을 설 수 있는지 정보까지 실려있다는 것. 초보 여행자들을 위해 일일이 가르쳐주는 섬세한 배려가 고마운 책이었다.



라멘으로 유명한 여러 맛집을 소개할 적에는 다양한 라멘 메뉴 앞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고시 공부에 가까운 준비를 해준다. 그중에서도 엑기스만을 뽑아 우리에게는 아주 간결하게 설명해주어 더욱 빛이나는 조언이다. 라멘집 이름은 여러 군데 알아뒀어도 주문은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던 내게도 무척이나 살가운 정보들이었다.

여자들을 위한 음식점이라는 아후리의 유자향 나는 라멘은 비리지도 않고 산뜻한 맛이 날 것 같아 꼭 먹어보고 싶은 메뉴가 되었다.




한국의 일식집에서 몇번 맛보았던 메뉴 중 하나인 오코노미야키, 어쩐지 밀가루 풋내가 나던 그 요리가 입에 쩍 달라붙지 않아 아쉬웠는데, 일본 정통 오코노미야키는 보기만 해도 달라보였다. 친구의 친구가 알려준 최고중의 최고라는 히로키. 추천받아 마땅한 집이라는 그 집 역시 방송 횟수만 100회가 넘고, 오후 5시에 이미 만석이 되어버리는 인기 만점의 명소란다.


도쿄 여행을 다니면 몇번이나 가게 될까? 그때마다 최고의 맛집 몇 군데만 다녀와야지 했는데, 이 곳에 실린 맛집들을 보니 어느 한군데 빠뜨리면 서운할 것 같은 명실공히 최고의 맛집들만 모여 있었다. 각종 다양한 재료를 얹는 돈부리의 푸짐함부터 카레, 하야시는 일본 만의 맛으로 제대로 자리를 잡았고, 일본식 돈까스의 바삭함이 한때 대유행을 일으켰던 몇년전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일본에서 먹는 돈까스의 맛은 또 어떠할까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반짝 유명했다 사라지는 집들이 아닌 몇대를 거치거나 몇십년은 기본인 , 그래서 몇년전 맛집이 몇년후 검색해도 여전히 베스트에 있는 도쿄의 맛집들.


그저 그런 비슷한 류의 함박 스테이크만 먹어봤던 내가 어느 날 서울 경인미술관의 카페 이마에서 먹어본 햄버그보다 소스가 더 푸짐하고, 고기도 너무나 부드러웠던 그 햄버그 스테이크에 제대로 반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임신했을때 가장 먹고 싶었던 메뉴로 손꼽았던 메뉴였다. 다시 못 먹어 너무나 아쉬웠던 그 햄버그 스테이크의 사진을 바로 도쿄의 맛집들에서 발견했다. 아니, 여기 나온 음식점들은 더욱 크고 두꺼운 함바그를 자랑하고, 촉촉한 소스와 계란 후라이의 조화는 입안에서 확인할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천상의 맛이 될 것만 같은 기대감으로 부풀게 한다. 추석때 일본 여행을 다녀왔던 여동생이 다녀왔다는 함바그 맛집도 있었는데, 우리나라식으로 표기하지 않고, 일본에서도 찾기 쉽게 현지식 발음으로 표기가 되어 처음에는 같은 곳이 맞나 싶었다 하였다. 동생이 다녀온 곳은 츠바메 그리루.


여기에 모든 메뉴를 맛집으로만 해결하기 힘든 여행자의 가벼운 주머니를 해결하기 위한 저렴하고 맛있는 체인점들의 소개까지..

도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맛집 코스를 위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안 보고 가면 후회할 알짜배기 정보가 너무 많아 별 다섯개도 모자랄 지경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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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버터플라이 - 아메리칸
마틴 부스 지음, 만홍 옮김 / 스크린셀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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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게 된 건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 아메리칸의 원작 소설이라는 데 흥미를 갖고나서였다. 영화 아메리칸을 미처 보지 못했지만, 조지 클루니의 명성에 맞추어 전미 박스 오피스 1위에 빛나는 영화의 원작 소설은 어떠한 재미가 있을까? 싶은 마음에 영화와 책 모두를 사랑하는 내가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읽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처음 초반부를 읽을때는 좀 지루하고 느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급박한 사건 전개가 이뤄지지 않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주인공이 비밀을 간직한채 , 동네의 묘사, 동네 사람들의 묘사 등 주변 환경 들에 대해서만 아주 천천히 설명을 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휙휙 페이지를 넘겨가며 사건의 흐름을 읽기 좋아하는 내게는 좀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신기하게도 어떤 계기로 책에 대한 재미와 인상이 확 바뀌어 버렸다. 다른 분들은 어떤인상으로 책을 읽고 계신가, 중간에 책을 멈추고 리뷰를 찾아보니 어느 분의 리뷰에서는 나와 다른 견해를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한듯한 그분의 리뷰를 읽고 나서 책을 펼쳐드니 지루하게 느껴졌던 묘사가.. 새록새록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루하게 읽을 적에는 사실 몸도 좀 좋지 않았고, 새벽에 머리가 아픈 상태에서 읽다보니 더 그랬는데,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 상태에서 조금 더 느긋한 마인드로 읽기 시작하니 작가 마틴 부스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눈에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

 

시뇨르 파르팔라!

듣기만 해도 나긋나긋한 이 부드러운 말은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을 부르는 말로, 미스터 버터플라이라는 뜻이다. 그가 본명을 밝히지 않고, 마을에서 나비 정밀화를 그리며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지자 사람들은 시뇨르 파르팔라로 그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는 여간해서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사는 집도, 만나는 사람도 극히 제한적으로 둔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까지 그는 자신의 신비주의를 유지한다. 마치 우리가 언제라도 그를 쫓는 그림자거주자가 될 수 있다는 듯. 그는 철저하게 세상으로부터 숨어 산다. 사람들은 미스터 버터플라이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안고, 작가가..그리고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만..보여주는 대로만 세상을 알고 읽게 된다.

 

그는 세상 여러 곳을 다니며 숨어 지냈던 탓에 꽤 많은 나라에 대한 묘사와 평가가 나온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이탈리아의 어느 작고 평화로운 마을. 세상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편견과 달리 그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주는 평가는 꽤 관대하고 좋은 점수를 준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 살았던 열악한 환경의 괴로움을 토로하면서, 맛있고 저렴한 와인과 파스타, 그리고 예쁜 여자와 좋은 마을 사람들, 공기 맑고 풍경 좋은 전망을 지닌 집에서 살게 됨을 안락하게 느끼기 시작한다. 결코 한 자리에 안주할 수 없는 그, 미스터 버터플라이가 말이다.

 

그는 암살자인가? 아니다. 그는 마약밀매상도 세상에 직접적으로 죄를 짓는 그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적어도 직접적으로는..

그런 그지만, 무엇이 걱정되어 항상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숨어지낸단 말인가? 게다가 그림자 거주자라는 수상한 사람이 수시로 나타나 그의 동태를 살피고, 그의 뒤를 캐묻고 다니기까지 한다. 그는 CIA요원인가? 그가 어떤 인물이란 말인가?

 

이것은 완벽한 안무이며 나는 영원을 향해 가는 이 발레 작품의 안무가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완벽한 안무가 또 있을까.

나는 이 무대를 완성한 존재이자 원인이며, 시작인 동시에 마지막이며, 프로듀서인 동시에 감독이다. 126P

 

정적으로 흐르는 듯한 그의 완벽한 아름다운 서술, 그는 정밀한 나비의 날개를 묘사하는 것 만큼이나 총기 제작에 만전을 기하는 총기 제작 전문가이다. 그가 제작하고, 응용해내는 총기들은 모두 그의 의뢰인들에게 비밀리에 건네진다.

 

절대로 사사로운 감정에 얽히지 않으려 했던, 여자도 그의 약점이 될 수 있는 그 비밀스런 직업을 갖고 있는 그는 바로 이 마을에서 처음으로 평생을 함께 하고픈,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노후를 함께 보내고픈 욕망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 그가 의뢰인에게 받은 일, 이 총기 제작 하나만 완성하고 그는 은퇴하려 한다. 나이도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클라라와 안정되게 살고 싶어졌다. 위험할수도 있는 그 욕망, 그런 그의 행복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그를 불안하게 하는 그림자 거주자가 등장한다.

그는 끊임없이 그의 흔적을 지우고, 그림자거주자를 끌어내보려 하지만, 오히려 그에게 더 노출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처음 느끼는 행복과 안정을 파괴하려는 자, 그림자 거주자와 미스터 버터플라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쫓고 쫓기는 관계가 이토록 우아하게 흘러가고 묘사될 줄 몰랐다. 총기 제작이라는 세계가 예술적으로 묘사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작가는 세상 경험을 무척이나 많이 해본 사람이었나보다. 그는 꽤나 많은 세세한 정보들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자세히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책장을 끝으로 넘길수록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는데.. 그 결말은..책을 읽을 다음 사람들에게 넘겨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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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아이
채인선 글, 배현주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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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책을 좋아하길 바랬습니다. 도서관도 가깝기만 하면 얼마든지 데리고 다니고 싶었는데, 엄마가 아직도 운전면허가 없어서 어린 아기를 데리고 어린이 도서관에 찾아가보질 못했네요. 그런 아이가 지금 만 두돌을 넘긴지 얼마 안되었답니다. 지금 26개월의 우리 아들. 우리 아이가 도서관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책의 그림이 너무나 따스해 마음에 쏘옥 들어요. 엄마 박꽃님.

아이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해서 새로 개원한 어린이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자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고 얼마 후에 임신 사실을 알고 더욱 기뻐하지요.

엄마가 하는 일 하나하나. 게다가 엄마는 일을 하면서도 뱃속 태아에게 정답게 말을 걸어 설명을 해줍니다. 그런게 산 태교가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태어난 아기 솔이.

솔이는 엄마 아빠의 정성어린 보살핌을 받으면서도 뭔가 허전함을 느끼고 한달 후부터 주위를 둘레둘레 바라보며 "책"을 찾습니다.



엄마는 포대기에 아기를 들춰업고 (음. 사실 포대기에 업을 정도면.. 좀더 큰 후가 되겠지요? 아기엄마들은 잘 알겠지만..) 도서관에 나가 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솔이는 자연스레 도서관에 동화되어 도서관과 같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책을 사랑하고, 도서관을 사랑하는 도서관 아이로 자라난다는 이야기랍니다.


그림이 너무너무 예뻐요. 정말요.

우리 아기도 이 책을 보더니 아직은 아기에게 글밥이 좀 많게 느껴짐에도 (책이 너무너무 따스하고 어린이 도서관이라는 존재를 새로이 알게 해주기에 우리 아이처럼 어린 아이 뿐 아니라 사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읽기 좋은 책 같더라구요. ) 그림이 마음에 들어 그런지 엄마에게 자꾸 읽어달라고 내미는 책이 되었어요.



무엇보다도 "아기"와 책이 나와서 더 반가운가 봅니다.

아기 이름을 솔이라 불러줄까? 아니면 우리 아기 이름을 붙여 불러줄까? 했더니.. 자기 이름을 붙여 읽어달라길래..우리 왕자님 이름으로 바꾸어 읽어주었어요.


그리고 도서관에 설치된 커다란 공룡을 보더니..눈을 반짝이며 뭐냐고 손가락으로 짚어냅니다. 도서관 전도를 그린 듯한 그림이 두 장이 나오는데.. 앞장에서는 박꽃님이 일을 하며 돌아다니는 장면이 나오고.. 두번째 그림에서는 솔이가 자라나 아이들에게 도서관에서의 규칙을 짧은 말로나마 알려주고 다니는게 보여요. 작은 아이들 그림 속에서 박꽃님 엄마와 솔이 그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어린 아기들도 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하니 어린이 도서관에 정말 한번 데리고 가고 싶어졌어요. 기어다니지는 않겠지만..^^;; 어른들이 많은 성인 도서관은 아이 데리고 갈 엄두가 안 났거든요.



도서관 아이 책에 나오는 어린이 도서관은 참 따스해 보여 좋았어요.


솔이가 도서관 사람들 모두를 엄마 삼아 자라는 모습도 정말 보기 좋았구요.

도서관을 제 집 제 가족 삼아 자라는 솔이는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라날까요? 생각만해도 부러운 일이예요.

우리 아기도 이제 슬슬 (아..택시라도 타고 가야하나.) 어린이 도서관에 데리고 다녀볼까 싶어요.

엄마도 어린이 도서관에는 한번도 못 가봐서 어떤 곳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거든요. 좋은 그림책 한권으로 어린이 도서관의 이 곳 저 곳도 소개 받은 느낌이었고, 따스한 온정까지 전해 받은 느낌이라 기분이 무척 좋았답니다.



엄마까지도 읽고 또 읽고 보고 또 보게 되는 그림책.

동글동글 밝게 자라기를 바라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꼭 필요한 그런 좋은 그림책, 도서관 아이와의 만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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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마디 - 조안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조안 지음 / 세종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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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장한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생소하고 낯선 이야기들이 잔칫상처럼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과를 고추장에 찍어먹고, 영화를 볼 때 팝콘 대신 명란젓을 먹는다더니, 글도 참 '4차원'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187p 소설가 정수현의 평



그녀를 4차원같다고 느낀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책을 읽기전부터 어쩐지 4차원스러운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네. 아니 이런 상상은 어떻게 해낸걸까? 게다가 그녀는 연예인.. 사실 연예인 하면 트인 생각을 가졌다기 보다 예쁜 외모를 갖고 있으나 소설이나 동화를 쓸만큼의 문장력을 갖춘 사람은 드물거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가끔 에세이를 내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소설가라니~ 아..꿈도 꾸기 힘든 창작의 고통을 ..넓게 보면 연예활동도 예술의 연장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어쨌거나 나의 편견이자 선입견이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산산히 깨어지면서 그녀의 글을 읽게 되었다.


사실은 그녀에게 사차원이라는 말을 감히 내가 붙일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 것도 악플이 될까봐 조심 또 조심하는 마음. 그렇지만 4차원이라는 뜻이 나쁜 뜻은 아니었다. ) 소설가 정수현님이 평하신 것을 보고.. 이 단어를 써도 되는가 싶은 마음이 들어 인용하고 있다. 사실 사과와 고추장도 잘 안어울리지만, 영화와 명란젓은 더욱 황당하다. 그녀. 예쁘장한 그녀. 얼마전 끝난 드라마에서 그 사슴같은 눈에서 눈물이 투두둑..떨어지면 보는 사람마저 다 시려왔던 그런 연기를 했던 조안.



그녀가 내놓은 동화이자 소설집인 이 책은 놀랍게도 삽화마저 그녀가 그린 것이라 하였다.

방송국에 놀러왔다가 캐스팅 되어 인생이 바뀌기 전까지 그녀의 꿈은 만화가였다고.. 그래서 친구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볼펜이나 책받침을 받기도 하였다 한다.

정말 그녀의 그림 솜씨가 놀라웠다.


그리고 16편의 판타지 픽션.

그녀는 자신이 내놓은 소설들이 하나같이 다 우울해서 걱정이 된다고도 하였다.

이왕이면 그녀의 외모처럼 밝고 빛나는 내용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해피엔딩과 밝은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나로써는 아쉽기도 했지만..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이기심과 악한 마음들을 직시해야한다는 교훈을 주고 싶었는지 그녀의 이야기는 지속이 된다.



심장을 달고 다니는 소년, 심장을 잃어버린 소년. 열쇠로 가득찬 심장등.. 그녀의 소설 속에 유난히 심장과 눈물이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들도 주로 소년과 소녀이다. 어린 나이지만, 더이상 어린 감성을 가질 수 없는 심장이 없는 소년부터 심장이 너무 커져서 가족으로부터 배척을 당해 울고 또 우는 심장을 달고 다니는 소년..

사실 심장을 달고 다니는 소년은 언젠가 읽었던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이라는 끔찍한 이야기랑 오버랩되기도 하였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듯한 아이의 슬픔이 전해져 오는 그런 이야기. 아..그러고보니 정말 그녀의 상상의 세계는 팀 버튼의 그 우울함과도 닿아있는 듯 하였다. 굴소년 이야기를 읽고 처음에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조안이 풀어내는 빨간 모자 이야기도 섬뜩한 이야기다. 중간에 작가를 멈추고 싶은.. 인간의 잔인함이 싫게 느껴지는 빨간 모자의 비극. 동화가 아닌 실제의 현실은 이렇게 어둡다는 것일까?


16편의 이야기 중 세 개의 혀와 단 한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부모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가슴 아픈 단 한마디.. 아이의 엄마처럼 나 또한 단한마디를 생각해보려는데 사랑해 말고는 떠오르는게 없으니 내 상상력이라는 것도 참 이제는 시들어 버린듯...


그리고..세개의 혀는 진실의 혀를 갖고 있던 소년이 결국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슬픔을 겪다가.. 거짓으로 얼룩진 졸업식장에서 마법의 혀가 새로 솟아나 모든 사람을 조종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정말 예쁜 여인을 만났으나 그녀만은 그를 냉랭하게 대하고 오기가 발동해 더욱 그녀를 쫓아다니지만. 결국 그녀 역시 마법의 혀가 있어 자신을 거부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솟아난 세번째 혀. 그 세번째 혀로 인해 그녀를 얻으나 그는 온전한 세상을 얻은게 아니었다.



조안이 어떤 생각으로 우울한 동화들을 썼을까? 그녀의 변을 듣고도 나는 더 궁금하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을 읽음으로써 새로운 그녀의 면모를 알게 되고 그녀의 생각을 조금 공유하게 된 느낌이 들어 고맙기도 하였다.

어둠이 있어야 빛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는 말, 변명이 될까?

소설가는 아니지만 나는 우주의 은밀한 속삭임을 듣고 싶다. 그 속삭임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2010년 가을 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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