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마지막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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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무수한 추리소설 팬들을 이끌어내는 영향력을 가진 작가. 일본 추리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와중에 거의 선두에 서 있는 그녀의 작품을.. 나는 이 책 여름의 마지막 장미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꽤나 두툼한 책이어서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릴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다 읽은 시간이 짧았기에 얼마나 속도감 있게 소설을 읽어갔는지를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은 아무 정보 없이 책을 읽기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에 먼저 읽은 분들의 리뷰를 몇 편 읽어보고 들어갔다.

 

평이 좀 엇갈리는 편이라서, 이 한 권으로 온다 리쿠의 제대로 된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움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빠르게 읽고, 마지막 책장을 딱 덮은 지금은.. 역시. 그녀. 라는 생각이다. 그녀의 이름으로 선택하는 추후 작품 선택에도 기대감이 드는 그런 작품이었다. 읽는 내내 계속 꼬여가는 스토리 덕분에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었지만, 다 읽고 나서.. 아, 작가가 원하는 대로 이리저리 이끄린 이 느낌이 그리 나쁘지 만은 않았다.

 

해마다 으슥한 호텔 한 곳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런 모임. 그곳에는 그 파티를 주도한 재벌가의 세 자매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 초대받은 이들은 그들의 친인척 관계거나 관련이 있는 사람들. 호텔에 묵으면서 자매들의 티파티에 호출되어 그녀들이 들려주는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초대에는 불리지 않을 수도 있다.

 

차례의 목차를 보고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추론할 수 없도록..제 1변주부터 제 6변주까지.. 각 장마다 변주라는 제목으로 차갑게 이름붙여진 이야기들이 진행된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각 장이 끝날때마다 누군가 한명씩 죽음을 맞는데, 다음 상황에서는 그 사람들이 살아나 활동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

서서히 드러나는 부자들의 악취미. 복잡하게 꼬여있는 치정과 애정 관계, 그리고 원한과 증오.

 

그래, 당신은 우리를 좋아하지. 나, 당신이 우리 관계를 눈치 챘다는 거 알고 있었어. 그리고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 오히려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191p

 

각 단원마다 특징적으로 서술하는 화자가 달라진다. 그래서 몇장을 넘기고 나서야..아 이번 편에는 누구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나를 알 수 있다. 각 장을 넘기면서 일어난 사건과 일어나지 않은 사건들을 조금씩 구분하게 되고, 그리고 그들의 치명적인 서로의 관계까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진실은 거짓에 섞어야 한다. 그래야 더욱 진실다워 보인다. 또 진실은 농담에 섞어야 한다. 그래야 얘기가 더욱 탄탄해진다. 244p

 

그래, 세 자매가 없었던 일을 꾸며내어 만들어내는 스토리 텔링의 중심에는 바로 그녀들의 아버지, 회장이 존재하였고, 그때 그날의 사건이 존재하였다. 그리고 끝없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쌍둥이 유산 사건과 아름다운 두 남매의 이야기. 한올한올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듯, 거짓을 걷어내며 진실을 파악하려 하니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돌아가기는 했지만, 롤러코스터를 탄듯 약간의 어지러움증을 느낀 것 빼놓고는 새로운 재미를 주는 그녀의 방식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저 여주인공은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낯선 남자가 자꾸 일어났던 일이라고 말하니까 그런가보다고 믿게 되죠.

 ... 존재하지 않는 기억을 존재하는 기억으로 착각한 것이죠. 344.345p

 

소설 중심에 놓여있던 또다른 스토리 텔링. 바로 영화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이다. 계속해서 그 영화만을 보는 도키미쓰, 그리고 영화 속 대사를 소설 내내 액자식으로 끊임없이 소개하는 온다 리쿠. 그녀는 그녀가 생각해 낸 이 소설을 완성시킬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이 영화가 될 것이라 하였다.

미궁같은 호텔을 배회하는, 인형처럼 무기질적인 등장인물.. 속삭임처럼 되풀이되는 대사.. 사실 이런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그녀가 끊임없이 언급하는 이 영화 속 대사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기 힘들었고..사실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계속 그녀의 영화 이야기는 건너뛴채 소설에만 몰입해갔는데..끝까지 소설과 영화가 맞물리며 진행되었던 것과 소설 끝 부분에 저자가 영화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해본것을 생각해보면.. 다시 이책을 읽을때는 영화의 대사들까지 곰곰 되새기며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  원작자의 머릿속에서 상영된 영화를 그대로 글자로 옮긴 형식의 산문, 아주 독특한 이 영화는 연극적이며, 실험적인 이야기, 그리고 기억의 변용을 다룬 다는 점에서 내가 쓰고 싶은 소설과 과거에 내가 그리도 여러번 보았던 영화의 이미지가 정확하게 겹쳐지는 듯 했다. 3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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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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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의 할머니 시인이 들려주는 인생이 가득히 뭍어나는 시들.. 99세에 처녀작 시집을 낸 시바타 도요님의 시집, 약해지지마를 읽었다.


꽤 오랜 세월을 살아오셨음에도 할머니는 여전히 정정하시다. 60대인 하나뿐인 외아들 겐이치가 혹시나 우리 어머니 치매에 걸리셨을까봐 오늘이 몇요일이예요? 라고 물어도 뭐든지 아직까지는 알고 있다며 그저 웃는 어머니. 99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기억력과 시에 대한 감수성은 나이를 모르고 읽었다면 정말 99세의 처녀작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시집이었다.

사진 또한 우리나라 작가가 아름다운 풍경과 사물을 찾아 반짝이는 그 순간을 멋지게 담아내어 도요님의 시를 감상하는데 더욱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나이가 들어 하루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힘들게 느껴져도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는 할머니. 그리고 아들의 조언으로 노후에 쓰게 된 시로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고 느낀다는 할머니의 마음에 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늦었다, 너무 나이 들었다' 생각한 자신의 처지를 반성하고, '그래, 아직도 인생은 길고도 길게 남아있는 게지' 하며 약해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 모습들로 서평을 실은 것이 책의 뒷 면에 쓰여 있었다. 젊다는 나이, 중년이라는 나이를 넘어서고 나면 불현듯 내가 나이를 너무 먹었나 싶어 두려움이 들게 마련일텐데 (아직 그 나이가 되어보지 않았지만, 벌써 그런 걱정은 가끔씩 들곤 한다.) 할머니가 정정하게 서서 우리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은 이야기 속 인생 만큼이나 달콤하게 우리에게 강한 지구력을 주는 것 같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제 그만 떠날 때 아닌가요? 하는 바람에게도 웃으며 답장을 보내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도요 할머니.


할머니의 추억 1에서 가장 행복한 날로 꼽히던 날이 바로 아들 겐이치가 생겼을때 남편에게 말하자 같이 기뻐해주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벚꽃길로 돌아온 그날이라 하였던 말은 평생동안 사랑하는 두 남자(남편과 아들)를 가슴에 담고 있음이 드러나는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99세의 나이에도 아들을 걱정하고 엄마를 생각하며 의지하라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에서부터,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하고, 1992년에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며 시에 담아낸 할머니의 마음까지..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물론 할머니 또한 후회없는 삶을 살았노라 말씀하셨다.) 더욱 사랑하고 더욱 아껴야겠단 마음이 들게 해주는 시들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강렬한 충격은 아니나 다정하고 따뜻한 바람이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런 마음이 드는 그런 시였달까.



가득 채우기 힘든 100이라는 숫자, 하지만, 건강하게 살아오신 도요 할머니께서 100이라는 숫자를 채우고도 우리에게 두번째 시집을 안겨주실 날이 되기를 ..

그래서 사람들에게 다시 희망이라는 글자를 선사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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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분 두피 마사지 - 두피 건강과 탈모 예방을 위한
이태후.정지행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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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하면 주로 남자들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왔는데, 요즘 내 주변에서 탈모를 걱정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어서 탈모에 대한 관심이 나 또한 높아졌다.

예전에는 나도 머리숱이 무척이나 많아서 방울 머리끈으로는 머리가 다 묶이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머리가 제법 많이 빠져서 어릴적 숱의 반도 안 남은 것 같았다. 방울은 커녕 일반 고무줄로 묶으려 해도 몇번을 칭칭 감아야하는 걸 보면 숱이 정말 많이 줄었음을 깨닫는다. 게다가 아기를 낳고 나서 백일쯤 지나면서는 정말 많은 머리숱이 빠져서 (그맘때쯤 아기 배냇머리 빠지는 것과 더불어 엄마의 머리도 많이 빠진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탈모가 억제 되다가 백일쯤 되면서는 그 항상성이 떨어지게 되어 탈모가 진행된다는 것.) 이대로 정말 휑한 머리를 갖게 되는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것 같았으나, 짧은 단발머리라도 얼굴 옆으로 내려오는게 귀찮아서 계속 고무줄로 세게 머리카락을 당겨서 바짝 묶었더니 이마 윗쪽의 머릿부분이 많이 하얘지고 말았다. 이 책에서도 머리를 포니테일로 세게 묶는 습관이 탈모를 유발한다고 나와 있었다. 사실 탈모를 부르는 7가지 습관에 해당하는 부분이 무척 많아서 조심해야겠다고 다짐이 되었다.



이 책은 한의사인 이태후, 정지행님이 쓴 책으로 한방의 관점에서 보는 다양한 탈모에 대한 건강 정보들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경혈을 눌러 마사지를 하고, 식습관으로 탈모를 예방하는 방법을 배워볼 수 있다. 탈모라고 하면 피부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탈모에 대해 검색해보니 전문 한의원이 검색되는 예가 많아 놀라웠다. 비단 이 책의 저자분들 뿐 아니라 탈모에 관심이 있는 많은 한의사 분들이 많다는 증거였다. 탈모의 자가 진단법도 나와 있어서 간단히 테스트해보니 아직은 나는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럴때 습관을 교정하고, 탈모 예방에 좋은 음식을 먹어 효과를 보는게 중요한 것 같았다. 상당히 탈모가 진행된 이후에는 음식으로 바로잡거나 마사지로 효과를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였으니..덜 심각할때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고, 혹시나 더 진행된 사항이라고 해도 미녹시딜, 피나스테라이드 같은 약에만 의존하기 보다 실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약물치료의 효과를 더욱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여성의 경우에는 미녹시딜 외용제의 일부 사용 외에는 약물 또한 임상적으로 권장되는 약이 없어 더욱 탈모치료가 어렵기도 하니 이 책의 효과에 기대를 걸게 되었다.




여성 탈모 환자의 약 76%가 소화기 장애와 만성 피로증을 동반한다고 한다. 따라서 여성의 탈모증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영양불균형, 휴식, 운동, 수면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26.27p 여성 환자의 경우 특히나 수면이 부족하고 집중적인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탈모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니 수면시간을 많이 줄여서 생활하고 있는 지금의 내 생활 패턴도 수정할 필요가 느껴졌다.



탈모증을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 몸의 자율 신경 조절 기능을 개선하는 데에는 최소 2주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니 지속적인 관리로 탈모의 진행을 막고, 예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두피가 건강해야 머리카락이 안빠진다는 지론으로 두 한의학 박사가 10여년간 연구한 탈모 예방법 체조는 3분 두피 마사지, 3분 복식 호흡, 3분 두피 체조로 구성이 된다. 탈모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소화기 계통과 상관이 있기에 소화기 계통을 풀어주는 호흡과 체조를 해주는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집중적으로 탈모를 관리할 수 있는 체조와 더불어, 탈모를 전반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만성 피로를 풀어주는 기체조, 숙면 유도하는 체조, 호흡 기능 강화시키는 체조, 장운동으로 변비 해소 하기 등등 탈모의 원인 자체를 해결 할 수 있는 다양한 체조들이 상세한 사진과 함께 설명이 되어 있어 참고하기에 도움이 되었다.


탈모를 일으키니 피해야할 음식과 탈모 예방에 중요한 영양소와 음식 그리고 일주일 식단까지 세심하게 덧붙여져 있어서 식생활 역시 운동과 체조 못지않게 탈모 예방에 중요한 치료법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탈모는 그저 다른 사람의 일인양 등한시하고 살아왔던 삶을 반성하고, 건강한 두피와 모발을 갖기 위해 많은 습관을 교정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이 간절하게 필요한 (피부과 치료마저도 고민중인 ) 지인을 위해 보다 더 꼼꼼히 참고하고, 체조법도 권유해줄 생각이다. 일시적인 병원 치료로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든 탈모 치료인 만큼, 잘못된 인터넷 정보가 아닌 전문가가 조언해주는 방법으로 탈모를 예방하고 진행을 억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조언을 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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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어른이 읽는 동화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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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화의 방법으로 사랑을 이해하기 위하여 쓴 책입니다. -작가의 말

 

어른을 위한 시인 정호승님의 동화 "의자"는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동화 26편이 수록된 작품집이었다.

동물, 돌멩이, 들판, 손 등에 생명을 부여하고, 그 마음과 생각까지도 읽어내는 정호승님의 아름다운 상상력. 그 상상력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한참을 빠져 있다가 나왔다.

 

그건 아빠가 늘 엄마 곁에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외눈이기 때문에 늘 함께 다녀야 헤엄을 칠 수 있단다. 아빠도 엄마가 늘 옆에 있기 때문에 헤엄을 칠수 있는 거고.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는 비목어라고 한단다. 16p

 

비목어. 눈이 하나뿐이라 혼자서는 헤엄을 칠 수 없는 물고기. 하지만, 사랑하는 두 마리가 되면 비로소 완성되는 물고기의 이야기는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읽는 순간 류시화님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생각이 났다. 거기에 나왔던 비목이 맞는 것 같았다. 비목어에 대해 잘 몰라 찾아보니 당나라 노조린의 시에 나오는 물고기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정호승시인님이 들려주는 동화 속 비목어도 그와 같은 맥락을 하는 듯 하였다. 반쪽이 만나 비로소 하나로 완성되는 사랑. 정말로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금슬 좋은 부부, 참된 부부를 가리키는 비목어의 사랑.

 

상대방의 눈동자에 네모습이 아주 맑게 비치면 그건 상대방이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21p

 

아기 비목어가 자신의 짝이자 사랑을 찾아 연어의 도움을 찾아 세상을 나설때, 사랑을 만나게 되는 방법을 묻자 들은 대답이었다. 순간 신랑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맑게 비치는지 궁금해졌다. 동화 속,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랑이야기일지라도 어린아이처럼 다 따라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망아지, 강아지, 돌멩이, 주춧돌 등의 사물과 동물 이야기도 나오지만, 비목어, 우제어, 기파조 등 새로운 상상 속의 동물 들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동물과 사물의 생각을 읽는 것도 재미났지만, 전혀 새로운 동물을 알게 되는 재미도 새로웠다. 상상 속 동물이라면 그저 뿔과 날개가 달린 말인 유니콘, 고대 중국의 상상 속 동물인 기린(요즘의 기린과 모습이 조금 다르다.), 용 등을 쉽게 떠올리고는 했는데, 사실 비목어, 기파조 등의 이름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외눈박이 물고기라고 했으면 기억했을지 몰라도 비목어라고 하니 정말 다르게 느껴졌다.

 

결국 인간도 우제어처럼 사는게 아니겠느냐.그래서 덧없는 인간의 존재를 가리킬때 우제어를 예로 든단다. 저 우제어를 보고 깊이 깨달으라고 말이다. 141p

 

엄마 송사리가 아기 송사리들을 두고 떠나온 개울을 그리며 소 발자국에 생겨난 웅덩이에 갇혀 지내는 것을 보고, 인간이 했던 말이다. 우제어도 처음 들었던 나는 동화를 읽으며 새로운 단어를 계속 배우는 느낌이었다. 아, 그래서 더 재미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모란의 눈과 귀로 다시 걸러서 듣게 되고, 빈 들판의 넓은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안쓰럽게 지켜보기도 하고, 떡갈나무가 한번 스친 인연인 소녀를 기다리며 아픔을 견뎌내는 모습 등이 다양한 사랑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전체적인 주제는 사랑이지만, 그 속에는 전부 사랑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는 그저 정채봉님의 동화만 읽어보았을 뿐이었는데 시인 정호승님의 동화는 슬퍼보이는 표정의 표지와 달리 이색적인 느낌의 동화였다.

사랑이 주는 교훈을 동화를 통해 들려주고 싶었다는 시인의 말씀처럼 아등바등하게 살아온 인생을 조금은 쉬어 가라는 뜻으로 해석하고픈 그런 동화들이었다.

 

재미나고 아름답게 느껴진 소설은 비목어를 꼽을 수 있었고, 읽고서 한동안 마음 언저리가 아팠던 것은 못자국이었다.

금슬 좋은 부부가 금지옥엽 같은 아들 하나를 잃고 남편이 아내를 구박하고 미워하면서 아내의 마음에 못이 박히기 시작한 이야기. 감나무에 수십개의 못이 박히는 동안 아내의 마음에는 정말 참기 힘든 대못이 박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대해 구구절절이 말을 하고팠던 정호승님의 많은 이야기를 동화로 만나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그리고 아끼고 싶은 많은 이들에 대해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중간 중간 그의 이야기에 걸맞는 예쁜 삽화들이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주는 듯 하였다. 이야기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머리를 한 새의 모습도 역시 상상 속 동물이었을 테고, 그림 속 인물이었으나 눈빛이 살아 있는 스님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림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들어있는 정호승님의 동화를 읽으며 소설과 어우러지는 예쁜 그림들이 더욱 동화를 인상적으로 만들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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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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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집에서 프란츠는 한시간 동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들이 이야기하고 그가 이야기하고, 그가 이상하게 여기고 그들도 한시간 내내 이상하게 여겼다. 그가 소파에 앉아있고 그들이 이야기하고 또 그가 이야기하는 동안 그는 무엇이 그리 이상했나? 제가 여기 앉아 이야기한다는 것. 그들이 이야기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이상했다. 그는 어째서 자신이 이상하게 여겨졌나? 그는 그것을 알았고 느꼈으며, 회계사가 계산 착오를 확인하듯이 그것을 확인했다. 그는 무언가 확인했다.  215p

 

주인공인 프란츠 비버코프가 테겔 감옥에서 4년형을 마치고 퇴소하는 것에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그는 전 애인인 이다를 살해하여 형을 살고 나왔는데, 감옥에서 나오고서도 처음 한동안은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그리고 혼자서 멍하니 노래를 부르고 있다가 어느 유대인의 손에 이끌려 랍비의 집에 들어가 유대인으로부터 찬노비치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가진게 없어도 배운 것만으로도 성공하게 되었던 그의 사기꾼 같았던 삶, 그의 삶에 몰입되어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그의 처남인 다른 유대인이 나타나 그 찬노비치라는 사람의 끔찍한 최후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프란츠는 그 집을 나와 다시 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삶을 시작한다.

 

가진 돈을 다 쓰고, 다시 돈을 벌고, 그 와중에 몇 여자들을 만나고 그 중에서는 자기가 사랑했고 죽이기까지 한 여인의 언니도 있었다. 베를린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는 그 일들과 무관하게 살아가면서 또 상관있게 살아가기도 한다. 처음에 아주 이상하게 보였던 프란츠란 사람도 유대인 못지 않게 말이 많고, 독특해보이는 사람이었다. 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 물론 헤어질때는 사랑하지 않아 떠난 것이겠지만..를 갑자기 아무 연락없이 떠나버린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그러다 라인홀트라는 사람을 만나 그의 여자친구들을 처리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수시로 여자를 갈아치울때마다 예전 여자를 떠맡던 프란츠는 지금의 여자가 마음에 들어 라인홀트를 설득해, 한 여자에게 정착한 삶을 살도록 권유한다. 그리고 자신이 (한 사람을 바르게 이끌도록)성공했다 여기며 뿌듯해하였다.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비수를 꽂게된 사건인지 미처 모르면서 말이다.

 

소설의 시작은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짤막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프란츠라는 사람이 출소후 나름대로 착실하게 살다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서 끔찍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우리는 그와 같은 바닥에서부터 일어서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거라는 말로 말이다. 광장 바닥에 쓰러졌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힘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어떤 내용의 소설이 펼쳐질지 자못 궁금해졌다.

 

대도시를 현대의 바빌론으로 묘사한 표현주의 시대의 대 서사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비견되는 현대를 묘사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소설은 그 평가부터가 무척이나 거창하고 진지하였고, 2002년 노벨 연구소가 선정한 54개국 작가가 뽑은 최고의 세계문학 100선에 들어 작가들에게도 문학성을 인정받은 수작이었지만, 평범한 독자인 내가 읽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는 작품이었다.

 

구절 하나하나를 읽으면, 그래 어떤 내용인지는 알것 같았지만, 그 커다란 토대의 줄거리도 꿰찰수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 내가 이해하기에는 많이 난해한 작품이었다는 평가가 옳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찾아본 어느 독자의 리뷰 중에서 독일 문학을 전공하는 듯한 이의 글에서 "난해하다. 난해해.."라는 대목을 접하고 읽기 시작해서인지..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맴도는 그의 표현들이.. 언어 유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내 머릿속에서 각자 노는 느낌이 강했다고 보겠다.

 

처음의 느낌과 두번째 읽은 느낌이 다를 수는 있을테니.. 아마 한번 읽고 쓰는 이 리뷰가 온전한 것이라 보기는 힘들 것이다.

깊은 밤, 정신없이 몰두해 읽고 나니 오히려 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내용이 뱅글거리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되새기며 읽게 되면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 찾게 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가벼이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았노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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