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언니들 - 까탈스럽지만 사랑스럽고 제멋대로지만 매혹적이며 열정적이고도 우아한
레일라 드메 외 지음, 이소영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파리지엥하면 센 강 옆 멋있는 카페에 앉아 한잔의 커피를 즐기는 아름다운 아가씨의 모습이나, 긴 머플러 휘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바구니 앞에는 종이봉투에 넣은 바게트를 넣고 달리는 연약해보이는 여인이 떠오른다. 사실 파리지엥에 대한 환상(?)은 나만 갖고 있던 것이 아니었나보다. 이 책 빠리언니들을 읽어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언니로 번역을 하면서 웬지 고상하게 자리하고픈 그들의 위치가 평범하게 느껴지는.. 사실상 과격하고 치열한 면이 있는 그네들의 일상에 딱 맞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누가 붙였는지 정말 제목 잘 붙였다라는 생각.) 미국여자들조차 파리에서 왔다는 여자들의 소개를 들으면 부럽다는 눈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뉴욕에서 우리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배운 말이 '택시'였다면 파리에서는 '개똥'이었다. 한번은 우리 '다 큰 애'가 볼일은 급한데 공중화장실이 보이지 않자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길에다 쌀 거예요." 이 말에 깜짝 놀란 우리가 절대로 안된다고 딱 잘라 말하자 아이는 "아니, 말도 안돼요. 멍멍이들은 되는데 왜 난 안된단 말이에요?" 라고 따지고 들었다. 여기서는 강아지 '메도르'가 꼬마 파리지앵보다 더 많은 특권을 누린다. 54p

 

파리에 가보지 않은 나는 미처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다녀온 이들은 꽤 많이들 수긍하는 내용이리라. 우리나라에서도 겪지 않은 개똥 천국이라..

그 곳이 내가 너무나도 가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도시 파리란 말인가? 읽을수록 머릿속의 환상은 처참히 깨어지기 시작했지만, 어쩐지 고고하게 느껴지던 빠리지앵들의 실생활이 낱낱이 공개되는 듯한 느낌에 우리나라 케이블 티브이 리얼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서야 비로소 친근감이 드는 듯도 하였다.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곳은 걸레가 완전히 분해될때까지 방치하고 개들이 인도에 똥을 눠도 내버려두는 이상한 미술관이기도 하다. 57p

 

"미안해. 점심 약속 취소해야겠어. 엄-청나게 급한 일이 생겼거든. 이자벨 마랑 프레스 세일이 시작된 거 있지."

71.72p

아주 세련된 분위기의 서른 두살의 마틸드를 일년에 두번 프레스 세일 기간에는 넝마주이 아마존 여전사로 돌변시키는 파리. 패션의 메카라 할 수 있는 파리에 살고 있는 그녀들은 일년에 한 두번씩 있는 프레스 세일을 적절히 활용하여, (아니 심지어 사이즈 맞지 않는 신발과 옷까지도 산다. 왜? 싸니까. 왜? 파리지앵이니까.) 저렴한 쇼핑을 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명품 세일이 진행되는 날은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한다. 적은 돈으로 명품이나 예쁜 옷을 사기 위한 파리지앵들의 엄청난 사투, 마치 고고히 헤엄치는 백조의 평온한 모습 아래에는 수면 아래로 쉴새 없이 발을 젓는 생존본능이 있기에 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했다.

 

"아빠 뭐해요?"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는 아빠한테 두 살 반 된 딸아이가 물었다. 뉴욕의 아빠라면 딸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자전거를 이루는 각 부분의 이름을 노래 부르듯이 읊어줄 것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파리지앵인 내 남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보면 몰라? 당근 껍질 깎고 있잖아." 194p

 

두살 반 된 어린 아이에게도 적나라하게 적용되는 파리지앵들의 유머와 빈정거림, 갓 두돌 된 아들을 둔 엄마로써 정말 폭소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아니, 어떻게 그 어린 아기에게 그런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하지만, 그게 통하는 게 파리이고, 또 그에 적응해야하는게 파리지앵들이라니.. 잠깐 관광갔다가 이해하기 힘들다고 투덜거리기 보다 그들의 내면부터 속속들이 알고 다시 바라보면 더 재미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

 

깍쟁이도 이런 깍쟁이들이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서울깍쟁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의 서울 깍쟁이는 시크한 파리지앵들에 비하면 너무나 얌전한 축에 속하는게 아닐까 싶다.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길거리에서도 체면 불구하고 큰 소리로 불만을 토로하는 무서운 파리지앵에서부터, 쇼핑땐 치열한 여전사가 되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아이를 키울때도 남다르게 키운다. 빠리언니들의 본 모습은 더욱 무궁무진하다. 초컬릿 포장같은 붉은 표지로 우리를 압도하며 시작된 빠리언니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우아한 외양에 감춰진 실제적인 성격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는 듯 했다.

 

빠리 언니들이여. 안녕~

내가 빠리에 갈때까지 거기 있어줘요. 물론 나는 빠리언니들의 독설을 감당하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어도 무시무시하게 느끼기 보다, 아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구나 하고 인정할께요. 동경하던 빠리에 대한 아주 색다른 책을 만나서 독특한 체험을 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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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태어날 거야 웅진 세계그림책 135
존 버닝햄 글, 헬렌 옥슨버리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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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읽은 인터넷에 그런 글이 있었다. 10살난 아들이 있는데, 둘째를 낳았다는 것. 10살 난 아들은 동생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았고, 태어난 이후에도 그다지 사랑을 주지 않다가 어느 시일이 지나서야 마음을 열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10년간 외동으로 자랐어도 동생의 존재를 인정하기가 힘든법인데, 본인도 아기일때 동생이 생긴다면 정말 얼마나 힘든 충격일까?





아이에게 동생이 태어난다는 충격은, 어느 날 사랑하는 남편이 집에 들어와

"여보, 내가 새 아내를 데리고 왔어. 새로 왔으니 많은 관심이 필요할 거야. 모든건 사이좋게 나눠쓰도록 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아동심리학자 도리스 브렛 <그래, 네맘 알아. 엄마 얘기 들어볼래?> 중에서.








나 또한 동생이 있지만, 세살 터울의 동생이 생겼을때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지금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지금 한창 아기인 내 아들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충격이 이토록 큰 것이라 하니 외롭게 자라지 않기 위해 널 위해 형제는 꼭 필요한 거야. 하고 말하는 것은 절대 쉬운 설득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대개는 아이를 설득하지 않고, 엄마 아빠의 의견으로 동생을 가진 후에 거의 통보처럼 동생이 태어날 거야.라고 말을 해주지만, 아이는 어떤 심정으로 그 일을 이해하려 하겠는가.



만 두돌을 넘기면 동생을 가져봐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가도 막상 쉽게 실행하기가 힘든 것이 아직도 우리 아들은 유난히 아기 같이 느껴지고, 동생이 태어난다면 어쩔 수없이 어린 아이에게 더 관심을 주게 될것이 마음이 아파 쉽게 마음 먹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외동보다는 형제, 남매가 낫다는 어른들 말씀과 막상 우리가 자라서도 형제, 자매가 있음에 행복함을 느끼기에 아이를 위해서라도 동생을 낳아야지 했다가도 이 귀여운 아기가 천덕꾸러기가 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이 자꾸 내 발목을 잡았던 것.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그림책. 동생이 태어날 거야.

그림부터가 너무나 따스하고 다정다감하다.

동생을 맞이하는 불안한 심리의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그림책.

엄마, 아빠가 차마 말로 하기 힘들고 어색한 서툰 설명을 그림책을 읽어주며 대신 그 마음을 전해줄 수 있는 그런 책이 나온 것이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인 부부의 첫 공동작품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15년의 구상기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간결한 글과 그림이라고 해도, 어른들 책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많은 상상과 노력이 필요한가 보다.




그래서일까? 섬세하면서 자세한 그림 묘사와 글의 내용이 해학적이면서도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동생이 아기 모습으로 이런 저런 일들을 하는 상상도 귀엽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면서 우리끼리 살면 안되느냐고 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내 아들의 마음을 읽는 듯 하여 공감이 갔다. 그렇게 열달이 지나는 동안 아이는 서서히 동생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엄마와 아들의 따뜻한 대화 속에 아이의 마음 속 응어리가 조금씩 풀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엄마가 동생은 요리사나 화가가 될 수도 있다고 말을 하자, 아이는 동생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드러낸다. 그러다가 동생이 정원사가 될지 모르겠다는 말에 쑥쑥 자라 자신과 놀았으면 좋겠다며 조금씩 마음의 빗장을 열기 시작한다.




다시 우울한 마음이 들었던 아이는 동생이 동물원 조련사가 되면 위험에 처할까 걱정을 하고, 선원이 되는것도 인정은 하지만 선장은 자기가 하겠다한다.

동생이 은행원이 되는 상상, 공원에서 일할 사람이 되는 상상, 작가의 재미난 상상 속에서는 아기의 고되지만, 재미난 노동의 모습이 재치있게 그려져 있었다.


말보다 눈으로 먼저 보기를 권유하는 만화같으면서도 따스한 그런 그림들 말이다.




이런 책이 나왔으면 하고 바랬었다.

둘째를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가진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아이와 함께 같이 읽기를 바라는 바이다.

둘째를 가진 친구에게 태교 서적보다 먼저 선물하고픈 책이 바로 이 그림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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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비법 노트 - 파워블로거 뽀로롱 꼬마마녀가 들려주는
곽인아 지음, 김우경.최은나 감수 / 이른아침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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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를 하는 아기는 생후 6개월부터, 분유 수유를 하는 아기는 생후 4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하라고들 한다. 6개월무렵에 시작한 이유식, 우리 아들은 참 이유식을 안 먹었던 것 같다. 몇입 안먹고 자꾸 거부하는 바람에 이유식 먹이는게 정말 큰 일 중의 하나였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아기 살도 빠지는 것 같았고, 예전엔 평균 아이들에 비해 월등하게 발육상태가 좋았는데, 이유식 시작 이후로 살이 쪽쪽 빠지더니 25개월인 지금은 평균으로 돌아와버렸다. 사실 우량아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살이 빠진게 아닌가 싶어 식구들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아이 맛있는 것 좀 해먹이라고들 하는데, 이유식은 그래도 어찌어찌 만들어보겠는데, 돌 지나고, 이유식 완료기 이후의 유아식은 그야말로 난관 그자체였다.

이유식에 대한 자료들은 그래도 책이나 기타 카페, 블로그 등의 정보를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3세 이상 아이들의 식단에 대해서도 책이 나와 있지만, 3세부터 시작하는 식단책을 사보았는데도, 막상 3세를 위한 레시피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좀더 큰 아이들을 위한 레시피가 주로여서 따라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이유식도 아니요, 어른 반찬도 아닌 어중간한 간에 어중간한 요리를 해서 내놓으니 아이도 입맛에 안 맞는지 더 먹으려 들지를 않고, 결국 요즘에 먹이는 건 주로 국에 밥, 혹은 멸치 주먹밥 정도랄까? 생선이나 고기 구워주고, 계란찜해주고, 암튼 다양한 반찬을 골고루 먹이고 싶은데 처음의 이유식 시작했을때의 의지는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어중간한 유아식이 남아서 아이와 나와 서로 곤란해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죽하면 이유식 후 친구가 유아식 반찬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는다고 하였을때 나도 주문해야 하는건가 심각하게 고려까지 했을까? 어쩌다보니 주문 않고 넘어가기는 하였지만, 지금도 크게 반찬이 나아지지는 않아서 언제나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다행히 돌 이후로는 이유식에 간을 시작해서 조금씩 먹기는 시작했는데, 어른 반찬처럼 간을 강하게 할 수도 없고, 아직 어린 아기라 어른 반찬과 똑같은 것을 그대로 먹일 수도 없어서 엄마는 항상 고민이었다. 유아식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기존의 책들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달까?


파워 블로거 뽀로롱 꼬마마녀님은 기존에 웹 탐색을 하면서 요리 레시피를 찾아 종종 들어가던 아주 유명한 블로거님이셨다. 정말 말 그대로 파워 블로거.

그 분의 결혼 소식, 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소식등을 간간히 접해듣기는 하였는데, 그저 팬 입장에서 지켜보는 정도였는데 이번에 이유식 비법 노트라는 책을 내셨다기에 관심을 갖고 열어보니, 우리 아이를 위한 유아식 레시피와 간식 등의 쏠쏠한 정보까지 갖추어져있어서 식단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아이 이유식을 할 적에는 딱 한권의 어떤 이유식 책을 보고 만들었었다. 사실 여러 권의 이유식을 보고 다양한 메뉴를 시도해보면 좋았을텐데, 초기와 중기까지 이어진 의욕은 후기와 완료기에 다가갈수록 게으름으로 이어져서 나중에는 매번 비슷한 메뉴를 만들어 얼려놓고 하루 3끼, 혹은 며칠분까지도 비슷한 메뉴만 먹이는 못된 엄마가 되기도 하였다. 사실 아기 이유식을 적정량만 소량 만든다는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기에 이유식을 대량 만들어 얼려놓고 먹이곤 하였는데, 이유식이 끝나고 나니 이제는 아침에 먹은 반찬 점심에는 안먹겠다 하는 아이를 위해 엄마는 반찬 고민을 하기 시작해야했다.



게다가 이유식을 만들고, 유아식을 만든 후에 아빠 반찬까지 따로 고민해야하는 문제점을 개선해주는 아주 고마운 점이 자투리 재료로 만드는 엄마 아빠용 특별 요리법까지 공개가 되어 있어서 성인용, 아기용 레시피 책을 따로따로 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장점 중의 하나이다.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꼬마마녀님의 딱 떨어지는 깔끔한 솜씨를 바탕으로 아이들 입맛까지 사로잡아줄 간편하고 맛있는 이유식들의 총 집합은 둘째 아이를 낳았을 적에는 좀더 맛있는 이유식으로 입맛을 사로잡아봐야겠다는 욕구를 갖게 하였다.



처음 이유식을 시작하는 엄마들을 배려하는 각종 준비물들. 사실 아기를 낳고 수유하는 동안에는 미처 고민하지 못했던 그런 것들이 이유식 시작과 동시에 시작된다. 아이들만을 위한 주방 기구를 따로 들여야하고, 식기는 어느 것을 사용해야 하고,


시기 별로 먹일 수 있는 식재료가 다르기에 초보 엄마들이 두려워하는 그 모든 것들은 이 책 한권으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모르는게 많아서, 처음에는 거의 이유식 책만 끼고 살았었는데 한 눈에 들어오기 힘든 이유식 책을 봤던 지라아쉬움이 많았다.

이 책은 요즘의 신세대 엄마들 감각에 맞게 귀엽고 깔끔한 이미지와 글씨체로 우선 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눈에 쏙쏙 들어오는 차트 구분으로 찾아보는 재미까지 쏠쏠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요리 팁의 설명도 깜찍하게 눈에 잘 들어온다. 맛과 간편한 조리는 기본이요, 눈에 쏙쏙 잘 들어오는 편집으로 책을 여는 즐거움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유아식의 새로운 메뉴들부터 미처 만들어주지 못하고 사주었던 아기 간식인 각종 빵과 과자들. 이제는 두부 과자같이 맛있고 건강해 보이는 메뉴를 직접 집에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불량 엄마를 탈피한 듯한 착각에 으쓱해진다

귀여운 그릇에 담긴 맛있는 이유식 사진들은 가끔 아기 입맛 없을때 밥이 아닌 죽을 먹고 싶어할때 해줘도 좋을 법한 요리들이 많았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 가장 큰 효도라는 우리 귀염둥이 아가들.

사실 그 세가지의 어려움을 모두 겪어본 나로써는 정말 아기 잘 먹이는 것이 얼마나 큰 어려움인지 새삼 느끼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은 부실한 반찬을 해줘도 잘 먹으려 노력하는 아기에게 감사하며, 되도록 더 영양가 있고 맛있는 메뉴를 다양하게 해줄 수 있도록 이런 책을 참고하여 맛있는 식단을 구성해줄까 한다.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식을 시작했을때의 두 주먹 불끈 쥐었던 그 각오를 다시 새기며 새로운 책으로 맛있는 메뉴에 도전할 기쁨을 누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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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북에이드 / 2010년 10월
구판절판


368페이지의 꽤 두꺼운 이 책을 정말 단숨에 읽었다. 띠지에 적힌 놀라운 반전이 신선한 충격을 준다는 소절에 책을 읽는 내내 혼자서 반전을 궁리해보았는데, 정말 보기 좋게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맞히기도 하였지만, 맞히지 못하기도 하였기에..


일본의 많은 미스터리 소설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제 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이라는 이 책은 교교한 달빛이 흐르는 가운데 수풀 속에 놓인 한대의 피아노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그 표지를 드러내주었다.


끔찍한 화재로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단짝친구이자 사촌인 루시아를 잃고 본인 자신은 신체의 1/3 이상이 탄화되어버린 열여섯 소녀. 엄마와 제 3자의 피부를 이식받고, 사라져버린 얼굴은 뛰어난 성형의학의 힘으로 완벽하게 복구가 되었다. 하지만, 기도에까지는 메스가 닿지 않았기에 심각하게 후두부 손상을 입은 그녀의 목소리는 개구리의 그것 같은 끔찍한 목소리로 남게 되었다.



아무튼 축하합니다. 하루카양. 나도 유언 집행 업무를 오래해왔지만,

하루카 양 같은 어린 아가씨가 거액의 유산을 상속한 예는 처음이에요.

요컨대 6억엔의 신데렐라라고 할까요.

77p



자식인 아버지와 삼촌에게보다 더 많은 유산이 남겨진 손녀. 할아버지의 전 재산 중 절반이 손녀 하루카에게 남겨지고, 그 유산은 신탁 형태로 기증되어 하루카가 피아노를 치며 꿈을 성공시킬 때에만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얼굴 근육하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그녀는 어머니에 의해 떠밀려 화재가 나기전 입학하기로 되어 있던 음악 명문 사립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피아노를 치지 않으면 재산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그녀가 재활의 일종으로(?) 피아로에 전념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온몸에 붕대를 감고, 학교에 입학하자 모든 사람들의 표적인듯 눈에 띄게 되었고, 원래의 피아노 선생에게 레슨을 받으려 하자 안 그래도 시니컬했던 피아노 강사는 그녀를 가르치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미사키라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가 그녀를 맡아 가르치기로 하고, 너무나 아름답고 강인해보이는 그 남자는 그녀에게 피아노 선생이면서 곧 삶의 희망같은 존재로 자리잡게 된다. 피아노에 있어서는 악마, 마법사 그 이상의 힘을 가진 능력으로..


고작 몇달 전까지 옴짝달싹도 못했던 여자애가 그 곡을 쳤다는 말을 들은 그날부터 얼굴빛이 달라져서는 재활 치료를 부지런히 시작하더라.

네가 연주한 곡에 날개가 돋아 같은 처지에 있는 환자의 마음에까지 날아간거다.

네 연주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195p



그녀를 수술했던 성형외과 의사가 하루카에게 마음을 열고 한 말이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대부분의 여자들은 자살을 하고 말기에, 그녀가 열심히 레슨을 받고 예전의 솜씨를 조금씩 되찾고 있는 것은 정말로 큰 희망이 되었던 것이다. 많은 환자들에게 교훈이 되는 그녀의 모습에 주치의조차 힘을 주며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아름다운 음은 한줄기 달빛이다.

소리가 빛이 되어 마음 속에 비쳐든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으니 금새 정경이 떠오르기에 또다시 놀랐다.

드뷔시는 음과 영상의 관계를 중시했노라고 미사키 씨가 해설했는데, 정말 그랬다.

호수에 달빛이 고요히 쏟아진다. 그 휘황한 빛을 받으며 한쌍의 남녀가 조용히 왈츠를 추고 있다.

시간마저 천천히 흘러간다. 부드러운 바람과 잔물결이 달빛에 반짝이고, 폐허가 된 고성이 뚜렷이 떠오른다.

한 음이 끊어지기 전에 다음 음이 이어진다.

곡이 끝났을때, 나는 무척 후회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곡을 지금까지 적당히 듣고 말았을까.

선율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했지만, 진지하게 들으면 이토록 상상력이 환기되는 곡이었건만.

204.205p









그리고 마치 재주부리는 곰처럼 그녀를 저명한 음악 콩쿨에 내보내기로 한 학교측의 결정에 소녀는 반항할 힘 없이 승복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은 그녀에게는 너무나 벅찬 시도였지만, 학교는 무리하게 그녀를 이용하려 하였고, 부모님들은 그녀가 학교 대표로 선정되었음을 너무나 감사하며 기뻐했으니 거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본선 진출곡은 드뷔시. 소설 중간 중간 음악에 대한 작가의 설명은 음악을 듣는 것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해주는 듯 하였다.

청각을 시각화하다. 귀로 들리는 감동의 순간을 이토록 생생하게 담아내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감상만 하는데도 벅찬 나같은 사람은 꿈도 못 꿀 일이었을 것이다.



뛰어난 강사를 곁에 두고, 피아노 레슨을 받던 그녀에게 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으니..

바로 어머니의 의문의 죽음이었다. 누군가에 의한 살해로 보이는 죽음. 그것은 자꾸만 하루카를 노리는 일련의 사건들과도 관련이 있었다. 계단에서 미끄러지도록 테입이 떨어져있고, 목발이 한쪽만 고의적으로 조작이 되어 높이가 맞지 않게 되었던 것. 심지어 골목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고의로 밀고 달아나기도했다.



6억엔의 신데렐라. 재산을 노리고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의 목숨을 노리는 그 무서운 존재로부터 아직도 재활중인 소녀는 버겁고 두렵기만하다. 하지만, 그녀가 의지할 단 한 사람, 미사키 선생.





나도 얻을 수 없는 것을 구하고 있었다.

가족을 잇달아 잃고, 피부와 목소리를 잃고, 신체의 자유마저 빼앗겼다.

잃은 것은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재활 치료가 끝나도 팔다리의 장애는 남을 것이다.

그러기에 잃은 것 대신 새로운 뭔가를 얻고 싶었다.

내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것, 나에게만 허락된 재산을 갖고 싶었다.



그것이 피아노였다.

피아노와 하나가 되었을때 나는 목소리 이상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말 이상의 말로 이야기한다.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때는 꿈같은 이야기였던 마법이 지금은 미사키 씨가 끌어내 준 가능성 덕택에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314p









신데렐라 소녀에 대한 주위의 날이 선 시선, 그리고 집안 누군가가 재산으로 인해 그녀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끔찍한 현실, 무엇보다 가슴아픈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 프랑켄슈타인처럼 갈기갈기 조합된 그녀의 피부와 돌아오지 않는 목소리... 감당하기 힘든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해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그녀는 안되면 끝까지 노력해서 이겨내라는 할아버지의 생전 말씀대로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10분을 버티지 못하는, 단 8분 동안의 연주 실력만으로 콩쿨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그녀의 개인 교습 선생인 미사키 선생조차도 그녀의 완주를 기대할 수 없었다.


정신없이 읽다보니, 어느 덧 책의 결말인 그녀의 콩쿨 장면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지금도 살짝 소름이 돋는다. 무서워서가 아니라..정말 충격을 받았기에..

미스터리란 이런 것일까? 힘겨운 희생 속에서 피어나는 감동의 성장드라마를 쓰면서도 독자들의 예상을 뒤엎는 장치를 살짝 해놓는..

그리고, 중간 중간 궁금했던 그것들을 해결해주는 그 깔끔함.



어영부영 말을 흐리며, 미스터리하지도 않은 글을 미스터리한 척 서둘러 마무리하지도 않는다. 정확히 콕 집어 살짝 떨리는 전율이 오는 그 결말을 전해주면서..

눈으로 읽었던, 그리고 머리로 상상했던 그 음악을 같이 듣고, 공감하라며 멋진 드뷔시의 음반까지 같이 선물해준다.

주인공 하루카와 함께 범인을 예상하며, 의외의 범인(반전이라니.)이 누굴까 골머리를 앓고 있던 내머리를 살짝 때려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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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담 편지 - 엄마와 아기의 마음을 이어주는 교감 태교법
박종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9월
절판


아기가 만 두돌이 넘어가니, 이제 둘째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조리원 동기인 친구 둘은 올해 벌써 둘째들을 낳았고, 서울 사는 다른 친구도 얼마전 둘째를 가졌다고 연락이 왔다. 아직은 너무 어리게 느껴지는 첫째를 바라보면서 둘째를 갖느냐 마느냐도 고민이었다가 우선은 시간의 흐름에 맡겨보기로 하였다.

그래도 관심이 가는 건 첫째 때 충분히 해주지 못한 태교에 대한 열망이었다. 둘째를 가지면, 아마도 첫째 아이 쫓아다니느라 제대로 된 태교를 못해 줄 수 있겠지만, 첫 아이 책 같이 읽어주는게 태교가 되기도 한다니 그건 다행이다. 그래도 오로지 뱃속 태아만을 위한 새로운 준비를 해주고 싶었는데, 그런 내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멋진 책 한권을 만나 읽어보게 되었다.




태담편지.

첫 아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지금의 우리 아이의 태명은 희망이었다. 처음에는 태명도 지어줄 생각을 못했다. 그냥 초음파 사진을 보고 콩알이, 그 다음에 조금 더 자라선 호두, 그 다음에 한참을 고민하다 지은 태명.. 그것도 친정 어머니께서 지어주신 태명이 희망이었다. 희망이 이전에 온 아이가 태양이라는 태명을 갖고 있었는데, 태명 때문은 아니겠지만, 태양의 혹점처럼, 아이에게 까만 점이 보인다고 하더니..다음 검사때 이미 심장이 멎어있었다. 심장박동도 무척이나 예쁜 아이였는데..



결혼 후 바로 아이가 생겨서 어리둥절하면서도 무척 기뻤던 나는 그때의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는일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찾아온 아기 희망이.

평범한 태명이었지만, 결코 놓치기 싫은 희망의 생명줄이었기에 태명을 희망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처음에 너무 유난을 떨어서 삼신 할머니의 노여움을 샀나 싶어서..

하고 싶었던 태교도 거의 하지 않았다. 음악을 듣네, 육아 강좌를 가네, 하는 등등의 일들을 일체 하지 않고,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고, 친구들에게도 마의 3개월이 훨씬 지난 5개월이 넘어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첫 육아 강좌도 8개월이 훌쩍 넘어서야 처음으로 갔으니..



되도록 몸을 사리고 보호하는 데만 치중했던 첫 아이의 태교.

둘째때는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쓰고 노력을 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이 책 태담편지는 현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이 자신의 환자로 온 산모들에게서 받은 실제 태담편지를 12년간이나 모아 엮어 만든책이다.

거기에 살을 붙여서 태담과 태교, 그리고 임신했을때 산모들이 궁금해하는 여러가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엮어 1장에 실었다.

2장부터가 태담편지이고, 사이사이에 또 임신했을때 도움이 되는 쏠쏠한 정보들이 실려있었다.

예비 엄마로서의 마음가짐, 그리고 임신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미리 준비를 하면 좋을 그런 것들을 이 책 태담편지를 통해 느끼고 찾을 수 있었다. 엄마들의 여리고 예쁜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도록 책 속 하나하나의 섬세한 그림과 글씨들은 읽는 내내 기분까지 좋게 만들어준다. 예쁘고 좋은 것, 바른 것만 보고 태교하라는 어른들의 말씀 마따나 이 책은 임신했을때 읽으면 좋을, 또 아이를 낳고도 이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아기와 나를 이어주는 탯줄을 다시 되새기게 하는 책이었다. 나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엄마의 눈물나는 이야기서부터, 아이를 가진 기쁨에 어쩔줄 몰라하는 초보 엄마 아빠들의 살가운 이야기들까지

이 세상 가장 큰 축복이라는 아기에 대한 많은 사연들이 마치 편지 속 어여쁜 꽃들처럼 가득 차 있었다. 나도 둘째 때에는 이렇게 멋진 편지를 가득 읽고, 멋진 이야기 하나를 써서 우리 아이를 위해 큰 목소리로 읽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다.

태담편지라고 할만큼 거창하지는 못했지만, 담당 산부인과 선생님의 추천으로 용기내어 갔던 태교여행에서 아이아빠와 뱃속 희망이에게 썼던 편지가 있었다.

사랑하는 아이의 건강만을 기원하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눈물의 편지. 지금 무척이나 예쁘게 자라주고 있는 아이를 보며, 지금은 희미해진 임신했을때의 기억을 되살려보려한다. 태담편지, 이 책은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또 앞으로의 준비하는 엄마로써의 모습을 가늠케 하는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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