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셰프 레시피 - 스타 셰프들이 공개하는 특급 레스토랑 레시피 100가지
배예환 외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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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셰프 레시피는 세상에 하나뿐인 오너 셰프 레스토랑의 특별한 맛을

일반인들이 집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책이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의 수많은 오너 셰프 중 콘셉트가 분명하고,

이미 미식가들 사이에서 맛과 명성을 인정받은 4명을 선정해

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메뉴와 셰프들의 요리 철학을 담아냈다.

[오너셰프 레시피]에는 4명의 스타 오너 셰프가 등장한다.

소박하고 따뜻한 홈메이드 이탈리안 음식을 선보이는 한남동 경리단길의

숨은 실력자 예환의 배예환,

유행에 가장 민감하다는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퓨전 일식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유노추보의 유희영,

한국에서 프랑스 현지의 맛에 가장 가까운 정통 스타일을 만든다고 인정받은 라 싸브어의 진경수, 한국 중식 요리계의 일인자이자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 광화문에서 중식 레스토랑 루이를 경영하고 있는 여경옥이 바로 그들이다.

4p






신혼때 한창 요리에 열을 올려서, 스타 블로거들의 레시피와 각종 요리책에 나온 음식들을 따라 만들어보는데 재미가 붙었던 때가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고, 그때의 경험으로 지금도 나는 요리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게 좋아한다. 무슨 소설책보다도 더 재미나게 들여다보고 연구하기도 하고 그러니 말이다.

지금은 어린 아기를 돌본다는 핑계로 요리를 소홀히 하고 있지만, 시간만 되면 언제든 해보고 싶은 많은 레시피들을 책에서 발견하곤 한다. 일반 요리책부터 파티 요리, 이유식 등의 다양한 책들을 보아왔는데, 이번 책은 조금 더 특별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타급으로 인정받고 있는 오너 셰프들의 레시피인 것이다.


지방에 살기에 직접 찾아가서 맛볼 수 없었던 천추의 한을 풀어줄 그런 소중한 책이 나온 것이다.

물론 손맛까지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일반인들을 배려해 허울뿐이 아닌 진심이 담긴 레시피를 내어주신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세한 설명이 나온 레시피여서 읽으며 감동을 하기도 하였다. 쉬워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요리를 위해 정성을 가득 기울여야 할 음식에는 당연히 그 시간과 노력을 들이도록 상세히 설명이 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되도록 쉬운 요리, 재료가 간단한 요리들을 추구하고는 했는데.. 고급 레스토랑의 최고의 맛을 집에서 흉내를 내보려면..그만한 댓가가 따르지 않겠는가?



그들만큼 자부심을 갖고 최고의 재료까지 구비하기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정말 비슷한 흉내라도 내보고 싶으면, 의심없이 따라해보는게 어떨까 싶었다.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그리고 중국요리까지.. 외식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모든 장르의 고급 음식들이 총 출동을 하였으니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다 황홀해질 지경이었고, 티브이나 영화 등에서 이름만 들어보고 그림만 보았던 그런 음식들까지 나와 있어서 이번 기회에 집에서 해보면 정말 좋겠는 그런 음식들이 참 많았다. 집에서 하면 식대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서울까지 아기 업고 찾아갈 수 없다는 그 한계를 극복하자면, 이 요리들을 성공적으로 해내기만 한다면, 메인 요리 몇개를 나만의 히트 아이템으로 만들어서 손님 접대에 내놓을때 성공적인 만찬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고객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다는 예환의 대표 메뉴 통오징어와 그린 샐러드는 정말 보기만 해도 입이 침에 고이게 맛있어 보이는 통오징어가 샐러드로 둔갑이 된다는 창의적인 발상이 놀랍기만 했다. 재료와 방법이 손쉬워보이면서도 만들어놓으면 제법 그럴듯해 보이는 멋진 메뉴기에 자신있게 손님상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색다른 소스가 들어가는 치킨 토르티야도 뚝딱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사실 예환의 메뉴들이 이탈리안 홈메이드를 지향하는 요리들이라 친근한 스파게티서부터 스테이크 요리들까지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후식에 이르는 순서대로 다양한 메뉴들을 소개해주어 성공적으로 만들어만 낸다면 예환을 그대로 집에 옮겨놓은듯 손님상을 멋지게 치루는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유노추보의 경우에는 젊은이들의 입맛을 맞춰주는 퓨전 일식의 다양한 메뉴들과 기본 스시까지 잘 나와 있었고, 오니기리도 나와 있어 맛있고 간단한 레시피로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메뉴였다. 또 생강아이스크림이라는 독창적인 메뉴로 고객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하니 상상력의 한계는 과연 어디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른 모든 레시피는 모두 1인 기준인데, 라 싸브어, 프랑스 요리만 4인 기준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멋진 메뉴를 먹어본 적이 없는 터라 라 싸브어는 가장 가보고 싶은곳이 되었다.

책에 나온 많은 고급 레시피 중에서도 영화에서 봤던 "라따뚜이"는 인상적인 메뉴였기에 꼭 직접 맛보고 싶은 요리였고, 등심 스테이크와 프로방스식 기니시에서 나온 정통 스테이크 조리법은, 소스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정성이 필요한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방법이었다. 사실 스테이크를 만들면 집에서 항상 소스 때문에 골치를 썩곤 했는데 (파는 소스 말고, 레스토랑에서처럼 맛있는 소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절대 쉬운게 아니었구나 싶었지만, 이렇게 해야만 정말 그 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역시 들게 하였다.


루이의 경우에도 역시 티브이에서 구경만 하였던 불도장이 떡하니 메뉴에 나와 있어 나를 놀라게 하였다.

아니, 집에서 불도장까지 해먹을 수 있단 말이야? 하면서 말이다. 해물짬뽕과 사천탕면, 탕수육같은 기본적인 요리 레시피는 물론이고 동파육, 송이 샥스핀 찝, 공보기정 등의 요리도 나와 있어 다양한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요리책이 아니었나 싶다.


화려한 음식들의 향연.

음식 사진만 봐도 눈이 휘둥그레지며 입에 침이 고였던 맛있는 레시피들.

이 책으로 집에서 고급 요리들을 해먹을 수 있다니 벌써부터 행복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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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생로병사의 비밀 : 유방암 KBS 생로병사의 비밀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엮음 / 경향미디어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의학전문 다큐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2009년 10월 말 부터 한국인의 암 미스터리 3부작이 연속으로 방송되어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 제작진은 방송에서 시간제약상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모두 담을 필요가 있었고
이에 한국인 3대 암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책으로 발간하게 되었다.
 
13p   머리말
 

 
KBS생로병사의 비밀을 보면, 무서운 질병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오히려 근심이 늘때도 있지만, 적어도 건강할 때, 이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들을 해주기에 유익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해왔다. 작년에 방송되었던 암 특집 프로를 놓치고 못 봤었는데, 티브이에 못 다한 내용까지 더해서 나온 책이라 해서 관심을 갖고 읽어내려갔다.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높은 편이고, 우리나라 여성들에게서는 갑상선 암 다음으로 발병률이 높은 유방암.
아시아권의 유방암은 서양과 달리 매우 젊은 여성들, 폐경전 여성들에게서 높은 비율의 발병이 보고되고 있다. 서구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젊은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 원인, 그 답은 지금의 30~40대, 즉 폐경기 이전의 여성이 중성지방 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에 익숙한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즉 서구화된 식사가 유방암을 발생시키는 최대 요인으로 봤을 때, 나이 많은 세대는 아무래도 전통적인 동양식 식습관을 유지해 유방암 발생이 적은 반면, 이를 어린 나이부터 맛본 젊은 여성들은 유방암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진 것이다. 43p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서 주로 발병되는 줄 알았던 유방암이 실제로 젊은 여성들에게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책에서도 신혼의 단꿈을 채 다 꾸지도 못한 새색시, 오랫동안 간절히 원했던 쌍둥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엄마 등 예상하기 힘든 젊은 연령대의 여성들에게서 유방암이 발병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원인이 무엇일지 궁금했었는데, 단정짓기 어렵다고는 해도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문제는 서구화된 식습관에 있다는 것.
 
채소나 생선보다 육류를 좋아하고, 육류 가공품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고위험군에 속하는 위험한 식습관을 갖고 있음을 깨닫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식습관에서 비롯된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그 위험을 더 가중시킨다 하였다.
 
 여성호르몬은 복부의 지방에서도 만들어진다. 복부비만이 있는 여성은 정상적인 복부를 가진 여성보다 유방암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67p
 

 
유방암 고위험군 대상
 


  • 50세 이상의 여성

  • 어머니나 자매 중에 유방암 병력을 가진 가족이 있는 여성

  • 한쪽 유방에 유방암이 있었던 여성

  • 출산 경험이 없었던 사람

  • 30세 이후에 첫 출산을 한 사람

  • 비만이거나 동물성 지방을 과잉 섭취하는 사람

  • 장기간 여성호르몬의 자극을 받은 사람: 빠른 초경- 늦은 폐경,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을 장기간 투여받은 사람

  • X-선 치료를 많이 받았거나 핵폭탄에 노출된 적이 있는 사람

  • 지속적인 유방의 문제 (낭종과 같은 덩어리가 오랫동안 방치된 사람)와 자궁 내막, 난소, 대장에 악성 종양이 있었던 사람  

출처-국립 암센터,2007
76P
 

 
 
아직은 건강한 30대라 믿고 싶었던 나였지만, 신랑의 지적대로 내 식습관은 지나치게 서구화 되어 있었다. 피아니스트 서혜경씨도 크림소스가 듬뿍 들어간 이탈리안 요리, 케이크 등의 달고 기름진 음식을 너무나 사랑했으나 유방암 발병 이후 극도로 제한된 식습관을 하고, 그런 음식은 철저히 배제를 한다고 하였다.
 유방암 환자들이 치료과정못지않게 중요시하는 식이요법, 그 안에는 유방암 뿐 아니라 다른 기타 성인질환 모든 것을 막을 그런 방법이 들어있었다. 육류를 제한하고 채소와 과일, 콩 등 식이섬유 위주의 자연식을 섭취하는 것. 그리고 식이요법과 더불어 운동 또한 유방암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적극 권장되는 방법이었다.
 
음식의 조리준비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 한가지, 바로 농약 잔유물질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일이다. 과일이나 채소에 뿌려지는 각종 농약은 유방암의 발병률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165p
 
가족이나 친지 중에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면, 흔히들 인터넷부터 찾게 된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상업적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사실까지 명확한 사실인양 잘못 호도되는 일도 흔하기에 전문가의 검증된 견해를 참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그 질환이 심각한 질환일때 잘못된 치료 방법으로 병을 악화시키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 책은 유방암 관련 서적을 사전에 미리 읽고, 환자들을 만나고, 의사에게 조언을 들어 만든 프로그램을 바탕으로(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3개월에 걸친 자료 조사와 섭외를 거쳐, 국내 최고의 암 치료 병원은 물론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적인 대학병원과 암센터를 찾아 암의 원인과 치료방법, 그리고 예방법 등을 취재했다. -출처:네이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 유방센터장 노동영님의 감수를 받아 완성된 책이기에 인터넷 댓글보다는 훨씬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들이라 생각된다.
 
유방암의 발병원인과 과정부터 유방암 수술, 그 중에서도 유방 절제술과 복원술, 유방암의 수술 외 보조치료, 수술 후 관리법, 그리고 유방암을 예방하거나 제때 진단받기 위해 필요한 것들(유방암 자가 진단법)까지 유방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고 싶은 거의 모든 것들이 상세하게 잘 나와 있는 책,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간과해왔던 나의 건강을 다시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 낳고 불었던 체중에 덜 신경을 썼는데, 이제야말로 정신 바짝 차리고 정상 BMI로 되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할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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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행 - 다르게 시작하고픈 욕망
한지은 지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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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똑같은 하루였는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만 어색해서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아무런 준비없이 다짜고짜 서른이 주는 의미에만 매달려 있던 내가 아무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건 당연한 일이었다. 왜 그렇게 그 나이에 집착했던 걸까. 무작정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걸까,

특별한 서른을 맞이하겠다며 떠나온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투덜댔던 서른의 시작이

사실은 엄청난 변화의 시작이었던 것을 지금은 알고 있다.

87.88p







스무살이 되었을때는 설레임이 있었을 지언정 두려움은 있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나 가장 아름다울 나이인 꽃다운 이십대가 지나고 서른이 되는 시기는 자의 반 타의반의 두려움과 걱정을 갖게 되는 시기였다. 아니,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그랬다. 결혼도 않고 직장에서도 아직 특별한 경력없이 이렇게 서른이 되어버리면 어떡하나. 서른이 되면 대대적인 지각변동이라도 일어날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29세에 그렇게 부단히, 나와 함께 마지막 20대를 보내는 친구들과 함께 이런 저런 여행을 다녔다. 물론 직장을 포기할 용기가 없어 짧은 휴가를 내어 경주에도 가보고, 10월에는 친구와 함께 큰 맘 먹고 호주에도 다녀왔다. 최대한 길게 휴가를 만든 것이 일주일이 조금 넘는 일정이었던 것 같다.




여기 나와 같이 고민을 하고, 또 나와 달리 결정을 한 여인의 30대 진입 고군 분투 여행기가 있다. 바로 서른 여행. 노래가사처럼 이별여행은 아니지만, 직장에서 우연히 서른 즈음에라는 유행가 가사가 귀에 꽂히는 바람에 불현듯 그녀의 나이를 실감하고, 회사를 과감히 그만두고 (사표낸지 거의 일년 만에.ㅠ.ㅠ 너무나 바빴기에..) 250일간의 동남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용기있는 그녀 레인.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고 그녀가 순수하게 모은 돈만 그러모아 (보험까지 해약해가며) 장기여행을 가려니 경비를 아끼고 또 아낄수밖에 없었다. 인도를 거쳐, 네팔, 태국, 캄보디아 그리고 보라카이.

그녀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만큼이나 이어지는 250일간의 여행기 또한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나라면 이렇게 혼자 불현듯. 떠날 수 있었을까? 절대로 못한다. 나같이 주저앉은 사람들을 위해 그녀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바쁘고 나름 잘 나가는 여행기자가 여행이 하고 싶다며 사표를 내었을때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취직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이드는 일이었다. 길에서 얻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그녀는 이대 앞에 레인트리라는 여행을 테마로하는 카페를 열었다.





오늘도 레인트리 언니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지도를 펴면 내 여행은 그들의 여행이 되고, 그들의 여행은 나의 여행이 된다. 레인트리에 앉아 있는 동안 여행은 일상이 된다. 아니, 일상이 여행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매일 다른 잠자리에서 새로운 꿈을 꾸며 지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이제 눈만 감으면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운 것들이 스쳐지나가고 보고 싶은 얼굴들이 오버랩되고 그 위에 길이 펼쳐지면 내 여행은 시작된다.

14p







매일 아침 장을 보고 열두시간씩 청소와 요리 등 가게 보기를 하는 삶이 힘들었을텐데, 그녀는 그 생활이 즐겁다 한다. 힘들면서도 자신의 에너지가 가득찬 그 곳에서 활기를 얻는 모습이었다. 오픈한지 오년 정도 된 카페라 한번도 가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 시간동안 나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만 있었기에..

책을 읽고 나니 처음 알게 된 그녀와 가까워진 느낌.

그렇게 레인트리 언니는 사람들 곁에 다가오고 있었던 것 같다.








눈이 시릴만큼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을 따라오는 향긋한 공기와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식혀주는 찬 바람이 감동적인 날이었다. 한국에 있었다면 마감과의 전쟁을 치르느라 정신없이 바빴을텐데 이렇게 한가롭게 풍요로운 자연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이래도 되는 건가 싶어 어색하기도 하고, 사치를 하는 양 느껴져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기도 했다.

155p









여자 혼자서 사기꾼이 넘쳐나는 인도와 연약한 여자 하나는 쉽게 패대기치는 무서운 나라 베트남 등을 다니며 여행한다는건 그녀의 일화등을 읽어도 절대적으로 위험한 일 같았다. 태국은 그래도 관광 인프라가 잘된 나라라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덜 고생스러워보였는데 인도에서의 그녀의 고군분투기는 읽는 내내 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아, 이 고생스러움. 어찌할 것인가. 온천탕 안에서 머리감는 긴머리 여인은 어찌할 것이고, 100루피가 100달러라며 우겨대는 여관 주인은 어쩌란 말인가.

그래도 당찬 그녀.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지혜를 깨닫는다. 그리고 그저 평온한 일상에서도 행복감을 갖고, 만족할 줄 아는 겸손함을 배운다.



이 책 읽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저 이 카페 언니 알아요 등등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읽기도 전에, 만나보기도 전에 그녀에 대한 관심을 먼저 들으니 나 또한 욕심나는 이야기기도 했다.


서른이 주는 의미.

이미 중반으로 치달아버린 지금 되돌아보면..

오히려 29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했던 30임을 깨달으며.. 지금의 29세들에게 더이상 불안해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하지만, 나의 이런 미약한 조언보다 29세에 과감히 인생을 개혁한 멋진 여성의 이야기가 더 실질적으로 와닿을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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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불의 집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기시 유스케. 그의 작품 중에서는 크림슨의 미궁만 읽어보았지만, 검은 집을 비롯하여 유리망치 등 다양한 유명 작품들로 이미 한국에도 많은 팬층을 형성한 일본의 미스터리 작가.
그가 4년만에 내놓은 이번 작품은 네 편의 단편을 모은 작품으로 '완벽한 밀실을 무대로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의 진상을 구현한 작품'이라고 소개되었다. 밀실 미스터리라.. 기존에도 밀실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들어왔는데, 그저 사방이 막힌 탈출구 없는 그런 밀실을 대상으로 어떤 추리를 하고, 범죄 이야기를 엮어 간다는 건지 평범한 나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다소 어두운 표지, 새장안에 갇힌 양복을 입은 듯한 남자의 절규가 들리는 듯한 몸짓.
으스스한 표지를 보고 두려움부터 일었다. 예전에는 무서워하면서도 공포물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나, 몇년전부터 무서운 거라면 우선은 아예 보지도 읽지도 않겠단 마음이 들 정도로 겁이 많아져 버렸기에 표지만 보고서도, 예전의 그의 작품이 생각나 겁이 나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책을 읽기도 전에 지인들의 서평을 읽어보니, 기시 유스케 답지 않게 공포스럽지 않았다라는 글을 읽고, 안심하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는데..
 
그나저나 지은 지 100년쯤 되는 일본식 가옥에 왜 그리움보다 음침함이 느껴지는 것일까?
현대식 건축에 비해 채광이 좋지않아서 음습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이집에는 그것말고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대체 왜 이렇게 소름이 끼치는 것일까? 가상이나 풍수지리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당치도 않은 금기를 어긴 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31p
 
 아빠가 집에 돌아오자, 집에 있어야 할 딸 아이의 인사가 들리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다 차갑게 식어 있는 딸아이의 시체를 발견하고..큰 충격을 받는다. 경찰이 와보니, 집 밖에는 과수원 일을 하며 내내 집을 주시한 마을 아낙이 있었고,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문안으로 들어서거나 나가는 사람 모두 없었다 하니 북쪽으로 열린 창문만이 사건의 실마리가 될 것인가. 북쪽 창문 밑에는 도망간 발자국이 남아있지 않아 범인이 어디로 증발했는지 아무도 모르는 "밀실 미스터리" 상태가 되고 말았다. 사람은 죽었는데, 범인은 증발해버렸다. 
 
그리하여 등장한 변호사 준코와 범죄자 출신으로 어느 누구보다 뛰어나게 추리를 해내는 밀실 미스터리 전문가 케이까지.. 이 둘의 등장은 이 소설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한다.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유리망치>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변호사와 좀도둑 케이의 콤비가 다시 펼쳐진 소설이 바로 이 도깨비불의 집인 것이다. 나로썬 처음 만나는 그들이었지만, 유리망치를 읽어본 이들의 리뷰에는 그들과의 재회를 꽤나 반기는 눈치가 엿보였다.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그 밀실 트릭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케이,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재치있게 응수할 줄도 아는 준코.  도깨비불이라는 이미지가 아니더라도 음산하게 전해져오는 그 집안의 분위기가 나까지 침울하게 만드는 상황 속에서 두 남녀가 풀어나가는 사건의 실마리는 꼭 무섭다고 느껴지지 않아도 추리소설이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지적 유희라는 표현에 걸맞게 잘 짜여진 트릭과 잘 풀어지는 해법이랄까. 어쩐지 그들만 있으면 이 세상의 밀실이란 더 이상 밀실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믿음.
  
"자, 잠시만요. 대체 고타는 무엇때문에 흉기를 봉투에 넣어서 창문으로 던진 거죠?"
"아아, 고맙습니다."
그는 왼손으로 종이컵을 받고 말을 이었다.
"흉기가 금괴였기 때문이지요."
82p
 
 사건을 알면 알수록 갑자기 금괴같은 둔기로 얻어맞는 것 같은 둔탁한 충격도 받게 되고..
도저히 범인이 누군지 알기 힘든 그때에 스물스물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그냥 그렇게 끝이 났을 적에는 ..아..그랬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다 읽고 나서 다시 곱씹고, 또 떠올려볼수록.. 아찔하게 느껴지는 상황들이었다. 어째서 그랬지?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그런 일이.. 그럴 수 없었을 텐데..음산한 집의 기운이 살인이라는 것을 만들어낸 것일까.
 
 공포물을 기대한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는 미스터리 소설이었지만, 준코와 케이를 따라 범인을 예상하며 추리해가는 과정은 충분히 즐거운 과정이었다. 도깨비 불의 집을 비롯하여, 검은 이빨, 장기판의 미궁, 개는 알고 있다 까지.. 우리의..아니 어쩌면 나만의 예상을 살짝 웃어주기라도 하듯 빗겨가면서 반전이 거듭되는 이야기들. 그러면서도 어거지로 맞춰진 틀이 아닌 잘 짜여진 톱니바퀴처럼 맞아들어가는 시나리오에 사실 조금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검은 이빨의 경우에는 작가처럼 고양이나 강아지를 예상하고 있던 애완동물이 발톱과 이빨이 새카만 녀석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도대체 그렇게 무서운 동물이 어디 있는 거냐는 생각까지 들었다. 처음부터 그게 무엇이라는 이야기없이 소소한 공포감으로 몰아가는 작가의 세심한 배려. 정말 세상에서 다시 못 볼 기괴한 괴물이 나오는 줄 알았단 말이다. 애완동물에게 물려 죽은 남자의 일을 파헤치게 된 (원래는 동물 사육에 의한 사망으로 생각했으나 사건 정황상 살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준코의 멋진 마무리 이야기.
 
장기판의 미궁에서는 그저 어릴적에 잠깐 재미로만 뒀던 장기의 프로 세계에 얽힌 이야기와 또 그와 관련된 살인사건을 푸는 밀실 이야기가 나오고.. 개는 알고 있다는 다소 아쉽게 끝나버린 해프닝인양 살인사건임에도 너무 가볍게 느껴지는 그런 정말 가벼운 밀실 이야기였다.
 
 이중에서 나는 도깨비불의 집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가장 긴 중편이자, 소설의 제목을 차지할만큼 비중이 큰 작품이었고, 또 그에 합당하게 더 꼼꼼한 작가의 트릭이 등장한 것 같았다. 아니, 트릭이라면 검은 이빨이 좀더 강력하려나? 어쨌거나 끝까지 반전을 거듭하던 도깨비 불의 집이 자꾸만 생각이 나는 걸 보면..한동안은 밀실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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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리에트가 웃는다
엘자 샤브롤 지음, 이상해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아, 정말 너무나 유쾌한 소설을 읽었다.

정말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히는 소설이었음에도 모처럼 여유있게 시간을 두고 곰곰 생각까지 해가며 읽을 여유가 있어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읽으면서 재미있다 느낀 부분들을 접어두었는데, 이토록이나 많아서 사진까지 찍을 정도로 말이다.
 

 


사실 그 설정도 특이하고, 흥미로운 소재와 주제라서, 다 읽어보기도 전에 식구들에게 책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바쁘다고 여간해선 책을 잘 읽지 않는 여동생조차 "어? 재미있겠는데?" 라는 반응을 보인 책이었다.

 

자신의 관을 덮을 석판을 미리 만들어서 (죽을 해까지 표시를 해놨는데, 해를 넘기고 말았다.) 집안에 모셔두고 있는 101살의 할머니 쥘리에트. 그녀가 살고 있는 프랑스 셰벤 지방의 폴리주악은 우리나라 강원도 두메산골쯤에 해당되는 여름은 유난히 짧고 겨울은 무척이나 길며, 수시로 전기가 끊기는 곳으로 사람들이 많은 마을에서는 한참 떨어진 고립된 곳이다. 우리나라 시골처럼 폴리주악에도 쥘리에트를 위시한 노인들만 살고 있고, 80이하의 연령대는 쥘리에트에겐 모두 "어린 것"으로 통한다.

 

마을의 유일한 꼬맹이는 47살의 피에로로 그는 185cm, 95kg의 거한이었지만, 백살 가까운 노인들에게는 눈에 넣어도 안아플 꼬맹이이자, 마을의 대소사와 온갖 허드레일, 그리고 노인들의 수족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런 피에로가 어느 날 폭탄 선언을 하였다.

 

어머니 폴레트의 장례식을 마치고 나자, 폴리주악을 떠나 여자를 찾아 도시로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노인들은 분노한다. 집단 대학살을 할 셈이냐? 돈 때문에 그런 것이냐? 등등 피에로의 가슴을 후벼파지만, 그는 단호히, 어머니도 없는 마을에 자신이 더 남을 이유가 없다며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가정을 꾸려 새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고 한다. 

 

서로 불평 불만 많고, 동네 사람들 간에도 서로 왕래와 소통이 드물었던 폴리주악에 대 위기가 찾아 온것.

 

 까칠하지만, 동네의 모든 일에 눈과 귀를 곧추세우고 있는 101살 나이에 걸맞지 않게 가장 정정한 쥘리에트, 폴리주악의 3대 재앙에 들어갈 정도의 비베트, 그리고 엄마와 마찬가지로 남편에게 버림받아, 남자라면 세상 천하 몹쓸 것으로 치부하는 오렐리, 아흔이 다 되어가는 처녀로 죽을 병을 겪고 난후 갑자기 색골이 되어 사람들이 기가 질려버린 두더지 레오니, 자식이 어디 있는지, 몇명이나 있는지도 모를 바람둥이였지만 지금은 그저 에르네스트와 싸우는데 열이나 올리는 방귀쟁이, 아들을 잃고 소원해진 부부 사이가 서먹하지만, 여생을 평온한 곳(?)에서 보내기 위해 마을로 새로 들어온 프란츠 부부. 쥘리에트의 이웃이자 노망난 남편과 함께 사는 지네트.. 책을 읽다보면 이 모든 이들에게 애정이 새록새록 샘솟는다.

 

마침내 문이 열렸을때, 프란츠는 반은 외계인이고 반은 마녀인 잡종과 마주했다. 그 괴물은 투명한 피부와 갈고리 모양의 새빨간 손톱이 돋보이는 견고하고 섬세한 손으로 그를 잡아채어 집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는 숨을 죽였다. 76p

 

그들 모두가 모여 마을의 최대 고민사를 해결하기 위해 다같이 뜻을 모은다. 심지어 한동안 연락을 못했던 두더지까지 불러서 말이다.

그럴수밖에. 피에로가 떠나면 그들은 정말 엄청난 댓가(무지하게 비싼 수임료와 배송료를 지불하는 각종 생활 물품, 그리고 위급시에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일상사들)를 치루며 궁핍하게 살아가거나, 정말 집단 대학살에 가까울 고초를 겪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찾자니, 피에로처럼 건실하게 와서 저렴한 수임료로 그들을 보살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레오니의 말처럼, 그들은 피에로의 짝을 찾아 폴리주악에 정착시키는 방안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피에로 몰래 일을 추진시키는데, 그 중심에 마을의 최고령자인 쥘리에트 부인이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은 그녀보다 강했다.

따라서 그년느 하늘이 내린 유예기간을 피에로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마을을 살리는데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마치 영웅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334p

 

 피에로와 폴리주악 사람들은 행복해졌을까?

사실 입에 거품을 물고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책을 권하면서도 주위 식구들과 친구들에게 이 책이 이렇게 재미난데 말이야? 하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중간에.."그만, 그만.. 내가 읽을테니 그만 말해."라는 제지를 듣고 그만두었지만..

 

이 책 어떨까? 하고 맛보기로 서평을 읽어보실 많은 분들을 위해. 그리고 직접 읽어보실 더 많은 분들을 위해..

책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기로 한다.

 

화요일마다 아버지께서 즐겨보시는 "러브 인 아시아"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었구나 생각이 드는 소설. 그리고 나이 든 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 나이든다는 것이 꼭 슬픈 일만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게 한 소설. 쥘리에트가 웃는다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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