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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한 땐 정말 책에 미쳐 살았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다시 쓰게 된 서평. 책 읽을 시간도 사실 부족하지만 책을 읽어도 서평은 더더욱 못 쓰고 그랬는데..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라는 말에 혹해서 받아든 책이었는데..웬걸.
처음 만나는 그의 단편집이라 당황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빅픽처 같은 작품을 만나길 기대했던 것일까.
사실 요즘처럼 책을 안 읽고 있을 때는 단편집이 읽기 편하기는 하지만,
재미면에서나 여러모를 봐서도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장편이 더 매력적이긴 한 것 같다.
그래도 호흡이 짧아 아주 쉽게 읽어내릴 수는 있었던 책.
맨 첫 시작은 책의 제목과도 같은 픽업.
단편치고 첫 작품은 길이가 좀 긴 편이라 이게 단편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끝이 나서, 어? 하고 보니 이 책이 단편집임을 알았다는 거
사기에 꼼수에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등을 쳐먹고 또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는 그가 아주 보기 좋게 당하게 된다는 이야기 <픽업>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변호사와 관련되어 있거나 스스로가 변호사이거나..유독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변호사 부부, 다시 만난 새 애인도 변호사
전문직이라 사실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할 게 아닌 것 같은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해서 아이 키우고 집 대출금 갚고 하다보면 삶의 팍팍함에 아내에게 염증을 느끼게 되는 신랑이 나오고, 혹은 남편 바가지를 긁거나 스스로 남편을 떠나고 밀어내는 이야기 등이 등장을 하고.
이 안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해피엔딩보다는 인생의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의 이야기랄까
부모처럼 성급한 결혼생활의 전철을 밟을까봐 애써 밀어냈던 첫사랑이 사실은 가장 자신에게 맞는 짝이었음을 깨닫고 결혼생활 15년만에 후회하게 되는 <여름소나타>, 현실적인 삶을 갈구하며 바가지 긁는 아내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글을 쓰고 싶었던 남편의 파국으로 치닫는 결말 <각성>, 전문직 부부라 겪을수밖에 없던 결혼 생활의 무미건조함(전문직 부부라고 해서 모든 결혼생활이 다 그렇게 파국으로만 치닫는건 아닐텐데 이 소설에서는 결혼보다 이혼이 아주 당연시 되는 느낌이라 그 점도 많이 아쉬웠다.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이라 그런것일까. 지극히 현실적이고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참 신중치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혼에 대한 이야기들, 가족을 위해 조금 더 참고 견디고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리 미국 사람들은 개인의 감정에 좀더 충실하기에 내 가족, 내 아이를 위한 생각보다는 나 자신을 위한 생각이 훨씬 더 중요하고 높게 평가되는게 아닌가. 그러기에 이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쉽게 대두되고 실제 사회현상으로 자리잡는게 아닌가 싶은) 끝에 별거를 하고 (그런 이야기가 거의 이 소설의 대부분의 줄거리) 새 애인 지트를 만나 서로에게 환상적인 짝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또 잘못된 만남이었던 <실수>
헉..제목이 실수였어. 지트라는 여인 참 매력적이긴 한데, 불같이 화를 내고 상대방을 당황시키는 면이 있기도 한 그녀. 이 소설 제목은 실수였구나 실수
돈 잘 벌고 펑펑 잘 쓰고 사실 그런 신랑보다는 적게 벌더라도 실리적으로 알뜰함을 유지하는 아내가 더 멋져보이는데, 남편은 그런 아내를 뻥 차버리고 새로운 여자와 폼나게 살아본다. 그러면서 전처의 손에 끼워져있는 그 결혼반지가 못내 마음에 걸려 웃돈을 얹어서라도 그 반지를 사서 전처와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겠다는 <크리스마스 반지>
이걸 뭐라고 해야할까.
인생에 있어 여러 선택이 있고, 사실 결혼생활을 박차고 다른 상대를 만나도 그닥 다를바 없다는 메세지를 받을 수도 있겠고
그와 반대로 신경을 박박 긁고 무시하는 남편을 무조건 참고 살지는 말라는 충고를 전하는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 라는 단편에서는 무조건 참고 사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뜻도 전해지고.
왜 이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똘아이 짓을 하지? 싶었는데 잘나가던 인생을 구렁텅이에 빠뜨린건 결국 자신의 실수 한가지 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전화>
그 옛날 이휘재씨가 나왔던 인생극장이라는 프로에서 그래, 결심했어! 라는 대사와 함께 자신의 선택 한가지로 인해 인생이 바뀔 수 있음 보여주던 프로가 있었는데
이책을 읽으며 그 프로 시그널 음악이 저절로 떠올랐다면 오버일까.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다른 결과를 맞이했겠지.
책속 등장인물들이 선택한 결과가 대부분~ 해피엔딩이 아니라 비오는 토요일 웬지 더 우울하게 만들었던 아침 독서.
비극이건 아니건 재미까지 더해졌더라면 좋았을 것을.
인생의 교훈을 재미까지 겸비하며 주기는 힘들었는가보다 라고 생각하기로.
다음엔 역시 더글라스 케네디의 장편소설을 읽어봐야겠다.
웬지 헐리웃 스타일이더라도 확~ 끌어당기는 그런 롤러코스터 같은 재미로 빠져들고 싶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