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도
김정현 지음 / 역사와사람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김정현님의 아버지라는 소설을 읽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몇년후 나왔던 아버지의 눈물을 읽을때도 그런 눈물을 기대했으나 이상하게도 눈물이 더이상 흐르지 않았다. 다만, 그 책을 같이 읽으신 아버지만 눈물을 한참 흘리셨을뿐..

그리고, 다시 36.5도를 만났다.

남자들의 진한 우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고, 역시나 김정현이라는 작가에 푹 빠지신 아버지께서 먼저 읽어보시고 좋다고 하셨다.

 

시골 작은 마을 y의 세 남자가 서울에 상경하고서도 그 우정을 이어나간다.

부잣집 아들이었던 인하, 인하네 연탄공장에서 화물차 운전수를 하는 아버지를 둔 수혁, 중국집 아들이었던 대식. 인하와 수혁은 공부를 잘했고, 대식은 둘만큼 공부를 잘하진 못했지만, 체격도 좋고 힘도 세고, 무엇보다도 두 친구에 대해서라면 최고의 의리를 지키는 친구였다.

 

영국에서 연구소 박사로 지내다 갑자기 귀국한 인하의 이야기부터 시작이 된다. 수혁은 세계적인 회사인 한국정보의 부회장까지 올라 있었고, 대식은 삼청동의 맛있는 중국집 황궁의 사장님이 되어 있었다. 여전히 연락하면 반가운 이들이었지만, 유난히 수혁은 무뚝뚝하고 까칠하였다. 부잣집 도련님답게 아니 사실은 그 어머니의 인자한 영향인지 권력이나 부를 쫓지 않고, 그저 학업에만 전념해온 인하. 그리고 속까지 시원시원한 대식.

 

내뱉는 말은 거칠고 투박했지만 눈자위까지 벌게진 모습을 보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으로 태어나 살을 섞은 부부도 아니면서 이보다 더 살가울 수 있나 싶었다. 꼭 죽음 앞에서 목숨을 버려가며 지키는 우정만이 우정은 아닐 것이다. 함께하는 동안, 또는 불현듯 생각나는 그 순간 이해타산이나 선입견 없이 기쁘고 그리워할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우정 아닐텐가. 144p

 

남자들의 우정이 여자들의 것보다 진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 이 책 속의 우정같은 우정이 있을까 싶었다. 특히나 다른 친구들보다도 대식의 마음 씀씀이는 너무나 따뜻하고 세심하였다. 정말 부러울 정도로..

건너건너 아는 어른 중에 친구라는 이름으로 믿고 맡겼다가 전재산을 날린 경우도 보았다. 남자들의 우정이라는게 어느 정도의 깊이일까? 모든걸 믿고 맡기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사리사욕에 눈이 뒤집혀 모든걸 엎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강남 재개발 이후 부에 눈이 멀어 이혼까지 하게 된 탐욕스러운 부모님을 보고 결국은 불문에 귀의한 세 친구의 또다른 친구 효명. 그래, 사실 효명까지 하면 네 친구의 우정이야기가 되겠다.

 

36.5도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우린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을 거야. 36.5도에서 조금만 체온이 올라가도 아픔이 찾아들고 의식을 놓치기도 하고, 기어이 목숨까지 잃어버리기도 하는데. 그래도 우리는 날마다 서로 36.5도를 더해서 포근한 꿈을 꾸고 싱그러운 아침을 맞았잖아. 175p

 

선비같기만 한 인하의 아름다운 사랑 가경, 갑자기 몇달 여행을 떠난 그녀에게서 영문도 모를 이혼 통보 소식을 듣고 인하는 망연자실하게 되지만, 그녀를 잃고 죽음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다. 죽음이 무섭지 않고, 죽을때까지 힘들어할 시간이 무서울 뿐.. 사실 여자인 나도 가경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랑이란 그렇게 과묵한 말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정말 사랑한 사람들이었고 부부였다면 제대로 설명을 해야하는게 아닌가.

 

마음으로부터 오는 병으로 심하게 앓고 몹시 힘들어하는 인하와 가경. 그리고 어려서부터의 콤플렉스로 결국은 설자리가 없었던 겉모습만 강했던 수혁, 소탈하게 살았지만 친구들을 위한 버팀목으로 지탱해온 듯한 대식.

그 셋의 이야기는 끝까지 아름답기만 하다.

 

친구들을 있게 하는 건 이런 우정이 아닌가 싶다.

정말 목숨을 버려서만 위대한 우정은 아닐 것이다. 주는것에 행복한 마음, 그리고 친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을 그 마음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은 아름다운 것이기에..

 

젊은 이들의 사랑이야기에 치중하는 요즘의 책들과 달리 중년 남자들의 정말 진하고 소중한 우정에 초점을 맞춘 책이었지만, 여자인 내가 읽어도 참 재미난 소설이기도 하였다. 나 또한 소중한 내 친구가 생각나기도 했고..

나도 뭐든 챙겨주고 싶은 친구가 있다. 우리 아들을 보면 친구네 아이가 생각나고. 맛있는 집에 가면 친구에게 소개하고픈 생각이 들곤 한다. 어쩌면 귀찮을 정도로 챙겨주고 싶은 그런 우정..

책속의 우정만큼은 못하겠지만.. 평생을 같이하고픈 친구이다.

우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을 아프지 않게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주는 책 36.5도와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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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유, 필립 모리스 - 천재사기꾼, 사랑을 위해 탈옥하다
스티브 맥비커 지음, 조동섭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유명한 두 배우인 짐 캐리와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인 영화 필립 모리스의 원작이라는데 관심이 갔다. 그리고, 이 배우들이 동성애자로 나왔다는데 사실 놀라기도 하였다. 사랑의 여러가지 표현 중 한가지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낯설게 느껴져서였다.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짐 캐리가 분한 스티븐 러셀이라는 인물에 대해 자꾸만 동정심이 일었다.
 
천재 사기꾼 스티븐, 지방 판사로 사칭하여 구치소에서 풀려났었고, 의사로 가장해 다시 탈옥을 하고, 이후에는 죽음으로 가장해 탈옥에 성공한다. 수시로 감옥을 드나들고 있는 그와 면회로 인터뷰를 하고,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저자 스티브 맥비커는 이 책을 완성하였다. 즉, 이 놀라운 이야기는 모두 실화이다.
 
스티븐의 말에 따르면, 데이비드와 조지아 부부는 거의 모든 면에서 더할 수 없이 좋은 부모였다. 부부는 두 아들을 끔찍이 위했고, 서로에게도 헌신했다.
"아빠는 엄마를 사랑했고, 엄마도 아빠를 사랑했죠. 이성애자 커플이 그렇게 서로 아끼는 모습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50p
 
스티븐은 자신을 위해주는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랐으나 아홉살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접하고 삐뚫어지기 시작한다. 바로 자기가 형과 달리 입양된 아이라는 사실, 부모들은 스티브를 사랑해서, 다른 이에게 듣느니 부모에게 듣는게 낫겠다 생각하여 말을 했지만, 이 날 이후로 아이는 크게 상심하고 불안해하는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거나 으스대는 아이들에게 방화를 하여 문제를 일으키고 소년원에 수감되었다.
 
그 곳에서 12살의 스티븐은 끔찍한 일들을 겪는다. 변태들의 집합소라 그가 일컫고 무서워했던 그 곳. 샤워실이 바로 나약한 아이들을 타깃으로 나쁜짓이 일어나는 그런 곳이었다. 결국 그는 이 곳에서 죄라고 반성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이 동성애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나는 이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 일들이 아니더라도 그가 나중에라도 알게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양성애자였고, 동성애를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의 인생의 발목을 잡고, 바르게 살고자 하는 삶을 삐뚫어지게 만드는 것들이 바로 그 초기의 어긋남이 아닌가 싶어 가슴이 시렸다.
 
입양아라는 사실을 늦게 알았거나, 혹은 그가 입양되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이큐 163의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였고, 정말 머리가 비상하였다. 그의 친동생이 방사선과 의사가 되었듯이 부모들이 이혼했을 당시에 태어나 하필 그때 입양되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평범한.. 아니 남들보다 유능하게 사는 삶을 살았을런지도 모른다.
 
아니면 입양되었더라도 그가 겪는 고충을 다르게 해결할 수 있었더라면.. 그를 사랑했던 양부모가 더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고.. 친자식처럼 끝까지 보살피려 했다면.. 그가 소년원에 가서 하지 않아도 될 경험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말이다.
결국 동성애라는 것은 평범하게 살려 한 그에게도 결국 평생 따라다니는 족쇄처럼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족쇄라 여기지 않고 진정한 사랑으로 느꼈던 것 같다.
가벼운 일들에서 시작되어 동성애에 대한 집착으로 풍기문란죄로 입건되기 시작하면서 그는 평범한 가장에서 타락한 전과자로 몰리기 시작하였다. 경관까지 했던 사람이 이제는 스스로 법을 뚫고 살기로 한 것이다.
 
전과기록이 전혀 없는 농산물 바이어이자 전직 경관이며 자상한 남편이자 다정한 아버지였던 스티븐은 2년만에 버지니아에서 절도로, 텍사스에서 보험 사기로, 연방 정부에서 여권 위조로 수배된 수배자이자 도망자로 추락했다. 더구나 일주일에 평균 한 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126p
 
결혼도 하고, 딸까지 낳아 행복했던 그. 
아주 많은 인터뷰 요청 끝에 데비(스티븐의 전처)가 따지듯 입을 연다.
"사람들이 그이를 공정하게 대한 적이 없어요. 그이는 저한테 잘못한 적이 없어요. 저를 함부로 다룬 적도 없구요. 이제 누가 그이 옆에 남아 있나요? 저까지 그이를 모른체 할 수 없어요. 그뿐이에요. " 186p
 
스티븐은 사소한 죄로 짧게 끝날 수 있는 복역 기간 중에 탈옥을 시도하면서 자꾸만 형량이 늘어갔다.
그리고, 그러면서 그의 사기도 점점 대담해져갔다. 작가가 인터뷰한 스티븐 주위의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착하고 뛰어난 사람으로 평했다 한다.
이 책은 스티븐의 인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
실은 이성, 동성 그런 사랑을 모두 뛰어넘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다만 범죄자로 살아가지 않았어도 될 천재가 인생 자체가 힘든 굴곡을 그리게 된 것이 안타까워 가슴 저렸을뿐..
그는 어쩌면 행복할런지 모른다.
 
스티븐 러셀은 죽은 사람이 된 채로 살아갈 이유를 찾아서 내달렸다. 그 이유는 필립 모리스였다. 235p
 
스티븐은 계속 필립을 생각하고 필립에게 집착한다. 내가 이 책을 쓰는 동안 스티븐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와 나에게 쓴 편지의 중심에는 정말이지 필립이 자리하고 있다. 스티븐은 필립에 대한 감정 때문에 때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기도 한다고 인정한다. 261p
 
그에게는 진정한 소울 메이트 필립 모리스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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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쟁이 아기 괴물
완다 가그 글.그림, 정성진 옮김 / 지양어린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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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재미난 동화책을 선택할때, 먼저 읽어보게 되면서 이제는 동화책을 같이 즐기는 수준이 되었어요. 글밥이 많건 적건 그림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화책들이 어렸을 적에 제가 못 읽어본 책들도 많아 재미나게 읽히더라구요. 이 책 심술쟁이 아기 괴물 역시 처음 만나는 이야기랍니다.


어느 화창한 날, 착한 난장이 할아버지 보보가 맛있는 먹이를 차려놓고 동물들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보보 할아버지는 동물들 각자에게 맞는 요리를 엄선해서 맛있게 대접했지요. 다람쥐들에게는 도넛을 새들에게는 씨앗 푸딩을, 토끼들에게는 양배추를..그리고 작은 생쥐들을 위해서는 체리처럼 작게 치즈를 잘라 준비했어요.



어, 그런데 그날은 강아지처럼 생겼지만 기린처럼 기다란 목을 갖고, 머리에서 꼬리까지 파란 볏들이 돋아난 동물이 찾아온 거예요. 자기는 동물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하면서 사나운 목소리로 먹을 거리를 찾네요.

할아버지가 맛있는 음식들을 권유하자, 고개를 돌리고, 흥이라고 외면해요. 괴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이 맛있다면서 즐거워하네요.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인형을 잡아먹으면 아이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을텐데? 하고 말을 해도 심술쟁이 아기괴물은 상관없다고 말해요. 착한 보보 할아버지는 심술쟁이 아기괴물이 아이들을 울릴까봐 마음이 아파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흔히 잘 잃어버리곤 해요. 우리 아기 같은 경우에는 인형이 아니라 자동차를 더 좋아하지요. 자동차가 없어지면, 침대밑이나 쇼파 밑을 뒤질 정도로 열심히 찾아다닙니다. 그러고도 못 찾으면 아기가 낙담하는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해요. 혹시, 요 심술쟁이 아기 괴물이 우리 아기 자동차도 먹었던건아닐까요? 아이들이 이 동화책을 읽으면, 아하. 무서운 아기괴물이 내 인형을 먹었던 거야? 아니, 앞으로 먹으러 오면 어떡하지? 하고 두려움을 갖기 시작하겠네요. 그래서 보보 할아버지가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을 울리지 않기 위해 걱정합니다.





궁리하던 할아버지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어요.

"네 꼬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무엇보다도 너의 등뒤에 돋아난 멋진 파란 볏들은 매우 놀라워."

"점.질을 많이 먹어서 네가 그렇게 멋진게 아닐까?"



할아버지의 칭찬에 너무 기뻐 데굴데굴 구르던 아기괴물은 다급히 물어요.

"점질은 어떤 인형이야?"



"아, 아니야, 점.질은 맛있는 작은 과자야. 점질은 꼬리에 돋은 푸른 볏들을 더욱 멋지게 해주고 꼬리를 커다랗게 자라게 하지." 아기 괴물은 꼬리와 푸른 볏들이 무척 자랑스러워서 꼬리를 자라게 하고 볏을 멋지게 하고 싶었어요.

"보보 할아버지, 제게 점질을 많이 주세요.제발."


할아버지에게 시큰둥 반말로 대답하던 아기괴물이 다급해졌는지 공손하게 존댓말까지 하네요.

이 책에는 영문판이 같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간단한 그림 동화를 영어로도 읽을 수 있기에 아이들에게 더욱 유익할 것 같아요. 번역의 어려움으로 일부러 영문판을 같이 넣었다고 하니 같이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해서 더욱 좋은 것 같아요. 영문판에서는 아마도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이기에 반말, 존댓말등의 차이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다급해진 심술쟁이 아기괴물이라면 갑자기 공손해지지 않았을까요?



대체 점, 질이란 무엇일까요? 심술쟁이 아기괴물만큼이나 읽는 우리들도 궁금해집니다.

과연 앞으로 아기괴물이 인형을 먹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인형을 잘 잃어버리는 아기들의 심리를 이용해 심술궂은 아기 괴물이 등장했어요. 공룡 같아 보이는 아기 괴물, 외관은 그렇게 무서워보이지는 않은데, 왜 이리 못된짓을 하고 다니는 걸까요? 하지만, 보보 할아버지는 꾸짖거나 나무라지 않고, 머리를 써서 괴물을 설득합니다.



바로 칭찬이라는 최대의 무기였지요.

그래서 아이들의 인형을 지켜주고, 괴물의 마음까지 헤아려주게 되었어요.



우리 아기도 밥 먹을때 혹은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을때 자기 고집대로만 하려고 할때가 있네요. 자기 주장이 형성될때라 그런가 봅니다. 그럴때 무조건 안돼. 하지마, 하면서 나무라면 아이가 더 고집을 부리고 떼를 쓰더라구요. 조금은 들어주면서, 관심을 슬쩍 다른 쪽으로 유도하면 심술도 부리지 않고, 마음이 금방 풀리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아이가 조금이라도 잘 한다고 칭찬을 해주면 열심히 힘을 내어 밥도 잘 먹고, 책도 잘 보고 착하고 귀여운 아가로 다시 돌아오는 걸요?



이 책은 아이뿐 아니라 엄마에게도 유익한 교훈을 주는 그림책 같아요. 새로운 내용이라 참신하기도 하였는데, 책을 쓴 저자가 1893년생이라 해서 깜짝 놀랐답니다. 완다 가그는 미국 그림책의 황금기를 연 작가분이라네요. 난쟁이 할아버지, 아기 괴물 등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이 책 심술쟁이 아기 괴물, 원본의 제목은 The Funny Thing 이랍니다. 원본과 함께 즐기는 재미난 그림책의 세계, 아이들과 함께 같이 즐겁게 읽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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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경 옮김 / 작품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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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쿠다 히데오. 그의 이름만 듣고도 많은 사람들이 열광을 하며, 그의 신간에 주목하는 것을 보았다. 얼마나 재미있는 작가이길래 이렇게 팬이 많은 걸까? 아직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나로써는 더욱 그의 작품을 읽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래서 선택한 그의 신간, 올림픽.
이 책은 소설가로 명성이 자자한 그가 쓴 여행에세이+ 올림픽 관전기이다. 처음에는 에세인지도 모르고 펼쳐들었다. 이렇게 내가 무신경하다. 
   


처음 몇줄을 읽어나가니 그의 말투가 마음에 든다. 어딘가 시니컬하면서도 재미있는 말투, 45살이라는 (책을 쓸 당시 2004년도의 나이이다.) 나이를 잊을 수 있는 그만의 재치가 어딘지 얄밉지가 않다. 물론 나중에 얄미워지는 대목이 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편집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올림픽에서 나가시마 재팬의 경기를 보고 싶어"라고 말하며 이런저런 구상안을 아무렇게나 지껄였는데, 다음날 담당 편집자인 t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테네, Ok입니다. 회사에서 승인이 났습니다. 저도 카메라맨으로 동행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나오키상 시상식에도 참여하지 못한채 그리스 아테네로 날아간다.
회사에서 끊어준 비즈니스 클래스를 즐기며..
 
여행에세이를 무척 좋아하는 터라, 털털하게 그가 풀어내는 여행 에세이의 시작과 중간중간 과정은 무척 재미가 났다. 음식 품평이라던지, 숙소 품평, 혹은 그가 겪은 택시에서의 경험 등은 다음에 그리스를 방문할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미 6년이나 지난 그것도, 우리나라도 아닌 일본의 올림픽 경기들을 그의 눈과 입을 통해 관전을 하려니 다소 지루해졌다. 아, 그가 흥분하고 열변을 토하며 이야기하는 많은 선수들, 나는 관심도 없고 모르는 사람들이다. 일본인이니까.. 나는 한국인이고..
 
어쩌면 올림픽이 아닌 다른 여행의 이런저런 이야기였으면 더 재미있었을지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있던 차에 에게해 1일 크루즈를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 이런.. 여기에서 그는 반중 감정을 살짝 드러낸다. 거기까지도 뭐 나쁘지는 않았는데.. 중국과 대립하는 이야기가 영토에 대한 분쟁때문이었다. 그건 우리나라와도 엮여있는 거잖아. 독도는 우리땅. 그런데, 작가는 중국이 어이없는 주장을 한다며 광분을 한다. 물론 일본 작가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독도는 우리땅을 외치는 나로써는 잘은 모르는 중국과 일본의 관계 역시 또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어 작가가 흥분할때 공감할 수가 없었다. 
   


일본 작가의 시선으로 일본 국민을 위해 쓰여졌다는 느낌이 드는 에세이라 다소 아쉬웠다.
물론 수출을 생각하고, 글을 쓰는건 아니겠지만..
재미있는 표현으로 공감가는 많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일 거란 생각이 들었기에 첫 작품으로 그의 에세이를 만난건 실수였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꼭 그의 소설들을 읽어보리라.
그러면 진정으로 사람들이 오쿠다 히데오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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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식품 - 만드는 사람은 절대 먹지않는
아베 쓰카사 지음, 황미숙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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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가물 및 식재료 전문 상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히트상품도 꽤 많이 만들어내어 '식품 첨가물의 신'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던 아베 쓰카사. 국가가 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는 일이라 합법적이었고, 그를 풍요롭게 해주는 일이라 스스로가 마법사, 식품업계의 구세주가 되는 양 일을 즐기고 재미있어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딸 아이의 세돌 생일이 되어 자신이 "만든" 미트볼을 아내가 생일 상에 올리고, 그 미트볼을 너무나 맛있게 먹는 딸을 보며 아빠는 정신이 번뜩 들고 말았다.
 
내가 먹는 미트볼은 '마법'이 풀리면 저급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고기였다. 동물 사료 수준이랄까?
"아빠가 만든거니까 안심할 수 있잖아." 라고 말하는 아이,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런 정체불명의 식품을 자식에게 먹여도 될리가 만무하다. 어린아이에게 첨가물을 계속 먹이면 몸에 부담이 되는 것은 누가 봐도 자명한 일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믿기 때문에 부모가 사오는 것, 만들어주는 것을 아무런 의심 없이 먹는다. 즉 , 아이들은 식품을 고르지 않는다.
나는 그 다음날로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12p
 
인스턴트 식품이나 외식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특히 좋지 않다는 것은 여기저기서 짤막하게 들은 상식으로 알고 있었다. 엄마표 음식이 가장 좋다는거, 조미료를 쓰지 않고, 자연 식품으로만 맛을 내어 집에서 해먹이는게 가장 좋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과일도 잘 안먹고, 입이 짧아서 밥을 잘 먹지 않는 아기를 보며 나도 모르게 "유기농" 이라고 씌여있다는데 안도하면서 아기용 쥬스 등을 사다가 거의 매일 먹이고 있었다.
 
아기가 보챌때 손쉽게 쥐어줄 수 있을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과일은 거의 뱉어내는데, 쥬스는 잘 마신다. 유기농이니까 괜찮겠지. 우리나라 분유회사나 일본의 저명한 회사가 만든 제품들이니까 믿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기가 남겨서 내가 먹어보면 분명히 달다. 유기농과일만으로 이런 맛을 내기는 힘들테고, 실온에서 이렇게 장기간 보관해도 된다는 건 분명 보존제가 들어있음이 분명하였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별 생각없이 먹이고 있던 나.
게다가 이유식 할때는 많이 까다로웠던 아이 음식이 갈수록 대범해지고 있었다. 아이가 입이 짧다는 이유로 많이 먹지를 않으니, 먹기만 하면 다른 것들도 과감히 먹이기 시작하였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엄마 먹을때 짜장면도 조금 감아 먹이고, 감자칩도 달라는대로 쥐어주기도 하였다.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양심은 엄마를 콕콕 찌르고 있었다. 두돌도 안된 아이에게 무슨 짓이야?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과감히 자신의 천직(?)을 버린 저자는 자신이 아는 대로 이제는 반대로 나서게 되었다. 식품 첨가물들이 얼마나 해로운지, 우리 곁에 얼마나 많은지를 이야기 하고 직접 설명해주는 사람이 된 것이다. 들어도 못 미더워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첨가물 몇가지로 무수한 맛을 만들어내고, 사이다를 만들어보이기도 하였다.
 
특히나 각종 첨가물 덩어리인 그 무시무시한 화학 합성물 음료를 유치원 아이들은 열심히 손을 들어 서로 먹겠다 하였다. 뒤에서 바라보는 엄마들은 얼굴이 흙빛이 되고 말이다. 그 중 딱 한 아이만 골라서 조금만 맛을 보게 하니 너무너무 맛있다고 한다. 포도당과당액당을 물에 넣고, 구연산, 아스코르빈산을 넣는다. 아스코르빈산 1g을 넣었으니 레몬 50개분의 비타민 c가 들어있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어른들은 기가 막혀 웃고 아이들은 못 알아들어 어리둥절하다. 그리고 폴리덱스트로스 분말을 숟갈로 떠 녹이고 양상추 5개분의 식이섬유라고 이야기한다. 광고에서 말하는 영양소란 바로 이런 것이다.
맛있어 보이게 식용색소를 넣는다, 녹색을 내기 위해서는 황색과 청색을 섞으면 된다. 물감과 같다.
또 향을 내기 위해 착향제까지 추가로 들어간다. 자, 그렇게 완성된 사이다를 아이는 맛있게 마신다.
그리고, 맨 처음 포도당과당액당(설탕이 비싸 대용품을 쓴다.어디에서? 당연히 회사에서)만을 물에 탄 상태의 용액을 아이에게 다시 먹이니, 도저히 달아서 못 먹겠다고 놀라워한다.
 
200cc의 물에 20~25g의 설탕을 녹인것과 같은데 아마 절대 마실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주스로 마시면 마실 수 잇는 걸까? 산미료라는 첨가물이 만들어내는 마법이다. 너무 달아서 마실수 없는 설탕물에 눈물이 날 정도로 신 산미료를 섞으면 '맛있다'고 한다. 거기다 탄산가스를 녹여서 시원하게 만들면 더 편하게 마실 수 있다. 49p
 
어렸을 적에 사이다에 대한 환상적인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꿈속에서 시원한 유리병에 레몬라임 한 조각을 넣으니 기포가 시원하게 뽀글뽀글 올라오면서 투명하고 맛있는 사이다 한병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실상은 저렇게 처참하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종 화합물들의 조합, 그것을 난 여름마다 시원하다고 마시고, 소화제라고 마시고, 임신해서부터 아기 수유하는 지금까지 집에 떨어지지 않게 비치해두고 짬짬이 마시고 있었다. 
   

 


아 정말 무시무시하다.
첨가물이 초래하는 염분, 유분, 당분의 과잉섭취 또한 아이들의 비만과 과체중 등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한다. 과다 섭취 삼형제, 그것은 소금과 기름과 당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것들은 대부분의 정크푸드에 포함된 것들로 인스턴트라면, 스낵과자, 패스트 푸드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첨가물이 왜 쓰이나?=우리가 장볼때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과 동일한 결론이 된다.
 
싸다. 간단하다. 편리하다. 겉보기 좋다. 맛있다. 
   

 


모든 것이 첨가물이 있어 가능해진다. 유통기한 역시 오래 늘릴 수 있는 것이다.
 
무서운 사실들을 연이어 알려준 후 그럼 어떤 것을 먹어야 하나요? 라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대답한다.
첨가물을 줄이는 비법 10가지를 공개하였고, 그리고 자신의 원칙으로 비부미 원칙을 이야기한다.
 
비: 비 전통적인 것은 먹지 않는다.
부: 부자연스러운 것은 먹지 않는다.
미: 미경험한 것은 먹지 않는다.
 
되도록 많이 먹어온 전통식, 그 중에서도 시골요리를 고집해서 먹고 제철 야채를 먹는다. 즉석요리도 먹지 않고, 되도록 내가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을 먹는다.
 
책을 읽고, 그동안 방만했던 아기 식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 하나 편하자고, 아이에게 무엇을 먹이고 있었던가? 절대 먹여서는 안될 식품 첨가물들, 만든 사람은 절대 먹지 않을 그 무서운 것들을 내 아이에게 내가 골라주고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경악하였다.
 
엄마인 내가 아이의 식습관을 결정한다. 다소 거친 음식이라도 직접 만들어주고, 맛없는 것이라도 제철 야채와 식재료로 만들어 아이 입맛을 길들이게 해야한다. 나라에서 정해준 법률이란 아이의 건강을 지정해준 것이 아니다. 식품 첨가물들이 합쳐져서 벌여낼 무시무시한 결과를 우리는 아직 겪어보지 못했다. 검증되지 않은 것은 안전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저자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안이한 마음이 들때마다 다시 한번 책을 펼치고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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