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단골 가게 - 마치 도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여행하기
REA 나은정 + SORA 이하늘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1월
절판


나의 첫 해외여행이자, 자유여행이 되었던 홍콩 여행은 무척 즐겁기는 했지만, 짧은 2박 3일 동안 (거의 한달을 준비한) 방대한 양의 자료로 구성된, 갈 곳들을 섭렵하려니,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고, 친구들 또한 지쳐서 날카로워지기도 하였다. 첫 여행이라 포부도 컸고, 가고 싶은 곳도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사실 몸이 안 따라주는 무리한 일정은 오히려 여행의 재미를 반감시키게 된다.

여행을 몇번 다니다 보니, 나중에는 욕심을 버리고, 느긋이 보겠다는 마음으로 다니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도 덜 하고, 현지인처럼 즐기는 여유도 누리게 되었다. 물론 이런 최근의 여행은 주로 국내 여행이었던 터라 해외여행에서는 현지인같은 여유를 부려보진 못했다. 하지만, 짧은 일정으로 (한달이상이 아니라, 단 며칠일지라도 ) 다녀오더라도, 하루라도 아니 몇군데라도 현지인처럼 다녀볼 수 있다면..?

현지인이 가는 단골 식당에 가고, 단골 가게에 가고, 공원에 들러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그런 멋진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면? 그냥 시간이 아깝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아니라 정말로 바쁘게 쫓겨다니듯이 스파팅 하는 여행은 이제 그만 두고, 몇 군데 가고 싶은 명소를 콕콕 골라 둘러 보고, 편안하게 즐기는 그런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자유 여행으로 제일 먼저 가 보고 싶은 곳, 도쿄.

일본은 하우스텐보스를 위해, 후쿠오카, 나가사키 쪽으로 여행을 다녀온적이 있었지만, 도쿄는 아직도 못 가봤다. 가보려고 몇번 시도만 해봤을뿐. 어쩌다보니 아직까지도 인연이 없어서..마음속으로만 계속 그리워하고 있는 중이다. 도쿄에 대한 여행 책자와 에세이 등을 꾸준히 읽으며 그 그리움을 더욱 키워가고 있는 중에, 아주 불을 활활 붙여줄 책을 한권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감각적인 표지와 예쁜 책을 만들어내는 부즈펌에서 나온 도쿄, 단골 가게!

서태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급 친해진 소라와 레아 두 여자 친구가 일본 시모키타자와에서 같이 거주한 1년여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다녔던 소중한 단골가게들의 추억을 공유해주는 그런 멋진 책이다.



시모키타자와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주인공들의 데이트 장소였고, 드라마 시모키타 선데이즈에서 연극 학도들의 꿈이 펼쳐지는 거리여서, 일본 젊은이들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주목을 받는 곳이라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카레빵으로 유명한 안젤리카가 있는 곳으로만 알았는데, Love&free라는 책을 쓴 다카하시 아유무의 카페 Free factory도 이 곳에 있다고 한다.


또 두 친구가 한 눈에 반한 남자점원이 있던 곳, 다이콘망이라는 오코노미야키 가게도 그들은 무척 사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점이 되길 목표로 한다는 빌리지 뱅가드는 일본 특유의 귀여운 물건이 가득해서 친구 선물을 살때 가장 먼저 그들이 들른 곳이다. 단독 판매 물건이 많아서 다른 곳과 겹치지 않는게 최대 매력! 선데이 브런치라는 카페는 드라마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시모키타자와에서 가장 유명한 브런치 카페라 하였다. 생각 외로 갈 곳이 쏠쏠하게 많은 시모키타자와



워낙에 맛집 여행을 좋아하고, 옷 등에는 관심이 없어서 훑어 보게 되었지만, 두 여인의 책이다 보니 예쁜 잡화점, 그리고 예쁜 옷 가게 등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잘 나와 있었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정말 많은 사진들을 꼼꼼히 싣고 있어서, 글 못지 않게 좋은 정보가 된다는 것이었다. 가게 안의 상품의 예를 볼 수도 있고, 카페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맛볼수 있고..

시모키타자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잡화점이라는 티포에서 그녀들이 찍어뒀던 것은 맥주 캔을 놓아둘 수 있는 캔 디스펜서. 술 좋아하는 우리 신랑을 위해서 나도 탐이 나는 제품이었다.


도쿄에서 워홀을 하면서 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등을 섭렵한 그녀들은 우리나라와 다른 일본만의 구제 옷에 푹 빠져들어서, 과감한 옷들도 시도해보고, 예쁜 아이템들을 골라 사는 일도 많았다 한다. 도쿄 여행 준비를 할 적에 여자들이 정말 좋아한다는 곳들로 다이칸야마와 지유가오카 등을 추천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정말 아기자기 예쁜 곳들이 참 많았다. 일본 친구인 렌(유미코의 3살난 딸)의 추천 스팟으로 크레욘 하우스가 있었는데 어린이 동화책 서점으로 유명한 곳이라 아가엄마인 내 눈에도 띄었다. (우리나라에도 일본 동화가 많이 소개되는데, 물론 여기서는 일어 원서라 보기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고, 지하에 히로바라는 오가닉 푸드 레스토랑이 있어 점심때 런치 바이킹을 먹으면 아기와 함께 식사를 하기 좋다고 한다.

다이칸야마의 300엔샵 코코는 예전에 내가 점찍어놨던 곳. 100엔숍보다 가격은 좀더 세지만, 오히려 더 쓸만한 물건들이 많다고 해서 가보고 싶다 맘먹은 곳이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귀여운 잡화들이 많아서 여자 친구들의 선물을 사기에 좋은 곳이란다.



Zats 버거라고 일본에 생긴 최초의 햄버거인 사세보 버거를 만든 체인이 있는데, 이 곳의 사세보 버거맛은 소라의 친구 햄버거 마니아 루루짱이 추천한 최고의 맛이란다. 모스 버거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사세보 버거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와, 이 버거를 먹어봐야겠구나~ 오늘도 맛집 하나를 추가한다.




도쿄에 가면 신주쿠, 하라주쿠, 시부야 등의 혼잡함을 꼭 즐겨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오히려 위 세 북적거리는 곳들은 맨 뒤에 평범한 곳들로 아주 잠깐 소개될 뿐이었다. 이 책을 따른다면, 앞으로 나의 도쿄 여행 계획은 대폭 수정되는 셈이다.



그저 지브리 미술관이 있고, 맛있는 멘치까스가 있는 곳으로 (역시 난 먹거리 정보쪽으로 강해) 알았던 키치죠지. 그 곳이 살고 싶은 동네 1위란다. 저자들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이유는 이노카시라 공원이라는 큰 숲으로 이루어진 공원이 있기 때문이고, 사계절의 변화가 무척 아름다운 곳이란다. 또한 역 주변에 큰 상점가와 백화점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저렴한 쇼핑, 고급 쇼핑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니 굳이 신주쿠, 시부야에 갈 필요가 없다고 한다. (좀더 싼 물건을 혹은, 구하기 힘든 물건을 사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한다고 믿었던 나의 계획은 마구 흐트러졌다.)


일년 남짓 워킹 홀리데이 생활을 하면서의 일본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우정도 책에 조금씩 소개가 되고, 527페이지라는 , 일반 책 두배의 분량에 두명이 쉼없이 쏟아내는 단골가게들의 정보는 우리를 정말 즐겁게 만들어준다.



올 가을 싱글 친구들과 함께 도쿄 여행을 계획한 여동생이 부러워지면서.. 이 책을 추천해주려고 한다. 여기에서 가보고 싶은 곳 몇곳을 딱딱 골라 체크해가라고 할 생각이다. 우선은 여동생 먼저 다녀오고..그 다음엔 아기 좀더 큰 후에 엄마랑 아기랑.. 다른 사람은 아빠나 이모? 암튼 도쿄, 반드시 아기와 함께라도 다녀오고 싶은 블링블링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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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삼국지
장연 편역, 김협중 그림 / 김영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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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도 안되는 시간 동안 삼국지를 전부 다 읽었다!

10권이라는 전집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한권으로 읽는 삼국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중일, 삼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고전 중 하나인 삼국지, 이 유명한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유명한 작가들에 의해 번역이 되었고, 이제는 누구의 삼국지를 읽었느냐가 독자들의 관심이 될 정도로 삼국지를 번역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사람들의 역할도 중시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애독하고, 사랑하는 책으로 자리잡았다.


부끄럽게도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삼국지를 완독한 적이 없었다. 예전에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를 한 두권 정도 읽었고, 중간중간 유명한 일화 등은 여기저기서 읽거나 짤막하게 접했던 기억이 나지만, 열권의 삼국지를 꾸준히 읽어내린 적은 없어 많이 아쉽고, 기회가 닿으면 꼭 한번 읽어보고자 하였다.




하지만, 사실 10권이라는 방대함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게 사실이었다. 유명한 고전을 읽어보지 못한 데에 대한 나의 치졸한 변명이라면 변명이겠지만 말이다.

사실 논술이나 기타 습작 등을 연습하며, 글을 요약해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요약이라는 것이 참 쉬워보이지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10권이나 되는 고전을 명쾌하게 한권으로 압축해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게다가 삼국지처럼 사람들이 많이 읽고, 관심을 갖는 책을 요약한다는 것은 정말 삼국지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해낼수 있는 일이 아니리라.

역대 수십종의 판본과 각종 자료를 섭렵하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 짧지만 강렬한 삼국지로 변모시켜 이미 읽은 사람에게는 다시 고전의 감동을, 시간에 쫓겨 방대한 원전을 선뜻 집어들지 못한 청소년에게는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저자설명




방대한 분량을 한권으로 축약하기란 벅차고 힘든 일이었지만, 원작에 충실하였다고 자부한다. 역사의 진실에서 벗어난 듯한 내용과 미신적인 부분은 과감히 생략했고, 반복되는 전투의 세세한 묘사도 가능한 한 압축했다. 내용을 줄이고 생략할때 문어체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긴 했지만, 그대로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대화체를 살렸다. -머리말

사실 책을 영화로 만드는 경우에 한정된 시간동안 방대한 스토리를 소화하지 못해서, 영화가 산으로 가는 경우나, 내용없이 너무 휙휙 건너뛰는 모습에 실망한 적이 많았다. 삼국지 전집을 읽지 못해서, 더욱 큰 재미를 못 느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약본이라 기대 않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무척 재미있었다. 고전이라 지루할 거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정말 난세의 영웅 혹은 간웅들까지도 계책을 세우고, 전투에 임하는 모습들이 정말 전쟁은 뛰어난 명장 뿐 아니라, 우수한 두뇌를 가진 사람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였다.


게다가 한권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삼국지 깊이 읽기란을 통해 본문의 내용을 한번 더 짚어줌으로써, 우리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상기시켜 주었고,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중에 왜곡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들은 수정해주어,역사를 바로 알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예를 들어 털북숭이 거한으로 묘사되는 장비의 경우 최근 사천성 일대에서 출토된 자료에는 삼국 시대 그림 속의 장비가 놀랍게도 수염이 없고 얼굴이 보름달 같고, 부드러운 표정을 갖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서예에 뛰어나 지금도 그의 글씨가 전해내려오며 그림에도 재질이 있었다고 한다.



또 삼국지에서 폄하된 주유의 경우에는 타고난 겸손함과 친화력으로 동오의 무장들을 감화시킨 인물로, 죽음의 원인도 화병이 아닌 조인과의 전투에서 얻은 부상때문이었다. 나관중이 주유를 지나치게 폄하한 것은 그가 실의를 맛본 과거에서 장원을 차지한 사람이 주유의 후손 주서였다고 한다. 최근의 이 연구는 족보 분석을 통해 홍콩의 영화배우 주윤발이 주유의 직계 후손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삼국지 인물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이 제갈량이었고, 그 다음이 관우, 조자룡 등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요즘까지도 회자되는 제갈공명의 지혜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정말 제갈공명만 곁에 있으면 천하도 손에 들어올 것 같았는데, 세상사가 인간의 힘에서만 좌우되는게 아니기에 하늘의 뜻에 따라 그가 꾸민 계책이 어긋나기도 한다. 사마의와 두 아들을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려 위기를 모면하자, 제갈량이 길게 탄식한다.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나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이니, 억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509p



짧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도 재미있게 다가왔던 이 책 삼국지, 정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 읽으면서 다소 헷갈리기도 했지만, (부자지간, 형제지간의 이름이 거의 비슷하거나 아니면 다른 부하라고 해도 이름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유비, 관우, 장비, 조조 등의 인상적인 이름을 제외하고는 헷갈리는 이름이 제법 많았다.) 워낙 많은 영웅들이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 시대의 이야기였기에 그들이 힘을 합치고, 다시 등을 돌리고, 견제하며 세력을 형성하는 과정을 스펙터클한 기분으로 즐겨 나갔다.



이 책 한권으로 어느 정도 뼈대를 세우고 나니, 이제 살붙이기 하는 심정으로 전권에 도전하고픈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전권을 다 읽고, 정리하는 기분으로 다시 이 책을 읽으면 정말 책에 나온대로, 삼국지를 읽는자, 사람을 얻을 것이고, 삼국지를 다시 읽는자, 세상을 가질 것이다! 라는 말처럼 빛나는 지혜를 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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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
최효찬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적에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2학년 초에 교실에 꽂힌 학급문고 (몇권 안되었기에.)를 다 읽어서, 읽을 거리가 없다며 선생님이 부모님께 말씀을 드린 후, 부모님께서 210권짜리 소년소녀 문고 전집을 들여주셨다. 그리고, 그 앞에 앉아서 매일 몇권씩의 책을 읽는 것은 나의 큰 즐거움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 그 즐거움을 잊고 살았다가, 아기를 낳고 돌이 지난 후부터 다시 읽게 된 책이 너무 재미있어 지금도 주경야독하듯이 남들이 자는 시간에 혼자 잠을 쪼개어 책을 보고 있다. 사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즐겨 책을 보시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아버지께서는 짬이 날 때마다 수시로 책을 읽고 계신다. 그리고, 서평은 아니더라도 몇년도에 내가 읽은 책, 이렇게 소감을 간단하게 나름대로 기록하고 계신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으면 아이들도 따라서 책을 읽는다고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인 세살바기 우리 아들 눈에는 엄마가 안 놀아주고 책 읽는게 못마땅한지.. 내가 책을 읽으면 내 책은 뺏고 자기 책을 주거나, 아니면 내 손을 다른곳으로 잡아 이끈다. 그래서 아들 앞에서는 책을 읽기가 어렵다. 어려서부터 책을 보여주려고 노력을 해서인지, 인형 등의 장난감보다는 확실히 책을 갖고 노는 일이 많지만, 그렇다고 또래 다른 아이들처럼 어마어마한 전집들을 순서대로 다 들여주거나 (요즘 엄마들의 열성은 정말 대단하다. 그 열성과 정성에 돈까지 더해져서, 정말 많은 책으로 집안이 가득한 경우가 많고, 아이들도 하루에 수십권씩의 책을 읽는 집들이 있다고 한다. ) 하지는 않고, 그저 놀이의 일종으로 책을 보곤 하였다. 그러다 요즘에는 DVD 동요에 관심이 많이 뺏겨서, 다시 책으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 책에도 누누이 강조되어 있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듯이, 독서만큼 인생의 밑거름으로 충분하고 유익한 것은 없다. 우리 아기가 훌륭하게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바른 독서습관을 갖고, 좋은 책을 많이 읽기를 바라지만, 억지로 책을 읽게 하거나, 공부처럼 강권해서는 안될 일이고, 자연스럽게 몸에 배이게 하는 것, 그리고 되도록이면 아이의 바른 독서습관을 어려서부터 심어주도록 지원군이 되는 것.. 이것이 부모들이 바라는 바이고,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해주고자 하는 바이다.

 

 

책과 친구가 되지 못하더라도, 서로 알고 지내는 것이 좋다. 책이 당신 삶의 내부로 침투해 들어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서로 알고 지낸다는 표시의 눈인사마저 거부하며서 살지는 마라.

21p 영국의 500년 명문가 처칠 가

 



 


 
처칠, 케네디 등의 위대한 인물들이 학창 시절에는 꼴찌를 면하지 못하거나, 산만하고 학점이 나쁜 학생으로 선생님에게 안 좋은 평을 받았다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다독과 정독으로 다져진 그들의 가치관은 나중에 뛰어난 정치가, 책략가로써의 그들을 만들어주는데 밑바탕이 되었다.

 


 

신문 스크랩을 할때는 다음 순서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먼저 자신의 관심이나 눈높이에 맞는 기사를 고르게 하고, 그 다음엔 큰 소리로 기사를 읽고, 마지막으로 줄거리와 자신의 생각을 담아 간략하게 느낀점을 쓰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발표력과 글쓰기 훈련, 나아가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다.

55p

 

 

케네디 대통령과 힐러리 여사가 어린 시절부터 신문을 본 것이 성공의 결정적 무기가 되었듯이, 신문을 읽고 스크랩하는 습관을 평생 지속한다면 무슨 일에서든 성공할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

 55p 자녀 교육의 영원한 우상, 케네디 가

 



 

케네디가 하면, 대통령과 다수의 정치인이 배출된 미국의 정치 명문가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가난함을 극복하기 위해 아일랜드에서 넘어온 이주가정이 그 근간이었다 한다. 고작 110년만인 4대째에 이르러, 케네디가 미국의 가장 뛰어난 대통령이 되면서,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명문가로 칭송받게 되었다. 여기에는 케네디의 어머니 로즈의 역할이 제일 컸다 한다. 4남 5녀의 교육을 위해 독서 목록을 직접 만들고, 어려서부터 수준별 토론 교육을 실천했던 어머니. 그 교육의 결과, 4남 모두 대통령감이 되어, 대통령에 출마하여 당선되거나, 출마할 꿈을 꾸거나 하는 등의 기본 자질을 갖춘 사람들로 키워낸 것이다.

저자는 요즘 엄마들의 지나친 조기 선행학습을 지적하면서, 차라리 어려서부터 토론 교육과 제대로 된 독서교육에 더 집중하는게 어떻겠냐고 조언한다.

 


 

7년동안 딸에게 200여통의 편지를 쓴 네루, 18년 6개월간의 유배생활 동안 두 자녀에게 100여통의 편지를 쓴 다산 정약용.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 이 두 아버지를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오랜 시간 자녀와 함께할 수 없어도 편지를 통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남다른 부지런함과 부모 또한 꾸준히 독서하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76p 인도의 정치 명문가, 네루가

 

책을 읽을 때에는 무엇보다 내용을 바탕으로 연상하고, 상상력을 발동하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암기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나아가 자신만의 생각과 의견, 관점을 덧붙여야 비로소 생각의 살이 차오르는 것이다.

102p 미국의 정치 명문가, 루스벨트 가

 

 

헤세는 자신이 만든 각 나라별 필독서 리스트를 바탕으로 가정마다 서재에 작은 '세계문학 도서관'을 꾸미라고 조언한다. 다만 자신이 추천하는 도서는 참고용일뿐이며 각자의 취향에 따르면 된다고 한다. 다만, 고전에 대해서는 진정한 대문호들은 제대로 알아야만 하는데, 그 선두는 '셰익스피어와 괴테' 라고 강조한다.

184p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문인가, 헤세가

 



 

 

자식이 뛰어난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건 어느 부모나 갖고 있는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제목의 책에는 우선 눈길부터 가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러면서 또한편 고민이 되기도 하였다. 그냥 다독하고, 부모가 먼저 책읽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뻔한 이야기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잠시 읽기를 망설이기도 하였다. 그래도, 다시 한번 책을 읽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낚일때 낚이더라도, 제대로 된 방법이 있을지 배워보자는 것이었다.

 

 

이 책 속에서는 그저 진부한 방법으로 위인들의 독서습관을 나열하지 않고, 그들이 읽은 책 목록을 실제로 몇권씩 소개하고 있고, 앞서 말하는 자세한 일화들과 더불어, 다시 한번 각 위인들의 독서 비법을 조목조목 실음으로써,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적어도 뜬구름 잡는 식의 책이 아니라, 이름값을 할만큼의 양서라는 느낌이 들었다.

 

많은 위인들의 이야기를 읽고, 그 가문들의 독서 비법을 독파한 작가는 자신의 아이의 입학 사정관 전형에 대비하여 신문 스크랩을 권유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도 일찌감치 시작할 수 있다는 스크랩, 그 스크랩으로 아이들의 독서 능력도 보다 더 향상되고, 신문을 통해 시사 상식도 넓힐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된다니.. 아기가 좀더 자라 초등학생이 되면 나도 고려해보고 싶은 방법이었다.

 

아기 엄마가 되니 정말 어렵다. 내가 대학 입학할때도, 내신, 수능, 본고사, 세 가지 모두를 만족시켜야 해서, 논술을 준비하네, 외국의 본고사 문제집을 보네 하면서 유난을 떨었는데, 요즘에는 더 심해진 것 같다. 어린 아이들부터 인지 창작, 자연관찰 등의 전집을 일찌감치 보고, 나이별, 월령별로 추천해주는 책들도 무궁무진해서, 저 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히나 하는 두려움마저 들기 때문이다.

 

책에서 강조하고 강조하는 것을 지침으로 삼아, 흔들림 없는 엄마로서의 기준을 세워야겠다.

고전을 중시하는 기본 아래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양질의 도서를 먼저 읽고 골라주는 것, 내가 아이들의 책을 많이 읽어야, 독서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는 어느 명문가 엄마의 말처럼 앞으로도 나는 책을 더욱 많이 읽는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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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동양신화 중국편 - 신화학자 정재서 교수가 들려주는
정재서 지음 / 김영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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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신비한 신들의 이야기, 신화를 즐겨 읽었는데, 그때 읽은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 바로 서양의 신화 이야기였다. 동양의 신화에 대해서는 따로 접해 본 적이 없었고, 자라면서 여기저기서 드문드문 귀동냥으로 들은게 전부여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게 많이 아쉬웠다.
 
대학에 들어가, 어느 남학생이 자기 아이디를 '치우'라고 쓰길래, 치우가 뭐냐고 물을 정도로 나는 동양신화에 무지했다. 서양의 신화 못지않게 신비하고 놀라운..아니 오히려 더 깊이 있고 새로운 신화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해줄 이야기 동양신화에 관심이 생긴게 그래서였다.  처음에는 책이 무척 두꺼워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신화학자 정재서 교수님이 6년전에 2권으로 나누어 편찬한 책을, 다시 한권으로 묶어 내면서, 약간 수정하여 다시 내놓은 책이라 하였다. 정말 두 권이라면 믿어질 그런 두께의 책이었는데, 워낙 좋아하는 신화다보니 동심으로 돌아가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아마도 이 책은 어느 정도 글밥을 소화할 수 있는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리라.
 
1만 8천년동안 혼돈의 알 속에 있던 거인 반고가 잠에서 깨어나 알을 깨고 나오자 거인의 기운으로 뭉쳐진 두마리 뱀 모양 기운은 각각 하늘과 땅으로 나뉘었다. 다시 1만 8천년이 지나 하늘과 땅은 구만리 멀어진 거리가 되었고, 세월이 다시 무수히 흐르자 반고가 죽고, 그의 숨결이 바람과 구름이 되고 목소리는 우레가 되고, 왼쪽 눈은 해가 되고 오른쪽 눈은 달이 되었다. 37.38p
 
동양 신화에서 인류의 창조는 여신 여와에 의해 이루어진다. 여신의 손으로 진흙을 뭉쳐 사람을 만들었고,위대한 어머니, 대모신이 되었다. 제대로 빚은 사람은 고귀한 사람, 귀찮아서 흩뿌려 만든 사람은 비천한 사람이 되었다. 47p 
   


여신 여와가 사람 뿐 아니라 가축과 곡식까지 만들고, 천지를 보수하는 공사까지 하였다.
여신 여와의 이러한 모습은 인류 초기의 여성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였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후대에 이르러 가부장적 관념이 침투하자 여와는 오빠이자 남편인 복희의 반쪽인 종속적인 존재로 격하되어 그려진다. 74p 
   
또 진시황이 처음으로 썼다는 황제라는 칭호는 사실상 신 중에 최고의 신이 황제였다는데에서 자신을 신격화시키기 위함이 아니었나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었다. 1만 1520가지의 귀신과 요괴를 공부하고, 온 상상계의 지배자가 된 황제, 그는 절대 권력도 학습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 강력한 신이었다. 그를 보필하던 치우가 나중에는 그와 대립하여 싸우게 되는데, 이 치우가 바로 동이족의 신으로 나오고 싸움의 신이라 한다.
중국의 역사서에서는 아주 흉악하고 못된 괴물로 나오는 치우지만, 승리자인 황제 측에 의해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치우는 강인한 몸과 아울러 훌륭한 무기 제작능력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풍백과 우사의 도움을 받아 강력하게 대응하는 치우를 무찌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지만, 황제는 결국 치우를 죽이는데 성공하였다.
 
치우는 동방지역의 신이었으므로 은이나 고대 한국 등 동이계 종족이 숭배하였던 신일 가능성이 크다. 치우를 도와주었던 풍백, 우사가 단군 신화에 등장하는 것만 보아도 그러한 점을 엿볼 수 있다. 붉은 악마에 그려진 도깨비 얼굴, 바로 치우의 모습이었다.
 
귀동냥으로 들었던, 여와, 반고, 치우 그리고 항아, 서왕모 등의 이름만 익숙한 많은 이름들의 신과 인물들이 나온다. 그들에 대한 궁금증도 풀 수 있어 좋았고, 궁금했던 동양의 신들에 대해 한권의 책으로 꼼꼼하게 정리하여 읽을 수 있다는게 행운이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신화학자 정재서 교수는 동양 신화 특유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우리는 또 하나의 소중한 현대의 고전을 얻게 되었다. 라는 엽서헌 사회과학원 교수 ,중국 신화학회 회장의 말에 공감한다.
 
서양의 대표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인간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고, 여인들은 대개 미녀로 그려지고, 최고의 신 제우스조차 바람둥이로 그려지는 등 지극히 인간의 속세와 가까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동양의 신들은 신이라기보다는 괴물에 가까울 정도로 기괴한 모습들을 하고 있다. 개의 머리나 뱀의 꼬리를 한 모습의 반인반수의 모습도 흔히 나타나고, 서왕모도 처음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아닌 무섭게 생긴 노파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저자가 산해경, 목천자전, 초사, 회남자 등 중국의 신화 고전물을 철저히 고증하고, 중국, 일본, 대만을 수차례 답사하여 얻은 600여장의 다양한 그림들은 정말 책 속을 뚫고 나온 생생한 신의 모습으로 새롭게 우리앞에 펼쳐지게 된다.
 
다양한 민족이 엉켜 살고 있는 중국이어서, 신화가 일관적이지는 않다. 앞서 나온 같은 인물이 뒤에서는 또 다른 인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후대에서 아마 자신의 이익에 부합해 내용을 수정하거나 첨가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자꾸 나오고, 내용들이 똑같지 않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늘에 태양이 열개가 뜬 이야기(삼족오 까마귀의 이야기), 예 장군과 항아의 슬픈 비극 이야기, 신비한 개 반호가 공주와 결혼하여 여러 족속을 번성시킨 이야기 등.. 멋진 신화가 새롭게 펼쳐진다. 그리고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신비하게 다가오는 먼 곳의 이상한 나라 괴상한 사람들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었다. 태양과 경주하는 거인 과보, 대인국 근처의 소인국 (30cm) 사람들, 머리가 셋이거나 몸이 셋인 사람들, 가슴에 구멍 뚫린 관흉국 사람들, 등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상상 속 사람들과 겹치는 인물들도 미리 나와 있었고, 인어 아저씨 저인국 사람, 날개 달린 사람, 개머리 인간 견융국 사람등 기괴한 인물들이 정말 많았다.
 
사람 뿐 아니라 신비한 동물, 신비한 신의 모습들도 정말 많았는데, 사람의 모습에 동물의 모습이 섞인 모습으로 무섭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한 다양한 그림들이 삽화로 실려있었다. 미친 병을 낫게 해주는 짐승 영소, 요사스러운 기운을 막아주는 구미호(원래는 좋은 이미지였다), 무기의 피해를 막아주는 짐승, 박 등의 동물들은 들어도 못본 동물들이 정말 많았다.
 
귀양살이를 예고하는 새 '주'나 가뭄을 예고하는 새 '옹'들은 삽화가 없었더라면 상상하기 더 어려웠으리라. 서양의 스핑크스보다도 훨씬 많은 동양의 다양한 괴조들.. 동양의 인면조는 흉조의 이미지가 후세로 가서는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길조의 이미지로 바뀌기도 하였다. 고구려 덕흥리 고분 벽화의 만세라는 이름의 인면조는 무덤의 나쁜 기운을 쫒아내고 죽은 자를 영원한 안식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434p
 
정말 환상적인 신화여행속으로 다녀온 느낌이다. 어릴적 책장에 꽂혀있던 아빠 책을 읽으며, 가끔씩 어린 내가 읽을만한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면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기뻤는데, 이 책 역시 엄마 책장에 꽂혀 있어도 아이들에게 보물단지처럼 재미난 그런 책이 될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놀라운 신화 속 세상. 그 중국의 모든 신화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그리고, 동이로 상징되는 우리 조상의 원류도 살짝 살짝 소개가 된다. 어쩌면 현대의 한민족보다 먼저 중국의 중심에 섰을 (지금은 잊혀진), 동이의 치우 등의 많은 신들은 여전히 우리 가슴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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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행복해졌다 - 차로, 두 발로, 자유로움으로 세 가지 스타일 30개의 해피 루트
전은정.장세이.이혜필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차로 달리고, 발로 걷고, 친구들과 쉬엄쉬엄 여유자적하게 다닌 삼인삼색의 제주 여행기.

지은이 조이락은 造- 전은정, 異-장세이, 樂- 이혜필 세 저자의 각각의 여행기가 조화된 제주 여행책이다.

그들과 함께 한 제주녀 한 할망이 배후(?)에 있었고, 이혜필님의 경우에는 범쿤이라는 친구까지 더해져 여행을 풍요롭게 해주는 패밀리를 구성하였다.

 

제주에 내려가면 이대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운전만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창을 활짝 열어놓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 일주도로를 달리는 것도 좋고, 파란 하늘과 너른 들판을 보면서 곧게 뻗은 직선 도로를 달리는 기분도 최고다.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직선 도로를 달리다 보면 하늘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초록색 융단 위를 달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37p

 

차로 달리는 여행은 임신했을때부터, 이듬해 6개월의 어린 아들과 함께 한 여행까지.. 짧은 기간 동안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은 일정으로 다녀와야 했던 제주 여행에서 가장 우리가 선호했던 여행이었다. 제주에서의 멋진 드라이브.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부부는 충분히 행복했다. 어느 행선지를 고르지 않더라도, (물론 한 두군데 목적지를 정해서 출발은 했지만.) 바다를 보며 달리고, 차가 많아서 스트레스 받는 대도시의 드라이브와 달리, 한적한 도로 위를 느긋이 달리는 그 기분은 제주도만의 드라이브 맛을 느끼게 해주는 기쁨이었다. 신랑도, 신랑의 직장 동료도 출근길에 가로수가 멋드러진 어느 도로를 달리다가, 아..제주도를 달리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바로 이어졌다고 하던데..바로 제주의 드라이브의 참맛을 느낀 사람들의 반응이 아닐까 싶다.

특별한 코스보다 발길닿는 대로, 혹은 그저 가는 길 곳곳을 바라보는 재미로도 충분한 여행이었기에 전은정님이 추천해주는 코스들이 은근히 다녀온 곳들이 많아 반갑기도 하였다.

 

1100도로와 516도로(박정희 대통령이 제주도민들에게 하사했다는 , 어떤 사람들의 피땀이 어린 그 도로), 1112도로까지..

 

1112번 도로는 제주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힌다고 한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북유럽의 어딘가가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국적인 느낌으로 충분한 이 도로는 특히 눈 내리는 겨울에 가장 신비한 매력을 뽑낸다. 하얀 눈이 뾰족한 녹색 잎 위에 올라 앉아 만드는 눈꽃은 한라상의 겨울이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그림' 중 하나다. 47p 

 

우리 부부도 태교 여행으로 1112도로와 절물 휴양림 산책을 선택했었는데, 그때의 건강한 기운이 우리 아기에게도 충분히 전달되길 바라며 심호흡 크게 하며 공기를 들여마셨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잡지를 만들던 세 여인의 글이라 그런지 하나같이 글도 잘 쓰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아 보였다. 한권의 책에 세 사람의 이야기가 담기는게 모자라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다보니 글자가 좀 작아지는 경향이 생기기도 하였고 말이다. 책이 아닌 인터넷만으로 여행을 검색할 적에는 괜찮은 목적지와 맛집, 코스 등을 찾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 글을 읽고, 걸러내는 작업을 해야해서 번거로웠는데, 이 책을 보니 내 노력이 참 헛되게 느껴질 정도로 꼼꼼하게 잘 나와 있어서.. (물론 아쉬운 사람들은 추가 일정을 고려해야하겠지만.. 관광지 위주의 여행이 아닌, 이 책의 일정은 제주도를 걷고, 드라이브하고 쉬며 여행하는 어른들이 즐길..자연 그대로의 여행이기에..) 이 책을 갖고 다시 제주를 찾아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녹차 하면 오설록 티 뮤지엄만 알고 있었는데, 책에 소개된 경덕원이라는 곳은 묘하게 인공적이면서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곳곳에 숨어있는 굉장히 '관광제주스러운' 공간이라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119p 사진 속 동굴 카페에서의 운치 있는 차 한잔. 정말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또 우리나라 최고로 맛있다는 이시돌 우유를 만드는 이시돌 목장이 성이 이씨요, 이름이 시돌인 한국인 농부가 아닌 스페인 농부 isidore의 이름으로 나중에 가톨릭 교회 농민의 주보 성인이 된 사람이라는 것도 새로 안 정보였다.

 

이 장세이님은 한라산 등반도 하고, 오름 등반, 그리고 그 유명한 올레 걷기도 체험하는 걷기 여행의 기쁨을 소개해주었다. 제주 올레에 관한 책, 혹은 제주 여행때마다 얼핏 들었던 설문 대할망의 슬픈 설화를 제대로 이야기해주었다. 그녀가 한라산에서 만난 오백나한은 모두 설문대할망의 아들이다. 

 



 

 할망은 한라산의 어머니고, 슬하에 500명의 아들을 둔 거신이다. 바다에 일 나간 아들들의 죽을 쑤려고 솥 가장자리를 돌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솥에 빠져 죽었다. '돌아온 500명의 아들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죽을 다 먹고 나서야 나막신인지 뼈다귀인지를 보고 "아, 이래서 엄마가 밥때가 되면 일찍 일찍 들어오라고 하셨구나" 하면서 피눈물을 흘리다 바위가 되었다. 그 바위가 영실기암, 오백나한이다. 해마다 오뉴월이면 오백나한의 피눈물이 붉디붉은 진달래와 철쭉으로 피어난다.

155p   

 



 

그녀의 친구 제주 미실(워낙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기인이었기에 )은 고민하는 그녀를 올레 7코스 입구에 내려주고 갔다.

"길은 원래 혼자 걷는거야"라면서..

어떤 고민을 가져와도 충분히 곱씹을 시간이 있어서였을까. 생각이 보폭처럼 느려졌다.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 얼마나 큰 위안인지. 달리는 것도 아닌데 길 풍경은 시시각각 변한다. 올레 7코스는 본을 대고 그린것처럼 섬의 생김을 따르는 길이다. 순순한 섭리의 길은 수많은 효용의 길과 다른 여백을 가졌다. 168p

 

"올레는 어땠어?"

"길이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길을 봤어."

"고민은 해결됐고?"

"정할 게 뭐 있어. 길 따라 순순히 걸으면 되는 거지. 안 그래?"

174p

 

오름은 다른 산처럼 정상을 목적으로 오르는 산이 아니라 둘레를 따라 돌아야 제 맛이 난다. 둘레 모두가 정상이고, 매 정상마다 풍경과 전망이 달라진다. 동서남북 방위에 따라 다른 오름 무더기가 보이고 어렴풋이 한라산과 바다가 보인다. 오름은 분명 산이되, 높이보다 넓이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산이다. 180p

 

세 여인 중 가장 젊어서 그랬을까? 발로 걷는 힘든 여행을 하면서도 그녀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나은 곳을 찾아 여행을 다닌다. 그리고, 올레 이외의 추천 코스를 묻자, 사람들이 사려니숲길을 일러주었고, 마침 실연의 상처를 안고 있던 그녀는 사련의 숲길이라며, 그곳을 새로이 정의하고, 블랙 슬리브리스 원피스에 커다란 왕골모자 차림을 하고, 멋진 분위기를 즐기며 떠났다. 그리고, 비가 오고, 길을 잃어 결국은 119 구조대원에게 구조되기도 하고 말이다. "복장 참 불량하시네요" 라는 핀잔까지 들으며말이다.  다양한 경험을 한 제주의 여행이었지만, 그녀들은 제주를 사랑한다. 그리고 또 다시 일상 속에서 그리워하고 있다.

 

남편복, 자식복을 대신해 사주에 떠억하니 자리잡은 여행복, 친구복. 이 두가지 복에 더해 여지껏 철들지 않은 무한 자유 정신을 무기 삼아 내가 취하는 여행방식은 '현지의 지인 주변에서 오래 머무는 여행'이다. 터프하게 표현하자면,' 빌붙어서 뭉개기'라고 할까? 아니아니, 기왕이면 좀더 멋지게..그래, 바로 '유유자적'이다. 270p

 

친구는 닮는다고 했던가? 삼청동 카페 '님' (Nimes)의 주인장이기도 한 혜필님의 제주에서의 소중한 벗, 제주할망은 바로 화가 김미열님으로 갤러리 필연의 주인이라고 한다. 어쩐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그들. 거기에 또 다른 패밀리 범쿤까지 더해져, 제주에서의 현지인같은 삶으로 여행을 즐겨본다.

 

제주사람처럼 자연 체력단련장에서 에너지 업을 하기도 하고, 정말 여유있게 즐기는 한달짜리 여행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여행인지 삶인지 헷갈릴 정도로..

한라 수목원과 더불어 밟기 좋은 루트로 추천해준 곳은 수목원 입구 자연음식 전문점에서 웰빙식사를 하고, 커피는 예술 감상과 세트로 하고 싶으면 제주 도립미술관에 가서 작품감상과 더불어  즐기면 되고, 분위기 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하우스 가든 건물의 왼쪽 끝에서 '브라운 커피'라는 곳에서 즐기면 된다고 한다.많은 일정 중에서 어쩐지 먼저 실천해보고 싶은 일정이라 소개해보았다.

 

겹치는 듯, 또 새롭게 소개되는 그녀들의 제주도 여행.

그 중에서 락 혜필님의 코스 중에 태고의 숲, 곶자왈도 무척 매력적인 곳이었다. 수십만년 묵은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진짜 숲 '곶자왈' 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기 때문이었다.

 

끝에 다시 소개된 그녀의 루트는 역시 다른 이들의 루트보다 훨씬 길다. 11박 12일짜리 유유자적 코스인 것이다. 아, 정말 제주도에서 그렇게 맘껏 쉬다가 오면 좋을텐데.. 그녀가 부럽고 또 부러웠다.

 

취재로, 여행으로 다양한 이유로 제주를 여러번 다녀오고, 제주와 사랑에 빠져 구석구석 누비는 그 경험담을 담아낸 이 책은 다시 말하지만, 관광지를 나열한 그런 책이 아니다. 요즘 읽었던 걷기 스페셜, 제주 올레에만 국한된 책도 아니다. 3명의 여인이 펼쳐낸 다양한 색깔의 자연으로의 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그런 여행이다. 테디베어 박물관, 유리의 성 등 유명 관광지에 대한 소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다른 책을 더 참고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관광지를 배제하고, 그저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찾은 나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었다. 그래서, 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마지막 책장을 소중히 덮었다. 이젠 정말 이런 여행을 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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