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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행사전 - 365일 날마다 새로운 서울 발견!
김숙현 외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365일 날마다 새로운 서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365 곳의 서울과 서울 근교의 여행지를 담아낸 책
서울 여행사전
처음 한국에 온 외국인이나 지방에 살아서 여행지로 서울을 선택한 사람들이 참고하기에 좋은 책, 그리고 서울에 살면서 바쁜 일상에 젖어 주위에 눈을 돌릴 틈이 없었던 서울 시민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책, 서울 여행 사전은 서울이라는 일상의 도시를 새로운 관광지로 순식간에 탈바꿈시켜주는 그런 책이었다.
대학과 직장 생활의 10년이라는 세월을 서울에서 보내고 왔기에 짧다면 짧을 수 있고, 길다면 길 수 있는 시간 동안 서울에서 생활하였다. 대학땐 기숙사, 하숙, 그리고 직장 다닐땐 주로 혼자 자취를 하였기에 집에 돌아가도 가족이 없으니 혼자서 티브이 보기도 적적하고, 재미도 없어서 퇴근 후에는 주로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다가 느즈막히 집에 돌아가는게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퇴근 후의 여가 시간으로 재미있게 풀고 들어가는 일이 전혀 힘들지도 않던 날이었다.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직종이었던 지라 퇴근 후 거의 쓰러져 잠들었다던 동기들과 달리 거의 매일밤을 새로운 약속으로 가득 채워 보내고(보통 집에 가면 10시나 11시쯤 되었다. 서울은 워낙 넓어 한시간이상 버스 타고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였기에..), 다음 날 지치지도 않은 모습으로 출근하는 나를 보고 다들 놀라워할 정도였다. 직장생활 초창기 뿐 아니라, 년차가 꽤 되었을때에도 여전히 그렇게 약속의 행렬은 이어졌고, 이제는 서울의 동서남북을 찍을 정도로 멀리도 잘 다녔기에 체력적으로 무리가 갈만도 했는데 노는 건 힘들지도 않았다.
20대여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거창하게 말해서 그렇지..내가 가본 곳들은 많이 제한적이었다. 학교 다닐때도 그랬고, 직장생활을 할때도 그랬다. 다만 직장에서 집까지 거리가 버스로 한시간 거리 정도가 되어서, 두세달에 한번 김포로 파견이라도 나갈라치면 강서에서 강동(송파)까지 서울을 가로지르는 횡단 출퇴근을 해야할 정도긴 했다.
서울의 넓고도 많은 다양한 곳들을 모두 다녀봤으면 좋았겠지만, 대전에 살면서도 안 가본 곳들이 많을 정도인데.. 하물며 서울처럼 넓은 곳에서 나와 연고가 전혀 없는 곳에 찾아가 시간을 보낸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장이 청담동에 있어서 약속 장소는 대개 삼성동, 압구정, 센트럴시티, 강남 등지였고, 연극을 보러 대학로까지 가끔 가거나 신촌에 가거나 하는 가끔의 일탈 외에는 주로 비슷한 장소에서의 만남들이 이어졌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의 맛집들이 생겨났고, 좋아하는 카페들이 생겼으며 메가박스에서 일요일마다 아침일찍 보던 조조영화가 즐거웠다. 가수 이문세님이 애인을 일찍 만나기 위해 조조할인 영화를 본다고 노래를 부른 것처럼 나는 친구들과 조금이라도 더 놀기 위해 아침 일찍 조조 영화를 보기도 했던 것이다. 참 다시 생각해보니 그땐 참 많이 젊고 어렸던 것 같다. 말 그대로 팔팔했다. 전날 아무리 힘들게 일했어도 주말에는 쌩쌩했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노곤한 몸을 소파에 기댄채 끊이지 않는 수다를 풀어놓았다. 술도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저 만나면 밥먹고, 맛있는 차나 커피를 마시곤 하는게 내 만남의 대부분의 시간이었다.
365곳이나 되는 다양한 장소들이 나와 있기에.. 내가 가본 곳은 아주 적었고.. 대부분은 가보지 않은 곳들이 많았다. 서울에 살면 지금 당장이라도 주말부터 둘러보고 싶은 그런 곳들 말이다.
결혼 후 직장도 그만두고 다시 내려오게 되었는데, 그때 직장 동료 한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서울의 맛집과 카페들 다 놔두고 내려갈 수 있느냐고.. 우스개소리였지만, 지금도 가끔 그 말이 생각난다.
10년 동안의 서울 생활 속에서도..그리고 남보다 더 많이 열심히 놀았다고 생각했음에도 못 가본 곳이 더 많이 나와 있는 곳, 그래서 가보고 싶게 설레이게 만드는 책, 서울 여행 사전.
말 그대로 서울이 초행길인 사람들을 위해서 사전답게 또 관광 안내서처럼 충실하게 기본부터 차근차근 짚어나가고 있다. 여행 길라잡이 책들처럼 서울의 교통, 관광정보, 지도, 전철 노선까지 친절하게 실려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내려올때는 아쉬움이 많았기에 일주일에 한번씩은 서울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겠노라고 신랑과 구두약속을 했지만..막상 결혼을 하니, 신혼 새색시가 주말마다 신랑을 놔두고 놀러나간다는게 어불성설이었다. 그래서 내려 온 후에 서울에 올라간 적은 모임때문에 가게 된 몇번의 일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아기가 생기고, 아기를 낳고 하는 과정 중에는 한번도 올라가보질 못했다. 그저 친구들과는 전화로 연락하고..나보다 몸이 자유로운 친구들이 보러 내려와 주기도 하였다. 또 서울 토박이인 친구는 내 덕에 기차를 처음 타봤노라며 날 보러 내려와 주기도 하였다.
500년간 백제의 도읍이었고, 또 조선의 500년 도읍이었으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수도가 되어준 서울, 그래서 서울에는 조선시대의 궁들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경복궁, 경희궁, 덕수궁 등의 궁궐들과 문화재 왕릉, 사찰들까지.. 대부분이 못 가본 곳들이었지만 서울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유서깊은 곳들이기에 꼭 한번 방문해보고픈 장소들이기도 하였다. 궁궐들 중에서는 창덕궁과 덕수궁만 잠깐 가본 기억이 있었다.
또 멋진 근대건축물과 종교건축물등도 가볼 만한 곳들이 추천되어 있었는데 여러 대학의 건물들과 유서깊은 종교 건물들이 나와 있었다. 그 중에서는 내가 한학기, 또 4년을 다닌 두 학교가 모두 나와 있어서 반갑기도 하였다. 덕분에 내가 가본 명승지가 다행히 몇 곳 더 추가되는 셈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어 꼼꼼이 만든 책 답게 각종 장소들에는 별점들이 매겨져서 별 하나부터 세개까지 (높아질수록 더 추천) 붙어있었고, 지구 표시가 붙은 곳은 외국인에게 특히 추천할만한 곳이라 체계적으로 외국인 친구나 바이어를 위해 서울을 안내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듯 하였다. 혼자서 쓴 책이 아니라 여럿이 쓴 책이라는 것은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좀더 객관적인 의견으로 쓰여진 책이 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대학 졸업반 시절부터 직장 생활을 하던 때까지 유난히 연극에 빠져 있던 때가 있어서 대학로의 웬만한 소극장들에 거의 다 가보았고, 국립극장에서 하는 공연도 종종 보러 가고, 세종 문화회관에도 가고, 예술의 전당에도 가봤다. 공연 매니아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술을 제외한 약속을 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공연이나 연극, 혹은 영화 등의 약속을 잡는 일이 많아지게 되어서 지방에서는 하기 힘든 다양한 문화생활을 짜임새 있게 즐기고 내려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 내려오고 나서는 한편도 연극을 보지도 못했고, 영화만 몇편 보았을뿐이니.. 서울이 정말 문화적 체험을 하기에는 천국 같은 곳임은 분명한 듯 하다.
책장을 넘기며, 새록새록 떠오르는 예전의 서울 생활들이 그리워지며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아, 여기는 뭐가 좋았는데.. 아 맞다. 여기서 미스 사이공을 보았었지 하면서 말이다. 못 가본 곳들은 왜 진작 여기는 안가봤을까 하는 회한에 젖게 만들었고.. 가 본 곳들은 그때 좋은 시간을 함께 했던 지인들의 얼굴까지 떠올려주며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듯 하였다.
아이가 있다보니, 솔로일때 자유로이 다녔던 다른 곳들과 달리 아이와 함께 갈만한 곳들에 가장 관심이 갔다. 그래서 그때는 눈길도 주지 않았을 그런 어린이 미술관, 체험관 등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다양하고 시설 좋은 곳들이 참 많았는데 아무래도 서울은 대부분 이용요금을 내는 곳들이 많은 것이 아쉬웠다.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아직 어린 우리 아기가 좀더 크면 어디를 가면 좋을까? 이왕이면 서울에 갔을 적에 아기를 위한 특별한 공연이나 박물관 등에 갔다가 친구들도 만나고 하면 좋겠단 생각으로 차근차근 읽어갔더니.. 롤링볼 뮤지엄이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용산의 전쟁기념관 안에 있는 곳인데 어른들조차 신기한 공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감탄사를 내뱉는 곳이라 하였다. 유아, 유치원생, 초등학생을 동반한 부모가 대부분 방문한다고 한다. 24개월 이상 유아부터 꽤 센 요금의 입장료를 내게 되어 있어서 아쉽긴 하였지만. 서울에 가서 아이를 위해 즐거운 체험을 하게 할 수 있다면 차비 생각해서라도 한번쯤 경험해도 좋을 곳 같았다. 그와 같이 있기에 패키지로 조금이라도 저렴한 요금을 낼 수 있는 "별난 물건 박물관"도 눈여겨 봄직했다. 모든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조작하고 체험할 수 있어서 입장할때 되도록 물건을 적게 가지고 들어가야 짐때문에 체험할때 걸리적거리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이 곳을 모두 둘러보고, 현직 과학교사들이 낸 "별난물건 박물관 과학이야기"라는 책을 구입해서 집에서 풀어보면 좋을것이라는 추천글도 있었다.
또 유아인 우리 아기를 위해 마음에 찜해두었던 곳이 삼성어린이 박물관이었다. 교육적인 놀이가 가득한 재미있는 놀이터라 헬멧을 쓰고 작업조끼를 입고 뚝딱뚝딱 벽도 쌓고, 지붕도 올리는 우리집은 공사중은 우리 아들이 좀더 자라면 정말 좋아할 놀이 같았다. 그보다 흥미로운 곳은 워터엑스포와 떼굴떼굴 놀이터라고 하니 물총을 쏘고, 펌프로 물을 긷고, 물길을 따라 공을 굴리는 워터 엑스포와 바람의 힘에 의해 공이 멀리 날아가고, 공중에 공이 떠 있는 떼굴떼굴 놀이터를 통해 아이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것을 볼 좋은 기회가 될 장소 같았다.
그외에도 걷기 좋은 길, 테마 거리, 시장, 쇼핑몰등이 분류되어 있었고, 산, 강, 공원도 빠짐없이 실려 있었다. 정말 못 가본 야외 공원이 많았다. 집에서 가까웠던 올림픽 공원을 몇번 거닐며 친구와 감탄했던 기억이 나는데 왜 진작 공원에 여기저기 가볼 생각을 못 했을까.. 어쩐지 내게 있어 공원은 가족 같은 장소였기에..뜨내기 같았던 나의 서울 생활과는 어울리지 않아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오히려 여기에서 작은 공원이라도 찾아다니며 아기와 산책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주력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좀 많이 달라진 듯 하다.
그리고, 다섯번째 테마로 나온 맛있고 즐거운 오감만족 서울에서는 음식점, 카페,베이커리, 그리고 와인바가 주류를 이루는 나이트 라이프까지 내 구미에 맞는 다양한 맛집들이 나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맛집은 꽤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젊은 입맛보다는 구수한 본토박이의 입맛, 그리고 퓨전보다는 어른들이 공감할 그런 소박한 입맛을 지향했는지 수십년된 오랜 맛집들이 주를 이루었기에.. 내게는 생소한 곳들이 많았다.
음식점 중에선 명동교자와 명동 돈가스만 가본 곳이었고..카페도 많이 가봤다 생각했는데 정말 제대로인 커피 볶는 집들을 위주로 취재한 덕에 (커피를 좋아한다고는 해도 제대로 볶은 다양한 원산지의 커피 맛을 감별해낼 자신이 없는 그저 인스턴트에 길들여진..나와는 달리) 내가 가본 곳은 티앙팡과 귀천뿐이었다. 티앙팡은 다양한 차가 있는 곳이라도 추천을 받아 간 곳이었고..귀천은 천상병시인의 아내분이 운영하시는 곳이라기에 일부러 찾아가서 냉모과차를 맛있게 마시고 나온 곳이었다. 가보고 싶은 곳은 티브이에서 몇번 본 병원 카페 제너럴 닥터와 정말 다양한 커피 군을 자랑한다는 클럽 에스프레소에 가보고 싶었다.
맛집을 위한 스페셜은 아니기에 서울여행사전은 젊은 사람의 취향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담아냈다고 보겠지만.. 맛집 면은 좀 아쉬운 면이 많았다. 아무래도 서울의 맛집들이 워낙에 수시로 바뀌기때문에 트렌드에 맞춰서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듯 하다. 그래서 진국인 몇 곳만 올린 것 같다.
기숙사 외박계를 내고, 룸메이트들과 밤새 심야영화 세편을 내리 해주는 시네마 정동에 가서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음날 내리 자느라 수업을 빼먹은 기억도 나고.. 친구들과 남산에 오르내리며 나누던 이야기와 남산 올라가기전 태극당에서 사먹던 우유로 만든 옛날식 모나카 생각도 난다. 코엑스에서 따뜻한 얼그레이 스콘을 곁들여 마시던 다양한 홍차도 맛있었고..잠깐 만났던 사람과 동부 이촌동을 거닐며 수제파이전문점에서 맛있는 조각케익과 홍옥이 잔뜩 들어간 수제 애플 파이를 선물받던 기억도 난다. 광화문 근방이었던 것 같은데...시립미술관이었나? 1층의 카페에서 먹었던 계란 후라이가 얹어지고 소스가 가득했던 햄버그 스테이크는 임신했을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었다. 주로 먹는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걸 보면 정말 난 서울의 맛집들을 많이도 그리워하나보다.
책을 읽고, 서울을 다시 그리워 하고..
가봤던 곳, 가고 싶은 곳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아가며 행복한 시간이 되었던 책이다.
그리고, 예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제대로 된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는 여동생을 위해서도 추천을 해주고픈 책이다. 나보다는 자유롭기에 언제든 가고 싶을때 서울에 들를 수 있는 동생에게 내가 가보고 싶은곳.. 또 동생이 가보면 좋을 곳들을 체크해서 읽어보라고 할 생각이다. 그리고 나 또한 아기가 좀더 자라면 어린이 테마파크를 위주로 서울 여행을 계획해 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