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사전 - 365일 날마다 새로운 서울 발견!
김숙현 외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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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날마다 새로운 서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365 곳의 서울과 서울 근교의 여행지를 담아낸 책

서울 여행사전

처음 한국에 온 외국인이나 지방에 살아서 여행지로 서울을 선택한 사람들이 참고하기에 좋은 책, 그리고 서울에 살면서 바쁜 일상에 젖어 주위에 눈을 돌릴 틈이 없었던 서울 시민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책, 서울 여행 사전은 서울이라는 일상의 도시를 새로운 관광지로 순식간에 탈바꿈시켜주는 그런 책이었다.

 

대학과 직장 생활의 10년이라는 세월을 서울에서 보내고 왔기에 짧다면 짧을 수 있고, 길다면 길 수 있는 시간 동안 서울에서 생활하였다. 대학땐 기숙사, 하숙, 그리고 직장 다닐땐 주로 혼자 자취를 하였기에 집에 돌아가도 가족이 없으니 혼자서 티브이 보기도 적적하고, 재미도 없어서 퇴근 후에는 주로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다가 느즈막히 집에 돌아가는게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퇴근 후의 여가 시간으로 재미있게 풀고 들어가는 일이 전혀 힘들지도 않던 날이었다.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직종이었던 지라 퇴근 후 거의 쓰러져 잠들었다던 동기들과 달리 거의 매일밤을 새로운 약속으로 가득 채워 보내고(보통 집에 가면 10시나 11시쯤 되었다. 서울은 워낙 넓어 한시간이상 버스 타고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였기에..), 다음 날 지치지도 않은 모습으로 출근하는 나를 보고 다들 놀라워할 정도였다. 직장생활 초창기 뿐 아니라, 년차가 꽤 되었을때에도 여전히 그렇게 약속의 행렬은 이어졌고, 이제는 서울의 동서남북을 찍을 정도로 멀리도 잘 다녔기에 체력적으로 무리가 갈만도 했는데 노는 건 힘들지도 않았다.

20대여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거창하게 말해서 그렇지..내가 가본 곳들은 많이 제한적이었다. 학교 다닐때도 그랬고, 직장생활을 할때도 그랬다. 다만 직장에서 집까지 거리가 버스로 한시간 거리 정도가 되어서, 두세달에 한번 김포로 파견이라도 나갈라치면 강서에서 강동(송파)까지 서울을 가로지르는 횡단 출퇴근을 해야할 정도긴 했다.

서울의 넓고도 많은 다양한 곳들을 모두 다녀봤으면 좋았겠지만, 대전에 살면서도 안 가본 곳들이 많을 정도인데.. 하물며 서울처럼 넓은 곳에서 나와 연고가 전혀 없는 곳에 찾아가 시간을 보낸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장이 청담동에 있어서 약속 장소는 대개 삼성동, 압구정, 센트럴시티, 강남 등지였고, 연극을 보러 대학로까지 가끔 가거나 신촌에 가거나 하는 가끔의 일탈 외에는 주로 비슷한 장소에서의 만남들이 이어졌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의 맛집들이 생겨났고, 좋아하는 카페들이 생겼으며 메가박스에서 일요일마다 아침일찍 보던 조조영화가 즐거웠다. 가수 이문세님이 애인을 일찍 만나기 위해 조조할인 영화를 본다고 노래를 부른 것처럼 나는 친구들과 조금이라도 더 놀기 위해 아침 일찍 조조 영화를 보기도 했던 것이다. 참 다시 생각해보니 그땐 참 많이 젊고 어렸던 것 같다. 말 그대로 팔팔했다. 전날 아무리 힘들게 일했어도 주말에는 쌩쌩했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노곤한 몸을 소파에 기댄채 끊이지 않는 수다를 풀어놓았다. 술도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저 만나면 밥먹고, 맛있는 차나 커피를 마시곤 하는게 내 만남의 대부분의 시간이었다.

 

 365곳이나 되는 다양한 장소들이 나와 있기에.. 내가 가본 곳은 아주 적었고.. 대부분은 가보지 않은 곳들이 많았다. 서울에 살면 지금 당장이라도 주말부터 둘러보고 싶은 그런 곳들 말이다.

결혼 후 직장도 그만두고 다시 내려오게 되었는데, 그때 직장 동료 한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서울의 맛집과 카페들 다 놔두고 내려갈 수 있느냐고.. 우스개소리였지만, 지금도 가끔 그 말이 생각난다.

 

10년 동안의 서울 생활 속에서도..그리고 남보다 더 많이 열심히 놀았다고 생각했음에도 못 가본 곳이 더 많이 나와 있는 곳, 그래서 가보고 싶게 설레이게 만드는 책, 서울 여행 사전.

말 그대로 서울이 초행길인 사람들을 위해서 사전답게 또 관광 안내서처럼 충실하게 기본부터 차근차근 짚어나가고 있다. 여행 길라잡이 책들처럼 서울의 교통, 관광정보, 지도, 전철 노선까지 친절하게 실려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내려올때는 아쉬움이 많았기에 일주일에 한번씩은 서울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겠노라고 신랑과 구두약속을 했지만..막상 결혼을 하니, 신혼 새색시가 주말마다 신랑을 놔두고 놀러나간다는게 어불성설이었다. 그래서 내려 온 후에 서울에 올라간 적은 모임때문에 가게 된 몇번의 일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아기가 생기고, 아기를 낳고 하는 과정 중에는 한번도 올라가보질 못했다. 그저 친구들과는 전화로 연락하고..나보다 몸이 자유로운 친구들이 보러 내려와 주기도 하였다. 또 서울 토박이인 친구는 내 덕에 기차를 처음 타봤노라며 날 보러 내려와 주기도 하였다.

 

500년간 백제의 도읍이었고, 또 조선의 500년 도읍이었으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수도가 되어준 서울, 그래서 서울에는 조선시대의 궁들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경복궁, 경희궁, 덕수궁 등의 궁궐들과 문화재 왕릉, 사찰들까지.. 대부분이 못 가본 곳들이었지만 서울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유서깊은 곳들이기에 꼭 한번 방문해보고픈 장소들이기도 하였다. 궁궐들 중에서는 창덕궁과 덕수궁만 잠깐 가본 기억이 있었다.

 

또 멋진 근대건축물과 종교건축물등도 가볼 만한 곳들이 추천되어 있었는데 여러 대학의 건물들과 유서깊은 종교 건물들이 나와 있었다. 그 중에서는 내가 한학기, 또 4년을 다닌 두 학교가 모두 나와 있어서 반갑기도 하였다. 덕분에 내가 가본 명승지가 다행히 몇 곳 더 추가되는 셈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어 꼼꼼이 만든 책 답게 각종 장소들에는 별점들이 매겨져서 별 하나부터 세개까지 (높아질수록 더 추천) 붙어있었고, 지구 표시가 붙은 곳은 외국인에게 특히 추천할만한 곳이라 체계적으로 외국인 친구나 바이어를 위해 서울을 안내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듯 하였다. 혼자서 쓴 책이 아니라 여럿이 쓴 책이라는 것은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좀더 객관적인 의견으로 쓰여진 책이 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대학 졸업반 시절부터 직장 생활을 하던 때까지 유난히 연극에 빠져 있던 때가 있어서 대학로의 웬만한 소극장들에 거의 다 가보았고, 국립극장에서 하는 공연도 종종 보러 가고, 세종 문화회관에도 가고, 예술의 전당에도 가봤다. 공연 매니아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술을 제외한 약속을 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공연이나 연극, 혹은 영화 등의 약속을 잡는 일이 많아지게 되어서 지방에서는 하기 힘든 다양한 문화생활을 짜임새 있게 즐기고 내려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 내려오고 나서는 한편도 연극을 보지도 못했고, 영화만 몇편 보았을뿐이니.. 서울이 정말 문화적 체험을 하기에는 천국 같은 곳임은 분명한 듯 하다.

 

책장을 넘기며, 새록새록 떠오르는 예전의 서울 생활들이 그리워지며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아, 여기는 뭐가 좋았는데.. 아 맞다. 여기서 미스 사이공을 보았었지 하면서 말이다. 못 가본 곳들은 왜 진작 여기는 안가봤을까 하는 회한에 젖게 만들었고.. 가 본 곳들은 그때 좋은 시간을 함께 했던 지인들의 얼굴까지 떠올려주며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듯 하였다.

 

아이가 있다보니, 솔로일때 자유로이 다녔던 다른 곳들과 달리 아이와 함께 갈만한 곳들에 가장 관심이 갔다. 그래서 그때는 눈길도 주지 않았을 그런 어린이 미술관, 체험관 등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다양하고 시설 좋은 곳들이 참 많았는데 아무래도 서울은 대부분 이용요금을 내는 곳들이 많은 것이 아쉬웠다.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아직 어린 우리 아기가 좀더 크면 어디를 가면 좋을까? 이왕이면 서울에 갔을 적에 아기를 위한 특별한 공연이나 박물관 등에 갔다가 친구들도 만나고 하면 좋겠단 생각으로 차근차근 읽어갔더니.. 롤링볼 뮤지엄이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용산의 전쟁기념관 안에 있는 곳인데 어른들조차 신기한 공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감탄사를 내뱉는 곳이라 하였다. 유아, 유치원생, 초등학생을 동반한 부모가 대부분 방문한다고 한다. 24개월 이상 유아부터 꽤 센 요금의 입장료를 내게 되어 있어서 아쉽긴 하였지만. 서울에 가서 아이를 위해 즐거운 체험을 하게 할 수 있다면 차비 생각해서라도 한번쯤 경험해도 좋을 곳 같았다. 그와 같이 있기에 패키지로 조금이라도 저렴한 요금을 낼 수 있는 "별난 물건 박물관"도 눈여겨 봄직했다. 모든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조작하고 체험할 수 있어서 입장할때 되도록 물건을 적게 가지고 들어가야 짐때문에 체험할때 걸리적거리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이 곳을 모두 둘러보고, 현직 과학교사들이 낸 "별난물건 박물관 과학이야기"라는 책을 구입해서 집에서 풀어보면 좋을것이라는 추천글도 있었다.

또 유아인 우리 아기를 위해 마음에 찜해두었던 곳이 삼성어린이 박물관이었다. 교육적인 놀이가 가득한 재미있는 놀이터라 헬멧을 쓰고 작업조끼를 입고 뚝딱뚝딱 벽도 쌓고, 지붕도 올리는 우리집은 공사중은 우리 아들이 좀더 자라면 정말 좋아할 놀이 같았다. 그보다 흥미로운 곳은 워터엑스포와 떼굴떼굴 놀이터라고 하니 물총을 쏘고, 펌프로 물을 긷고, 물길을 따라 공을 굴리는 워터 엑스포와 바람의 힘에 의해 공이 멀리 날아가고, 공중에 공이 떠 있는 떼굴떼굴 놀이터를 통해 아이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것을 볼 좋은 기회가 될 장소 같았다.

 

그외에도 걷기 좋은 길, 테마 거리, 시장, 쇼핑몰등이 분류되어 있었고, 산, 강, 공원도 빠짐없이 실려 있었다. 정말 못 가본 야외 공원이 많았다. 집에서 가까웠던 올림픽 공원을 몇번 거닐며 친구와 감탄했던 기억이 나는데 왜 진작 공원에 여기저기 가볼 생각을 못 했을까.. 어쩐지 내게 있어 공원은 가족 같은 장소였기에..뜨내기 같았던 나의 서울 생활과는 어울리지 않아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오히려 여기에서 작은 공원이라도 찾아다니며 아기와 산책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주력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좀 많이 달라진 듯 하다.

 

그리고, 다섯번째 테마로 나온 맛있고 즐거운 오감만족 서울에서는 음식점, 카페,베이커리, 그리고 와인바가 주류를 이루는 나이트 라이프까지 내 구미에 맞는 다양한 맛집들이 나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맛집은 꽤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젊은 입맛보다는 구수한 본토박이의 입맛, 그리고 퓨전보다는 어른들이 공감할 그런 소박한 입맛을 지향했는지 수십년된 오랜 맛집들이 주를 이루었기에.. 내게는 생소한 곳들이 많았다.

음식점 중에선 명동교자와 명동 돈가스만 가본 곳이었고..카페도 많이 가봤다 생각했는데 정말 제대로인 커피 볶는 집들을 위주로 취재한 덕에 (커피를 좋아한다고는 해도 제대로 볶은 다양한 원산지의 커피 맛을 감별해낼 자신이 없는 그저 인스턴트에 길들여진..나와는 달리) 내가 가본 곳은 티앙팡귀천뿐이었다. 티앙팡은 다양한 차가 있는 곳이라도 추천을 받아 간 곳이었고..귀천은 천상병시인의 아내분이 운영하시는 곳이라기에 일부러 찾아가서 냉모과차를 맛있게 마시고 나온 곳이었다. 가보고 싶은 곳은 티브이에서 몇번 본 병원 카페 제너럴 닥터와 정말 다양한 커피 군을 자랑한다는 클럽 에스프레소에 가보고 싶었다.

 

맛집을 위한 스페셜은 아니기에 서울여행사전은 젊은 사람의 취향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담아냈다고 보겠지만.. 맛집 면은 좀 아쉬운 면이 많았다. 아무래도 서울의 맛집들이 워낙에 수시로 바뀌기때문에 트렌드에 맞춰서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듯 하다. 그래서 진국인 몇 곳만 올린 것 같다.

 

기숙사 외박계를 내고, 룸메이트들과 밤새 심야영화 세편을 내리 해주는 시네마 정동에 가서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음날 내리 자느라 수업을 빼먹은 기억도 나고.. 친구들과 남산에 오르내리며 나누던 이야기와 남산 올라가기전 태극당에서 사먹던 우유로 만든 옛날식 모나카 생각도 난다. 코엑스에서 따뜻한 얼그레이 스콘을 곁들여 마시던 다양한 홍차도 맛있었고..잠깐 만났던 사람과 동부 이촌동을 거닐며 수제파이전문점에서 맛있는 조각케익과 홍옥이 잔뜩 들어간 수제 애플 파이를 선물받던 기억도 난다. 광화문 근방이었던 것 같은데...시립미술관이었나? 1층의 카페에서 먹었던 계란 후라이가 얹어지고 소스가 가득했던 햄버그 스테이크는 임신했을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었다. 주로 먹는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걸 보면 정말 난 서울의 맛집들을 많이도 그리워하나보다.

 

책을 읽고, 서울을 다시 그리워 하고..

가봤던 곳, 가고 싶은 곳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아가며 행복한 시간이 되었던 책이다.

그리고, 예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제대로 된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는 여동생을 위해서도 추천을 해주고픈 책이다. 나보다는 자유롭기에 언제든 가고 싶을때 서울에 들를 수 있는 동생에게 내가 가보고 싶은곳.. 또 동생이 가보면 좋을 곳들을 체크해서 읽어보라고 할 생각이다. 그리고 나 또한 아기가 좀더 자라면 어린이 테마파크를 위주로 서울 여행을 계획해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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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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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사람은 먹다 망하고, 오사카 사람은 먹다 망하고, 쿄토 사람은 입다 망한대.

 

정말이지 오사카는 먹다가 망하기 딱 좋은 도시다. 맛있는건 어디서 죄다 가져왔는지 명성 높은 음식점이 넘실대는데다, 늦은밤까지 먹는 것에 열광하는 오사카 사람들의 지치지 않는 식탐 또한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76p

닭국물과 돼지육수를 섞어 개발한 독특한 킨류라멘, 타코야끼, 오사카 대표음식 오코노미야키, 오사카 사람들 몸 속에는 우동 국물이 흐른다 할정도로 우동을 즐긴다니 기츠네 우동, 자그마치 스시보다 1000년이나 오래되었다는, 상자에 밥을 넣어 생선을 얹고 식초를 얹어 발효시킨 하코스시, 복어 요리 면허를 처음으로 실시할 정도의 복어요리 천국,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오사카 명물 대왕 만두, 100년 전통 명물카레, 새우, 닭고기, 야채, 우동이 푸짐한 우동 스키 등등.. 78p

 

결혼 전에 딱 한번 일본여행을 다녀왔는데, 여동생과 하우스 텐보스를 여행하고 온 적 이 있었다. 나가사키와 후쿠오카로 인/아웃하는 관광여행이어서 패키지 답게 정말 버스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다 보내며 아쉬운 여행을 마감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다음에는 꼭 도쿄에 가봐야지. 하면서 자유여행 계획을 짜봤는데, 어쩌다보니 미식을 사랑하는 내 습성 답게 맛집 위주로 여행스케줄을 짜고 있었다. 그랬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맛집의 천국은 바로 오사카란다. 그렇다면 첫 일본 자유여행은 오사카부터 시작할까? 하는 생각으로 단번에 행선지가 바뀌었다. 물론 지금 당장 출발하기는 힘들겠지만.. 

 

스튜어디스 출신의 내 친구를 연상케하는 커다랗고 예쁜 눈을 지닌 아름다운 여자 강한나, 그녀가 방송하는 글쟁이임을 자부하며 일본에서 글로벌 웨더자키로 활동하며 첫번째 여행에세이 동경 하늘 동경을 내고, 이번에는 두번째 여행 에시이 우리 흩어진 날들을 들고 우리 곁으로 찾아 왔다. 도쿄 뿐 아니라 오사카, 나라, 히로시마, 나가사키, 교토 등의 다른 도시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말이다.

빈티지 감성 여행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낡음을 사랑하고 아끼는 그녀의 마음이 잘 담겨 있다.

 

그저 단순한 여행 관광 정보만을 주기 보다 마치 그녀의 숨겨진 다이어리를 읽듯이 지나간 옛 사랑의 추억도 들여다보이고 (그래서 그녀에게 미안해진다. 내가 알아도 되는 건가요? 이별 일년 후에 비로소 너무나 아팠다는 당신의 사랑을..) 3박 4일, 혹은 일주일 코스로 짧게 관광지만 훑다오면 도저히 알지 못할 일본의 다양한 이야기들도 찾아내어 읽을 수 있다. 전철안에서의 풍경에서는, 집에서부터 각잡고 접어온 9등분된 신문을 꺼내 연필로 한자까지 베껴가며 조심스레 읽는 일본의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고, 낡고 낡은 책을 읽고 또 읽는 오늘의 미래를 있게 한 노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먹구름으로 드리워진 고베 시내가 순식간에 칙칙해지더라.

'빛의 아이'인 난 주눅이 들어버리고 말았어. 112p

 

넌 화려한 '밤'보다 화려한 '낮'에 더 예쁜 사람이야. '어둠'의 정적보단 '빛'의 활기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고..

이번 고베 여행은 외롭겠구나 예감을 했어. 하긴 외로움,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감정이지만, 세상에서 제일 익숙한 감정이잖아. 살면서 외로웠고..외롭지만 버텨냈듯이. 외로워도 즐겨봐. 어차피 외로우니 여행인거야. 너도 알잖아. 113p

 

일본에선 그때의 나처럼 고개 숙이고 걷는 사람들을 위해 땅에 예쁜 그림을 그려 두었나봐. 빙그레 웃으며 맨홀 뚜껑에게 말을 건넸어.

 

"고마워, 고개 숙인 사람에게도 웃을 자격이 있다고 말해줘서......"

130p

 

네코, 유난히 고양이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정서도 궁금해하고, 낡은 사랑5에선 그를 드디어 만난다. 새로운 장소, 낯선 이 땅에서.. 하루키의 고향 고베를 둘러보며 60년된 멋드러진 커피를 마시고, 미래의 배우자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를 희망한다. (우리 신랑은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난 서서히 커피에 중독이 되어가는 중이고..) 그녀의 삶, 그녀의 여행..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우리..

 

영화 "젠젠다이조부"를 보며 나라에 와보고싶었다는 그녀.

 

초반에는 나라가 너무 오래돼서 음침한 곳, 사슴냄새만 풀풀 풍기는 무의미한 곳으로 치부되었지만, 하지만 나라를 직접 가보면 예기가 달라질거라고, 영화는 설레는 마음을 내비친다. 193p

 

그리고, 그녀의 여행 내내 비쳤던 영화 중에 우동이 있었는데, 이 영화는 나도 본 영화라 반갑고 또 더 정겹게 느껴지는 대사들이었다. 끝은 코믹물처럼 끝났지만, 영화 속 우동의 장인 정신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동을 먹으러 사누키에 가고 싶게끔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들은 작은 것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으니까..

 

그녀 역시 첫 일본여행이 도쿄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난 내 일본에서의 첫 기억이 도쿄가 아닌 히로시마였다는 사실에 줄곧 감사해. 사실은 말이야. 히로시마였기때문에 내가 더 일본에 마음을 쉽게 열 수 있었던 건지 몰라.

낯선 이방인의 출연에 발그레 웃던 순진무구한 히로시마 사람들의 얼굴. 그걸 처음 보게 돼서 다행이야.

226p

 

나가사키 편에선 그녀의 나가사키 우동 사진을 만나 너무나 반가웠다. 일본 여행에서 정말 맛있던 먹거리로 기억되던, 기대하지 않았으나 너무 매력적이었던 바로 그 음식.

 

닭고기와 돼지고개, 야채와 해산물이 정체불명으로 뒤섞인 희멀건 국물이 이렇게 시원한 맛을 낼 수 있다는게 난 매번 감동이다.

마음 속 모든 감정을 죄다 섞어 놓는다면 오히려 예상과 달리 평온이 찾아올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보지 않았기때문에 미처 몰랐던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반전이 생길 수 있다. 나가사키 짬뽕처럼.

312p

 

 천년고도의 쿄토에서 그녀는 낮음을 발견하였다.

높을 수록 빛날 것 같았어. 높을 수록 우러러보일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낮음을 지향하는 교토에서처럼 사실 우리도 알고 있잖아.

자신을 높이려는 사라보다 스스로 낮추는 사람에게 빛이나고

이기려는 사람보다 져주는 사람에게서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는 진리를...368p

 

하늘이 정해준 숙명대로 경건히 살아가는 교토 사람들의 기품, 그리고 교토는 특별한 도시기에 교코인도 특별해야한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치는 칼날 같은 자긍심도 같이 기억하겠노라 하였다.

 

그저 다 같은 일본인줄 알았는데..사실 우리도 도마다 성격이 다르듯, 도시마다 이렇게 성향이 달랐나보다.

오사카 인들은 먹을것을 즐기고, 유일하게 웃음이 많은 일본인이라 하였는데, 교토인은 기품있고, 특별한.. 진심을 아리송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라 하였다.

 

그리고, 도쿄..

그녀가 웨더자키를 하며 살았던 도쿄. 그 안에서 그녀는 모순덩어리 일본인을 이야기한다.

사실 나도 일본 문화는 좀 과격하고, 선정적일 거라 생각했다가도 추억은 방울방울이나 내 이웃 토토로 같은 서정적인 만화들을 보면 그들의 감수성에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그녀 역시 그런 면을 발견했나보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인용하면서 그녀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일본인에 대해 답하면서 자기도 난감해하였다.

 

그저 자신의 글을 읽고서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한 저자

하지만, 이 글을 쓰며 많이 울고 웃으며 고행을 겪는 마음으로 적어내려갔다는 그녀의 글들..

그녀의 마음이 느껴지는 잔잔히 들려주는 글들과 그녀가 직접 찍은 프로못지않은 사진들..

그 안에서 관광지의 포장된 도시락같은 일본의 모습이 아닌, 따뜻한 집밥 같은 그런 일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첫번째 책 역시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진심이 담겨있는 여행 에세이를 만나 반가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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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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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엔 그저 단편단편의 다른 이야기들인줄 알았다. 그러나 읽다보면, 앞에 나온 인물이 다시 또 등장을 하고, 결국 인물이 맞물리고 맞물려 돌고 도는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마치 조각난 퍼즐을 하나하나 끼워 맞추듯.. 그렇게 전체가 하나의 그림이 되고 소설이 된다. 그것도 시간이 한참 지나 코리건의 어릴 적 모습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 또 그가 알고 지낸 재즐린의 아이들의 2~3살때부터 성인이 될때까지로 말이다.
 

이 책은 2009년 11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문학작품을 쓴 작가에게 주는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2009년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1위, 아마존 베스트 셀러 소설 1위를 기독하는 기염을 토한 작품이라 한다.

110층의 세계 무역 센터에 줄을 놓아 건너간 청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어 쓰여진 소설.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는 무시무시한 높이에서 공중곡예를 펼친 한 청년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청년을 배경으로 하는 듯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했다.

 

뉴욕 브롱크스라는 어느 허름한 골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사실상 주를 이루고 있었다. 흑인과 백인, 빈부의 차이, 그리고 베트남 전쟁과 상처의 이야기...  

가식 없이 허물 없이 낮은 자들의 편에 선 진정한 믿음의 실천자 코리건, 몸을 파는 모녀였으나 한 남자를 마음에 품었던 틸리와 재즐린, 동생을 죽게 만든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 키아란, 전쟁으로 세 아들을 잃고 두 아기를 입양한 글로리아와 역시 전쟁으로 외동아들을 잃은 판사와 그의 아내. 닮은 듯 다른, 그러면서 또 겹쳐지는 그들의 이야기가 둥글고 거대한 지구를 돌리듯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있었다.

칼럼 매캔의 유려한 문체로..

 

한 남자가 하늘에 있고 비행기 한 대가 빌딩 가장자리로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역사의 작은 조각 하나와 더 커다란 조각의 만남. 마치 그 줄 타는 남자가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시간과 역사의 개입, 이야기들이 충동하는 지점,

우리는 폭발을 기다리지만 폭발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비행기는 지나가고, 줄타는 남자는 그 줄 끝에 도달한다.

548p

 

 흑인이 탈까봐 빈 택시가 빈차 램프를 끄고 지나가고 더이상 노예는 아니라고 해도 흑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돈을 주면 말을 들을거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있다. 거리의 여인들도 백인의 구역이 따로 있고, 흑인의 구역이 따로 있을 정도로 차별화 되어 있었다.  반대로 감옥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백인들은 빠져나간채, 흑인들이 주를 이룬다. 펜트하우스에 사는 고귀한 판사 부인이 브롱크스의 허름한 집의 흑인 여인과 전쟁으로 아들을 잃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가까워지고.. 창녀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 생활하던 코리건 사제가 사랑하는 이와의 완성된 삶을 이루지 못한채 세상을 떠나자, 마치 그 뒤를 잇듯 또 다른 사랑이 탄생하게 된다. 바로 코리건을 죽게 한 여인과 형과의 사랑..

 

형의 눈으로, 틸라의 눈으로, 판사 아내의 눈으로, 판사의 눈으로.. 그리고 세계무역센터를 건넌 남자의 눈으로.. 등등등.. 각각의 시선에서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 이야기는 마치 시계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하나하나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삶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작가조차도 정치적인 성향을 띤 작품이라고 하였으나, 상당히 두꺼운 이 책이 난해하거나 따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빠른 속도감으로 이번의 "나"는 또 누구인지.. 누구와 어떻게 연결이 되고..다음에 어떤 내용이 진행되는지.. 그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엮이고 섥힌 실타래를 푸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소외된 계층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다독여주는 그런 느낌.. 코리건의 모습에서 칼럼 매캔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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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여도 붙여도 창의력 스티커 왕 (사진 스티커 600장) 붙여도 붙여도 스티커왕 14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6월
절판


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간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어쩌다보니 아이와 함께 간 서점이 대형마트에 입점된 서점이 고작이었다. 아니면, 인터넷 서점에서 엄마가 보고 아이 책을 골라 사곤했다. 아기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되서인지 아이에게 직접 보여주고 책을 골라본적이 거의 없었다. 그랬는데, 며칠 전 간 대형마트 서점에서 아들이 유독 한 책에 집착을 하며 손에서 놓질 못하는 것이었다. 그 책이 바로 붙여도 붙여도 스티커 왕이었다. 안 그래도 이 책을 코스트코에서 보고, 사줄까 고민하고 있던 터에 아들이 골라들고 자꾸 집에 가져가겠다고 해서 처음으로 놀랐다. 이젠 우리 아기도 장난감 자동차가 아닌 책도 고를 수 있구나. 엄마가 왜 아들에게 직접 고르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마음 말이다.



이제 만 21개월인 우리 아들.

스티커 북은 기존에도 다른 책들이 있었고 (그러나 스토리가 있는 재미있는게 아니라 그저 단순하게 스티커만 붙이는 그런 획일적인 책들이었다.), 구독중인 학습지에서도 스티커가 몇장 끼워져 나오면 무척 재미있어 하며 붙이곤 하였다. 친구 딸이 스티커 북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모든 스티커를 다 붙여버릴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한권의 책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에게는 스티커북을 주고 혼자서 하게 하지 않고..한장씩 떼어서 주곤 하였다. 대신 "주세요"라는 의미로 손을 내밀면 그때마다 한장씩 주어서 아들에게 주고 받는 의미를 깨닫게 한 것이다.



어느 엄마의 글에선가 보니 아이가 직접 떼고, 직접 붙이는 것이 아이들 소근육 발달에도 좋다고 하길래.. 이젠 떼어내는 것도 아들에게 시키기로 하였다. 바로 아들이 선택한 붙여도붙여도 창의력 스티커 왕을 시작하면서 말이다. 딱 붙어 있는 스티커를 떼어내는게 아직은 어려운지 책을 구기며 끙끙대기에 모서리 한 부분만 살짝 들어올려서 아들이 떼기 쉽게 도와주었다. 그러고서 붙일 면을 펼쳐주면 거기에 붙이기도 하고, 자기 생각에 다른 곳이 더 어울린다 싶으면 굳이 고집을 부려서 다른 곳에 붙이기도 하였다.


스티커 하나하나가 사진 스티커다 보니 선명하고 재미있는 사진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동물들서부터 우리 아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자동차, 그리고 맛있어 보이는 사탕, 풍선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정말 600여장에 이르는 빼곡한 스티커들이 엄마의 마음까지 풍성하게 해주었다. 떼어내는 재미와 붙이는 재미, 그리고 꾸미는 재미를 알게 해주는 스티커북인지라 그 색감과 내용 뿐 아니라 스티커의 양 또한 무시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정말 붙여도 붙여도 스티커 왕이라 할만한 분량이랄까?


아기가 지루할 무렵에 이 책을 딱 꺼내어 갖고 놀게 하면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열심히 몰입하는 그 모습이 엄마 눈엔 한없이 귀엽게 느껴졌다. 장난감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엄마가 밥을 먹고 있을 동안 식당에서 조용히 스티커를 붙이고 놀고.. 여행가는 길에 달리는 자동차안에서 지루할 아기가 스티커북을 꺼내주면 또 흐뭇하게 즐기고.. 집에서도 잠투정이나 기타 짜증나는 일들이 있다며 보챌때 스티커북을 짜잔 하고 꺼내주면 아이의 환한 미소와 함께 곧 스티커의 세계로 빠져드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혼자서 놀기보다 엄마가 옆에서 지켜보며 이야길 조금씩 해주면 더욱 좋아하고 말이다.


식당에서 엄마가 잠깐 밥먹는 동안, 아들이 혼자 심심해 하길래 꺼내준 스티커북..

역시나 진지 모드로 열심히 붙이며 놀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붙임딱지라고 해서 스티커가 등장한다고 하니 (친정어머니께서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이셔서 교과서를 직접 봤다. 정말 스티커를 떼서 붙이는 과정이 여러차례 등장한다.) 아이들의 기호가 드디어 학교 교과에도 반영이 되었구나 싶었다. 아기때부터 좋아하는 스티커니 아기티를 많이 못 벗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공부하기에 딱딱한 책보다 훨씬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여러모로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붙여도 붙여도 스티커 왕 시리즈.

우리 아들보다 6개월 빠른 친구인 윰양이 무척이나 스티커를 좋아한다고 해서 안 그래도 스티커북을 하나 사줄까 했는데..공주님이니 공주파티 스티커왕을 사줘야겠단 생각이 든다. 이 책도 벌써 많이 붙여놔서 창의력 스티커 왕을 다 붙이고 나면 다른 시리즈들도 섭렵하게 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돈이 안 아까운 스티커 북이랄까?

아기들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뿌듯해진다.




집은 지저분한 채로 아들을 찍었다. 처음 접하는 책은 생소해서 관심을 잘 갖지 않고 낯을 가리는 편인데.. 이 책은 아들이 먼저 고른 책이었는데다가.. 꺼내주니 이렇게 관심을 갖고 직접 펼쳐서 보려고 하는 중이다.




자자, 스티커를 떼어서 이렇게 붙여야지.

아들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코끼리.

코끼리가 거미줄에 걸렸구나 ^ㅡ^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스티커북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직접 아이와 붙여보니 더욱 그 진가를 알겠다. 왜 아이들이 열광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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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보다 빠른 꼬부기 - 제1회 대한민국 문학 & 영화 콘텐츠 대전 동화 부문 당선작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3
이병승 지음, 최정인 그림 / 살림어린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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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느린 아이가 있을까 싶었다.

그냥 행동이 굼띤 정도가 아니라, 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느리다.

얼마나 느렸는지 유치원 가는 모습만 봐도 보는 사람이 속이 터져 발랑 뒤집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약 300미터 정도의 거리를 (아파트 베란다에서 유치원 정문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 한시간이나 걸려 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빠가 아들과 인사를 하고 느긋하게 커피 한잔 타서 마시고, 아침 신문을 맨 뒷장까지 다 보고, 천천히 베란다로 가서 창문을 열고 밑을 내려다보면 그제야 경비실 앞을 꼬물꼬물 지나가고 있는 내가 보였다고 한다. 10p

 

본인이 그렇게 느리면서도 느리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5학년때일 정도로 느리고, 또 느린 꼬부기.

별명도 꼬부기, 달팽이, 나무늘보, 굼벵이, 거북이 등.. 느린 것에 대한 모든 것은 다 붙어 있다.

그와 달리 퀵서비스 맨이 직업인 아빠는 정말 뭐든 최고로 빠르다. 그런 아빠이기에 이렇게 느려터진 나를 참아내는게 항상 힘드신가보다. 항상 빨리, 빨리를 외치시다가 급기야 용돈을 깎는 무서운 시간 제한 경고장을 만들어 나를 힘들게 만드셨다.

 

나더러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는 형벌이었다.

도저히 빨라질수가 없는데 빨라지라니..

학교친구 미루는 똑똑하고 귀여운 어딘가 푸들 강아지가 생각나는 친구인데, 내 고민거리와 이야기를 들어주더니 드디어 분석해냈다. 내가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란다. 아무 생각도 하지말고, 갈길만 가라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미루는 너무 어른들이 하라는대로 하는 강아지 같다.

 

만만디 만만디 라는 말은 중국말로 "천천히"라는 뜻이라 하였다. 언젠가 이런 제목으로 된 신문 칼럼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중국 사람들은 워낙에 여유 자적하게 천천히 느리게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우리네의 뭐든 빨리, 빨리 서두르는 습성을 살짝 걱정하며, 조금씩 쉬어가도 되지 않겠냐고 하는 내용의 칼럼이었다. 우리는 정말 뭐든 빨라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러기에 꼬부기 같은 아이는 이 세상에서 살기엔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눈총을 받을 수도 있는 처지가 되었다. 해가 되는 일도 아닌데도, 그저 한 사람이 늦어지면, 그 다음에 기다리게 되는 것에 짜증을 쉽게 내곤 하는 요즘 사람들.. 꼬부기나 꼬부기 엄마처럼 조금이라도 늦게 일을 처리하면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은 혹은 그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조차 짜증을 내고, 인상을 쓰기 시작한다. 혹은 자리를 바꾸거나..

나라고 그런 일이 없었을까? 마트에 가서 조금이라도 빨리 계산하려고, 짧은 줄을 찾고, 또 누가 새치기라도 하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다. 잠깐 기다리면 될텐데.. 그걸 하기가 참 힘든 세상이 되었다.

 

꼬부기는 정말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오고가는 길 속에서 가게 사람들의 하나하나의 행동을 꼼꼼이 관찰하고, 그들의 문제점까지도 뭘까? 고민해가며 걱정해주는 그런 마음 따뜻한 아이였다. 비록 너무 느려서 학교 선생님의 빠른(사실은 정상적일 수 있을) 말과 수업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꼬부기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훌륭한 소설가가 되거나 발명가가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제로 꼬부기를 틀에 끼워 맞추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꼬부기 아버지가 그렇게 꼬부기를 다그친 것은 꼬부기가 미워서가 아니었다.

느리면.. 그것도 꼬부기처럼 무한정 느리면 트럭에 치일 수도 있고, 그러면 목숨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꼬부기 아버지가 위험에서 꼬부기를 구한 적도 여럿 있었고..

 

그저 느린 아이의 분투기 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꼬부기와 미루의 가정 이야기가 나온다.

꼬부기의 사연만큼이나 미루가 받았을 상처도 몹시 큰 그런 이야기.

어른들의 만남과 이별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미처 생각지 못할 그런 어른들에게 경각심을 일으켜주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다행히 꼬부기와 미루는 열심히 자란다. 탈선하거나 그릇되게 나가지 않고 말이다.

그들을 사랑으로 이끌어줄 어른들의 마음을 나중에는 깨닫게 되고, 진정한 가족으로 승화된다는 그런 훈훈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였다.

 

꼬부기의 본명은 천둥이, 천둥 번개라는 엄청 빠른 속도를 생각나게 하는 바로 그 천둥이었다.

꼬부기의 본명이 천둥이가 된 데에는 그리고, 꼬부기가 엄마가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나중에 재회하게 되는데에는 가슴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빛보다 빠른 꼬부기의 반전을 기대하며, 책장을 열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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