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이의 정월 대보름 알콩달콩 우리 명절 2
김미혜 글, 김홍모 그림 / 비룡소 / 2010년 2월
품절








빠 작!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천둥 소리가 마루 밑까지 쳐들어 왔거든.
무슨 소리야? 귀를 쫑긋 세웠지.
득이가 부럼 까는 소리야.



시작부터 명쾌한 <누렁이의 정월 대보름날>
물론, 누렁이에게는 시련의 날이 될 하루다.
조상들이 보름달을 갉아 먹어 밤하늘을 어둡게 만들었으니 누렁이가 대신 정월 대보름에는 하루 종일 쫄쫄 굶어야 하기때문이다.

득이랑 가족들이 부럼을 깨물고, 할머니와 귀밝이술을 따르고, 맛있는 오곡밥에 나물에 배가 터지게 먹어도, 누렁이는 쫄쫄 굶어야 한다.
그래서 하루종일 심술이 난 누렁이.
도끼 눈을 하고 쳐다보는 누렁이의 모습이 내겐 왜이리 귀엽게 느껴지는지..남의 불행을 즐거워하면 안되는데 투덜거리는 누렁이의 말투도 귀엽고, 모습은 더더욱 귀엽다.
콧물 줄줄에 앞니까지 빠진 득이의 개구진 모습도 귀엽기만 하다.

어려서부터 정월대보름 하면 기억나는 것이 오곡밥과 나물을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럼을 깨무는 것. 귀밝이 술은 아주 가끔 맛을 보았다. 정월대보름이 될때마다 빼놓지 않고 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는데, 다른 세시풍속들이 또 뭐가 있더라? 하면 쉽게 떠오르는게 더는 없었다.

아! 딱 한번 해본 쥐불놀이!
초등학교때던가? 철사인지 끈인지 같은 걸로 묶은 깡통에 솔방울을 넣고서 불을 붙여서 휘휘 휘두르던 쥐불놀이.. 사실 아이들이 하는 불장난이 워낙 위험해서 보통은 못하게 하시는데, 세시 풍속이라 어른들이 계실적에 그 옆에서 할 수 있던 유일한 날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어릴적 내 기억에도 무척 재미는 있었으나 직접 할 용기는 나지 않아서 남자애들 하는거 구경이나 하면서 "불장난 하면 요에 오줌싼대요" 하면서 놀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짧게 기억나는 정월대보름의 풍속들이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풍속은 꽤나 많다.
그것도 지루하게 나열된 것이 아니라 귀여운 강아지, 누렁이의 시선으로 마치 하나의 동화인양 자연스럽게 소개되어 있어서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난 꼬마 독자들뿐 아니라 엄마 아빠들도 자연스럽게 세시 풍속을 꿸 수 있게 되어 있다.

더위팔기도 정월대보름에 하는 거였구나. 어디서 들은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해본적은 없던 것이어서 더 기억이 안났던 것 같다. 또 다리밟기, 제웅치기, 달맞이, 달집 태우기 등의 이야기가 더 나와 있었다.

누렁이가 흠모하는 예쁜 강아지 복실이와 함께 달나라 계수나무까지 달려보자며 힘차게 뛰어오르는 장면에서는 정말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쩌면 그림책 속 강아지들인데도 강아지 슈퍼맨 마냥 이렇게 해학적일 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덮었는데도 강아지 날아오르는 장면이 떠올라 계속 키득키득 웃고 말았다.

보이는 것마다 강아지를 찾으며, "멍멍 멍멍"을 외치며 유난히 강아지사랑에 빠져 있는 우리 아기에게 소중한 책이 될 것 같아 좋아라 선택한 이 책은 엄마인 내 맘에도 쏙 드는 책이 되었다. 사랑스러운 아기가 강아지가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면서 강아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곤란하지만 말이다.

재미로, 이야기로 읽다가 소중한 명절의 세시풍속까지 꿰게 되는 일석이조의 그림동화책.
동화가 끝난 자리에는 알콩달콩 우리명절의 정월 대보름 편에 대해서 보다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더욱 좋았다.
앞서 미리 나온 세시 풍속 외에도 아홉차례, 밥 훔쳐먹기, 연날리기, 줄다리기, 용 알 뜨기, 청참 등의 풍속들이 추가로 나와 있었다. 특히나 청참과 용알뜨기는 듣는 것도 생소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청참은 정월 대보름 새벽에 길을 가면서 들은 첫번째 소리로 그 해의 길흉을 점쳐보는 풍습이라고 한다. 또 용알 뜨기는 대보름 새벽에 제일 먼저 우물물을 길어와 운수가 좋아지기를 기원하는 풍속으로 대보름 전날 밤 용이 내려와 우물에 알을 낳기때문에 그 알이 들어있는 물로 밥을 지으면 그해 자기집 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다 한다. 용알을 먼저 떠간 사람은 지푸라기를 띄워 우물물에 표시했다고 하고 말이다.

누렁이와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정월 대보름의 참 재미를 깨닫게 되어, 나물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나물에 맛있게 밥을 먹게 될 것같고, 그동안 잊고 안해봤던 여러 놀이들을 가족들과 더불어 해볼 생각도 들게 될것이다.

소중하고 재미있는 동화책 한권으로 우리네 조상들의 문화와 풍속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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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물 고개 비룡소 전래동화 9
소중애 글, 오정택 그림 / 비룡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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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려고 엄마인 내가 먼저 읽다 보면 같은 내용의 뻔한 그림책들에 식상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특히나 전래동화는 내가 어렸을부터 많이 읽어온 내용이라 또 반복일까? 하는 두려움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 책 단물고개는 나도 처음 읽는 내용이어서 먼저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어렸을때의 기억으로는 새로운 내용의 이야기책을 읽는게 무척 신이나고 즐거운 일이었다. 전래동화를 읽는 아이들의 마음도 어릴 적 나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5~8세 아이들이 가장 재미나게 읽을만한 단물 고개.



깊은 산골에 늙은 어머니와 함께 살던 총각은 가난했지만, 열심히 일을 하고 늙은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고 살았다. 장에 가면 생선 사다 구워드리고 봄여름 마당에 꽃 가꾸어 어머니 기쁘게 해드렸다. 가을이면 머루, 다래, 개암, 으름 그득그득 따다 드려 어머니 입맛 다시게도 해드렸다.



그런 그가 너무너무 더운 어느 날..나무를 하러 갔다가 뽀골뽀골..옹달샘을 발견했다.

그 물은 보통 물이 아니었다.



효성이 깊은 총각이라 복을 받는구나 생각을 하였다. 하나하나 어머니를 생각하는 정성이 무척 갸륵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그 단물로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살면 참 좋을 텐데 생각하였다.

거기까지가 끝이면 좋았을텐데..

이후로 단물과 총각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이 눈을 빛내며 읽을 법한 책인데, 엄마가 읽어줘도 구성지게 읽어줄만한 리듬과 운율을 갖추고 있다.



"오냐, 호랑이 조심해라"

"이예"

"점심 꼭꼭 씹어먹고"

"이예"

깊은 산골의 총각과 어머니의 대화의 반복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책을 읽어주는 엄마도, 듣는 아이도 구성진 그 운율에 함박 웃음을 지으며 듣고 보고 할 모습이 떠오른다. 재미있게 책을 읽어주면 아직 어린 우리 아기도 방글방글 웃으며, 그 대목을 다시 또또 읽어달라고 하기때문이다. 아마 이 책도 그러하리라.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빙긋 웃게 되었다. 우리 아기가 좋아할만한 책이군 하면서 말이다.



아이들이 들으면, 우리 엄마는 "차 조심해라" 하는데, 왜 책에서는 호랑이 조심하래? 하고 물을법도 하다. 또 개암, 으름, 머루 등을 모르는 (사실 나도 어릴적에 그런 열매들을 보지 못하고 자랐다.) 아이들이기에 이게 뭐냐고 꼬치꼬치 물을수도 있겠다.


전래동화라는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정말 할머니 목소리로 전해 듣던 그 옛날 이야기의 느낌처럼 종이가 아주 독특하고 곱다. 예전에는 하얀 색이 무조건 좋다고 하였는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누런색 한지 느낌의 이런 종이가 더 고급스럽고 인정 받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한지처럼 하늘하늘한 종이는 아니지만, 약간 빳빳하면서도 한지무늬의 이 누런 바탕 종이에 그림의 기법이 무척 독특하다.



다색석판화에 사용되는 분판작업을 통해 현대적이고 세련된 작업으로 이뤄낸 그림이라 한다. 전래동화와 걸맞게 수묵화 기법에 판화 기법이 응용된 그림도 너무나 정감이 간다. 마구마구 인쇄물로 찍어낸 책이 아니라 하나하나 정성들여 수작업한 듯한 느낌이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파란색 , 하얀색, 주황색, 검은 색 등의 알록달록한 색깔이 하나하나 상징하는 바가 있어 색을 알고 그림동화를 다시 보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그림책을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지는 책, 그리고 그 내용이 그림과 어우러져 너무나 재미있는 책..

우리의 단물 고개 이야기이다.



실제로는 천안시 성거읍 오목리에 전해오는 전설인데, 단물고개가 아닌 술고개라 한다.

아이들을 위해 각색하다 보니 단물고개로 바뀌었는데..정말 이렇게 멋진 단물이 있을까 생각이 될 정도로 멋진 표현들이었다. 머루처럼 달콤하고 박하처럼 향기로운 물.. 그 물 나도 한번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총각..욕심만 부리지 않았으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단물을 누릴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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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1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박환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1월
구판절판


시를 사랑하는 문학소녀로써의 운치있는 학창시절을 보내보지 못한 나로써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유명한 이름을 아주 가끔 단편단편의 시나, 글귀 구절 들을 통해 만났을뿐이었다. 그래도 그 분이 정말 유명한 시인이라는것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뻣뻣하고 재미없는 (문학적 재미가 없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난 이후에도 난 시를 많이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릴케 시집을 따로 읽거나 하지 못했는데, 라이너 마리아 릴케님의 작품 중에 장편 소설인 "말테의 수기"라는 작품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고 드디어 읽게 되었다. 시보다는 소설을 좋아하기에 소설로라도 꼭 위대한 작가분의 작품을 만나보고 싶었던 것이다.

수기, 에세이 형식으로 씌여진 작품이라 소설이라고 해도 좀 느낌이 달랐다.
그리고, 말테라는 인물의 이야기라고 하였으나 실제 릴케의 과거 이야기인 듯한 느낌의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잉게보르크라는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딸을 잃고 슬픔에 젖었던 어머니, 그리고 말테를 소녀처럼 대하고, 말테가 소피라는 가상의 딸 흉내를 내면 어여삐 여기고, 그 아들과 함께 말테와 일반 남자애들 흉을 보곤 했다는 어머니..

실제 릴케도 어릴적에 첫딸을 잃은 어머니가 릴케를 여아처럼 대하고, 입히고 키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말테의 이런 어릴적 모습은 바로 자신의 모습이리라. 너무나 사랑하는 한 아이를 잃은 슬픔이 지나쳐, 남은 아이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지 못한 어머니. 그리고 그 슬픔을 몸으로 마음으로 견뎌냈어야 할 릴케의 여린 마음이 전해지는 듯 했다.

그가 어릴적에 본 유령의 "손" 그리고, 외가댁에 가서 본 흰 옷을 입은 유령여인(한번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아주 여러번 본..일상의 유령), 어머니께 들은 누나의 유령..
책 속의 말테는 강인해보이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병약해보이는 느낌.
그래서 책의 시작에서도 그는 죽음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죽음과 유령..임산부의 배를 보고서도 생명과 죽음 두가지를 잉태하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는 죽음을 너무나 가까이 느끼고 이야기하였다.

줄거리가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 그런 느낌의 작품은 아니었다. 몽환적이기도 하고, 어쩌면 두서없다고도 할..
고전이고, 대가의 작품이니 한낱 21세기의 내가 평가하기엔 너무 어려운 분이실 수 있을텐데.. 그저 그 분의 작품을 하나의 맥락, 큰 틀로 이해하기 보다 단락단락 구절구절의 그 세세한 묘사와 설명으로 이해하는게 더 받아들이기 쉬웠다.

마틸데 브라에의 얼굴을 매일 대하게 된 후로 나는 죽은 어머니가 어떤 용모를 하고 있었는가를 비로소 생각해 냈다.... 그 무렵에 처음으로 어머니의 모습이 무수히 작은 인상으로부터 조립되어, 지금은 어디엘 가나 내 마음에서 사라지는 일이 없다. ..단지, 브라에 양의 얼굴에는 또 하나의 얼굴이 파고들어가 그것이 이목구비를 서로 떨어지게 하고 비뚤어놓고 흩어지게 만든것 같았다. 32p

릴케의 표현은 정말 새롭다. 책을 많이 읽지 않고, 생각을 많이 하지 못해서인지 그저 아름다운 장면, 아니면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보아도 아~ 하는 감탄사 이외에 표현해낼만한 적절한 어구들을 떠올리지 못하는 나와 달리.. 그의 표현은 하나도 겹치지가 않고, 지금 읽어도 몹시 새롭고 매력적이다.

몇백년동안 여자들은 사랑의 작업을 혼자서 도맡아왔다. 사랑의 대화에서 1인2역을 맡아왔다. 남자는 여자가 하는 말을 그대로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것도 서투르게 말이다. 남자의 산만함과 무신경, 역시 일종의 무신경인 질투는 여자들의 진실한 사랑을 터득하는데 장애물이 되었다. 그러나 여자는 낮이나 밤이나 쉬지않고 계속 사랑하여, 사랑을 깊게 만들었다. 148p

사랑의 대화에서 1인 2역이라..
어쩐지 요즘의 우리 부부 모습 같아서 뜨끔하였다. 다른 부부들은 좀더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지 않을까 싶은데..자상한듯 하면서도 사랑 표현에는 서툰 우리 신랑은 마치 앵무새처럼 내가 한말을 따라한다. 그것도 정말 무성의하게..
그 앵무새 같은 표현이라도 듣고 싶어서..나 혼자 1인 2역의 대화를 해왔는데..

남자인 릴케.. 그것도 나보다 100년전에 살았던 바로 그 분이..정확히 말씀해주고 계신 것이다.
우리 신랑.. 혹시 과거의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일까?
요즘 남자들은 좀 많이 달라졌을텐데..

"나는 마치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창 앞에 서 있었어요. 그리고 어두운 하늘에 반짝이고 있는 별들은 곧 자유였어요."
그 무렵의 아벨로네는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잠을 잘 수 있었다.
잠이 든다는 표현은 그 무렵 아벨로네 또래의 처녀들에게는 걸맞지 않았다. 그 소녀들에게 잠은 몸과 함께 떠오르는 것으로써 이따금 눈을 떴다가는 다음 잠의 나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맨 위에 있는 나라까지는 아직 몇개의 나라가 더 있었다. 그러고는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날이 새지 않은 새벽녘 두자루의 촛불은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순결한 어둠 속에서 켜지는 등불, 바로 아벨로네 한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중3때 친구와 함께, 오빠에게 과외를 받은 적이 있었다. 쉬는 시간에 도시락 까먹은 이야기를 했더니 오빠가 깜짝 놀라며 순수해보이는 여학생들이 그런 일탈 행동을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까르르 웃으며 그게 뭐 어떻냐고 했던 기억이 났다. 매일 보는 동생이야 그렇다 치고 다른 여학생들은 좀 달라보였나보다. 대학생인 오빠도 순수한 마음으로 여학생들을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을텐데..우리가 아주 무참히 그 순수한 상상을 깨주었던 기억이 난다.
말테, 그리고 시인 릴케도 그런 생각을 했던 걸까?
처녀의 잠, 여인의 잠은 그토록 아름다운 것일거라고..
그의 입을 통해 나온 처녀의 잠은 이토록 아름답고 숭고하다.
아니라고 내가 또 반박한다면..나만 또 뻣뻣한 사람이 되는 거겠지..
어쨌거나 릴케의 표현 속에서는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는 듯 하고, 향기로운 장미 한송이가 되는 느낌이었다.


나 그대에게 말하지 않으려네
밤새 울면서 누워 있음을
요람을 흔들듯
내 마음 흔들어 아프게 하는 그대여
그대, 단 한번도 말하지 않네
나도 너 때문에 잠들지 못하노라
아름다운 이 마음 언제까지나
그대와 내 가슴에 숨겨 둘 수 있을까?

세상의 연인들 좀 보아,
겨우겨우 그 사랑을 꺼내고도
게눈처럼 그 마음 감춰버리는

2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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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하루 곰돌이 푸 자연환경 그림책 2
K. 에밀리 후타 지음, 배소라 옮김 / 예림당 / 2010년 1월
절판


요즘 아이들은 만화를 봐서 그런지 뽀로로를 참 좋아하는데, 어려서부터 접한 캐릭터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바로 곰돌이 푸다. 그래서, 난 우리 아기도 곰돌이 푸를 좋아했으면 하고 바래보곤 하였다. 아기 놀이방 매트를 두개를 구입하게 되었을때도, 아직 아기는 선택권이 없었기에 가장 인기 많다는 뽀로로를 하나 사고,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엄마, 아빠의 취향대로 곰돌이 푸를 골랐다. 곰돌이 푸 놀이방 매트가 더 예쁘기도 하다. 내가 어릴 적에 본, 기억나는 그림책이 몇개 안되는데 그중 하나가 곰돌이 푸였기에 더욱 마음에 드는지도 모르겠다.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곰돌이 푸가 나무 등걸인가 어디 창고인가에 가득한 꿀단지를 발견하고서 눈이 휘둥그레지게 좋아했던 페이지가 있었다. 어른들도 좋아하는 곰돌이 푸, 그 새로운 그림책이 나와서 그 동화 속 세상으로 아이와 함께 떠나보았다.

어느 참 조용한 날, 꼬마 캥거루 루가 너무너무 따분해서 엄마를 달달 볶다가 밖에 나가 놀기로 하였다. 그때 호랑이 티거를 만나 냇가로 같이 놀러가기로 한다. 가는 길에 래빗, 이요르, 아울, 푸를 만나 모두 같이 냇가에 간다. 꼬마 돼지 피글렛도 이들 놀이에 동참을 한다.

냇가에서 뭘 하고 놀까? 따분할줄 알았는데..
조약돌을 발견하면서, 물수제비 뜨기, 나뭇잎배 띄우기, 조약돌 모으기, 폭포 만들기 등등 너무너무 재미있는 놀이들이 많았다. 엄마 캥거루 캉가가 데리러 올때까지도 루는 너무 재미있어서 집에 가기 싫다고 할 정도였다.

게임기와 컴퓨터에 심취한 요즘 아이들에게 문명의 이기 없이 놀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작은 숲속이나 냇가에 가서 이렇게 재미있는 일들이 많고, 친구들과 노는 것은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얼마든지 재미난 사건들, 놀이감들이 많을 수 있다는 것~! 사실 집앞 놀이터에서 모래장난만 해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을 것이다.
학원다니고, 읽을 책 쌓여있고, 짬나면 게임이나 티브이에 몰입하는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밖에서 친구들과 놀기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참 놀고 싶은 아이들, 꿈이 있는 아이들에게 이런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노는 시간은 정말 필요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릴적에 잠깐 읽어보고, 크면서는 주로 캐릭터 인형이나 상품 등으로 만난 곰돌이 푸.
오랜만에 그림 동화책으로 다시 만나니, 그동안 소식이 궁금했던 친구들이 그림 세상에서 살아움직이는게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우리 아기도 평소에 집에서 인형으로 만나고, 장판에서 많이 봤던 캐릭터가 책에 나오니 신기한지..책 한번 보고 인형 가져 오고를 하며 같은 그림이라고 재미있어 하였다.

아직 어린 아기지만, 좀더 자라면 아기가 책을 읽을때 보다 더 신기해하면서 이야기의 세계에 빠져들리라.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신나는 하루를 선물해주고 싶다.
다른 놀이는 아니더라도 우선 냇가나 하천 등에 가서 물수제비 뜨기 (사실 엄마도 거의 못 한다.)나 돌멩이 등을 만지게 해주면 아이는 무척 새로워할 것 같다.
책을 통해 만나는 또 하나의 세상.
우리 곰돌이 푸 친구들과 함께 엄마 아빠가 놀았던 그 세상으로 아이들을 다시 초대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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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요새의 아이들
로버트 웨스톨 지음, 고정아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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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때의 일이다. 집 근처에 큰 공터에 벽돌 공장이 있어서, 벽돌을 구울때 쓰는건지 뭔지 몰라도 웬 나무 판자 같은게 잔뜩 쌓여있었다. 어린 마음에 그 근처에 몇번 가봤다가 친구들과 장난삼아 그 판지로 집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방 한칸 정도를 만들고 집에 갔는데.. 며칠 후에 가보니, 남자애들이 모여서 방이 몇칸이나 되는 아늑한(?) 집을 만들어논 것이다. 사실 비밀 기지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럽고 지저분하긴 해도 그 곳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그 공장 사장님인듯한 어른에게 혼나서 집을 허물기 전까지 친구들과 참 자주 찾아가 놀았던 것 같다. 그 안에 있으면 많은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었고, 가장 좋았던 건..우리 힘으로 만든 우리만의 집이라는 것이었다. 어린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그 놀라운 믿음의 결과가 어설프지만 판자 집의 형태를 갖춰서 제법 웅장하게 우리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때 뛰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른 놀이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 짧았던 며칠의 기억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이 기억이 난다. 사실 집의 구조나 외양 같은 사실적인 면보다도 그때 느꼈던 벅찬 설렘과 감동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

영국과 독일이 접전을 벌이던 제 2차 세계대전의 영국의 한 작은 마을 가머스에서 일어난 이야기 <작은 요새의 아이들>
우리나라 나이로 중3정도에 해당되는 채스는 또래 친구들보다 제법 똑똑하고 머리가 좋은 친구다. 다른 남자애들처럼 전쟁 수집품 취미가 있었는데, 매일 독일군 전투기의 폭격과 공습에 시달려야 했던 아이들에게는 그런 작은 취미가 유일한 돌파구였으리라. 매일 아침 옆집이 폭격에 날아가고, 시체가 널부러진 모습을 보고 살아야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낙이 있겠는가?

그러던 어느날 채스가 아주 우연히 추락한 독일군 비행기에서 기관총을 발견하고 그것을 숨긴다.
그리고, 정말 친한 친구들과 함께 기관총을 사수하기 위해 그들만의 요새를 만들기 시작한다. 요새에 필요한 사람과 장소, 그리고 기관총 사용법 등등 채스와 그의 친구들이 방법과 기술들을 터득하는 데에는 어른인 나도 놀랄 만큼 영리한 그들의 모습이 엿보인다. 그래서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한 동네 어른들의 눈길을 피해 그들만의 아지트가 완성된다. 가머스 전체에서 가장 안전한, 비스마르크 호가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면 어떤 공격도 견디어낼 "카파레토 요새"가 완성된 것이다.
요새 내무 규칙 13조항 중 10 번째는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에게 고자질하는 자는 죽음을 면할 수 없다 라는 조항이 있었다. 이 얼마나 아이다운 생각인가? 어른들을 속이고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감에도 아이임에 드러나는 귀여운 면들이 많아 나도 모르게 키득거리게 되었다.


그들은 기관총 포장을 벗기고 그 위에 할아버지의 유니언 잭을 덮은 뒤 모두 기관총에
손을 대고 니키를 돌볼 것을 맹세했다. 그 맹세를 통해 카파레토 요새는
놀이터 이상이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나라가 되었다.
이제 적은 독일만이 아니었다. 존을 뺀 모든 어른도 일종의 적처럼 되었다. 141p



어른들이 보기에는 위험천만한 아이들의 모험이었겠지만, 그들은 진정한 우정으로 똘똘 뭉쳤다.
요새를 만들며 다져진 우정은 친구를 지키고, 그리고 서로를 지켜내려는 마음으로 뭉쳐지게 되었다.
정말 독일군이 쳐들어올거라는 공습령이 내려지자 어른들도 방공호에 숨고, 혹은 도망가기 위해 차로 이동하고 하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뭉친다. 스스로를 지키고,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가장 최선이고 안전하다 믿어지는 그들만의 카파레토에 모여든 것이다.

그들의 요새가 전쟁과 어른들의 눈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인가?
나중에 추락한 비행기의 독일군 조종사와 아이들이 요새에서 맞닥뜨리는 일이 발생하였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렸을적의 실제 전쟁 경험을 자신의 어린 12살 난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 이야기를 만들었던 로버트 웨스톨은 이 데뷔작으로 바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했다. 그 이후에도 <허수아비>라는 새로운 작품으로 또 카네기 메달을 수상해 카네기 메달을 두번 수상한 유일한 작가가 되었다. 또한 이 작품은 영국 BBC에서 1983년에 드라마로 방영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2002년에는 BBC라디오 4에서 라디오용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끝까지 용기있는 아이들, 그리고 그 우정이 너무나 반짝여 아름다운 아이들
너무나 재미있는 작품이었고, 그리고 정말 카네기 메달 심사위원단의 말처럼 "지난 70년동안 가장 뛰어난 청소년 소설"이라 할만큼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화려한 수식어구가 많이 붙은 작품이라 기대가 컸는데, 책을 다 덮고 난 이후에도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리는 걸 보면 그들은 정말 내게 있어 작은 영웅이 아닌가 싶다.

"닐 카르보룬 둠, 나쁜 놈들한테 기죽지 말라는 뜻이야." 2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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