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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한 여자의 일기, 그런데 읽다보면 그 느낌이 뭔가 좀 다르다. 몇년 전의 자신의 일기를 다시 읽는 몇년 후의 여자의 모습이 중첩되어 그려진다.
게다가 몇년동안 수많은 소용돌이를 겪고 새 사랑을 기다리는 그녀의 나이는 지금 나와 동갑이기도 하였다. 놀.랍.게.도.
한 매체에서는 일기 쓰는 여자와 일기 읽는 여자 라는 말로 시간의 차이를 둔 한 여성의 변화를 표현해냈는데 멋진 말이었다.
몇년 동안 여자는 많이 변했다.
가정에 충실하고 지키려 노력하는 여자가 있었다. 지금은 친남매같아져버린 남편에게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지만 그 밋밋한 가정마저 지키려 든다.
사랑을 즐기라 말하는 친구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가정을 지키는데만 급급하였다. 딴 생각이 잠시만 들어도 남편에 대해 미안한 감정이 든다.
사실 외국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에 비해 많이 개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책 속은 모르겠지만 실생활에서는 한번 결혼을 했으면 절대적으로 가정을 지키고, 한눈을 파는것에 대해서는 터부시 되어있는, 아이와 내 가정을 지키는게 최우선인 우리나라와 가정도 중요하지만 나란 사람이 더 중요하다 느껴지는 서양의 사고방식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내가 보수적이라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자꾸 틀을 깨고, 알을 깨고 나오려 하는 여주인공이 내 시선에서는 걱정이 되었다.
일본의 소설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만나본적이 있다.
전형적인 동양미인이자, 가정을 지키던 여인을 외국인남성이 흠모해서 알을 깨고 나오게 만든다. 아주 열렬히 그렇게 사랑했지만, 그녀가 틀을 깨고 나오자 그녀에 대한 사랑이 확 식어버렸던 서양 남자. 하지만 동양 여인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자유?를 찾게 된 것을 행복으로 여기고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이 책도 그와 조금은 비슷한 식으로 이어져 나갔다.
한동안 지루할만큼 여주인공의 따분한 일상에 대해 이어나간다.
사실 일상이 화려하고 재미난 일들로만 채워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열렬히 사랑을 해서 만났건 차분히 선을 보아 만났건 몇년을 살다보면 그 사랑이 식고, 평온한 가정의 모습으로 돌아갈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여주인공은 좀더 다른 것을 바랬나보다. 처음에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꾸 그녀의 호기심 안에 들어오는 남성이 있었고, 친구 역시도 남편에게 지나친 죄책감을 갖지 말고 가벼이 만나보라고 종용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갑갑하게 만드는 남편으로부터 탈출해 자신을 바라보는 뜨거운 시선을 가진 그 남자라는 욕망을 향해 다가선다.
그리고 그 남자는 여인이 여태 만나본적 없는 그런 신선한 사랑을 제공?하였다.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열렬하게 남자에게 빠져버린 그녀. 결혼 생활은 유지했지만 그녀의 생각은 오로지 그 남자 뿐이었다. 보고 있어도 뒤돌아서면 보고 싶고, 혹시나 이런 사랑을 나말고 다른 여자에게 해주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남자는 처음부터 이대로의 사랑(딱 이만큼의 상황)이 좋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자는 지나치게 빠져들어 가정도 다 버리고 그에게 달려가고 말았다. 애초에 그 사랑을 즐겨보라던 친구도 이건 아니라고 말리는데도 여자는 그 사랑에 눈이 멀어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걸어보기로 한 것이었다. 남자가 떠나있던 곳까지 여자가 한걸음에 달려갔더니 남자는 오히려 냉랭해지고 말았다.
내가 생각했던 선을 넘어섰다면서. 당신은 내 삶 속에 들어오는게 아니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제서야 여자는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가정으로 되돌아올것같았지만.
그러질 못한다.
한번 떠나버린 마음은, 다시 남편과 뜨겁게 달궈질수없음을 알았다며, 여자의 마음은 그렇게 멀어져갔다.
뭐랄까. 남자작가의 시선에서 그려진 소설이 여성의 내면까지 이렇게 촘촘히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였다.
그리고, 보수적인 시선에서 걱정을 해보자면, 홀로 산다는 것, 결혼을 했더라도 그 사랑이 맞지 않으면 새로운 사랑을 찾으라는 것에 과감한 점수를 주고 있다는 점이 다소 좀 위태롭게 보였다. 지금의 결혼생활이 너무나 좋아죽겠다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만은, 나 역시도 행복하다 행복하다 할 상황임에도 가끔은 신랑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면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을 끝내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고 싶은 생각은 절대적으로 들지 않으니, 그냥 소설은 소설일뿐이라고 생각을 하고 읽는다면 그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정도.
남들은 그냥 소설이니까~ 하고 읽을 내용도 나는 꽤 몰두해서 읽어서 읽다가 혼자 선도 긋고 고개도리질도 해보고 끄덕이기도 해보고 그러나보다.
그녀가 엄청난 사랑에 빠져들어 새벽 내내 새 남자에게 쏟아대던 폭탄 문자도 이해가 되고 (너무 집착할수록 남자가 멀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걱정스러운 마음에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 안에 용광로가 들어있는 것 같은 아내는 남편과 어떻게든 재미난 생활을 이어가보고 싶은데 남편은 아내와의 그런 일상이 잡아놓은 물고기인 마냥 그냥 지리멸렬하게 넘기려 하는 면이 강한걸 보면 사실 우리 일반 가정들의 모습도 그것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서부터 삐긋,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여인을 보면 너무나 중요한 결혼 생활이 한순간에 어긋나는것일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라는 자리에 익숙해져서, 나의 사랑이라는 것은 따로 생각조차 해본적 없는 사람이기에 가끔 꿈에서 영화배우라도 나올라치면 괜히 신랑보기 미안해지고 그러는 고로, 동갑의 나이에 이제서야 진짜 사랑을 찾았노라, 꼭 이 사랑과 결혼에 정착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삶에 크게 만족을 한다. 하고 행복해하는 여주인공을 보며 그래, 각자가 생각하는 바라는 삶이 다르니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님..그녀는 사실 그 결혼생활이 너무나 참기 힘들었으니 박차고 나왔을지 모른다.
남편 말 마따나 폭력도 남편의 바람도 그 무엇도 없었지만 그녀가 바라는 이상적인 결혼생활이 아니라 가면을 쓴 삶이었다 하지 않았나.
만족하고 살수있는 삶이 아니라면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데 무얼 하겠는가.
생각해볼수록 그녀와 내 상황은 많이 다를수밖에 없어 생각도 결론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신랑의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이 보이는 사람이고, 지금의 이 생활도 만족스럽고 그러니 새로운 사랑 따위 생각도 안나는 거겠지.
하지만, 그 생활이, 자신의 현실이 너무나 불만스러운 사람은 당연히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날 생각을 하는거겠지.
이 수십억 인구의 사람 중에 절반이 이성이라고 해도, 평생을 함께 할 반려를 만난다는건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이고 유지한다는 것 또한 그만큼 더 어려운 일일수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아침의 첫 햇살을 읽고.
지금의 사랑이 좋노라 말하고 있는 어느 아기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