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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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책으로는 꽤 오래 전에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다. 꽤나 인기가 높았던 책이었는데 읽을 당시에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뭐 이런 내용이 다 있지? 싶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중국이란 나라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는 사실,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읽은 제 7일은 좀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 잘 몰랐을 적에 (물론 지금도 잘 모른다.) 인터넷등에 난무한 짝퉁 제품, 짝퉁 먹거리 등을 양산하는 그들의 천연덕스러움에 치가 떨린 적이 있었다. 심지어 갓난아기가 먹는 분유까지도 멜라민 분유를 만들어내고 아무렇지 않게 유통시키는 그들, 뭐 달걀도 가짜로 만들어낸다니 할말을 잃게 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믿기 힘든 그런 뉴스들이 아주 극히 그들의 일부일뿐 전부는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얼마전 읽은 조정래님의 정글만리를 읽고 우리와 분명 다른 그들의 차이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해하고 읽으니 제 7일이 그들의 눈길에서 읽히는 기분이었다. 아니었으면 우리와 너무 다른 정서로 거부감 드는 부분들도 여럿 있었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영원한 인연을 다시 찾은 7일간의 이야기라고 해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사랑을 꽃피우는 그런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띠지의 그런 설명은 좀 맞지 않는단 생각이 든다.

작가가 초점을 맞춘건 양페이와 리칭이 아닌 양페이와 양아버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어쩌면 그 인연이라는 말이 사랑하는 연인이 아닌 부모 자식지간의 인연에도 해당이된다면 맞는 말일테고.

 

첫 시작은 죽은지 첫째날인 양페이가 스스로 걸어서 화장터인 빈의관으로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족이 없이 홀홀단신으로 죽은 양페이는 죽었을 당시 그대로의 차림으로 가다가 부끄러움을 느끼고 집에 돌아와 수의를 찾는다.

그런데 사둔 수의가 없으니 입고갈 옷이 없다. 그나마 하얀색인 예전 신혼때의 잠옷을 꺼내입고, 스스로를 애도하기 위한 상장을 만들어 달기 위해 집에있던 검은 옷을 일부 잘라 왼팔에 둘렀다.

 

빈의관에 가보니 빈부의 격차에 따라 화장 순서도 달라지고, 대기석도 달랐다.

약소하더라도 무덤과 관, 수의 등이 마련된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나마도 없는 더 가난한 사람들, 혹은 가족을 미처 만나지 못하고 흩어진 영혼들은 그저 안식의 땅으로 떠나지도 못하고 세상 어딘가를 떠돌 뿐이었다. 그들이 모인 공간도 있었으나 그들은 영원한 안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죽어서까지도 입고 있는 옷, 마련된 무덤 등에 따라 다른 대접을 받는다니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물론 빈부의 격차가 남은 사후 세계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하는 이야기였다. 작가의 상상에 의해 얼마든지 재창조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죽은 사람들은 자신이 왜 죽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이후에 들어온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기도 하였다. 특히나 교통 사고 등으로 비명횡사한 경우에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조차 모르고 당황스러워하다가 이후에 들어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제서야 수긍할 수 밖에 없기도 한다. 처음에 양페이도 자신이 왜 죽었는지 모르다가, 서서히 떠오르는 최후의 기억으로 미루어 짐작을 한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거기에 자신이 깔려 죽었음을 말이다.

 

죽음에서 시작한 양페이의 이야기는 그의 탄생시절로 되돌아가 그를 키워준 양부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기차를 못 봤던 것 같은데, 중국에서 양페이가 태어날 당시에는 기차의 화장실 변기가 바로 바닥으로 이어지는 (그러니까 변을 보면 그 변이 모두 선로로 쏟아진다는 것일까? 상상하기도 힘든 ) 구조였나보다. 만삭이었던 양페이의 엄마가 배가 너무 아파 화장실에 가서 힘을 주다가 그만 갓난 아기가 선로로 떨어지고 말았다. 너무 힘들어 바로 기절했던 엄마는 자신이 똥이 아닌 아기를 낳아 떨어뜨리고 기차가 계속 출발했다는 것을 알고 아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이미 한참 시간이 흐른 후라 아이를 찾을 수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갓난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은 선로전환공이었던 양진뱌오에 의해 갓난아기가 구조되어 젊은 총각이었던 양진뱌오가 아기를 거두어 키우게 되었다. 그는 산모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일부러 갓난아기를 죽이려는 못된 부모가 선로에 일부러 버린줄 알고 아기를 더욱 불쌍히 여기며 애지중지 키웠다.

 

친하게지내던 동료의 아내가 출산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젖동냥을 해서 아기를 키워냈고 이후로는 자신의 품안에 포대기같은것을 만들어 달고 아기를 늘 가슴에 품고 다니며 사랑으로 키워냈다. 사실 애딸린 총각이 장가를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피끓는 청춘이기에 그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했으나 늘 아기가 문제였다. 대부분의 아가씨가 그를 다 떠나갔지만 딱 한번 인연이 깊게 닿을 뻔했는데 그 아가씨 역시 아기와 자신 중 선택하라는 듯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였다. 젊은 혈기였던 그가 한순간의 선택으로 네살난 아들을 갖다 버리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아빠를 굳게 믿고 사랑했던 네살바기 아이를 기차를 타고 멀리 떨어진 곳, 어느 유치원 옆에 버리고 온 날, 그는 아가씨에게 달려가 사랑을 고백했지만 다음 날 혼인신고를 하러 가다말고 자신의 가슴속 변화를 깨닫고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난 양페이만 원해요.

그는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부리나케 그 도시로 되돌아가 아이를 찾는데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갖고 있던 사탕이 다 떨어지고 수통의 물이 떨어져 배가 고픈 와중에도 개가 무서워 나뭇잎으로 온몸을 덮고 잠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아빠가 왜 안오지? 하면서 잠꼬대를 하는 아이를 끌어안고 너무나 미안해했던 양진뱌오

 

어제 이 책을 다 읽었을때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는데, 다시 양진뱌오의 양페이 이야기를 쓰려하니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을 걸어 사랑했던 아들, 죽어서까지 그 아들을 못 잊고 죽어가면서까지 양페이를 읊조렸던 아버지가 생각나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양아버지 양진뱌오의 이야기였지만 그외의 인물들의 이야기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위화의 이야기 그러기에 사람들이 이리 몰두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회사 최고의 절세 미녀였던 리칭, 아무도 감히 넘볼수 없었고 재벌들조차 마음대로 농락할 수 없었던 그 차가운 미녀의 마음을 움직여 결혼에 이른 양페이. 그는 아버지처럼 우직하고 성실한 그런 사람이었다. 둘은 사랑했으나 가난했기에 화려한 미모로 언제든지 부의 기회를 움켜쥘수있었던 리칭은 그를 저버리고 떠나고 말았다. 이후 양페이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게 되었고 말이다.

 

류메이와 우차오의 이야기는 또 어떠한가.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그들의 이야기. 쥐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방의 구분도 아니고 옆집과 천 하나로 벽을 삼아 살아가는 절대 군중의 이야기. 그 절대 가난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사랑이 가난과 오해 등에 의해 슬프게 저버리고 말았다. 남자친구의 거짓말 하나로 죽음을 결심한 가벼운 모습이 독자에게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긴 하지만 아이폰 하나로 몸을 팔겠다고 하거나 가짜 아이폰으로 목숨을 버리겠다고 하는 등의 이야기가 중국에서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그들의 지나친 생명 경시와 부에 대한 집착 등과 어우러져 이해된 부분이었다.

 

슬프디 슬프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위화의 이야기, 허삼관 매혈기보다 난 제 7일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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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세움 K-1 : 1-20까지의 수 - 6~7세, 친철한 스토리텔링 STEAM 수학 교과서 수학세움 K 1
박영훈 외 지음, 우지하우스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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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세움은 원래 대한교과서를 만드는 교과서 출판도 하는 출판사로 알고 있다. 그런 아이세움에서 만든 스토리텔링 유아 수학 학습서

수학 세움, 5~6세를 위한 PRE K 단계도 있었지만 6~7세인 K1단계가 1~20까지의 수이고, K2부터 덧셈과 뺄셈 기초가 들어가기 시작하는 터라 K부터 시작해도 될 것 같아서 K를 선택하였다.






집에서 일찌감치들 수학 공부를 시키는 집들이 많은데 비해 따로 해주는 것이 없었다가, 친구네 아이가 기탄으로 수학을 공부했다길래 기탄 몇권을 풀게한 것이 전부였는데, 이후 계산 등의 문제집을 기탄으로 이어갈지 해법이나 다른 문제집을 살지 고민중이었다. 그런데 아이세움에서 수학 세움이라는 스토리텔링형 문제집이 나왔다길래 보니, 반복이 주인 기탄에 비해 다양한 설정이 재미나보이긴 하였다.






문제를 직접 글씨로 써서 푸는 것도 있고, 입으로 세어서 말하는 것도 있다.

아이의 유치원에서의 일상같은 상황 속에서 수를 세는 것을 재현해볼 수 있었다.




1~20까지의 숫자를 단순히 암기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맨 먼저 인지를 하고, 그 다음에 순서를 아는 것을 확인하고, 세번째에는 10부터 거꾸로 세기를 해보고, 4번째에는 정해진 만큼 묶어 세는 것을 해보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의 기탄에서는 묶어 세기를 해보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앞 부분을 보다 더 수월하게 풀어볼 수 있었다.

사실 푼다기 보다 숫자 세고, 적고 정도의 수준이지만 말이다.




숫자에 대한 부분 외에도 옆의 도형 모양을 점선으로 재현해보고 색칠하는 공부라거나 책의 뒷부분에 들어있는 카드와 스티커를 이용해 놀이식으로 학습하는 부분도 재미나보였다.

어렸을 적에 초등 저학년때까지의 수학이 단순 숫자 연산과 반복이라 무척 재미없어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렇게 놀이식으로 공부하면 단순 사칙 연산도 훨씬 재미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기탄에 비해 단순 반복이 아니라, 매일 매일 조금씩 나누어 풀게 하는데도 지루함이 없어 좋다.

하루에 몰아서 다 풀기보다 조금씩 진도를 나감으로써 알고 있는 것도 확실히 다져나가는 용으로 k1을 풀고, k2부터는 확실히 짚어나가며 배우는 것으로 진도를 잡아보고 있다.






숫자 자체를 좋아하는 아이는 어려서 배우는 것도 흥미있어 하고, 자기가 재미나서 풀기도 한다는데 사실 엄마도 아빠도 둘다 이과였으면서도 수학 자체를 어려서부터 아주 좋아했던 케이스는 아니었던 지라 아이가 흥미를 갖고 수학과 만나게 하는게 중요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릴적부터 수학은 지루해라는 인식이 들면 정말 큰일이기에 말이다.

다행히 아이가 레고 등의 블럭 조립을 좋아해서인지 유치원에서도 창의성면에서 두각을 발휘하고 있다 하였는데, 부모에게 부족한 창의력이 높다는 것을 높이 보고, 기본기를 다져주는 이런 학습은 매일 꾸준함을 통해 아이의 흥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다져주는 식으로 접근해보는게 우리 아이와 잘 맞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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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배진수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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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무서운 공포라기보다 기이하고, 괴기스러운 이야기라는 표현이 맞을 책. 금요일.
웹툰 연재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이 작품을 나는 단행본으로 모아서 읽게 되었다. 겁이 꽤 많은 편인데도 이 책은 수월하게 읽혔고, 기이함에 대한 흥미까지 샘솟은 책이었다.


어릴적에 환상특급이라는 티브이 시리즈물을 방영해주었었다. 꺄아아악. 비명을 지르게 하는 괴물, 살인마, 귀신 등이 등장하는 그런 공포물이 아니라 현실과 환상의 그 어디쯤에 놓인 사람들의 방황과 두려움, 그 자체를 겪게 해주는 시리즈물이었고 몇편 보지 못했지만 잠깐의 그 공포가 더욱 서늘하여, 내 뇌리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금요일은 바로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실제하지 않으나 있을법한, 그러나 현실이라 하기엔 너무나 괴기스러운, 현실과 환상 속 그 어딘가의 균열 같은 이야기

히키코모리로 몇년을 살아온 남자가 있다. 거의 방안에서 은둔하며 생활하고 배달한 피자 등으로 연명하고 인터넷 게임상에서만 실재하는 자신을 느낀다. 그러던 그가 외출을 결심한 날이 드물게 오니 바로 담배가 떨어져서였다. 담배를 사러 문을 열었는데? 방문 밖에 또다른 방, 온 사방이 방으로 갇힌 공간에 감금되고 말았다. 인터넷과 시계는 끊기고 방안에 있던 그대로 피자와 생쌀은 그대로 있었다. 처음에 미쳐버릴 것 같았던 그는 방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골몰하게 된다. 생쌀을 씹어먹고 운동을 하며 그림도 그리고 자기나름의 시간을 보내며 오히려 건강해진 삶을 얻는다. 그렇게 무한정의 시간을 보내다 다시금 세상으로의 문이 열렸다. 그런데, 자아 성취가 된 지금 세상 밖으로 굳이 나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 다시 문을 닫으며 그는 건강한 몸을 잃고 다시 패스트푸드와 인터넷 게임 중독으로 얼룩진 비만한 삶으로 되돌아온다. 다만 다시 문이 닫히지 않도록 문마다 장치를 해두었는데 그럼에도 그에게 시련은 다시한번 닥쳤다. 처음보다 강한 상태로 말이다. 평범한 삶이 지옥으로 전락되는것이 한순간의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굳이 지옥의 악마가 되살아나 사람의 몸을 갈갈이 찢고 고통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가 얼마든지 지옥 속에 감금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만화.

그리고 수많은 책, 드라마, 영화 그 어디에서고 만났던 소원을 들어주는 누군가의 이야기. 그 대상은 사탄이 될 수도 있고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신이나 신령이나 그 어떤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동화 속에서 소원을 부탁하는 사람들조차 너무 많은 것을 바래 무엇을 부탁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는 상태가 된다. 그런 간접 경험을 하면서 나라면 어떤 부탁을 할까? 어떤 소원을 빌까? 그런 생각을 안해봤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세가지 소원에서 소시지를 배불리 먹게 해주세요. 저 바보 같은 소시지가 남편 코에 붙게 해주세요. 제발 이 소시지를 떼어주세요. 라는 식으로 세가지 소원을 낭비해버린 그런 바보같은 이야기를 접하면서 소원은 특히나 한가지 소원이라면 신중하게 빌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이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 똑똑하게 굴어야지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그 소원들이 모두 등장하였다.

-현재의 어른의 기억과 경험을 모두 가진채로 어린 시절 행복했던 그 시절로 되돌려주세요.
- 평생 내 곁에 있으며 내 모든 소원을 다 들러줘, 이게 내 소원이야.
-나를 행복하게 해줘. 완벽한 삶을 내게 선사해줘.

돈, 명예, 젊음, 건강 그 모든 것을 아우르며 이야기하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에 위의 세가지 소원이라면 그 어느 것이라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저자는 그 허점을 짚어준다. 실제 그렇게 소원을 말한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 궁극의 고통을 제대로 되돌려준다. 어쩌면 소원을 빌지 않고 이대로 노력을 하며 사는 삶이 최고의 삶이 아니겠냐는 질문을 되돌려 준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다들 인상적이라 읽은지 며칠이 지나도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이야기들이었다.
세상 어딘가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 나의 기억을 갖고 있는 그는 도플갱어. 다만 도플갱어와 실제로 마주치게 되면 둘다 죽게 된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쌍둥이와는 별개인 또다른 나의 이야기.
그 도플갱어를 만나는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이런 식의 발상 참으로 신선하다 아니할 수 없었다.

인류의 진화과정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도 몹시 흥미로웠다. 아니 이 이야기는 자꾸만 생각이 났다.
앞부분만 읽었을 적에는 제노사이드라는 소설이 떠올랐고, 다 읽고 나서는 2058 제너시스라는 책이 떠올랐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자꾸 오버랩되는 책들이 있다. 참신하고 파격적인 내용의 책들은 유독 인상이 깊다.
알파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에서 먼미래의 지구로부터 2012년을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2012년 지방의 어느 산부인과에 그럴리가 없어를 외치는 어느 산모가 들어왔다. 산모는 다모증의 아이를 출산하였고, 산모가 죽고 행방불명 처리가 된 이 아이는 사실 국가기관의 어느 연구소로 보내진 것이었다. 놀랍게도 아이는 골격이나 체형 뿐 아니라 DNA 염기서열마저 바뀌는 그런 존재였다. 절대 바뀌어서는 안될 것들이 바뀌고 있는 아이는 매일매일 성장하는 것이 아닌 진화를 하고 있었다. 700만년전의 원시인의 상태에서 출생한 아이는 2년 6개월 후, 인간 나이로는 스물 다섯살의 몸, 그리고 진화단계로는 700만년을 넘긴 현생 인류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 상태에서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인류로의 진화를 거듭화한 인간. 그 끝이 궁금하지 아니한가?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너무나 이상해 보이는 상황, 하지만 나라고 다를 수 있을 거라 누가 확신한단 말인가.
가장 경악스러웠던 마지막의 리버스까지..
예상은 했지만 눈으로 확인하니 더욱 끔찍했던 리버스를 회상하며 금요일의 독특함과 기괴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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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셀프 트래블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4
김정숙 지음 / 상상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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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남아있다 생각했던 방콕 여행이 어느덧 한달앞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많다고 태사랑 들락거리며 다른 사람들 여행 후기며 팁이며 들여다보는 재미에 살았는데,(실제 빼곡한 일정은 짜지 않고, 그저 후기 읽어보는 재미들로 소일을 했던 것 같다.) 하도 그렇게 찾아보다보니 (주로 맛집 정보 검색에 심취했던 듯) 나중에는 정말 팟타이, 뿌빳퐁커리를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양 착각이 될 정도였다.




방콕은 이번이 첫 방문은 아니지만 예전에 결혼 직전 다녀온 방콕 파타야는 패키지로 다녀온 것이어서 이번 방콕 여행은 거의 처음 짜는 기분으로 일정을 짜야할 판국이다. 세계 배낭 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방콕. 우선 그동안 다닌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호텔 경비가 너무나 싸서 놀랐고 세계적인 특급 호텔들이 모두 포진해있다는데도 놀랐다. 호텔을 어디로 선정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기에 지금 해놓은것이라곤 호텔과 항공권 예약 등이 거의 전부. 부모님과 아이와 함께 할 여행인지라 가이드 역할은 나 혼자 다 해야할 판국이라 촘촘히 일정을 짜야하는데 아직 시간이 많다며 너무 느긋했던건 아닌가도 싶다.


여행을 가기 직전 가이드북을 참고하고, 그 나라 여행 정보가 가장 많이 나온 카페 등을 한두군데 섭렵해 일정을 짜곤 했는데.

여태까지는 방콕 100배 즐기기, 저스트고 방콕 등만 읽어봤다가 이번에 방콕 셀프 트래블이 새로 나왔대서 읽어보았다. 그런데 이전 책들은 여행지를 검색하기 전에 느긋한 마음으로 읽어서 사전 지식이 없어서 눈에 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태사랑 등에서 미리미리 여행 정보 검색한 후에 보는 여행 가이드북은 좀더 입체감있게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아니면 이 책 정보가 유달리 생생한 건지 모르겠지만.


전철노선도는 물론 나와있고, 수상버스 노선도까지도 나와있다.

꼭 가야할 맛집으로 인터넷 등에서 찾아놓은 맛집이 대부분 모두 수록되어있었다.

그리고 이번 책의 경우 가장 좋았던 점은 객관적인 정보를 앞세우는것도 중요하지만,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 객관적이기만 한 책에서는 찾기 힘든, 저자의 적극 추천 맛집이나 실제 아로마 사용 후기 같은게 실려 있어서 객관성은 살짝 떨어질수 있겠지만 누군가의 적극 추천 맛집, 쇼핑 리스트가 궁금했던 독자들에게는 더욱 와닿는 정보가 될 수 있겠다는 점이었다.




써보진 않았지만 너도나도 사온다길래 궁금했던 탄에 대해 저자는 향이 묵직해 구매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는 실제 후길 담고 있는 식으로 말이다.




슈퍼마켓에서 꼭 사야할 품목 중에 모기 퇴치제도 나와있었는데, 태국의 모기는 우리나라 모기 퇴치제로는 잘 듣지 않는다고 현지에 가서 구입하라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접했었다. 그리고 모기 퇴치제 사진도 찾아놨었는데 저자가 이 책에 실어놓은 바로 이 사진이었다. 따로 출력할 필요 없이 이 책 들고 가서, 점원에게 보여주거나 같은 제품을 편의점, 마트 등에서 구입하면 되겠다 싶었다.




태국 여행 준비하면서 눈에 익은 식당등이 쏨분 씨푸드, 쏜통 포차나, 꽝 씨푸드, 쏨땀누아, 쿤댕 꾸어짭 유언, 나이 쏘이, 팁 싸마이, 딸링쁠링, 수다 식당 등이었는데 6박 7일 동안 얼마나 많은 곳을 가볼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태국 현지 음식의 매력에 빠져볼 기회를 누려보는 것도 정말 재미날 것 같았다. 방콕에서 여긴 꼭 가봐야해~ 하는 여행자들의 후기를 보며 꼽아놓은 곳들이 대부분 비슷했는데, 저자가 추천해준 맛집 중에는 다른 후기에선 못 찾았던 곳들도 눈에 띄어서 다양한 맛집을 후보에 넣고 다녀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 마이갓. 방콕의 뒷골목에서 이런 최고의 식당을 만나게 될 줄이야! 이름조차 생소한 건물에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식당 하지만 이곳에서 내오는 음식들을 하나씩 맛보게 된다면 이 소박한 외관과 인테리어는 이집의 요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102p

저자가 극찬을 마지않은 블리스라는 이태리 레스토랑은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라 여성 여행자들끼리라면 일부러 찾아가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한국의 남도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이싼 지방의 음식을 맛나게 한다는 사바이 짜이는 에까마이 쏘이1 헬스랜드 스파 맞은편에 위치한, 저자가 추천하는 대박 이싼 식당이었다.




워낙 맛있는 먹거리가 많은 태국이다보니 굳이 태국까지 가서 뷔페를 사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저자의 인터콘티넨탈 런치 부페 설명을 읽으니 가고 싶어졌다.

정말 끝내주게 잘 나오느 호텔 런치 부페다. 스타터부퍼 풍성한 메인 아기자기한 디저트까지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1인 1000밧 nett 수준 169p


부모님과 아이와 함께라 힘들게 많은 곳을 찾아다니기 보다 맛있는 음식 먹고 여유로운 마사지 받고, 가끔 괜찮다는 물건 쇼핑도 좀 하고.

관광은 왕궁과 그 주변 등으로 가벼이 계획을 세우고 있어 그런지 맛집과 마사지 정보등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가이드북으로 생생한 정보가 잘 살아있는 이 책, 나같은 초보 여행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번 여행계획을 짜는데도 큰 수혜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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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느릿느릿 걸어요 - 일본의 길고양이와 함께 보낸 오후
박용준 글.사진 / 예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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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나온 각종 고양이 관련 포토 에세이 등을 읽으며 고양이와 매력에 담뿍 빠져들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 작가의 일본 여행에서 만난 고양이 포토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에서는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유독 관대하고 애정이 담겨있는 듯 하다. 일본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고양이 캐릭터도 많이 만들어지고, 고양이를 예뻐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고 들었으니 말이다. 마네키네코라고 해서 행운, 복, 돈을 부르는 고양이로 상징화된 캐릭터가 있어 그런지 그들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은 유독 각별한 것 같다. 실제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에 비해 일본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봐도 피하질 않고, 느긋하고 여유있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하는 저자의 글을 접하며 우리나라 고양이들도 좀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고양이, 길고양이, 집고양이.
일본의 이 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만난 다양한 고양이들. 앙증맞고 귀여운, 또는 새초롬한 와중에도 귀여운 면모를 보이는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움을 가득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맨 처음에 나온 고양이의 보호색편은 지유가오카의 고양이 카페의 고양이를 찍은 사진인데 하얀 카페트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하얀 고양이가 눈에 띄는 사진이었다.
고양이 카페 등의 경우에는 주소, 전화 시간, 요금, 홈페이지 등을 실어서 여행 도중 고양이를 만나러 들러보고 싶은 매니아, 고양이 집사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정보를 수록해놓았다.




교토 우지의 어느 카페에서는 고양이 한마리를 위한 전용 의자도 있었다. 의자에 고양이의 그림이 그려진 팻말이 달려있어서 그 자리가 고양이의 전용석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찻집 사보키쿠야의 복많은 고양이.


고양이 중에는 다소 새침하거나, 은근히 위협을 하려는 그런 고양이도 있다. 어쩌면 자기 안의 공포를 감추기 위해 겉으로 강한척 하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길을 가던 중 저자에게 위협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던 갈색 고양이. 지나가던 여자의 손에 잡혀 간질간질 공격에 쓰러져버린 모습이 반전이면서도 너무나 귀여웠다. 그래, 이런 허술한 모습이 매력이지. 강한 척만 한다고 세상이 아름다운게 아니라구.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여건상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고양이 카페가 일본에는 유독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한다. 지유가오카의 네코 카페 클럽에서 고양이와 놀기. 포스터 사진 속 고양이들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고양이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없던 나마저 짧은 감탄사가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저자일까? 고양이들을 위해 바닥에 납작 엎드려 한몸이 되어 놀아준 모습도 사진에 찍혀 있었다.


귀여운 고양이를 그저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활용을 한다. 귀엽고 앙증맞은 것들을 개발해 관광 마케팅 상품 마케팅 등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는 일본에서 고양이의 캐릭터화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것인지 모른다.
일본 고양이 마을 야나카의 고양이 카페인 네코 카페 29에서는 고양이 발바닥 모양의 손잡이가 인상적인 카푸치노. 콩으로 발바닥을 표현한 고양이 발바닥 떡. 그리고 작고 앙증맞은 고양이 우유 잔. 고양이 인형그릇을 들어올리면 그 안의 우유가 커피 속으로 들어간다.
이런건 정말 일반 집에 구비해놔도 너무 색다른 제품이 될 것 같아 사오고 싶어질 것 같았다.

고양이 카페 외에도 길고양이 이야기가 더욱 많이 실려 있었는데 인상적인 사진을 골라 찍다보니 고양이 카페 사진이 유독 많아졌다.
나른하게 길가에서 잠든 길고양이, 지나가던 어린 아기의 손길에 잠자던 고양이가 좀 귀찮아 하는 모습도 보이고, 아리마 온천의 길고양이들의 모습도 다시금 보이고..구로카와 온천의 길고양이들은 자신들을 위한 기금 모금함까지 갖고 있었다.
노라도라 기금상자가 놓여있어서 여기에 모인 돈은 이 곳 길고양이들의 먹이값으로 사용된단다.
부끄러운 표정으로 죄송하다고 하는 하얀 길고양이 그림.
센스있는 귀여운 그림이 아닐수 없었다.

일본에서는 하얀 털에 두가지 무늬가 들어간 삼색 고양이를 행운의 상징으로 삼고 마네키네코라는 조각을 만들어 행운을 빌곤 합니다. 또한 하얀 고양이는 신성함을 상징하여 귀하게 여기는 곳이 많이 있고요.
그런 마네키네코를 똑 닮은 점장 고양이가 있는 가게가 도쿄에 있다고 하여 직접 찾아가보았습니다. 242p
점장 고양이 란이 근무하는 (?)곳은 마침 복권 가게였다. 고양이가 출근하고 나서 복권이 잘 팔려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평소 잘 미동도 안한다던 란이 저자가 방문했을때 저자를 향해 왼손을 들어주었다한다.
오른손은 돈, 왼손은 손님.
왼손을 들어준게 마음에 걸렸다는 저자.
복권을 샀는데 당첨은 안되고, 오픈캐스트 구독자가 10만이 넘고, 블로그에 최다 방문객이 방문을 하였다하니. 점장 고양이 란의 신통함일까?

귀여운 고양이들의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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