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기욤 뮈소의 책은 사랑이 주된 스토리가 되는 헐리웃 영화 같은 느낌을 받을때가 많다. 몇번 읽어보면 비슷한 스토리에 식상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런 스토리를 좋아하는지라 읽을때마다 참 재미나게 읽었다. 워낙 두꺼운 책들을 읽어보다보니 이번 기욤뮈소는 좀 얇다는 생각부터 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나게 읽은 그런 스토리였다.

무엇보다 다른 소설들과 이번에는 좀 느낌이 달랐달까? 기욤의 느낌이 좀 덜나는 그런 이야기.

 

세상에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을까?

파리경찰청 강력계 팀장인 알리스가 깨어나니 웬 숲속, 거기에 자기 손과 웬 생전 보는 남자의 손에 하나의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분명 어제밤 샹제리제 거리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기억만 남아있고 필름이 끊긴 듯 그 이후의 생각은 나질 않는데..

남자는 아일랜드 더블린 재즈바에서 연주하던 재즈 피아니스트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 숲이 아일랜드라고 하고 알리스는 프랑스라고 하고 둘이 언성을 높이다 주위를 다시 살펴보니 놀랍게도 이 곳은 뉴욕의 센트럴 파크

밤 사이에 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납치가 되어 비행기에 태워져 이 먼 곳까지 왔다는게 말이 되는가? 게다가 처음보는 두 남녀의 손에 채워진 수갑. 둘의 신분증이며 지갑은 모두 사라져있는 상태이고, 남자에게는 상처에 새겨진 숫자가 여자에게는 숫자가 적혀져있다는 것, 뭔가 암호 투성이이고 그들을 데려온 누군가가 그들에게 뭔가를 지시하는 것 같은 이 상황.

 

경찰이기에 경찰을 속속들이 잘 아는 알리스는 뉴욕 경찰에게 가서 신분증도 없는 그들이 도움을 청하는 것은 미친 짓임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수상하게 (남녀가 하나의 수갑을 차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신고 들어갈만함) 보일 수 있기에 자연스레 연인인척 손을 잡고 우선 핸드폰부터 몰래 훔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훔친 핸드폰으로 직속 팀의 가장 믿을만한 세이무르에게 전화를 건 알리스.

자신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상관에게는 보고하지말고, 지금의 이 상황을 타개해나가기 위해 세이무르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알리스가 지금 뉴욕에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에 세이무르가 당황해하긴 했지만 말이다.

 

둘은 세이무르의 도움으로 그가 아는 사람의 힘을 빌어 간신히 수갑을 벗겨내고, 당장 움직일 기동력이 없으니 알리스가 차고 있던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던 남편의 유품인 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기로 한다.

아직 한창의 나이인 알리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알리스에게도 꿈같이 달콤한 시절이 있었다.

잘나가는 가족들의 틈바구니에서 구박덩이처럼 느껴질때는 힘들었지만 그런 와중에 알게된 진실한 사랑이었던 폴과의 사랑.

의사와 황당한 형사 환자로 만났던 둘은 결혼에 이르고, 아기까지 가지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되는데..

잔인한 연쇄살인사건을 쫓고 있었던 알리스의 과도한 욕심으로 (범인을 잡겠다는 맹목적인 욕심에 빠져 자신이 만삭의 임산부라는 사실을 잊고 다른 형사들과 공조할 생각을 못하고, 혼자 힘으로 해결해보려던게 치명적인 실수였다.) 그 모든 행복을 다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너무나 잔인하게 자신의 아기와 남편을 잃고 말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둘을 잃어버린 여성은 아마도 살아갈 원동력을 잃어버린게 아닐까 싶다.

이 소설에서 놓쳐서는 안될부분이 바로 그 점이었다.

자신의 오판에서 시작된 놓쳐버린 행복, 그리고 그 상실로 인한 충격은 그녀를 힘든 수렁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으리라.

 

수년이 지나 간신히 삶의 힘을 찾아낸 그녀에게 다시금 그 연쇄살인마의 마수가 뻗쳐오는 듯하다.

재즈 피아니스트라 알고 있었던 가브리엘은 사실 그녀와 마찬가지로 그 연쇄살인마를 뒤쫓고 있는 형사라 하였다.

그래서 둘이 같이 얽혀 있었던 것일까? 범인은 왜 둘을 같이 묶어놓은 것일까? 기억이 없을때 죽일 수도 있었을텐데...

 

기욤뮈소식 스릴러는 역시 "재미"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 과정에 너무나 잔인한 이야기도 들어가있어서 상상하기도 힘들었지만 말이다. 재미나게 쓰기 위한 소설임을 잊지 않는다면 다소 억지스러운 그런 설정들도 이해하며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절망과 상처를 치유하는 24시간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문구가 다시금 눈에 들어온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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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3D 컬러링 : 마법의 숲 모모 컬러링북
김성진 지음 / 모모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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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비밀의 화원의 인기를 필두로 컬러링북의 인기가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더군요.

컬러링이 뭔지도 몰랐던 저, 알고보니 우리가 알고있는 색칠놀이? 색칠공부 같은 것이었어요. 어른들은 좀더 세분화되고 복잡한 그림에 꼼꼼히 다양하고 고운 색상으로 색칠하다보면 있는 스트레스, 없는 스트레스 다 빵빵 풀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단순 반복 작업이 은근히 집중력을 요하고 재미가 있잖아요.

아이가 어릴적에는 그런 말도 들었어요. 꼬마 아이들도 스트레스라는게 있다구요. 그래서 아가용 드럼같은거 팡팡 두드리며 스트레스를 풀어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인 저는 배꼽을 잡았는데, 아기들이 무슨 걱정이 있을까 싶지만 분명 아이들에게도 나름 스트레스라는게 존재할거예요.

 

이제 초등학생으로 올라와서..

유아기때부터 일찌감치 학업스트레스를 받는 친구들도 요즘은 많이 늘었죠.

우리 아이만 해도 유치원때까지는 자유방임으로 많이 놀고 그랬는데 학교에 가서는 아무래도 숙제도 많을테고, 학원도 다니게 될테니 아무래도 지금처럼 이렇게 많이 놀 수는 없을거예요. 아이에게도 스트레스가 슬슬 생기지않을까 싶네요.

 

사실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효과적이지만 아이들은 꼭 그런 이유 아니더라도 색칠놀이를 아주 좋아한답니다.

그건 엄마들이 더 잘 알거예요~

여아들이 꼼꼼함을 요하는 색칠을 더 잘하지만, 남아들도 나름 색칠놀이 즐길때가 있더라구요.

우리 아이 같은 경우에는 스케치 하는것을 더 좋아하고 색칠은 건성건성하고 말았던 것이.. 엄마가 제대로 미술놀이를 꼼꼼히 안해줘서가 아닌가 싶어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답니다.

 

그런 우리 아이를 위한 색칠놀이책.

이 책은 조금 큰 유아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예요.

게다가 그냥 색칠놀이가 아닌 입체안경으로 볼 수 있는 3d컬러링북이라 더 신기하더라구요.

 

내가 색칠한게 3d가 된다고?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 아닌가요?

아이가 하원하기 전에 엄마가 궁금해서 먼저 색칠해보았어요.

모모 컬러링북은 총 5권이 있었는데, 마법의 숲, 자동차 마니아, 나비나라, 인터스텔라 우주탐험, 쥐라기월드 등으로 구성되었지요.

 

며칠전 아이랑 케이블 티브이로 봤던 쥬라기 공원~ 아이가 엄청나게 좋아했었는데 쥐라기월드 공룡 색칠공부 보고 아주 기뻐할것같았어요.

또 자동차야 우리 아들 아주 어릴적부터 꾸준히 사랑해오고 있는 아이템이고

인터스텔라 우주탐험, 우주비행선과 우주비행사 이야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을까요?

나비나라와 마법의 숲은 또 어떻구요?

정교한 그림과 어여쁘게 완성될 작품에 미리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책이었답니다.

 

각각의 책에 모두 입체안경이 들어있고, 그중 마법의 숲과 인터스텔라 우주탐험 두권은 자이언트 3d컬러링.

그러니까 4개의 그림을 이어 붙여 커다란 그림을 완성하는 구조로 된 색다른 책이었어요.

그중 마법의 숲을 먼저 아이 하원전에 제가 색칠해보았어요.

꼼꼼히 색칠해서 정말 내가 칠한 그림이 입체가 되어 보일지 너무너무 궁금했거든요~

 

3d컬러링의 원리는 따뜻한 색은 솟아보이고, 차가운색은 가라앉아보인다는 거였어요.

그러다보니 중점적이 될 주요 그림을 따뜻한 색으로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고른 그림은 마법의 숲의 날아오르는 올빼미?였는데, 알록달록하게 색칠하다보니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고르기에 따라 다른데 조금더 정교한 그림들도 있고 좀더 단순한 그림들도 있어요.

색칠을 다 하고 난후에 안경을 쓰고 쳐다보니, 완전히 툭 튀어나오는 느낌보다는 반짝반짝 평면이 아닌 조금 튀어나오는 그런 느낌?

하지만 정말 신기했답니다.

궁금한건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이렇게 한번 샘플로 색칠해본후 아이에게 보여주고 봐봐~ 이렇게 따뜻한 색으로 칠하면 튀어나와보이고

차가운 색은 가라앉아보인대~ 하고 칠해보게 하거나

아니면 아이 마음대로 이색 저 색 조합해서 칠하게 하고, 그걸 나중에 안경을 써서 보는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아요.

 

마법의 숲부터 시작을 해보았는데 네장의 그림중 일부라서, 다른 그림도 완성해서 크게 한장의 자이언트 그림을 만들어 살펴보면 더 재미있을것 같았답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만한 책~ 겨울방학 내내, 혹은 학기중 짬짬이 색칠하며 마음을 다잡아도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색칠놀이 해본다 하니 어른들도 관심 많이 보이더라구요.

제가 해봐도 사실 재미났거든요. 좀더 꼼꼼히 색상도 예쁘게 잡아서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꼭 색연필이나 저처럼 크레용을 사용하지않더라도 사인펜이나 진한색으로 그리면 좀더 입체감이 또렷이 살아날것같았고 말입니다.

 

다른 책들도 모두 기대되는 모모책 시리즈,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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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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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읽어본 분들이 우울하다 우울하다 해서 읽기 전부터 지레 겁먹은 책이었는데..

우울하기는 하되, 아픈 내용이긴 하되 참으로 입에 붙게 말갛게 쓰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재미가 다부지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인생의 고통이 그대로 농축되어있기도 하기에 타인의 고통을 재미라는 표현에 비할 수는 없고..

문체가 마음에 든다 말하는게 가장 나은 표현이겠다.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가라는 권여선님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 절대 밝은 느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예사롭지 않은 필체하며,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고 해야할까.

 

삼벌레고개, 아래 사람들은 잘 살고 여유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윗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못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그 중 우물집이 있었고 그 집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온다.

새로 이사온 여자가 월남치마 휘두르고 달려와 잽싼 솜씨로 일필휘지 휘두르며 한문으로 계약서를 적어내려가는 것을 보며 잘난체하는 사람이라고 찍어버린 순분,(그녀는 그 집의 주인) 덕분에 새로 이사온 두 딸의 엄마는 새댁으로 불리게 되었고, 가난하지만 그 와중에도 늘 밝게 빛나는 모습으로 물도 씻어먹을 듯한 깔끔함으로 살림을 하고, 남편을 여태 정성으로 모시고 사랑하고, 아이들 또한 그렇게 말갛게 키워내고 있었다.

 

살림을 야무지게 한다는게 뭔진 잘 모르겠는데 표현이 이렇다

 

밑바닥에 눌었던 갈색 계란 물이 올라오고 새 계란 물이 밥알 사이로 퍼져 병아리색 계란 볶음밥이 되었다. 새댁은 구운 김을 부숴넣고 깨를 뿌리고 참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새댁과 원은 프라이팬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프라이팬 옆에는 깍두기 보시기와 보리차를 가득 부어놓은 양은 주발이 있었다. 밥은 따로 덜지않고 함께 먹었다.

"계란이 눌은 놈도 있고 덜 된 놈도 있고 찔깃한 놈도 있고 보들한 놈도 있으니 더 맛나지?"

"네 어머니, 이건 찔깃한 놈이에요."

"그래서 계란을 한꺼번에 안 넣고 반씩 나눠 넣는거다." 76.77p

 

새댁의 야무진 살림 솜씨는 주인댁인 순분네의 그것과 많이도 비교가 되었다.

순분네도 살림을 못하는 것은 아닌데 순분은 아들만 둘 금철과 은철이 있었고 새댁네에는 딸만 둘 영과 원이 있었다.

금철은 영을 좋아하고 은철은 원과 사이가 좋았다.

은철과 원은 나이가 일곱살로 동갑이었는데 둘은 참 일곱살 같지 않게 놀았다.

 

전직 교사 출신이었던 새댁이 워낙 야무지기도 했지만 아빠도 배움이 깃든 사람이라 그랬는지 원은 은철이 만나본 다른 아이들과 달리 야무지고 똑 부러지는데가 있는 아이였다. 둘다 예쁜 딸이었지만 유난히 많이 나오는 원이라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 원은 은철에게 스파이 놀이를 하자고 한다.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내서 저주하기도 하고 하는 그런 놀이. 아이들은 참 잔망스럽다고 해야하나? 아뭏든 아이니까 가능한거겠지 싶은 그런 가벼움, 하지만 나중에 원은 자기가 저주한 자기 식구들의 불행이 다 자기 잘못인것 같아서 그만 엄청난 후회를 하고 만다.

 

영, 원, 희

일곱살 원이에게 희라는 인형 동생이 생겼다.

토우의 집이라는 이름은 그래서 붙은게 아닌가 싶다.

은철의 생각대로 희가 오고 난 이후부터 동네에는 나쁜 일들만 줄줄이 생겼다.

아는 분들도 돌아가시고, 우물집에도 계속 나쁜 일만 생겼다.

정말 너무 나쁜 일들이..

그 모든 일이 다 희가 오고 난 후부터인데.. 원에게는 이제 희만 남아있다.

 

아이들이 여간 빨리 크는게 아니라며 걱정하는 엄마, 엄마의 그 말까지 따라말하는 원, 그리고 원을 무조건 따라말하는 은철.

새댁이 정신을 놓고 나서는 순분이 새댁처럼 아이들을 건사하고 돌보지만 결국 그녀도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오게 될 뿐이었다.

 

잠시라도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는 것.

아빠는 왜 그리 큰일도 아닌데, 아이들이 정신을 놓을 정도로 무섭게 벌을 준 것이며..

그 아빠를 너무나 사랑한 엄마는 너무나 사랑하는 두 딸을 건사할 생각도 못한채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며.

그 중에서도 혼자서 이기적일 수 있는 언니는 자기 나름의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 모든 게 다 자기 탓이라 생각하는 어린 아이 원은 그대로 입을 다물게 되어버린 것일까.

 

슬프고 슬픈 그런 이야기였다.

사실 우울한 이야기 투성이라 다른 작가의 밋밋한 문체로 씌여졌다면 정말 지루하고 갑갑한 느낌이었을텐데..

이 작가님의 책은 참 다른 느낌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늘 해피엔딩만 좋아하고 발랄한 이야기만 좋아하는 나였음에도 이번 작품은 우울하고 갑갑한 내용이 소재가 되었음에도 그래도 끝까지 지루하지않게 읽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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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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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인 여성 작가, 31세에 아스러이 져가면서도 천재적인 재능으로 100여편의 작품을 남긴 작가 샤오홍의 이야기.

사실 중국작가다보니 루쉰 등을 제외하고는 책 속 등장인물들이 다 처음 듣는 이름들이었다. 

이 책은 소설은 아니고 샤오홍의 평전 같은? 그런 이야기이다. 유명한 작가의 실화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그녀.

성격은 여리여리했으나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주관대로 살고 싶었던 그녀. 현대에 태어났더라면 이렇게 비극적으로 엇나가기까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녀의 어린시절에 할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있었기에 그녀는 행복한 시절이 있었노라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설을 좋아하기에 잘 알지도 못하는 중국 여성 작가의 일대기를 들여다본다는게 사실 그리 재미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흥미를 얻었다.

탕웨이 주연의 영화로도 올해 개봉되었다는데, 영화의 특성상 책보다 쉽게 몰입은 되었겠지만 이번 작품은 영화보다는 책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길에 오며가며 읽다가 아침에 다 못 읽은 책을 마저 읽어내려간책.

 

우리나라의 허난설헌. 글쓰는 재주가 빼어난 그녀였으나 실제 남편에게서는 여인으로써의 깊이있는 사랑을 얻지도 못했고 천재적인 그녀의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시대가 뒷받침을 제대로 해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보다 한참 후인 근대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중국의 시대상도 우리나라의 조선시대에 비해 그리 크게 나을바는 없었나보다.

남존여비가 여전히 존재했고, 어린 나이에도 여성들은 부모가 점지해준 짝과 정략결혼을 해야했다.

신식 교육을 받긴 하였으나 샤오홍 역시 부모가 정해준 짝과 결혼을 해야할 상황이었다.

상대가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부모의 강요로 잘 모르는 사람과 결혼하는게 싫었던 샤오홍은 유부남 동기와 사랑의 도피를 하는가 하면, 아버지와 의절을 하면서까지 가출해서 유복한 삶을 스스로 끊어버렸다. 나름 지주집안의 딸이었으나 도시에서 가난하게 삶을 살게 된 그녀의 삶이 파란만장할 수 밖에 없었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몇번이고 도망을 쳤던 바로 그 남자, 약혼자를 우연히 만나 그와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너무 가난해 우연히 스친 그의 도움을 거절할 수 없었고 그렇게 결혼할뻔했으나 결혼하지 못한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고 아기를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해피엔딩이 되었을법도 한데.. 가난해서 출산하기 힘든 아내의 출산비용을 마련하겠노라 시골에 내려간 약혼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지.. 음, 사실이 어찌 되었는지는 몰라도 책에 쓰여진 내용을 보면, 사실 샤오홍은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긴 그런 여인이었다기보다는 그녀의 감정에 보다 솔직했고, 어느 것 하나 함부로 하지 않은 사랑 하나하나가 다 이유가 있고 인연이 있을 법한 그런 인연들이었다. 몇번을 파토낸 결혼, 하지만 이어지고 싶었던 그 인연은 동거 후 임신한 그녀를 남편이 버리고 간 결과만 남았지만.

책에서는 그가 그래도 따뜻한 사람이었음을. 그녀에게는 정말 힘들때 힘이되어줬던 사람이었음을. 하지만 돌아오지못한 사정은 실려있지않았다.

 

그리고, 여관에 홀로 남겨진 만삭의 임산부는 실로 위태로운 처지가 된다.

진흙탕에 던져졌을지언정 천부적인 재능은 숨길 수 없었던 그녀는 신문사에 자신의 힘든 처지를 편지로 알리게 되고, 다들 딱하다 생각은 하나 외면하고 말 처지에 샤오쥔이라는 한 호방한 직원이 그녀의 편지를 접하고 여관으로 그녀의 실상을 물색하러 오기에 이른다. 다른 사람의 아기를 임신하고, 창고같은 썩은내 진동하는 방 아닌 방에 위태롭게 있던 그녀. 가난하지만 그녀에게서는 다른 여인과 다른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가 그린 그림, 그리고 쓴 시 구절을 보고, 그는 그대로 그녀에게 반하고 말았다.

 

가난한 문인이었던 샤오쥔 역시 샤오홍과 행복한 삶만을 꿈꿀수는 없었다.

달콤했던 신혼의 시절도 잠시.

워낙 살림이 궁핍하다보니 직장에서 쫓겨나고나자 가정교사를 해야했고, 사랑도 현실앞에선 힘들수밖에 없음이 밝혀지지만

워낙 자존감이 강한 그녀는 그래도 살림이 유복하고 정신적으로는 속박된 생활보다 자신 스스로가 선택한 생활이 더 행복하다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녀를 본격적으로 문단에 데뷔시킨것도 샤오쥔이었다. 친구들은 그 둘의 사랑을 정말 최고의 로맨스라 생각하고 자유연애의 선봉이라 생각하지만, 그랬던 그들의 사랑은 사실 오래 가질 못한다. 그녀 외에도 다른 여인들까지 두루 사랑하는 샤오쥔, 그리고 자신보다 늦게 시작했기에 스스로 자꾸 내 아래라고 생각한 자신의 여자가 실제 자신보다 더 크게 성장해나가니 그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던 샤오쥔.

가장 믿고 지지해줘야할 자신의 짝이 자신을 가장 폄하한다는 것은 실로 너무나 암울한 일이었을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오래 애를 쓴다.

 

현대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다소 보수적인 면이 있는 나로써는 사실 여러 남자를 사랑한 그녀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을 터인데..

이 책에서는 그녀의 그런 연애들이.. 그냥 연애를 위한 연애가 아닌, 운명처럼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상황들까지 뒷받침해서 설명해주고 있기에

그녀에 대해 폄하하는 기분보다는 공감하게 만드는 그런 대목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대가에 대한 호감이 이 글을 쓴 작가에게 있어서일까

그녀에 대한 애잔한 기분 같은 것을 많이 배려해서 썼다는 느낌.

 

그래서 샤오쥔에 대한.. 나중에는 바람까지 피우고 그녀에게 손찌검까지 하면서도 버젓이 그녀의 남편 행세를 유지하려고 한 샤오쥔에 대한 이 글을 쓴 작가의 비호감에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같은 여자로써 나조차도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좀 덜 비중있게 생각했을지언정, 그녀보다 한살 연하에 총각이었던 두안무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제대로 청혼을 하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가슴이 벅차오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녀의 남은 생애를 옆에서 보필해주진 못했지만 그 나름으로는 그녀에게 가장 최선을 다하는 깊이있는 사랑을 했을지언데..

그녀와 샤오쥔의 원래 친구들은 두안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녀가 열열이 그의 사랑에 감복했을지라도 말이다. 책임감있는 남자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두안무.

 

그리고 그녀가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할아버지가 보여주고 그녀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듯이..

그녀는 자라서 만난 남자들에게서 그런 안정된 사랑을 받길 원했는데 육체적인 사랑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할아버지에게 받은 사랑 같은 사랑을 준 사람은 대작가 루쉰이 아니었나 싶다. 그녀가 철없는 딸처럼 그에게 응석을 부리듯 자주 방문하게 한것도, 그리고 자신의 옷차림에도 관심없던 루쉰이 그녀에게만큼은 어울리고 안어울리고를 지적해줄정도로, 그녀의 책에 그가 직접 추천사를 적어주고 자비 출판을 해줄정도로 그녀는 아끼는 제자이자 딸같은 존재가 되었을테고, 그녀에게는 그녀가 찾아헤메던 할아버지와같은 그런 사랑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가하면 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44일간, 그녀의 남편이 병원비 생활비를 버느라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주지 못할 적에 전쟁통의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그녀의 곁을 지켜준 소중한 이가 또 있었다. 뤄빈지. 동생이 추천해준, 누나에게 키워달라 신경써달라 부탁했던 햇병아리 작가였던 그 청년은 나중에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마지막 44일간을 지켜준 소중한 인연이 되어준다.

 

남자 작가였다면 그의 사랑에 대해 세상이 좀더 온화한 느낌으로 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오홍은 여성이었고, 그가 살았던 시대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마음껏 기를 펼 수 없던 시기였기에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남자에게서조차 제대로 된 인정을 받을수도 없었다. 그녀가 만난 사랑들이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아닌, 그녀에게는 다 당위성이 있는 사랑들이었을텐데, 세상이 보는 시선은 그리 달가운 시선만은 아니었다.

31세라는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의 모든 풍파를 다 겪은듯, 동갑의 다른 여인들에 비해 좀더 힘들었던 삶을 살았던, 하지만 자신이 만나 사랑했던 이들과의 행복했던 그 시간들을 되돌려본다면 그렇게 힘들기만 한 시간들은 아니었을 것 같은 그녀의 이야기.

 

시간 순서는 좀 섞여있을 지언정,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인 그런 일대기였기에 재미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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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들어주는 음식점 와이즈만 스토리텔링 수학동화 시리즈
서지원 지음, 원혜진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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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부터 눈길을 사로잡은 책, 소원 들어주는 음식점입니다.

소녀는 벌벌 떨고 있고 그 앞에는 머리가 아홉개 달린 이상한 괴물이 있네요. 환타지 같은 이야기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공포 소설도 좋아하는터라 평범한 창작이 아닌 이런 이야기가 있으면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다름없이 여전히 손길이 가곤 한답니다. 이 책도 택배로 받자마자 바로 재미나게 읽었는데 서평 쓰기를 자꾸 게을리해서 이제야 기록을 남기고 있네요. 

이 책은 초등 2학년 이상 대상으로 쓰여진 수학동화책이예요.

와이즈만에서 과학동화,수학동화, 환경 동화 등 각종 지식이 들어간 재미난 동화책 시리즈가 나오는데 이 책은 그중 수학동화랍니다.

3학년 1학기 과정의 분수와 소스 4학기 과정의 분수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 너머의 커다란 줄거리에 치중을 해서 소개해드릴까해요~

재미난 이야기를 읽어가다보면 덤으로 분수의 의미에 대해서도 자연히 깨닫게 될테니까요.

 

바리데기 이야기 알고 계신가요?

죽은 자들을 불러내는 무당의 굿 이야기에 바로 바리데기 공주 설화가 들어간다고 하죠.

바리데기 설화에 대해서 어릴 적에 못 읽어보고 청소년이 되었을 적에 한국 문학 등을 읽다가 그 안에 담긴 바리데기를 액자 구성으로 간접적으로 전해들었어요.

일곱번째 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고 버려졌던 딸 바리데기, 다행히 마음씨 좋은 부부가 아기를 거둬 훌륭하게 키워냈어요.

바리데기의 부모가 죽을 병에 걸리자 점쟁이는 저승에 있는 생명수를 구해마시면 살수 있다고 전해주었지만 위로 여섯 언니들은 어느 누구도 험한 고생길에 나서려 하지 않았어요. 버려진 막내딸 바리데기만 빼놓고요. 바리데기는 저승으로 가던 길에 한 남자를 만나 7년동안 밥과 빨래를 해주고 아이 일곱을 낳은 후에 약수와 개안초, 뼈살이꽃, 살살이꽃, 피살이꽃을 구해 죽어버린 부모를 다 살려낸다는 이야기랍니다. 그제서야 바리데기를 공주로 받아들인 오구대왕

바리데기는 나중에 죽은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수호신이 된다네요.

 

이 책에서는 그 바리데기 공주가 할머니가 되어 저승가는 길목에서 죽은 영혼의 아픔과 슬픔을 치유하는 음식을 제공해주는 저승으로 가는 마지막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표지에 나오는 소녀의 이야기가 담겨있구요.

 

바리데기 음식점에 대한 소개와 함께 첫번째 손님인 소녀의 이야기, 그리고 동물들을 많이 죽이고도 후회가 없었던 사냥꾼의 참회 이야기, 각자가 잘났다고 하다가 제대로 된 화음을 내지 못했던 밴드의 이야기, 그리고 욕심만 한가득이던 뚱보왕의 이야기, 끝의 이야기는 저승개와 저승사자가 등장하는 소녀의 또다른 이야기로 이루어진답니다.

바리데기 음식점은 이승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양념삼아 요리를 만드는 곳이예요. 어쩐지 일본의 유명한 만화이면서 드라마로 제작된 카모메 식당, 심야 식당 같은 느낌도 들지요. 사람을 음식으로 치유하는 식당. 약이 아닌 따뜻한 음식 한그릇이 비로소 그동안 잘못 알아왔던 죄를 뉘우치게 하고,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게 한다는 그런 이야기예요.

 

수많은 영혼들을 만났던 할머니

그런 할머니앞에 어느날 한 소녀가 나타납니다.

비오는 날 엄마를 기다리려고 밖에 나왔는데..엄마의 모습도 그 무엇도 생각이 안난다며 무섭다고 우는 소녀.

아이 엄마가 되고 나니 어린 아이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지고 그러더라구요.

할머니가 만들어준 국밥을 먹고 엄마의 모습이 생각난 소녀. 엄마가 해주던 맛있던 떡도 할머니가 만들어주셨어요.

할머니는 소녀에게 똑같은 양으로 나누는 것을 알려주었고 소녀는 할머니에게 금새 배운대로 척척 따라했답니다.

하지만 이제 할머니를 떠나 저승으로 가야한다는 말에 소녀는 울음을 다시 터뜨릴수밖에 없었어요.

 

소녀는 할머니를 도와 죽은 영혼들을 수발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할머니도 그런 소녀가 안쓰러워 어찌할 줄을 몰랐지요.

사실 저승에서는 정해진 길을 거스르는게 쉽지 않을거예요.

죽은 아내를 되살리려고 저승에 갔던 사람도 결국은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거의 다 구해낸 아내를 도로 잃어버리기도 하는 서양의 신화도 있잖아요.

할머니는 많은 고민이 되었지만 결국 소녀를 엄마 곁으로 돌려보내주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래서 표지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저승개와 저승사자도 만나게 되는 거였구요.

아이들 동화치고는 나름 긴장감있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재미난동화였어요. 분수를 배우면서 재미난 이야기도 더해 읽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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