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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따라 쓰는 빨간 머리 앤 - 따뜻한 영어 필사 힐링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다온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손으로 따라 쓴 한 줄의 문장이, 생각보다 깊게 마음에 박혔다.
빨간 머리 앤을 필사하는 것은 그냥 읽는 것과 또 다른 감정의 결을 만든다.
활자로 볼 땐 지나쳤던 문장이, 손끝을 따라 종이에 새겨질 때는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긍정적인 앤의 이야기를 또박또박 써 내려가는 순간, 그 말이 현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필사는 문장을 외우는 일이 아니라, 내 안에 한 문장씩 새겨 넣는 마음의 습관이다.
그리고 앤의 문장은 그 시작에 잘 어울린다.
『매일 따라 쓰는 빨간 머리 앤』은 단어 하나, 감정 하나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 앤 셜리가 그린 세상의 색채가 문장 속에 살아 움직인다.
"정말 멋지네요. 항상 개울 근처에 사는 게 제 꿈 중 하나였어요." 같은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잊고 지낸 나의 꿈 하나가 조용히 고개를 든다.
영어 원문과 번역문이 나란히 놓여 있어 자연스럽게 마음과 언어를 함께 다잡을 수 있는 구조도 만족스럽다.
왼쪽 페이지엔 앤의 명문장이 적혀 있고, 오른쪽은 빈 노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사노트를 따로 구입할 필요 없이, 이 책 한 권만으로 앤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
문장을 따라 쓰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기쁜 날엔 그 기쁨이 선명해지고, 힘든 날엔 문장 속 단어 하나가 깊은 위로가 된다.
특히 앤이 전하는 메시지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던 감정의 결이 되살아났다.
앤의 말은 차분하게 내 안의 굳은 마음을 톡톡 두드린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매일 쓰고 싶은 책이라는 점이다.
필사책 중에는 몇 장 쓰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책은 문장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감성적으로 충만하다.
앤이 내 옆에 앉아 천천히 말해주는 듯한 기분.
그러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린다.
이 책은 필히 소장할 만하다.
단순히 영어 공부가 목적이 아닌 사람에게도, 이 책은 특별한 하루를 선물해 준다.
오늘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 하루 한 줄로도 나를 위로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없이 잘 어울린다.
표지 속 빨간 머리 앤의 뒷모습처럼, 조용하지만 따뜻하게 곁에 있어주는 책이다.
앤의 문장을 필사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앤처럼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상처 앞에서 울기보다 웃는 법을 배우고, 미움 대신 상상으로 바꾸는 힘을 기르게 된다.
그것은 영어 문장을 따라 쓰는 일에서 시작됐지만, 어느새 삶의 태도를 바꾸는 연습이 되어 있었다.
똑같은 하루지만 앤의 문장을 따라 쓰는 하루는 조금 더 다정하고, 조금 더 환하게 빛난다.
『매일 따라 쓰는 빨간 머리 앤』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다시 나를 안아주는 따뜻한 문장들이 가득한 선물 같은 책이다.
필사라는 작은 루틴을 통해, 우리는 하루에 한 줄씩 더 나은 자신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곁에는 언제나, 여전히 사랑스러운 빨간 머리 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