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나만의 책 만들기 에디션)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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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으로 고전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인문고전을 압축시켜놓은 듯해서 펼치는 족족 기대 이상의 몰입감을 느끼며 시선집중을 할 수 있었다.

읽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되며,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에 올랐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의 '나만의 책 만들기 에디션'이 출간되어서 더욱 기대가 컸다.

'나만의 책 만들기'는 나만의 책 제목과 저자 소개, 차례 쓰기를 실제로 진행하며 자신만의 책을 쓰기 위한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다.

그렇게 시작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기록물로 완성할 수 있도록 그 첫걸음을 시작하도록 도와준다.

작게 시작하고 크게 이루자는 저자의 이야기에 힘을 얻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아침 7만 명이 그의 유튜브 강의를 듣고, 한 달에 20여 차례 전국 강연장에서 독자들을 만나는 이 시대 최고의 강연자 고명환이 이 책의 저자다.

그가 고전 속에서 길어 올린 흔들림 없는 삶의 내공은 결코 일회성의 위로가 아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발견한 '아침 긍정 확언'으로 우울증을 떨쳐낸 경험, 불안감을 기대감으로 바꾼 말의 전환으로 인생이 변한 과정은 고전이 전하는 실질적인 답이었다.

고명환 저자가 직접 삶 속에서 부딪히고 깨우친 경험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론'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된 이야기라서 더 와닿는다.

사람의 인생이 말 한마디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체험한 사람만이 이런 이야기를 전할 수 있고, 그렇기에 진솔하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불안한 순간마다 고전을 펼치고, 그 구절 하나로 마음을 다잡은 경험은 저자 자신의 삶 속에서도 반복되었을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직접 검증된 삶의 변화 과정이기에 더욱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 일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깨달음을 알려주어 실용적으로 다가온다.

책 속의 구절이 자신의 삶과 만나는 순간, 독서는 더 이상 지식을 쌓는 과정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찾는 과정'이 된다.

고전은 먼 옛날의 사상이나 지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삶의 나침반이라는 걸 절감하게 된다.

고전 속 문장은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답을 전한다.

알아듣기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주어서 몰입할 수 있는 데다가, 특히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조목조목 동기부여를 하게 해주어 도움이 된다.

특히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일단 시작한 후에 계획하라'가 마음을 훅 치고 들어왔다.

그렇게 새해 계획을 세우고 또 실패하고, 특히 잘 하려고 할수록 실패하던 원인을 드디어 찾은 기분이다.

솟아오르는 격정으로 결심하면 그 자체로 뭔가를 이뤄낸 느낌이 든다. 아주 만족스럽다. 이미 내가 성장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격정이 사라지면 결심도 함께 사라진다.

격정에 사로잡혀 결심할 때 인간은 항상 자기 능력치보다 훨씬 더 큰 결심을 한다. 이룰 수 없는 결심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곧 포기할 수밖에 없다.

내가 3년 가까이 꾸준히 긍정 확언을 외쳐온 성공 비결이 있다. 바로 결심하지 않고 그냥 시작하는 것. 어느 날 문득, 그냥 긍정 확언 영상을 찍었다. 누구한테 보여줄 것인지, 어떻게 잘 찍을 것인지 고려하지 않았다. 그냥 일단 촬영했다. 매일 찍어보면서 긍정 확언 자체가 너무 좋음을 느꼈고, 어쩌면 100일까지, 아니 더 오래 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여전히 결심은 없었다. 300일 정도 지나자 1,000일 동안 매일 긍정의 말을 외치면 엄청난 일이 일어나리라 확신이 생겼다. 이때 결심했다.

"그래 일단 1,000일까지 외치자!"

이렇게 만들어진 결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격정 속에서 결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00일 동안 검증하고, 느끼고, 분석하고, 판단한 후에 차분한 상태에서 결심한 결과다. (169쪽)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독서의 영역을 넘어 삶의 변화를 촉진하는 실천서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실천 사례들은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작은 변화 하나라도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의 목소리라서 신뢰가 간다.

저자가 자신의 삶 속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구체적으로 풀어놓기 때문에, 공감을 넘어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킬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고전의 지혜와 저자의 경험이 맞물려 구체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 과정은 지식의 축적보다는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문득 깨닫게 된다. 삶을 바꾸는 데 거창한 계획이나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그런 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마중물 같은 존재다.

고전의 지혜와 저자의 경험이 하나로 어우러져 동기부여를 해주고 직접 삶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자기계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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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공식 요리책
앤디 루니크.릭 바바 지음, 최경남 옮김, 황의형 감수 / 아르누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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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요리를 현실로! 이 발상 참 멋지다.

판타지 속에서만 보던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레시피를 따라가다 보면 게임의 주인공이 된 듯한 몰입감이 더해진다.

그러니 요리 자체가 하나의 특별한 경험으로 변신할 수 있겠다.



《디아블로 공식 요리책》을 펼치는 순간, 성역의 주방으로 소환된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매 페이지마다 게임의 세계관이 스며들어 있어 요리 과정마저도 하나의 스토리가 된다.

평범한 재료로 비범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플레이어가 직접 아이템을 제작하는 느낌과 닮았다.

그동안 디아블로 속에서 지나쳤던 음식들이 이렇게 매력적인 형태로 내 앞에 펼쳐질 줄은 몰랐다.

당신이 들고 있는 이 책은 내가 성역을 여행하며 수집한 것이다. 이 암흑의 시대에 검이나 창처럼 귀중한 물건도 아니고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는 희귀한 능력도 없지만, 이 책에 담긴 레시피들은 우리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풍요로움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 레시피들과 함께 나는 두 가지 중요한 진리를 배웠다.

첫째, 좋은 음식은 종종 소박한 음식이라는 점이다. 신 트리스트럼에 있는 죽은 송아지 여관의 요리사가 한 번은 자신의 요리 원칙이 '서너 가지의 풍미 있는 재료들이 알아서 힘든 일을 하도록 그냥 지켜보는 것'이라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둘째, 활력을 주는 식사를 함께 나누면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는 친목, 선의, 교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따뜻한 식사를 하며 상대방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이 악마를 물리칠 수는 없지만 평화를 찾을 수 있는 훌륭한 곳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식탁 방랑자 테드릭 (책 속에서)

이 책의 매력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먼저, 시각적 즐거움이 압도적이다.

레시피 사진이 게임 속 아이템 설명서 같은 느낌을 준다.

각 요리는 성역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름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상상하는 재미가 더한다.

게임 속에서 아이템 설명을 다시 확인하는 것처럼 집중해서 보고 읽는 재미가 있다.


또한 요리의 난이도가 절묘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견습생, 숙련가, 장인, 마스터 레벨로 나누니 실제로 도전할지 말지 판단하는 데에 유용할 것이다.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메뉴부터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메뉴까지 골고루 들어 있다.

실제로 만들어보면 '내가 이걸 해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올 것이다.

게임 속에서 보상을 받는 기분이 이런 걸까 싶었다.

요리 과정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게임 속 세계관과 연결 지어 설명해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설명을 읽고 나서 레시피를 보면 게임 속 스토리 속에 들어간 기분이 든다.

게임 속 서사와 요리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평범한 요리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재미있고 의미 있는 여정을 함께하는 듯하다.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책의 독창적인 콘셉트와 비주얼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특별한 날이나 홈파티 메뉴로 활용하면 센스 있는 셰프로 인정받을 수 있겠다.

요리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요리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할 때의 몰입과 성취감이 요리 과정에 고스란히 녹아 있으니, 디아블로 팬이라면 반드시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고, 게임을 몰랐던 사람이라도 새로운 요리 경험을 원한다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템을 제작하듯 레시피를 완성하고, 보물을 찾듯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이 책 한 권으로 성역의 맛을 주방에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요리가 끝난 뒤 식탁에 놓인 음식을 보면, 게임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경험을 더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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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픽사 인사이드 아웃 2 아트북 : THE ART OF 인사이드 아웃 2
피트 닥터.켈시 만 지음, 김민정 옮김 / 아르누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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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애니메이션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감정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상상력에 매료되었고, 그들의 소동 속에서 내 안의 감정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알고 있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라일리는 슬픔도 기쁨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모든 감정을 포용한다. (책날개 중에서)

그게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엄청난 복병이 숨어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사춘기!

경고: 사춘기 진행 중!

이 경고가 많은 것을 이해하게 해주었다.

이 책에서는 사춘기를 겪는 라일리와 그녀의 머릿속 감정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신비한 색채의 감정, 개성 넘치는 감정들을 하나씩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인사이드 아웃2 아트북》은 디즈니 픽사 장편 영화 <인사이드 아웃2>의 캐릭터 디자인, 초기 콘셉트 아트, 스토리보드와 함께 창의적인 영화 제작 과정에 관한 제작팀의 통찰을 통해 복합적이고 감성적인 세계를 선사한다. 하키 캠프에서 마음의 뒤편 세계까지, 자기 수용, 우정 그리고 성장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예술의 뒷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서문, 소개글, 컬러 스크립트, 영화에 없는 장면, 감사의 글로 구성된다.

아트북의 매력 중 하나는 영화 속에선 순식간에 지나치는 장면에서 놓친 디테일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가 스쳐 지나간 순간들을 캡처해둔 장면들, 스케치 단계의 캐릭터 디자인, 배경의 색감 변화까지 모두 담겨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색채의 변화가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구나 싶었다.

애니메이션으로 접하면 스토리 위주로 보게 되는데, 이렇게 아트북을 통해 접하니 어떻게 캐릭터가 탄생했는지 그 과정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캐릭터의 표정 하나, 손의 움직임 하나까지도 그저 우연이 아니라 치밀한 고민과 수정을 거쳐 탄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안부터 최종 버전까지의 변화를 보여주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귀여운 캐릭터로만 보였던 존재들이 사실은 수없이 많은 수정과 보완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제작자의 노고와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트북의 후반부에는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감정의 디자인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색채의 의미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

스케치 단계의 러프한 느낌도 매력적이다.

완성된 이미지와는 다르게 손으로 그린 선의 거친 맛이 묘한 생동감을 준다.

처음부터 완벽한 캐릭터는 없다는 걸 이 과정이 잘 보여준다.

작고 작은 수정이 쌓여서 하나의 캐릭터가 탄생한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감정의 변화를 이렇게 아름답고도 섬세하게 포착해낸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내 안의 감정들과도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감정들은 가끔은 서로 부딪히고, 때로는 나를 혼란스럽게 하지만, 결국은 나를 성장시키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아트북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만들어나간 사람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

스케치부터 시작해서 캐릭터들이 생명력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경이롭게 바라볼 수 있는 아트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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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하늘길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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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길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던 것처럼 생생하게 이 소설을 읽어나갔다.

손암 정약전을 따라다니며 유배지에 함께 숨 쉬는 기분이 들었다.

《흑산도 하늘길》은 그 안에 담긴 인물들의 심리와 시대의 흐름이 절묘하게 맞물려 단숨에 마음을 잡아끄는 힘을 지녔다.

한승원.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목선」으로 등단.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김동리문학상을 수상, 한국 문단에 큰 궤적을 남겼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가, 그림동화작가 한규호의 아버지이며 장흥 바닷가 해산토굴에서 집필중이다. (책날개 중에서)

흑산도에 가서 하늘길을 보았다.

그 섬에 갇혀 살다가, 그 섬 밖으로 한 발짝도 내디디지 못한 채 죽어 간 정약전 선생이 찾아낸 자유의 길은 하늘로 가는 길뿐이었다. 통곡하지 않고는 따라 밟아 갈 수 없는 그 길, 그 하늘길이 좋아 선생이 밟아 다닌 족적을 찾아 흑산도와 우이도(소흑산도)엘 부지런히 드나들고 그 참담한 갇힘과 슬프도록 아름다운 자유자재의 길을 동경한 결과가 이 소설이다. (4쪽)

흑산도 하늘길은 단절된 세상 속에서 새롭게 열린 통로이자 정약전의 내면을 비추는 은유적 공간이었다. 그가 육지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도 바다를 넘어 하늘을 바라보며 새로운 길을 찾으려 했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흑산도라는 섬의 고립된 공간이 오히려 그의 사유의 폭을 넓히고 내면의 자유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의 내면이 확장될수록 그가 바라보는 하늘의 깊이와 넓이도 함께 커져가는 듯했다. 하늘길은 단지 물리적 경로가 아니라 정신적 해방과 깨달음의 상징이었고, 이 책을 읽으며 정약전과 함께 그 길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손암 정약전의 내면 묘사다. 유배라는 처절한 현실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려는 그의 노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였다. 흑산도의 자연은 그의 벗이자 적이었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 갈매기의 울음소리, 그 틈새로 스며드는 바람 소리까지 묘사가 어찌나 생생한지 마치 그곳에 서 있는 듯했다. 정약전의 시선으로 바라본 흑산도의 풍경은 그의 감정과 내면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자연과 인간의 대립이 아닌, 공존의 방식으로 그려지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흑산도에 정착한 이후 정약전이 어류의 생태를 연구하는 장면들은 이 소설의 백미라 할 만하다. 물고기를 잡아 해부하고, 습성을 관찰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은 단지 학문적 연구를 넘어선 인간의 생명에 대한 경외로 다가왔다. 그가 기록한 '자산(현산)어보'의 탄생 과정이 이렇게도 생생히 그려질 수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물고기 한 마리를 들여다보는 그의 눈빛 속에 깃든 탐구 정신과 세상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정약전의 인간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곁에는 그를 돕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특히 흑산도의 어부들과의 교류가 흥미로웠다. 바다에 익숙한 어부들은 유배 온 선비인 정약전에게 지식인의 틀을 깨게 하는 인물들로 작용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대화들은 철학적이면서도 날것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정약전과 마을사람들의 소통은 신분을 뛰어넘은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다. 정약전의 유배 생활은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그가 그곳에서 체득한 깨달음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소설의 전개는 흥미롭고 몰입감을 높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물의 심리 변화와 사건의 긴장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배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손암 정약전이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특히 흑산도에 갇혀 있던 '육지로의 그리움'이 그의 내면을 지배하는 한편, 그는 유배지에서의 삶을 새롭게 구축해 나간다. '흑산도 하늘길'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바도 여기에 있다. 육지로 이어지는 길이 끊어졌어도, 그 길을 하늘로 열고자 했던 정약전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단지 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대의 아픔과 역사 속 인물들의 고뇌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조선 후기의 정치적 혼란과 신분의 억압, 유배라는 제도적 폭력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아를 잃지 않고 존엄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다.

또한 작가의 문장은 그 안에 묘한 시적 울림을 품고 있다. 흑산도의 바람, 파도, 빛, 그림자 같은 자연의 요소들이 소설 속에 스며들며 정약전의 내면을 투영하는 장면들이 많다. 바다의 끝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품는 그의 심정이 자연의 이미지와 겹쳐질 때, 그와 함께 바다 너머를 바라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의 세심한 문체 덕분에 정약전의 시선과 감각을 함께 느끼며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묵직한 감정이 밀려왔다. 유배지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그의 학문적 탐구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의 여정은 어두운 밤바다를 밝히는 등불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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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이 쉬워지는 장끼남 살림법 즐거운 정리 수납 시리즈
장끼남(김진선) 지음 / 즐거운상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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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을 잘하고 싶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사람에게, 이 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실천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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