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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투명한 평화의 땅, 스페인 ㅣ EBS 세계테마기행 1
이상은 지음 / 지식채널 / 2008년 11월
평점 :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강변가요제로 혜성같이 나타나 대상곡 ’담다디’로 온 나라를 휘젓고 다니며 인기를 끌던 가수 이상은.
그녀가 책을 냈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에서야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다.
스페인을 여행하고, EBS 채널에서도 방영되었나보다.
그것도 나는 이제야 알았다.
나같은 일반인들이 이제야 알았기때문에 그녀의 여행이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 <삶은 여행> 이라는 책이 나왔을 때, ’이 이상은이 그 이상은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모르는 상태였고,
담다디 이후에 오히려 그녀의 음악세계에 더 관심을 가진 동생의 음악 취향때문에, 음반 속의 곡들로 '이상은 = 가수'라는 확고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사실 선뜻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한때 유명했던 가수가 펴낸 여행기에는 현실적인 내용이 없을거란 편견때문인지, 여행에 대한 환상과 아름다움만 편집해서 담겨있을거란 생각이 들어서인지, 나는 그동안 읽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편견이 사라졌다.
이번 독서는 왠지 모르게 화려한 여행일거란 편견에 시큰둥했던 그동안의 생각을 바꿔놓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여행은 즐겁지만도 않고, 힘들지만도 않다.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으면서 인생에 의미를 더해준다.
한 군데만 정착하며 편하게 있는 여행이 아니라면, 강행군에 따른 피폐해지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그에 따른 첨삭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함께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힘들 때는 함께 힘든 느낌을 갖고, 의외의 경이로움을 느낄 때는 여행의 매력을 느꼈다.
역시 여행은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지만, 가끔 느끼는 환상적인 느낌 때문에 감동이 커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의 마지막에 보면 스페인의 여행 경로가 그려져있다.
참으로 큰 땅을 휘젓고 다닌 흔적이 엿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함께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특히 투우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면서도 내 마음에는 들지 않는 느낌, 보면 달라질거라고 하는데, 봐도 달라지지 않는 나의 마음.
그냥 차 한잔 하며 고양이나 쓰다듬는 여유로움이 좋은데, 작렬하는 태양 아래 녹아버리는 느낌이 드는 나른함이 부담스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여행기를 읽게 되어 오히려 나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리고 혹시라도 나중에 그 곳에 가면 강행군을 하지 말고 여유있게 그들의 시간 속에 녹아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