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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아...답답하다. 정말 답답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읽고 나서, 지금까지도 여전히 가슴 속에 답답한 무언가가 걸려있는 느낌이 든다.
가슴에 커다란 돌덩이를 하나 떡~하니 얹은 듯, 이 책은 지긋이 내 마음을 무겁게 눌러준다.
이 책 <미스터 후회남>의 소개를 보면, 설익은 의협심과 순간의 말실수로 끊임없이 사고를 치는 주인공 광셴의 후회스러운 인생을 그리고 있다고 소개한다.
책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해학과 유머로 읽는 내내 쾌감을 선사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정말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광셴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책을 읽는 내내 한심하고 어이없고 답답하기만 한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냥 소설일 뿐인데, 어느 순간 나는 광셴의 말과 행동에 "그러지 말지!"하고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실수...!!!
특히 말실수라는 것은 살아가면서 우리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또는 시대에 따라서, 전혀 실수가 아닌 일이 될 수도 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때에는 그것이 커다란 문제가 될수도 있고,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한 사람의 인생도 송두리째 바꿔놓는 커다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 때문에 우리 인생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정말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 때문에 우리는 인생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개인의 생각은 커나가면서 또 상황이 바뀌어 가면서 여러 차례 변하게 된다.
어떤 한 순간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면으로는 생각할 수조차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더 긴 세월을 지나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다.
별 것 아닌 일을 엄청난 파장의 일로 만드는 것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 일을 접하는 순간에 확고하게 하고 있는 생각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이 지났을 때 생각이 바뀌어도 이미 그 상황은 바뀌지 않는 과거가 된다.
그래서 광셴의 이야기를 따라 읽어가는 내내 답답했는지도 모른다.
해학과 유머의 탈을 씌우고 그 숨겨진 속내를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답답함, 그런 느낌을 이끌어 내는 것이 이 소설을 지은 둥시의 의도였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의도가 그것이었다면 작가의 의도는 성공적이었다.
지금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예전에 중국에서 잘못해서 말실수를 하면 공안에게 잡혀간다거나, 통화중에 금지어를 이야기하면 전화가 끊겨버린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런지 이 소설 이야기가 더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주제와 상황은 다르겠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 상황도 특별히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더 우울해지는 일요일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