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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본지는 <한국농담>을 능가하며 B급 오락영화 수준을 지향하는 초절정 하이 코메디 씨니컬 패러디 황색 싸이비 루머 저널이며, 인류의 원초적 본능인 먹고 싸는 문제에 대한 철학적 고찰과 우끼고 자빠진 각종 사회 비리에 처절한 똥침을 날리는 것을 임무로 삼는다.
방금 소개말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이, 본지의 유일한 경쟁지는 <썬데이 서울>. 기타 어떠한 매체와의 비교도 단호히 거부한다 “
<딴지일보>가 있었다. 티비 시사프로그램의 인터넷판이라고 말할수도 있을 것 같은데, 뭐랄까 경제, 사회, 문화 등등 다방면에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그 새로운 시각을 진지하게 전하지 않고 ‘폭소’를 할만큼의 유머를 가미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고. (적나라한 말투 역시..오옷... 놀라움을 줬다 ) 아날로그판 책으로도 나왔다. 나는 두권이 있다. 지금도 책꽂이에 꽂혀 있다. 그거 보고 위의 글을 적었는데... 다시 보니... 그저 반가울뿐이다.
<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씨가 책을 내셨다. 바로 이, <건투를 빈다>. <딴지일보> 이후 뭐하고 사시나 궁금하기도 했는데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잘 살고 계셨다.
이 책은 Q & A식으로 인생의 고민을 상담해오면 그에 적절한 답을 제시해주는 형태로 되어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나 (삶에 대한 기본 태도)
2. 가족 (인간에 대한 예의)
3. 친구 (선택의 순간)
4. 직장 (개인과 조직의 갈등)
5. 연인 (사랑의 원인)
이렇게...
근데, 첫장부터 질문들이 참 구체적이고.. 내 마음에 푹 와닿는다. 조금만 소개하면 이렇다.
Q : “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구원으로 벤처기업에서 일한 지 1년 8개월......일도 싫고, 회사에 매일 나가는 것도 답답합니 다. 그렇다고 때려치우자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A : 그거 아나. 당신 같은 사람, 우리나라에 참, 많다. 나이 서른에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도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단 사람들, 부지기수다. 사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단 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모른다는 거다......
솔직히 이 문장들로 나도 위로 받았다. 나역시 아직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뭘 하고 싶은지는 겨우 발견한 거 같은데... 그걸 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런 나를 위해 ‘ 서른 넘어서도 자신의 꿈이 뭔지 모르는 사람... 부지기수 ’ 라고 알려주고, 괜찮다고 위로하며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살펴 꿈을 찾아도 늦지 않다’고 말해준다. 이정도면 괜찮은 답변 아닐까..
첫장부터 마지막까지, 어찌보면 옆집 큰형이 인생 상담해주는 것 같기도 한 질문과 대답이 이어진다. 근데 예전 <딴지일보>에서 보다는 좀더 다정해지고, 욕설이나 뭐 그런 단어들이 없어 읽기 편하다. 처음부터 저렇게 인생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시시비비 정확히 가려주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생각을 고수하며(그러니까, 김어준씨는 분명 자신의 마음 안에 어떤 중심을 가지고 있다. 기준을 가지고 있다 ) 그것을 잣대 삼아 자신의 의견을 펼치니 보는 사람도 답변에 대한 어떤 믿음같은게 생긴다. 그리고 ‘나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정말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세워야 하는 나만의 기준은 어떤 것일까? 이런 진지한 생각. 뭔가 사람을 충동질하는데는 도가 트신분 같다.
더 열심히 생각해야겠다. 만만치 않은 인생인데.. 그리고 길지 않은, 한번뿐인 인생인데 하며 뭔가 스스로가 더 소중해지는 기분이다. 그런 기분으로 나에 대해, 내 인생에 대해, 너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한다. 작가의 시원스런 답변 뒤에도 이렇게 숙제 같은게 남았다.
P.S. 예전 <딴지일보>를 뒤적이다 느낀점. 이게 몇 년전 책인데... 아직도 이나라... 바뀐게 없이 다 그대로인거 같다. 언제 고쳐질지 모르겠다. 얼마나 더 세월이 흘러야 하는걸까? 날씨도 추운데 급우울해지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