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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워커홀릭 - Walk-O-Holic
채지형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자유롭게 뛰놀던 야생동물을 줄에 묶어 길들이고 있다면?
20대의 나는 돈은 별로 없지만 여행은 참 좋아했고, 많이 돌아다녔다. 하지만 더이상 돈없이 찌질하게 자유로운 것에 지쳐갈 때쯤 정착을 꿈꿨고, 지금은 마음껏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매여있다는 생각이 든다. 야생동물이었던 나는 자유를 꿈꾸고 여행을 꿈꾸게 된다. 아직 나는 정착할 준비가 되어있지는 않은가보다.
<지구별 워커홀릭>이라는 책은 저자가 360일간 세계여행을 하며 자신의 느낀 점과 여행한 곳의 풍경 등을 찍은 사진을 함께 올려놓았다.
1년, 어쩌면...그다지 긴 시간도 아니다...
팔십 평생을 산다고 치면 1년은 겨우 240페이지 소설 중 3페이지에 불과하고 평생을 24시간으로 환산하면 겨우 18분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 하루 중 18분이다.
그 첫페이지의 말이 내 가슴을 울렸다.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는데, 나는 나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고, 정착과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위안을 하고 있었다. 내가 강하게 꿈꾸면 추진할 수 있는데, 30대의 나는 무언가 주저하고 고민하고 스스로를 안정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와 함께 세계 곳곳을 누비는 느낌이 들어서 즐거웠다. 항상 즐겁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항상 힘들지만은 않았었을 여행! 여행지에서의 돌발 상황과 외로움, 고단함, 나른함 등도 다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여행이 아니라면 경험할 수 없는 좋은 일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의 시간! 360일 동안의 시간의 흔적들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시간이 되었다.
세상은 다양한 색깔과 향기를 내뿜으며 여행의 시간을 풍요롭게 해주고, 나는 나만의 색깔과 향기로 내 삶의 시간을 채우게 될 것이다.
처음에 나온 세계여행의 일정은 나의 일정을 짜는 데 도움을 받고, 중간의 여행기는 사진과 설명으로 흥미롭게 따라갔으며, 마지막에 나온 지구별 베스트는 저자 나름의 색깔있는 여행지 추천 모음으로 볼거리를 더해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여행에 함께 동참했지만, 언젠가는 나만의 여행 일기를 만들고 말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행은 실컷 했다고, 이제 이정도면 되었으니 정착하고 조용히 살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할수록 여행을 해야할 이유가 늘어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떠나기 전에는 온갖 두려운 것들과 떠남을 방해하는 갖가지 일들이 많이 있겠지만, 일단 떠나고 나면 그런 걱정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이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현실이 느껴져서 책장을 다 덮으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여행을 꿈꿀 수 있는 지금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