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아카식'이라는 단어가 가진 신비로운 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마치 미지의 세계로 초대하는 듯한 이 제목은 다소 무겁고 철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그 무거움은 빠르게 사라지고 흡입력 있는 서사 속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이 소설에서는 선영의 언니가 실종된다. 선영의 언니 은희가 탑승했던 KTX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 선영은 언니 책상 서랍을 뒤지는데 낯선 책 한 권이 보였고, 그 책은 『아카식 레코드와 다차원 세계』라는 낯선 제목 아래,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케 하는 기묘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아카식 레코드에서 온 신호는 돌기를 타고 뇌 전체로 퍼져 나가며, 뉴런과 시냅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뉴런 연결망이 기묘한 형태로 변화한다. 튜너들은 변화한 뉴런 연결망으로 인해 우리의 물리법칙을 초월한, 다른 차원의 능력을 얻게 된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초능력이다.」
…
「……아카식 레코드는 19세기에 유행했던 신지학(神智學)에 등장하는 용어다. 우주의 탄생과 종말에 이르는 모든 역사가 기록된 초자연적인 도서관. 우주를 의식을 가진 하나의 존재로 보는 이들은 아카식 레코드를 우주의식의 중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116쪽)
'아카식 레코드'라는 단어가 가진 미스터리한 힘은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주의 모든 기록을 담은 도서관, 초능력을 부여하는 아카식 레코드는 선영이 사건의 진실을 쫓는 과정에서 중심에 서게 된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다차원 세계의 개념과 초자연적 현상은 상상력을 자극하며,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이는 서사로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이 책은 SF와 미스터리, 그리고 스릴러 요소가 적절히 어우러져 읽는 내내 긴장감과 몰입감을 동시에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