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 스케치 바이블
데이비드 폭슨 지음, 홍지석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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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그림을 그려본 적이 언제였나?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컴플렉스를 가지고 컸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그림 대회에 나갔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때 동생이 그냥 따라왔다가 같이 출전했는데,
나는 탈락하고 동생은 입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나는 그림에 소질이 없다고 지레 포기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에도,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도, 미술시간은 나에게 고역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숙제 마감 하루 전에 정말 마음에 안드는 그림을 그려 놓은 스케치북을 부여잡고 엉엉 울기도 했다.
그럴 때면 엄마가 도와주셨는데, 몇날 며칠을 진행해온 내 실력보다 더 빠른 진행으로 마치곤 했다.

그 이후에도 그림에 대한 나의 태도는 마찬가지였다.
그저 문외한이라는 핑계로 감상을 깊이 하지 못했다.

의외로 이제와서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이제 막 정물화를 그리기 시작하는 초보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서' 라는 이 책의 친절한 설명 때문이다.
동생도 뒤늦게 미술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유학을 가있고,
엄마도 그림에 소질을 보이시고,
혹시 나도 내가 모르는 능력을 갖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호기심도 생기고......

이 책을 읽다보니 정말 이 책은 초보자를 위한 책이 맞다.
도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 정물화를 그리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이론들이 종합적으로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명과 관점의 선택 등 선택한 사물의 배치도 그림을 그리는 데에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게다가 깔끔한 책의 외장도 마음에 들었다.
스프링으로 이어진 책장은 뜯어질까 조심스레 펼치지 않아도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정물화를 스케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찌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상세한 설명이 마음에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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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의 특권
아멜리 노통브 지음, 허지은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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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소설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 나에게
아멜리 노통브의 <살인자의 건강법> 이란 소설은 신선한 자극이었다.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던 동생이 책꽂이에 꽂아놓은 <살인자의 건강법>을, 언제 한 번 읽어야지 생각만 하던 그 책을,
일단 한 번 펼치고 나니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에 그런 기대감으로 그 작가의 책을 골라 읽었는데,
사실 처음의 그 신선한 느낌을 받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이 책의 겉표지에 보니 이런 말이 있다.
"11월이면 으레 보졸레 누보를 맛볼 수 있듯이
8월 말부터 독자들은 가슴 설레며 노통브의 신작을 기다린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매년 새로운 작품을 출간한다는 것이 꽤나 벅찬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작가는 얼굴도 예쁘고 글도 잘 쓰고, 부럽기 그지없다.

사실 이 책은 시작부터 흥미진진했다.
보통은 머릿말이나 작가의 말 같은 것으로 책의 서두가 장식되어있는데, 
바로 소설이 시작되어서 마음의 준비없이 소설에 빠져들었다.

"만약에 누가 선생님 집에 찾아왔다가 느닷없이 죽으면, 절대 경찰에 신고하지 마세요. 택시를 불러 타고, 친구가 몸이 불편하니 병원으로 가자고 하세요. 사망은 응급실에서 확인될 테고, 그러면 선생님은 그 사람이 병원으로 오는 길에 죽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줄 확실한 증인을 확보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면 일은 조용히 마무리 되는 거지요." (7p)

누군가와의 대화로 생각이 바뀌고, 인생이 바뀔 수 있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면 주인공은 당연히 경찰을 부르거나 의사를 불렀을텐데,
이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일어난 일이어서 소설의 중요한 소재가 되어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처음에 이 문장을 보고,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소설의 소재가 되고, 소설로 진행되는 것을 보고,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마무리가 좀 아쉬운 느낌도 들었지만, 그것은 어쩌면 처음의 의문점과 소설의 진행속도 때문에
마지막 장을 넘기기 아쉬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한 번 쯤 꿈꿔보았을,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것, 그게 좋을 지 나쁠 지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커피나 한 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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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 - 서른 살 오핸로 혼자 걷는 1,400km
김지영 지음 / 책세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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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걷는 여행!
온전히 자신만의 힘으로 한걸음씩 걸어나가야 하는 걷기 여행은 우리네 인생과 많이 닮아있다.
다른 도움을 받지 않고 내 두 발로 땅을 딛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야 하고, 
나만의 속도로 조절을 하며 일정 기간을 버텨야 하는 것,
나름 힘든 것도 많지만, 힘든 만큼 얻는 것도 많은 것,
그러면서 내 안의 나를 만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걷기 여행에서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이다.

그것이 걷는 여행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바쁘게 관광지를 눈도장찍고 돌아다니는 여행보다, 
삶의 소중한 추억이 될 수도 있고,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하나더!
이 책을 통해 걷기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점 하나를 더 알게 되었다.
바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의 바쁜 생활 속에서 그저 스쳐지나가기만 했던 사람들이 내 곁으로 서슴없이 다가와 도움을 주기도, 받기도 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게 관심을 보인다.
도시에서는 어렵기까지 한 그런 사람과의 관계를 길을 걸으며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요즘  걷는 길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온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그리고 해외 걷기 여행지로는 산티아고 길이나 시코쿠 길에 관련된 책들을 읽었다.
얼마 전 시코쿠 순례여행 <일생에 한 번은 순례여행을 떠나라> 라는 제목의 책을 재미있게 읽은터라
시코쿠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사실 일본의 산티아고 길이라는 시코쿠 길은 아직 많이 알려져있지는 않다.
그래서 이 책이 시코쿠 길을 알려주는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라는 책의 제목을 보니, 
역시 우리 사회에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단은 여행을 떠나기 위해 무언가 심각한 계기가 있어야 일상에서 변화를 줄 수 있나보다.
하지만 일단 떠나면 시야를 넓히고 세상을 보는 마음이 깊어질 수 있는데..그 시작이 참 어렵기만 하다.

이 책을 보다보니 아무래도 조만간 그곳으로 향하게 될거라는 예감이 든다.
그래서 특히 이 책의 부록에 담긴 오핸로상이 되기 위한 정보에 눈길이 갔다. 아무래도 시코쿠 순례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보니,  숙박이나 길을 걷기 위한 정보가 담긴 이 책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시코쿠 순례길에 대한 책을 계속 접하게 되다보니,
자꾸 이제는 나도 한 번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나도 언젠가는 순례길을 걷게 될 것이고, 
내가 걷게 될 시코쿠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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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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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쿠다 히데오!!
이 책을 읽으며 그의 문장력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오쿠다 히데오 문장의 묘미를 <공중그네>에서 처음으로 느꼈다.
그래서 그의 이름만으로 선택했던 다른 책들 <인더풀> <마돈나> <남쪽으로 튀어> <한밤중에 행진> 등등이 나름 재미있기는 했지만, 사실 처음의 그 느낌만 못해서 내심 아쉬웠던 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역시 나는 오쿠다 히데오의 이름 만으로 이 책을 선택했고,
<공중그네>를 읽으며 느꼈던 참신한 느낌을 이번 책에서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가을비가 내리는 약간은 우울하고 무거워지는 감정을 밝게 띄워주는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이 쌓여 있어서 이 책은 나중에 읽으려고 미뤄두었는데,
호기심도 생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가, 그냥 끝까지 읽어버렸다.

이 책에는 6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섯 가정 속으로 들어가 그 가정의 속 모습을 살펴보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으며 여섯 편의 이야기를 모두 읽어버렸다.
아주 일반적인 가정의 일상적인 모습......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삶 속에서의 특별함이 이렇게 소설로 엮이는 모습을 보니
소설가의 안목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이 책은 이해하지 못할 난해한 소설도 아니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는 듯한 느낌도 아니며,
동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 몇몇을 클로즈업해서 자세히 살펴보는 느낌을 받는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남편이든 아내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내 모습도 있을거란 생각도 든다.
동네 아저씨 아줌마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어딘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생각도 든다.
"맞아! 맞아!"하고 공감하게 될거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묘미가 있었다.
나름대로 내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소설 속의 캐릭터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고 그 평범한 일상에서 그 이후의 일이 어떨 지 궁금해져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바빠졌다.

어찌보면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릴 일들을 웃어가며 읽게 되는 시간이 즐겁다.
비오는 주말에 읽기로 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쿠다 히데오의 다음 책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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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 -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시 치유 에세이
전미정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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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랜만에 마음 속 깊은 곳을 울리며 깊이 공감하게 되는 책을 읽게 되었다.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 라는 제목의 이 책은 시 한 편이 그림처럼 담겨있고,
거기에 따른 이야기가 맛깔스럽게 담겨 있다.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시 치유  에세이’ 라는 부제를 보고,
사람의 마음을 좀더 이해하기위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 책은 그 이상의 의미로 나에게 다가온다.
꼭꼭 눌러버렸던 내 안의 상처들, 고름을 내어 터뜨리지 않고 그저 외면하며 사그라들게 만들었던 내 삶 속의 상처를,
나 조차도 잊고 있었던 내 마음의 상처를 끄집어내는 역할을 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되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나의 그런 행동 속에 그런 마음이 있었을거라는 상황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다.
사람을 더 이해하고 싶다는 나의 오만한 마음에 앞서,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
지나온 나의 시간들, 내가 선택한 것들, 나의 마음 등등 모든 것이 올바른 선택은 아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었다면, 알게 모르게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을 것이고,
지금은 낯부끄러운 생각이 드는 결정이 그 때에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했다.
경험하고 겪고 상처입은 기억들 때문에 지금이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일이라도
어쩌면 다시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똑같이 반복될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각박해지는 생활 속에서 감정의 표출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애써 외면하고 덮어버리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나는 내 안의 상처들을 어루만지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아끼고 보살펴야 할  ’나 자신’에게 너무 홀대했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렇게 나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졌다는 생각을 해본다.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다 내 마음 같지 않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가끔은 힘들고 버거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렇게 책으로도 마음을 치유받고, 위안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라는 제목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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