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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
리처드 바크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갈매기의 꿈』 작가 리처드 바크의 신작 에세이라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다.
책 표지에 실린 푸른 하늘과 하늘을 가르는 경비행기의 실루엣은 이미 이 책이 흔한 여행기가 아님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 책 『나는 자유』는 세계적인 소설가 리처드 바크와 작은 수상비행기 퍼프의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다와 하늘을 잇는 5,000킬로미터 비행일지를 담은 책이어서 더욱 주목하며 읽어보게 되었다.
리처드 바크는 70대의 나이에 스스로 조립한 퍼프라는 경비행기를 타고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주까지 횡단 비행에 나선다.
퍼프는 작가가 직접 이름 지은 수상 경비행기인데, 일종의 동료이며 또 다른 자아다.
날씨, 기류, 엔진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공중의 감각을 기록해 나가는 그의 문장은 하늘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자유에 대한 찬가이면서 동시에 불안과의 공존을 묵묵히 허락하는 고백이기도 하다.
비행이라는 테마는 리처드 바크의 삶 전체를 관통해온 상징이다.
그는 『갈매기의 꿈』에서도 비행을 통해 이상과 영혼의 자유를 노래했고, 이번 책에서는 실제 하늘을 가로지르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그는 퍼프와 함께 고도를 조절하고 착륙지를 바꾸며, 매 순간 결정이라는 실천을 반복한다.
그 반복 속에서 그는 깨닫는다.
자유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이 아니라, 무엇을 하겠다고 선택하고 감수하는 책임감이라는 것을.
이 책은 잔잔하면서도 깊은 유머가 있다.
뜻밖의 고장에 무심한 듯 대처하며 퍼프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일상을 향한 작가의 관찰력과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가 비행기를 통해 보는 세상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경로에 가깝다.
특히 이 책의 독특한 지점은 기술적인 설명조차도 감성적으로 녹여낸다는 데 있다.
단순한 사양 나열이 아니라, 비행기의 성능조차 함께 날기 위한 신뢰로 연결되는 맥락 속에서 서술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고스란히, 우리가 인생에서 어떤 도구를 선택하고 무엇을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는가에 대한 은유가 된다.
또한 실제 사진이 함께 곁들여져 있어 그 순간의 긴장감이 더 생생하게 전해졌다.
책장을 넘기며 마주한 번개의 섬광과 컴퓨터 화면에 표시된 폭풍의 좌표는 이 비행이 단순한 항로의 이동이 아니라, 언제든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 삶의 항해임을 상기시키는 장면이었다.
자유는 멀리 있지 않다.
날지 않기로 한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자유의 일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비행 중의 마음가짐은 우리 몸의 내부 온도까지 바꿀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아마 모든 비행이 그럴 것이다. 비행기를 무서워하는 사람과 비행하다 보면 나와 그 사람의 마음이 충돌하는 게 느껴진다. 나는 '하늘의 자유를 사랑해 보는게 어때요?'라고 묻는데 상대는 '언제 착륙해서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나요?"라고 묻는 식이다. 물론 대개 끼리끼리 놀기 때문에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263쪽)
하늘을 나는 동안 사람마다 전혀 다른 질문을 품고 있다는 비유는 매우 인상적이다. 누군가는 자유를 느끼고자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또 누군가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착륙만을 기다린다.
같은 비행기 안에서도 서로 다른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비행 중의 마음가짐은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와도 같다.
현실에서 어떤 일을 마주했을 때, 그 경험을 두려움으로 응시하는 사람과 가능성으로 마주하는 사람은 같은 길 위에 있어도 전혀 다른 여정을 살고 있다.
비행이라는 외적 풍경을 빌려, 내면의 자유에 대한 감각을 더 깊이 묻는 질문으로 다가와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인생에서 모험을 원한다면 모험을
가능하게 할 사람은 바로 나뿐이라는 것.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자유를 체험하게 하는 책이었다.
리처드 바크는 삶을 통째로 하늘에 실어 나르며 말한다.
두려워도 괜찮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중요한 건 방향을 아는 것이라고.
이 책은 그렇게, 아직 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