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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막는 제방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평점 :
그녀는 스스로를 증오했고, 모든 것을 증오했다.
도망쳤고,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전부 벗어던지고 싶었다.
본문 p192
36세에 쓴 뒤라스가 쓴 그녀의 세 번째 작품이다. 남편을 잃고 남매를 데리고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전직 교사 쉬잔 어머니에게 제방은 어떤 의미였을까?
뒤라스의 작품은 연인과는 또 다른 작품이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책 둘을 같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5년간 악착같이 모았던 돈을 불모지 땅에 투자했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이라곤 바닷물의 영향으로 풀 한 포기나 지 않는 허허벌판뿐... 식민지를 지배하는 은행 또 지국으로부터 땅을 샀던 것이 잘못된 것일까? 그녀가 가난에서 벗어나고 했던 그녀의 단순한 억척스러움이 잘못된 것일까?
교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끄떡하면 딸 쉬잔에 게 거친 말은 기본이고 손찌검을 하려던 모습들은 읽는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 조제프와 딸 쉬잔은 엄마가 하자는 데로 어찌나 말들은 잘 듣던지... 그러던 중 쉬 잠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그의 사랑 구걸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쉬잔... 그녀의 어머니와 그 들은 재벌 조 씨가 준 다이아몬드를 팔아 대출금을 갚고 다시 제방을 쌓을 궁리만 하는데... 조 씨도 아버지의 부를 이어받았지만 그의 쉬잔에 대한 욕망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어머니의 제방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 그녀를 대변하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럴수 밖에 없는 그녀의 마음은 오죽할까... 하지만 자식들을 자신에게서 옭아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것은 어머니로서 해야 할 행동은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쏟아진 허물어진 제방이라는 것도 가난은 무기력하고 나태해지고 하물며 침울한 삶을 가져다 주며 희망이라는 자체가 게와 자연의 무수한 공격에 한없이 무너지는 모습이 그들의 삶과 빗대어 그려졌다.
조제프와 쉬잔은 그곳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두고 떠나지 못하는 남매의 모습은 그들이 얼마나 지쳐있고 힘겨워하는지 그대로 비춰준다. 그 막막함과 처절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니 소설을 읽는 나마저도 답답하고 우울함마저 들었다. 그들의 삶을 희망 있는 삶으로 옮겨주고 싶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래도 끈을 놓을 수없었던 단 하나. 쉬 잠이 받은 다이아몬드는 또다시 좌절한 그들을 일으키고 다시 한번 살아보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물건이 아닌가 싶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들어서길...남매의 어머니는 내 기억 속에 당분간 자리 잡힐 것 같다. 그녀의 광기 어린 망상, 자식들에게 했던 그녀의 행동들이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일까?
삶에서 느꼈을 좌절과 슬픔 무기력함과 나태함 등 어쩌면 최악의 것들을 이 작품에서는 한꺼번에 다 보여주는 듯했다. 책을 읽는 동안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왜 알지 못할까라는 생각에 휩싸인 채 뒤라스의 또 다른 작품 연인도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