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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평점 :

『숲속의 로맨스 』
앤 래드클리프(저자) 고딕서가(출판)
고딕 서가에서 총 3종의 고딕소설을 출판했다. 1764년 영국 소설가 호레이스 월폴이 오토란토 성을 출간하며 자리 잡기 시작한 공포와 로맨스를 결합한 소설 장르를 즉 고딕소설이라 칭한다. 이번 고딕 서가의 3종 소설을 만나기 이전에 고딕소설을 몇 번 접했었다. 고딕소설에 빠지면 고전소설 못지않은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거란 거란 걸 난 그때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딕 양식의 오래된 건물을 배경으로 한 고딕소설 그래서 책표지도 음산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고딕소설 시리즈 3종 『엉클 사일러스』, 4명의 여성 고딕 작가의 작품집 『공포, 집, 여성』 마지막으로 『숲속의 로맨스』까지! 난 그중 숲속의 로맨스를 먼저 읽게 되었다.
방탕한 생활로 귀족에서 도망자 신세가 되어버린 라모트 가족. 그런 라모트 일행은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아들린까지 인계받는다. 자신도 힘들면서 아들인을 살뜰히 챙기는 마담 라모트.아들린은 그런 그녀로부터 연민의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일분일초에 생사가 걸린 이들에게 아들린은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의사는 이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들린에게 치명적이라고 한다. 라모트는 이대로 인간애를 져버릴 것인가? 과연 이들 일행은 자신들을 쫓는 사람들로부터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이들이 마주할 앞으로의 세계가 궁금해진다. 숲속의 로맨스 아직은 제목처럼 따스하진 않지만 자신들의 악한 처지에도 가여운 여인을 버리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해보살피는 마담 라모트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한편 부모에게 아니 아버지에게 너무나 비참하게 버려진 아들린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내 관심은 이제 아들린에게 향해간다.
헤매고 헤맨 라모트 가족은 숲속의 한 수도원에 다다른다. 더 이상의 피신처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음산하지만 발각되기 힘들 거란 이 수도원에서 몸을 숨기며 지내기로 한다. 한편 아들린은 일곱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자신을 수도원에 버렸으며 수녀가 되길 거부한 딸에게 복수의 협박까지... 아들린 이야기를 전해 들은 마담 라모트.이리도 불쌍한 아이가 또 있을까? 부모여도 다 같은 부모가 아님을 아들린 아버지를 보며 또 느낀다. 자신의 탐욕만을 챙기기 위해 딸의 안부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게 비참하게 하루하루를 버텼을 아들린을 생각하니 나 또한 마음이 아파졌다. 자식은 절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간간이 들려오는 자식 살해 사건들. 홀로 남을 자식이 안쓰러워 자식을 죽이고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부모들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아들린 아버지도 그런 부류의 인간이라는 생각이 드니 치가 떨린다.
왕의 근위대를 피해 폐허에 숨게 된 라모트 일행. 아들린은 자신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경관들을 확인하려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라모트일가에게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마담 라모트는 아들린의 이 친절을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처음 아들린을 불쌍히 여겼던 그 마음은 어디 가고 이제 남편 라모트와 아들린의 관계를 의심하다니... 마담 라모트의 마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지만 이렇게 불신과 오해로 물들어버리다니... 자신을 끔찍이도 생각해 주고 있다 생각하는 아들린의 마음에 상처가 될까 벌써부터 염려스럽다.
아들린에게 지금 상황들이 참 냉혹하기만 하다. 기댈 곳 하나 없던 그녀에게 라모트 일행은 힘이 되어주었지만 알 수 없는 마담 라모트의 행동에 점점 지쳐 보인다. 어찌 됐건 마담 라모트는 자신이 남편과 아들인이 자신 몰래 밀회를 즐겼다 생각하고 의심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땐 아들린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었다. 폐허 수도원에 숨어 지내던 이들에게 수도원 주인이라는 몽탈 후작과 그의 부하직원 테오도르가 등장하고 어딘가 모르게 라모트와 몽탈 후작 사이에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무서운 꿈에 시달리는 아들린까지... 그 와중에 아들린에게 라모스 아들 루이는 자신의 마음을 알리고 떠나는데...
폐허가 돼버린 수도원에 무슨 깊은 사연이라도 있던 것일까? 행간에 떠도는 소문의 진실은 무엇일까? 아들린의 마음을 사로잡은 테오도르 그는 아들린과의 약속 장소에 왜 나타나지 않은 것일까?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아들린은 지금의 불행한 시간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곁에 아무도 없는 것만 같은 그녀의 지금이 너무나 씁쓸하다. 고딕소설의 묘미가 한층 더 짙게 드리워진 숲속의 로맨스 제목만큼이나 그리 달콤하진 않지만 고딕이 주는 느낌이 이것보다 더 강렬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초점이 아들린에게 맞춰져있는 만큼 이 소설에서 아들린은 여주인공으로서 온갖 수모와 역경을 겪는다. 그녀의 주변 인물들 특히 세 남자는 그녀 앞에서 모두 눈물을 흘렸었다. 그 눈물의 의미에서 아들린은 한없이 초라하고 외로운 불쌍한 여주인공이라는 것과 그녀의 미래가 이 남자들로부터 어떻게 변화되어갈지 소설을 읽을수록 궁금해져만 가는데... 초자연적인 요소들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더욱 돋보이는 소설로 고딕소설이 주는 흥미로움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숲속의 로맨스의 첫 장을 넘겨보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