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때 쓰인 초기중단편 모음집

예외적으로 <꼬마영웅>은 그의 나이 36세때 쓴 글이다.

절대 왕정의 입장을 신봉했다는 이유로 고골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목때문에

체포당하고 사형을 선고받기 전 선고를 기다리는 수인의 몸일때 쓰여진 글이다.

최악의시기에도 불구하고 글을 썼다는 사실이 놀랍고,

과연 이 소설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낭만적이고 순수했다.

 

" 한마디로 <꼬마영웅>은 자유를 박탈당한 상황에서 비로소 존재의 신비와 생명의 은총을 체험할 수 있게 된 작가의 환희에 찬 고백록이라 할 수 있다 " - 작품해설중

 

아래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옮겼다.

 

" 그러나 나의 온 영혼은 어떤 예감처럼, 어떤 것을 통찰한 듯 거칠고도 부드럽게 괴로워했다. 나의 놀란 가슴은 어떤 기대로 인해 가볍게 떨면서 무언가를 부끄럽고도 기쁘게 간파해 나갔다. 나의 가슴은 무엇인가에 관통당한 듯 갑자기 아프게 뛰기 시작했고, 눈물이, 그렇다. 달콤한 눈물의 나의 눈에서 쏟아졌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풀잎처럼 몸을 와들와들 떨며, 지금까지 내가 알지 못했던 그런 최초의 발견과 경험에 나의 마음을 아낌없이 헌납했다. 이 순간 나의 첫 유년시대는 막을 내렸다."

 

<꼬마영웅>은 동시대 투르게네프의 자전적 소설<첫사랑>처럼 달콤쌉싸름한 유년의 기억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한동안 투르게네프의 작품들을 탐독하고 나서 쓴 작품이라 그런지 투르게네프의 향기가 배어있다.

<첫사랑>에서 열여섯 살 소년 블라디미르의 옆집에 이사를 온 매혹적인 여성 지나이다에게 첫사랑을 느끼지만, 그녀는 블라디미르의 아버지를 사랑하게 된다. 순수한 소년이었던 블라디미르가 강렬한 첫사랑의 아픔을 통해 청춘의 허망함과 죽음에 대한 외경을 느끼게 되는 과정처럼, <꼬마영웅>도 맹목적이지만 허세가 담겨 있지 않은 순수한 사랑의 모습이야말로 "영웅"이라고 칭할만큼 명예로운 일이 아닐까 하는 마음을 담았다. 

 

......명예를 지켜나가는 사랑이라..?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사랑'이 넘쳐나는 이 시대, 다시 한번 내 유년의 사랑, 현재의 사랑에 '내 명예'를 걸었던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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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관계를 경제적 측면이 아닌 문화적 측면으로 분석한 책.
‘취향‘이라는 것이 타고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계급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취향은 계층에 따라 구분되는 동시에 계층을 구분한다˝라는 말이 와닿네요
그가 새롭게 제시한 개념 <아비투스>의 세계로 천천히 들어가볼까요.


˝무엇보다 먼저 교육체계의 여러효과중 가장 은폐되어 있는 효과 즉 ‘칭호부여‘를 통해 나타나는(...)
신분을 가르는 특수한 방식중의 하나로, 모든 집단은 위계상의 특정한 계급을 지정한다.˝-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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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5-05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의 안은 노란색인 모양이네요.
북프리쿠키님, 어린이날 즐겁게 보내셨나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18-05-05 23:20   좋아요 1 | URL
네 속살은 겨자색이네요.
어린이날 딸아이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했네요. 내일 행복하게 해줘야겠어요.
연휴 잘 보내세요^^
 

작품의 유명한 첫 문장.

<민음사>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열린책들>
˝재산이 많은 미혼남성이라면 반드시 아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널리 인정되는 진리이다˝

이 첫문장에 제인오스틴이 ˝자기만의 방˝에서 창조한 스타일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장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를 알려면 책을 다 읽어야 한다. 덮고 나서 다시 책을 펼쳤을 때 이 문장은 전체를 이야기한다. 여운이 짙다. 그리고 영리한 제인오스틴만의 은닉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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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의 이런 경험은 최근 읽었던 고골의 <검찰관>에서 생생히 경험한 적이 있다.
이런 첫문장으로 시작한다.
˝제 낯짝 비뚤어진 줄 모르고 거울만 탓한다-러시아속담˝

오만과 편견의 이중적 문장과는 다르게 검찰관의 첫 문장은 책을 읽지 않더라도 무슨 뜻인지 이해가 쉬울 정도로 직설적이다.
하지만, 이 첫문장의 반전은 전율감이 일 정도로 한동안 감탄했었다.

고골의 작품에서는 언제나 인류전체가 풍자의 대상이 되는 셈이나, 독자는 그 순간만은 그 풍자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기이한 착각에 사로잡혀 풍자가와 더불어 자기 자신이 소속된 인류를 비웃는 것이다.
즉, 검찰관의 부정적인 인물들은 모두 우리의 초상이며 자기 동일성의 변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즉 속담의 ˝제 낯짝˝은 ˝독자의 낯짝˝을 말하는 것이었다.
다 읽고 나서야 짚어볼 수 있는 절묘한 문장이었다.

......이래서 소설의 첫 문장은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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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오 2018-05-02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만과편견 읽으리라고 맘은 먹은책이네요. 저는 문학동네 버전으로 생각중이에요 ㅎ문동세전 수집중 ㅋ

북프리쿠키 2018-05-02 22:44   좋아요 1 | URL
문동책 컬러풀하고 고급지죠 ㅎ
문동에서 오만과편견의 첫 문장은 어떻게 번역되었나 궁금해지네요~나중에 메오님이 올려주세요 ㅎ

메오 2018-05-02 22:49   좋아요 3 | URL
‘큰 재산을 가진 미혼 남자라면 마땅히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렇게 되어있네요 ㅎ

북프리쿠키 2018-05-02 22:52   좋아요 1 | URL
오~감사합니다. 조금씩 다르네요.
깨알같은 재미가 있네요ㅎ

2018-05-02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3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8-05-03 0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펭귄 북스 첫문장은 이러하네요.
‘상당한 재산을 소유한 독신의 남자는 아내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이것은 다들 인정하는 진리입니다.’

북프리쿠키 2018-05-03 09:27   좋아요 1 | URL
펭귄도 문장이 깔끔하네요.
이 문장은 마치 베넷부인의 항변같아요. 우린 저마다 베넷부인의 욕망과 천박함을 숨기고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cyrus 2018-05-03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약 남자든 여자든 저 명문장을 인용해서 결혼을 합리화한다면 저는 반대할 것입니다. 지금은 과거처럼 ‘남편’ 또는 ‘아내’가 꼭 필요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니까요. ^^

북프리쿠키 2018-05-03 14:53   좋아요 1 | URL
싸이러스님도 아시다시피 제인오스틴이 소설의 시작부터 저 문장으로 당시 남성위주의 사회를 은근 비틀었지요. 그걸 모르고 명문장이랍시고 합리화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껜 반드시 케어가 필요한 동반자가 필요치 않을까 싶네요^^

stella.K 2018-05-03 16:17   좋아요 1 | URL
ㅎㅎ 근데 나이들면 있는 게 없는 것 보다 났다고 생각해.
나이들어 무슨 청승이냐?

안 그래요 쿠키님?ㅋㅋㅋ
 

미셀푸코의 박사학위논문.
짙은 안개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손으로 휘저어 봤지만 더 짙게 파고드는,
읽는 내내 무진속에 혼자만 내던져진 고립감.

앞으로 어떤 난해한 책도 망설여지지 않을거란
쓸데없는 자신감만 얻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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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30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30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30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30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린책들 2007년판에 들어있던

<쁘로하르친씨><아홉통의 편지로 된 소설><뻬쩨르부르그연대기><여주인> 4편이 빠지고,

2010년 개정판에는 7편의 단편 <남의아내와 침대밑 남편><약한마음><뽈준꼬프><정직한도둑><크리스마스트리와결혼식><백야><꼬마영웅>만 담았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서정적이라는 평판을 누려온 <백야>.

이 소설을 읽기 위해 다소 지난했던 단편들의 늪속에서 허우적댔었다.

녹록치 않은 그 과정의 시간들을 백야가 한꺼번에 보상해주었다고 해야할까?

 

서로 간에 기꺼이 주고받는 사랑조차 때론 고통의 시간을 통과의례처럼 지나쳐야 할진대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더군다나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 운좋게도 그 사랑의 대역을 맡는 행운이 나에게 찾아왔을때, 질투와 외로움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순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옛사랑에게 등을 돌리고 마는 여자의 마음이야 말해 무엇할까. 

그 순간조차 신성한 약속을 단숨에 저버린 나스쩬카를 축복하는 대목. 그녀의 가슴이 전 생애에 걸쳐 ‘비밀스러운 가책’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마지막 문장이야말로 흔히들 얘기하는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그러나 나스쩬카, 너는 내가 모욕의 응어리를 쌓아 두리라 생각하는가! 내가 너의 화사하고 평화스러운 행복에 어두운 구름을 드리우게 할 것 같은가, 너를 신랄하게 비난하여 너의 심장에 우수의 칼을 꽂을 것 같은가, 너의 가슴이 비밀스러운 가책으로 고통받고 행복의 순간에도 우울하게 고동치도록 만들 것 같은가, 네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제대(祭臺)를 향해 걸어갈 때 너의 검은 고수머리에 꽂힌 저 부드러운 꽃 중에서 단 한송이라도 나로 인해 구겨져 버리게 할 것 같은가...아, 천만에, 천만에!

너의 하늘이 청명하기를, 너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밝고 평화롭기를, 행복과 기쁨의 순간에 축복이 너와 함께하기를! 너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어느 외로운 가슴에 행복과 기쁨을 주었으니까.

오, 하느님! 한순간 동안이나마 지속되었던 지극한 행복이여! 인간의 일생이 그것이면 족하지 않겠는가...?" - 300쪽

 

데이트 폭력으로 얼룩진 집착과 욕망도 처음엔 사랑이라 그랬을테고, 그 후에도 사랑이라 부르리라.

그들의 천박한 일생이 그것이면 족하지 않겠는가..다시는 사랑하지 말지어다.

 

 

 

 

   

 

 

 

당신이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내가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을 계속해서 사랑한다면, 그래도 나는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내 사랑이 당신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당신이 느끼지 못하도록 그렇게 사랑할 겁니다.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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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4-28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데이트 폭력은 그 후에는 사랑이라 안 불러줄테에요^^; 그나저나 <백야> 궁금합니다. 마치 다네이 대신 죽음을 선택한 칼튼이 생각나네요.

북프리쿠키 2018-04-28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 인간들은 진심으로 사랑했었다..지껄이겠죠..
아 ~ 두도시 이야기..˝사랑하다면 시드니 카튼처럼˝이란 독자의 100자평이 생각나는군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생색내기에 급급한 사랑의 이벤트, 열정보다 부족함이 많은 담백하고 차분한 사랑이 좋으네요.
도스토예프스키가 27살때 쓴 책인데..네프스키거리에서 4일간의 백야(잠을 이루지 못하는)를 경험한 주인공 이야기입니다.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의 바르바라와 제부쉬낀의 편지만큼이나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꼬마요정님도 안 읽어본 문학이 있었습니까.?^^


꼬마요정 2018-04-28 22:19   좋아요 1 | URL
ㅎㅎ 제가 읽은 게 별로 없어요^^;; 아직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 외엔 읽어보지 못했거든요. 도전해보겠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