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라쇼몽 - 문예 세계문학선 061 문예 세계문학선 61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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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

두통의편지
지옥변

늪지
의혹
미생의믿음
가을
묘한이야기
버려진아이
남경의그리스도
덤불속
오도미의 정조
인사
흙한덩어리
세개의 창

17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책이다.
아쿠타가와가 등장하였을 때 아쿠타가와를 소세키와 오가이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라고 비유하는 말도 있었는데, 그것은 고전에서 제재를 가져와 소설로 한 오가이의 방식을 따르고, 인간의 에고이즘을 주로 다룬 소세키의 주제를 도입하였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원래 단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솔직히 이 책도 단편집인줄 몰랐었다.
근데. 아~ 단편도 작가에 따라 이렇게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할 수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전에 읽었던 순이삼촌 단편집처럼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른 시점과 다양한 등장인물, 시대를 넘나드는 구성으로 다 읽었을때 뭔지 알수 없는 완결성에서 오는 충만감과 비슷하다고 해야하나.
단편 중에서 수작을 꼽는다면
<라쇼몽><코><귤><덤불속><오도미의정조>가 좋았다.

특히, <귤>에서 내 마음을 흔든 문장을 소개한다.
피곤하고 음울했던 주인공은 열차 맞은편 좌석에 앉은 10대 꾀죄죄한 시골처녀가 짜증스럽고 못내 불만스러웠다. 그 권태와 피로가 귤6개로 환희를 얻는 대목이다.

[그 순간이었다. 창밖으로 상반신을 내민 소녀가, 그 부르튼 손을 내밀고 힘차게 좌우로 흔드는가 싶더니,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의 따뜻한 햇살로 물든 귤 대 여섯개가 기차를 배웅하는 아이들 쪽으로 어느새 날아가 흩어졌다.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그리고 찰나에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녀는 지금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는 것일 터이고, 가지고 있던 몇 개의 귤을 던져, 일부러 멀리 건널목까지 배웅 나온 남동생들의 노고에 답한 것이었다.
저녁 노을에 물든 마을의 건널목과, 참새처럼 소리를 질러대던 세 아이, 그리고 아이들에게 날아가 흩어진 선명한 귤 빛, 그 모든 것은 차창 밖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는 애절할 정도로 확연히 이 광경이 각인되었다. 그리고 내 속 깊은 곳에서 어떤 정체를 알 수 없는 밝은 것이 용솟음쳐오는 것을 느꼈다.나는 이때 비로소 알 수 없던 피로와 권태를, 그리고 또 이해할 수 없고 저급하며 지루한 인생을 잠시나마 잊을 수가 있었다.]]

....인간의 마음에는 서로 모순된 두 가지 감정이 있다. 물론, 누구라도 타인의 불행을 동정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불행을 어떻게라도 극복하게 되면, 이번에는 그것을 바라보던 쪽에서 왠지 섭섭한 마음이 된다. 조금 과장하여 말하자면, 다시 한번 그 사람을 같은 불행에 빠뜨리고 싶다는 마음조차 생기게 된다. 그리고 어느 사이에, 소극적이기는 하나, 어떤 적의를 그 사람에게 품게 된다...<코> 18쪽

사람을 속여 뱀 고기를 판 여자, 그 여자 시체의 머리칼을 뽑아 가발용으로 팔여는 노파, 그 노파를 위협하여 옷을 벗기고 도망가는 하인, 세상은 악의 고리로 연결된 듯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하인은 노파 덕분으로,노파는 여자 시체 덕분으로, 여자는 속아준 사람 덕분으로 먹고 산다는 것이 가능하니, 그것은 선의 고리이기도 하다. 증오나 죄악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고리의 단절, 무관심이나 소외인 것이다.-작품해설 305쪽

에고이즘은 아쿠타가와의 영원한 테마이다.-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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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소세키의 문하생으로
1935년 제정되어 현재까지 신인소설가에게 수여하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아쿠타가와‘ 상의 장본인.
이 책은 라쇼몽 외 열편이 넘는 짧은 단편모음집이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라쇼몽이 내가 생각했던 스토리와 다르다는 사실에 머쓱~했다. 그리고 엄청 짧은 단편이라는 것도.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이나 ‘코‘라는 동제목의 단편소설, 짧은 이야기지만 하나같이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의 면면에서 고골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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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6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2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 말이다. 좋은 사람인양 연기하는 사람도 싫지만
남한테 노력파라는 둥 성실하다는 둥 떠들어대는 사람이 더 싫어. 하지만 말야. 뭐가 제일 싫으냐면, 다른 사람하고 어울리는 게 제일 좋다며 설치는 사람이야아아아!- 31쪽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야 성격이 원만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면 뭔가 부정적인 사람으로 치부하는. 개인성향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사회가 규정짓고 가르치고 각자는 학습받은대로 그 편견에 동참해 온. 취향을 존중하듯 성향도 마찬가지 아닐까.
난 무시로 그 잣대를 휘두르고 다니진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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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기는 환한 대낮에 논의되었다.

<리어왕>을 보라. <돈키호테>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반세기도 안 되어 광기는 갇히고 고립되었으며 수용의 요새에서 이성에, 도덕규범에, 그리고 도덕규범의 획일적 어둠에 묻혀버렸다.-2장. 대감호편 164쪽

 

2장의 대감호편을 통해 이성이 비이성(광기)을 배제, 감금하고 침묵시켰으며 광기가 이성에 의해 탄압받는 과정을 대감호(大監護)의 수용을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그 시대의 수용소라는 것이 권력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피력한다.

푸코가 이런 과정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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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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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대나무처럼 한결같이 올곧지 않으면 믿을 수가 없다. 올곧은 놈과는 한판 붙더라도 기분이 괜찮다.˝ --44% 도련님 중에서


이 책은 <도련님>이외 단편작 <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 <런던탑>을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웃어본 적이 거의 없는데 도련님 읽으면서 몇번이나 웃음이 터졌다.
주인공의 성격이 4차원이지만 직설적 매력이 있는 친구?

2개의 단편작은 같은 사람이 썼나 싶을 정도로 도련님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특히 <런던탑>은 소세키가 영국 유학시절 보고 온 런던탑을 여러가지 상상력을 동원하며 당시의 비극을 재현해낸다. 사뭇 진지하지만 마지막에 유쾌한 반전을 담았다.

엉뚱한 유쾌함에서 담백한 진심이 느껴지는 그의 소설들을 읽노라면 문학의 순수성과 그 본질이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금은 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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