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산이 내뱉는 차가운 숨결이 뜨거운 커피속으로
녹아 든다.
후~ 한 모금 마시니 숲의 향기가 몸 속에 퍼진다.
책의 첫장을 넘길 때 설레는 그 느낌처럼 깨끗한 아침에



♧ 첫문장

˝쌍돛대 유람선 <넬리>호의 돛은 펄럭이지 않았고 배는 닻을 내린 채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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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님과 함께한 독서 한판.
내가 이사를 가고, 업무가 바빠 한동안
못했었는데 간만에 만나서 탐독한다.
예전 익숙한 느낌 그대로가 좋다는 말이
바로 이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범님의 판타지나 SF소설 사랑은 못 말린다.
아직까지 스테디셀러만 쫓는 나에게는 범님처럼
확고한 자기취향이 없다.
서로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범님은 정말 흥미로워하는 반면에 난 그저 남들보다 더 있어 보이는 책을 읽는다는 자부심을 다른 방식으로 포장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허세를 혀밑에 숨겨놓는 수준이다.


맹자에서
배우는 자는 가르치는 자의 친구가 될 수 없다고.
그래서 오늘도 배운다.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값진 것을.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나도 책을 ‘즐기면‘ 된다는 것을.

한번도 범님은 책을 꾸역꾸역 읽어낸 적이 없었다.





지금 읽고 있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은
내가 잘 모르는 나라에 대해 다루고 있는 점이 좋았다.
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까지 읽었는데
나라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을 때 어떤 선택과 변화를 시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근 현대의 위기를 다루고 있어
작금의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졌다.
특히 많이 공부했다고 생각한 일본의 메이지시대도 설명하는 관점이 탁월해서 참신했다.



창가에 비친 풍경들이 음악 속에서 흐르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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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프리모임 12월 2주차

참석 : 요물. 쿠키. 타니아
책 : 죄와벌. 이기적유전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장소 : hollys coffee(침산네거리점)




아침 일찍 운동하고 나니 기분이 좋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천성이 게으르고 몸쓰는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조금만 운동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도 만족도가 큰 편이다.

오늘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9장
암수의 전쟁(246쪽~281쪽)을 읽었다.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특히 수컷이 장기간에 걸쳐 성실함을 어떤 식으로든 증명해 보일때까지 교미하지 않으려는 암컷의 모습이 우리 인간에게도 친숙한 모습인 점을 다룰 때, 그 이면에 사기치고 간파하는 과정이 유전자의 생존 전략의 진화라는 설명은 짜릿했다.
(나의 어설픈 과거가 새삼 떠오른다는..)


북프리회원중 김진명 책을 모조리 씹어 드신
요물님은 드디어 <죄와벌(상)>을 완독했다.
내가 추천한 책이라 읽은 사람도 뿌듯하겠지만
나도 흐뭇하다. 언능 하권까지 다 읽고 그 묵직한 고전의 맛을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 응원한다.




타니아님은 내가 예전에 대전에 출장갈 때
ktx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한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고 있다.
무언가를 말하려고 의도하지 않았기에 내용은 풍경으로만 남아 있다.
파스텔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책이다.


* 진해에서 제인오스틴의 <이성과감성>으로
자체 북프리하시는 앤님도 남은 휴일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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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말할 것도 없이 나이를 먹어 추해지는 권리,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떨어지는 권리, 이가 들끓을 권리,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끊임없이 불안에 떨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온갖 표현할 수 없는 고민에 시달릴 권리도 요구하겠지?"


긴 침묵이 흘렀다.


"저는 그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야만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 305쪽




불행이 이런 것이라면 '행복'은 무엇인가.

야만인은 조건반사양육을 받아 불행이라는 것은 느껴볼 수 없는 신세계가 소름끼친다.

이에 총통의 대답은 이렇게 답한다.





"실제의 행복이란 것은 불행에 대한 과잉보상에 비하면 항상 추악하게 보이는 법일세. 또한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안정이라는 것은 불안정처럼 큰 구경거리가 될 수 없는 법일세. 따라서 만족하는 생활은 불행과의 처절한 투쟁이 지니는 매력이나, 유혹과 투쟁이 지니는 장관이나, 정열 내지 회의에 대한 치명적인 패배가 지니는 장쾌함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야. 행복은 결코 장쾌한 것이 아니야" -280쪽



결국 <멋진 신세계>는 "행복'만 느끼는 인간들로 구성되어 "안정"된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인가?

유발하라리 <사피엔스>에서 이렇게 말한다.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정신세계와 감정세계는 수백만 년의 진화에 의해 만들어진 생화학적 체제의 지배를 받는다. 다른 모든 정신적 상태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행복도 월급이나 사회관계, 정치적 권리 같은 외부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신경, 뉴런, 시냅스 그리고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 등의 다양한 생화학 물질에 의해 결정된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집을 사거나 승진하거나 심지어 진정한 사랑을 찾거나 하는 일로 행복해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다. 바로 신체 내부의 쾌락적인 감각이다. 방금 복권에 당첨되거나 새로운 연인을 찾아서 기뻐 날뛰는 사람은 실제도 돈이나 연인에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혈관 속을 요동치며 흐르는 다양한 호르몬과 뇌의 여러부위에서 오가는 전기신호의 폭풍에 반응하는 것이다."- <사피엔스 544쪽>



"진화는 우리로 하여금 일시적으로 몰려오는 쾌락적 감각을 누릴 수 있게 했지만, 그런 느낌은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조만간 이 느낌은 가라앉고 불쾌한 느낌에게 자리를 내준다.

예를 들어, 진화는 남자로 하여금 임신 가능한 여자와 성관계를 해서 유전자를 퍼뜨리면 쾌감이라는 보상이 주어지도록 만들었다.만일 성관계에 따르는 쾌감이 그리 크지 않다면, 힘들여 그런 수고를 하려 드는 남자는 드물 것이다. 그런데 또한 우리는 그 쾌감이 재빨리 사라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만일 오르가즘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행복한 남자는 음식에 흥미를 잃은 탓에 굶어 죽고 말 것이고, 다른 임신 가능한 여자를 찾는 수고를 하려 들지도 않을 것이다.-<사피엔스 545쪽>



언제 읽어도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매력적이다.

심리학과 사회학의 접근 방식과 아귀가 맞지 않는 생화학적 시스템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한다.

이때 <사피엔스>에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나온 행복의 알약 "소마"를 인용한다.



"과거 뉴에이지 세대의 유명한 구호만큼 생물학자들의 주장을 핵심적으로 대표하는 것은 또 없다. '행복은 내부에서 시작된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 성형수술, 아름다운 집, 높은 자리는 우리에게 전혀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지속적 행복은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에서만 온다"

미국 대공황의 절정기인 1932년 출간된 올더스 헉슬리의 디스토피아 소설 <멋진 신세계>속에서, 행복은 최고의 가치이며 향정신성 약물이 경찰과 투표 대신 정치의 기반자리를 차지한다. 모든 사람은 날마다 "소마"라는 약을 복용하는데, 생산성과 효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합성 마약이다. 지구 전체를 지배하는 세계 정부는 전쟁이나 혁명, 파업이나 시위로 인해 위협받는 일이 전혀 없다. 모든 사람이 현재의 상황에 어떻든 대단히 만족하기 때문이다. 헉슬리의 미래상은 조지 오웰의 <1984>보다 훨씬 더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대부분의 독자는 헉슬리가 그려내는 세상을 괴물 같다고 느낀다. 하지만 왜 그런지 설명하기는 힘들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다는데, 거기에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 <사피엔스 550쪽>



종교적, 철학적, 사회적, 윤리적 등 모든 분야에서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다.

하지만 생화학적 시스템에서 말하는 "행복'이 얼마나 강력한지 부인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을 어떻게 말하는가

그의 저서 <행복의 정복>에서 이렇게 말한다.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진정한 기쁨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만 깃들기 때문이다" -<행복의 정복 75쪽>


갑자기 실망스럽지 않은가?

막연하고 추상적인 행복, 마치 현명한 사람은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 때문에 자신의 즐거움을 망치지 않는다. 류의 철학적인 자세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행복의 관건은 개인의 환상을 폭넓게 퍼진 집단적 환상에 맞추는 데 있을지 모른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가 사회가 추구하는, 또는 주변 사람들과 일치하는 한 나는 내 삶이 의미 있는 것이라 확신할 수 있으며, 그 확신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얼마나 불쌍한가. 행복은 이처럼 정말 자기기만에 달려 있는 것인가.








* 오늘 하루 2만보 걸었네요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가! 오. 멋진 신세계여....[템페스트 제5막 1장중에서]-265쪽

그들도 짧은 작업시간을 요구하고 있지. 까짓거 우리는 보다 짧은 작업시간을 부과할 수도 있네. 기술적으로 하층계급의 작업시간을 하루 세 시간이나 네 시간으로 줄이는 것은 간단한 일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네들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아냐. 그렇지 않을거야. 벌써 일세기 반전에 실험이 행해졌었지. 아일랜드 전역에 걸쳐 네 시간 노동제를 실시했던 거야. 결과가 어떠했는지 알겠나? 다만 불안과 소마 소비량의 결과가 따라왔었네. 단지 그것뿐이었지. 세 시간 반이나 늘어난 여가는 행복의 원천이 되기는커녕 그 여가로부터 어떻게 하면 도피할 수있을까 하는 강박관념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말았단 말일세. 발명국에는 노동절약을 위한 계획이 산적돼 있네. 수천 가지의 계획서가 작성되어 있단 말일세."-284쪽

신은 기계나 발달된 의약품이나 보편적 행복과는 양립할 수 없는 걸세.-297쪽

무엇보다 먼저 이야기해둘 것은 헉슬리의 사고방식의 근저에는, 모든 진보는 반드시 그 희생의 대가를 동반하는 것이라는 사상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교육의 보급은 19세기에서는 민주주의의 보편화를 촉진시킬 것으로 믿어졌다.
그러나 20세기에 와서 교육의 보급은 정보나 지식의 전달을 용이하게 해줌과 동시에 전체주의자의 시끄러운 사상의 선전을 편리하게 했다는 면도 무시할 수 없다 - 332쪽

바로 그것이 행복과 미덕의 비결이야-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 모든 조건반사적 단련이 목표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야. 자신들의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숙명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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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를 내고 아침 일찍 만보를 채웠다.

마침 직장에 친한 요물님도 연가라 함께 했다.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그고 나니 왠지 하루를 멋지게 시작했다는 뿌듯함에 기분이 좋다.



멋진 신세계에서 존이 읽고 있는 셰익스피어 전집의 구절들이 황홀한 만큼

라떼의 따뜻한 거품이 혓바닥에서 녹아든다.

겨울겨울한 햇살이 뺨으로 쏟아지는데 

부드럽고 따뜻해서 얼른 고개를 돌려 얼굴에 받아본다.


간만에 고민거리 없는 하루를 즐긴다.

수많은 고통속에서 잠시 고개를 내미는 행복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면, 

큰 고민없이 사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자.


오래전 엘리자베스 퀴블러의 <인생수업>을 읽다가 뜨거운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도 진통이 가라앉은 아침에 잠깐 햇살이 비출 때 

생의 열망을 강하게 느낀다는 대목은 이후로도 많은 상념에 잠기게 했다.


건강한 삶에 건강한 독서가 있다고 본다.

욕심내지 말고 사소한 것들부터 챙기고 실천하자.

사람이 바뀌기란 참 어렵지만, 습관은 얼마든지 만들기 마련이니 


'최선을 다해라'라고 하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선(最善)의 가치와 방향은 사회가 용인하는 범주에서 일탈하지 않는 한 개인이 자율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내 최선은 나의 몫이라 생각한다.

요 근래 나의 최선은

건강만큼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다.








"최종 목적이란 현재의 인간 영역 밖에 있으며 인생의 목적이란 행복의 유지가 아니라 의식의 강화와 세련이며 지식의 확대라는 믿음을 심어줄 위험이 있는 사상이다. 사실 그것이 옳은 생각일지도 모른다고 총통은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의 여건으로서는 용인할 수 없다.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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