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경제학편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마을 근처에 있는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집 한채를 손수 지어 혼자 살고 있었다.(...) 2년 2개월을 지냈다.



비교적 자유로운 이 나라에서조차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순히 무지와 오해 때문에 부질없는 근심과 심한 노동에 사로잡혀 인생의 훌륭한 열매를 딸 능력을 잃고 있다.



자기 지식을 항상 쉴 새 없이 사용해야 하는 사람이 인간의 성장에 필요한 그 무지의 자각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겠는가?



여려분은 병들 날에 대비해서 돈을 모으려고 노력하다 병이 들고 만다.



하루종일 기를 펴지 못하고 움츠린 채 남의 눈치나 보며 막연한 불안에 휩싸인 그의 모습을 보라. 불멸이나 신성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평가, 즉 자기 행위가 얻어낸 평판의 노예가 되고 평판이라는 옥에 갇힌 몸이다. 남들의 평판은 우리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내리는 평가에 비하면 허약한 폭군에 불과하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은 그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 아니 그의 운명을 시사한다.



오늘 모든 사람이 입을 맞추어 진리라고 말하거나 묵인한 것이 내일이면 거짓으로 판명될지 모른다.



사실상 노인은 젊은이들에게 해줄 중요한 충고의 말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들의 경험은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며, 그들의 인생은 개인적인 여러 이유로 비참한 실패로 끝났다고 스스로 믿기 때문이다.

(...)

나는 이 지구에서 30년 가량 살아왔지만 이제까지 인생 선배들에게 유익한 가르침이나 진심에서 우러난 충고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은 적절한 말 한마디도 해준 적이 없으며, 그러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없었을 것이다.



역사, 시, 신화! 다른 사람의 경험에 대한 독서치고 이 세 가지만큼 경이롭고 유익한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칭찬하고 성공한 것으로 생각하는 인생은 여러 가지 삶 가운데 한 가지에 불과하다.

왜 다른 여러 인생을 희생하면서 하나의 인생을 과대평가하는 것일까?



내가 월든 호수에 간 목적은 그 곳에서 생활비를 덜 들여가며 살거나 호화롭게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내 개인적인 일(소로의 처녀작 <콩코드 강과 매리맥 강에서의 일주일) 1849의 집필 작업)을 해보자는 데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이란 무엇인지를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이웃이 소유하고 있는 정도의 집은 자신도 가져야겠다고 생각함으로써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평생 가난에 쪼들리며 살고 있다.



이 무렵 나는 손으로 할일이 너무 많아서 독서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땅에 떨어진 신문지 한 조각은 그것이 물건을 쌌던 것이든 식탁보로 썼던 것이든간에 책 읽는 것만큼이나 큰 즐거움을 주었다. 사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도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다.



만일 어떤 학생이 인간이 반드시 해야 하는 육체노동을 평생 계획적으로 기피함으로써 여가를 얻고 만년에 은퇴 생활로 접어든다면, 그가 얻은 여가는 불명예스럽고 가치 없는 것이며, 그 여가를 가치 있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경험을 스스로 박탈하는 것이다.



나는 또 장사도 해보았다. 그러나 장사가 궤도에 오르려면 10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고, 그때쯤 되면 나는 도덕적으로 파탄의 길을 걷고 있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장사가 번성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신념과 경험을 통해 우리가 간소하고 현명하게 살 의지만 있다면 이 지상에서 자신을 부양하는 일은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나는 어떤 사람이 내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를 바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내 생활방식을 제대로 터득하기도 전에 나는 다른 생활방식을 발견할 지 모를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되도록 많은 다양한 인간들이 각기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각자가 나름대로의 생활방식을 조심스럽게 찾아내어 그 길을 갈 것인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나 이웃이 가는 길을 좇아가지 말기를 바란다.



자네들이 가진 것이 풍부하거든 대추야자나무처럼 아낌없이 베풀어라.

그러나 가진 것이 없으면 삼나무처럼 자유인이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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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 없으면 삼나무처럼 자유인이 되거라. 라는 말이 와 닿는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속박받고 굴종하는 삶을 택하기 때문이다.

내 주위를 돌아보라.

지금도 충분히 많이 가지지 않았는가.

더 돋보이고, 더 세련되고, 더 감각적인 것들이 오히려 나를 초라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누가 알아줘서 실천하는 게 아니다. 짜릿한 내 마음속의 평화다. 평온은 우리를 유연하고 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존감의 상실로 허덕이는 현대인의 찌든 모습처럼 살지 않는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비싼 자동차와 명품 옷이 아니라 소박하고 절제하는 습관이고, 기품 있는 눈빛이다.





* 펭귄에서 나온 저 까슬한 촉감의 책. 갖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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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sbird 2019-10-06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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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9-10-10 22:17   좋아요 0 | URL
공감 감사드립니다.^^;

cyrus 2019-10-07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돈을 벌려고 열심히 일하다가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다면 정말 억울해요. 적당히 돈 벌면서 건강하게 살면 좋은데 풍족하게 살만한 수준의 재산을 유지하는 게 어렵네요. ^^;;

북프리쿠키 2019-10-10 22:18   좋아요 0 | URL
충분히 벌어먹고 살만하면 집대출 이자로 알바생 수준 면치 못하지요...ㅠ
적당히 돈 벌면서 건강하게 사는 건..꿈같은 일인가봐요..ㅎㅎㅎㅎ
 



p.7

특정 시대의 습한 공기로부터 충분히 건조되지 않는 책이 자기 시대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책에 대해서 시간의 이빨보다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것은 책 속에 숨은 곰팡이다.

그 냄새는 죽음보다 더 불명예스러운 것이다. 영원한 젊음과 건강을 얻고 싶다면, 책은 시간에 속하지 말고 시간과 더불어 와야 한다.

영원한 젊음과 건강을 얻고 싶다면, 책은 시간에 속하지 말고 시간과 더불어 와야 한다.

그런 책들이 지금 우리가 다시 읽고 써야 할 고전이 아닌가.




p.8

내가 니체를 만난 건 그의 시대가 아니라 우리 시대이기 때문이다.

가령 "현대의 모든 철학적 사유는 정치적이고 경찰적이다"라고 니체가 말할 때, 나는 "당신의 시대에도 그랬어? 우리 시대에도 그런데"라고 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정말 그래!"라고 맞장구 칠 뿐이다. 우리의 대화엔 시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그 순간에 나도 듣는다.




p.10

정작 두려운 것은 차라투스트라의 노래가 아니라 당신이 계속 듣고 있으면서도 듣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노래이다.

정작 두려운 것은 저 먼 데서 들려오는 유혹의 노래가 아니라, 너무 중독되어 그 중독성조차 모르는 우리 시대의 소음과 습속들이다.




p.11

필요한 건 생각을 뒤집는 것, 그것뿐이다.

니체는 전체집합 U를 미지수 X로 바꾸는 데 능숙한 사람이다. 적혀 있던 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미지수가 들어서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미지수 X위에서 살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의문 부호를 들고 찾아온 한 사상가로 인해 우리의 삶이 대단한 위험에 빠진 듯 허둥댄다. 그러나 답이 사라질 때 오답도 함께 사라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삶을 꿰맞추는 건 끝났다.

이제 우리 삶을 위해 답이 수정될 것이다. 당신의 삶도, 당신이 사는 세계도 말랑말랑한 진흙덩어리로 당신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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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을 읽기 위해 몇 번을 집어 들었지만,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재미가 없어 보였다. 짧은 일화를 통해 경구를 전달하는 형식 또한 좋아하지 않음은 물론.

재미가 없어도 깊이가 있는 책은 잘 읽어내는데, 이 책은 그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한몫했다.

종이 위에서 폴폴 날리는 가벼운 감상으로 글자만 따라가다가  "읽었다"는 자기만족으로 덮어버렸을게다.

니체를 공부하고 니체의 저작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독서가에겐 폼잡기 좋은 일인데도 

한번도 나를 찾아온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쓰는 작가들의 피땀어린 고뇌만큼 집중과 해석을 필요로 한다.

나의 독서란 그 고뇌만큼 깊이 내려가고 있었던 게 아니라 짐짓 엄숙한 척 무거워지고만 있었던 건 아닐까?


오답이 가득한 답안지를 걷어내고, 빈 여백으로 두자.

마킹으로 가득한 답안지에 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사유한 들 무엇하랴.

정해진 편견과 습속으로 무장한 채 수많은 고전에서 떠들어 온 지성의 칼들을 방패로 막아온 삶을..조금씩 변화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답이 사라질 때 비로소 오답도 함께 사라진다는 말. 너무 멋진 말이다.


"너는 너 자신을 멸망시킬 태풍을 네 안에 가지고 있는가? -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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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부분은 총10권의 목차중에서 제3권이다.

제3권의 논지는 플라톤의 형인 글라우콘과 소크라테스가 

어린이의 교육을 위한 시가(詩歌)의 내용과 체육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이 둘이 조화를 이룬 수호자들을 선발하는 내용이다.

2,500년 전에 다룬 통치자의 덕목을 읽고 있노라니 새삼 혐오스런 대한민국의 정치판이 떠오른다.

그들 모두는 국민들이 똑똑히 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많이 배운 인간들이 배우지 못한 촌부보다 오히려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독선과 아집으로 위선적인 삶을 살게 됨을 말이다.

수 많은 허물을 금력과 권력으로 뒤덮어야 감춰지니 터져나오는 오물을 막기 위해선 더 많은 것을 움켜잡을 수 밖에. 

한꺼풀만 벗겨내면 그들의 혼 자체가 악취가 들끓는 쓰레기통임을 스스로 깨닫길 바란다.


과거도, 지금 현재도 우린 그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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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3

시가 교육에 이어, 체육에 관한 논의를 하게 되는데, 체육이라 해서 몸을 보살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시가와 함께 혼을 위한 것임이 강조된다. 시가 및 체육을 통해 혼의 격정적인 면과 지혜를 사랑하는 면이 적절한 정도만큼 조장되고 이완됨으로써 서로 조화를 이루게 되도록 하는 데 이것들을 통한 교육의 일차적인 목표가 있다. 그래서 단순한 신체적 단련과 함께 단순한 식생활이 강조된다.

(...)

수호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행복한 특권적인 생활이 아니라, 공동 주거에서 영위하게 되는 통제된 공동 생활이다.




p.199

즉 올바르지 못한 자들은 다수가 행복한 반면에, 올바른 이들은 다수가 비참하고, 또한 올바르지 못한 짓을 저지르는 것은 ,들키지만 않는다면, 이득이 되나, 올바름은 남에게는 좋은 것이되 자신에게는 손해가 되는 것이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네.




p.223 주석

소크라테스가 아낀 젊은이들 가운데 알키비아데스(약 450~404)라는 민주파 정치 지도자가 잇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알았지만, 본인도 소크라테스의 파이디카(paidika:사랑하는 소년)로 자처하며, 소크라테스의 수작을 은근히 기다려 왔으나, 끝내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아, 되려 자기가 망신을 당했다고 하면서, 오히려 파이디카는 소크라테스였던 셈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 꼴을 당한 사람으로 카르미데스, 에우티데모스, 그리고 다른 여러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연희(향연),215a~222c]




p.224

"한데, '성적 쾌락'보다도 더 크고 민감한 쾌락(즐거움)을 자네는 말할 수 있는가?"

"없습니다. 그것보다 광적인 것도 없구요." 그가 말했네.

"그러나 바른 사랑(eros)은 그 본성상 질서 있고 아름다운 것에 대해 절제 있고 교양있게(시가에 밝은 사람답게) 사랑하는 것이겠지?"

"그야 물론입니다." 그가 대답했네.

"그러니까 바른 사랑에는 그 어떤 광적인 것도, 무절제와 동류인 어떤 것도 접근시켜서는 아니 되겠지?"

"접근시켜서는 아니 됩니다"




p.228

"무절제와 질병이 이 나라에 넘칠 때, 많은 법정과 의원이 문을 열 것이고, 또한 이와 관련해서 자유민들조차 많이들 그리고 몹시 열을 올릴 때에는 '법정웅변술'과 '의술'이 엄숙하고 진지한 체하겠지?"



p.233 주석

philosophia는 원래 지혜(sophia)를 사랑하는 행위, 즉 지혜에 대한 사랑을 의미했을 뿐이었으나, 그런 행위가 거두는 학문적 성과나 그런 성격의 학적인 탐구활동을 가리키는 말로 차츰 바뀌어 갔다. (...) 이 말을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사람은 피타고라스로 알려져 있다.



p.242

"그렇다면 시가와 체육을 가장 훌륭하게 혼화하여, 이를 혼에 가장 알맞게 제공하는 그런 사람이 완벽한 의미에 있어서 가장 시가적이며 가장 조화로운 사람이라고, 현악기의 현들을 서로 조율해 내는 사람보다도 훨씬 더 그런 사람이라고 우리가 말하여 지당할 걸세"



p.252

" 첫째로 아주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든 어떤 사유 자산도 가져서는 아니되네, 그 다음으로는 누구든 원하는 자가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는 그런 집이나 곳간은 이들 중의 누구에게도 있어서는 아니 되네. 그리고 생활 필수품은 절제할 줄 알고 용감한 전사들이 필요한 정도만큼의 것을 다른 시민들한테서 이들의 수호에 대한 보수로서 일정하게 정하여 받되, 이는 이들의 연간 소요량을 초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정도의 것이어야만 하네. 또한 이들은 공동 식사(syssitia)를 하면서 마치 야영하는 군인들처럼, 공동으로 생활해야만 하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이들에게 일러 주어야 할 것이니, 이들은 자신의 혼 안에 신들이 준 신성한 금은을 언제나 지니고 있어서, 이에 더하여 속인의 금은이 전혀 필요하지 않으며, 또한 신에게서 받은 그 소유물을 사멸하는 인간의 소유물과 섞음으로써 더럽히는 것은 경건하지 못한 짓인데, 이는 다중(多衆:hoi polloi)의 화폐와 관련해서는 하고 많은 불경한 일들이 일어났지만 이들의 것은 오염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

이 나라에 사는 시민들 중에서도 오직 이들에게 있어서만이 금은을 다루거나 만지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며, 또한 금은과는 같은 지붕 밑에서 기거해서도 아니 되며, 이를 [몸에] 걸쳐서도 아니 되고, 그리고 또 황금이나 은으로 만든 잔으로 술을 마셔서도 아니 되네.

이렇게 함으로써 이들은 자신도 구하며 나라도 구원할 걸세. 그러나 이들이 개인의 땅과 집, 그리고 돈을 소유하게 될 때 이들은 수호자 대신에 호주와 농부로 될 것이며, 다른 시민들의 협력자 대신 적대적인 주인으로 될 걸세, 그리하여 이들은 미워하며 미움을 받으면서, 음모를 꾸미며 음모의 대상으로 되면서, 또한 외부의 적들보다 내부의 적들을 오히려 훨씬 더 많이 무서워하면서 한 평생을 보내게 될 것이니, 어느 결에 이들도 나머지 시민들도 파멸을 향해 바싹 가까이 달려가고 있을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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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리라이팅 클래식 15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p.192

결국 좋은 꿈과 나쁜 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꿈은 그 자체로 몸과 마음의 병리적 표현인 셈이다.

따라서, 건강하고 청정한 삶을 위해서 꿈은 사라져야 한다.

(...)

그럼 어떻게 해야 꿈이 없이 푹 잘 수 있을까?

동의보감에선 그 방법을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잘 때 모로 누워 무릎을 굽히고 자면 심기를 도울 수 있다. 일어날 때 기지개를 켜면 정신이 흩어지지 않는다.

반듯하게 누워 자면 마귀와 귀신을 부르게 된다. 공자가 시체처럼 반듯하게 누워 자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낮잠을 자면 안 되는 것은 기가 빠지기 때문이다......사람이 잘 때는 하룻밤에 늘 5번씩 돌아누워야 한다"

결국 침대 광고에 나오듯 똑바로 누워 자는 것은 오히려 몸에 해로운 셈이다. 하긴 아이들의 경우 자면서도 얼마나 왕성하게 움직이는가? 그런 맥락에서 "손을 가슴위에 얹으면 가위에 눌릴 수 있다(159쪽)고 한다.

 

 

 

p.196

음성은 뼈고 뼈는 마음이다는 것이 핵심 요지다.

뼈를 담당하는 장기 역시 신장이다. 소리-뼈-신장이 하나의 계열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p.259

연애만 시작되면 두통이나 소화불량, 몸살 등을 주기적으로 앓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장기들의 순환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p.313

요즘 청소년들은 땀구멍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에어컨에 노출된 탓에 땀을 흘릴 일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그 대가가 바로 아토피다. 역시 우주에는 공짜가 없다.

 

 

 

p.318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음식의 핵심은 곡식이다. 정(精)과 기(氣)의 글자에 모두 쌀 미(米)자가 들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p.364

남자는 양기라 운행시키고 여자는 음기라 머물게 한다.

해서, 남자는 너무 써서 병이 생기고, 여자는 너무 쌓여서 병이 된다.

그래서 "모든 병에 남자는 반드시 성생활을 살피고, 여자는 먼저 월경과 임신을 물어야 한다:(잡병편 '변증' 926쪽)

 

 

 

p.379~381

14세에 천계가 열리면서 초경이 시작되고, 49세에 천계가 닫히면서 폐경이 된다.

이게 여성의 몸에 흐르는 자연의 리듬이다.(...)

폐경기가 되었는데도 계속 이전처럼 월경을 하거나 심지어 양이 많아진다면 그 또한 병증이다.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남성들의 폐경기는 64세이다.

 

 

 

p.392~393

즉, 분만의 통증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진통은 그 나름의 리듬과 속도를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의 한계를 넘어선 절차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통과 함께하고 진통이 우리를 휩쓸어 버리도록 내버려 두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노스럽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348쪽)

(...)

한마디로 자연적인 통증은 진통제와 마취로 해결하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만성적인 통증은 대책없이 감내해야 하는 전도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p.400~403

- 어릴 때 식견과 지혜가 뛰어나면 대부분 요절한다.

- 남의 의도를 미리 알아 빨리 대응하는 아이도 요절한다.

- 일찍 앉거나 일찍 걷거나, 치아가 일찍 나거나, 말을 일찍 하는 것은 모두 성품이 나쁘니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다.

(잡병편 '소아' 1842쪽)

(...)

요컨데 빨리 뭔가를 터득하는 것은 성품이나 기질, 수명 등에서 아주 불리하다는 것

(...)

빠르고 늦고는 아이의 체질과 체형, 그리고 근기에 따라 다 다르다. 중요한 건 남보다 빨리 하는 걸 능사로 여기는 사고의 습성이다.

 

 

 

p.426

그리고 반드시 환기해야 하는 것은 이 검진들의 신뢰도다. 실제로 "미국의사협회 홈피에 보면 CT나 MRI의 유효율이 4%정도밖에는 안된다"(최종덕, '인문의학'1집 145쪽)

또 얼마 전 통계에 따르면 유방암 확진율이 0.68%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말하자면 안 해도 되는 검진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받고 있는지, 더 정확히 말하면 검진을 받도록 강요(직,간접적으로)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인 셈이다.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서 엄청나게 비싼 검진비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정말 국민건강을 위한 예방조치라면 마땅히 무료거나 무료에 가까워야 한다.

(...)

결국 일찍이 이반 일리히가 예견한 바대로, "병원이 병을 만드는"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p.427

병의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음식와 운동, 칠정과 관계, 이것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

식습관을 바꾸고, 적절한 운동을 시작하고 감정의 회로를 관찰하고 노동의 질과 양을 조절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어떤 치유책도 별 의미가 없다.

 

 

 

p. 431

박노해 시인은 우리 모두가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p.434

삶을 결정하는 건 관계와 배치이지, 어떤 학문의 실체와 내용 자체가 아니다.

 

 

 

p.435

글쓰기는 본디 지성의 정점이다. 삶과 세계를 언어로 구조화할 수 없다면 아직 지성의 주체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지성인이 된 이 시대에 가장 결락된 기술이기도 하다.

(...)

먼저 독서의 밀도가 높아져야 한다.

(...)

글이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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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께와 스케일, 낯선 용어 때문에 도저히 접근할 수 없었던 동의보감의 입구에 발을 딛게 해 준 고미숙 작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열하일기에서 들뢰즈/가타리를 놓고 박지원 지성의 요체와 유쾌함을 논할때와 동의보감에서 푸코를 놓고 허준 사유의 힘을 접목시키는 고미숙 작가의 해석에서 놀라운 공부량과 글쓰기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한달 여동안 조금씩 읽어나간 책 중에 이 정도의 애착을 갖고 읽었던 책이 있었나 할 정도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느끼고, 아는 만큼 살아간다. 고로 앎은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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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19-10-03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 2019-10-04 14:49   좋아요 0 | URL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수전 손택이 《타인의 고통》에서 극찬한 책

《타인의고통》 p.193
유럽과 미국사이에는 늘 적대감이 잠복해 있었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아주 복잡하고 양면적인그런 적대감 말입니다. 미국은 새로운 유럽이었습니다. 1831년 이 신생국가를 방문한 뒤 프랑스로 돌아가 제 조국을다뤘던 책들 중에서 지난 1백70여 년 동안 가장 뛰어났던 <미국의 민주주의>를 집필했던 알렉시스 드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1》

p.53
데이비드 리스먼의 ‘타인지향형 인간‘의 연구인 《고독한 군중》에서 토크빌의 공포가 오늘날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토크빌은 각 개인들이 자기 집안에 대한 애착에 국한되어 여론과 타인의 의견들에 저항할수 있는 심리적 자원을 갖지 못하고, 여론을 유일한 진리, 미덕과 적합성의 징표로 삼을 것을 우려했다.


p.54
토크빌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대세로서 전개되고 있는 민주화의 추세를 일찍부터 간파했으며, 그 약점을 누구보다도 예리하게 궤뚫어보았고 또 전적으로 민주적인 방식으로 그 약점들을 치유하려고 노력했던 지적인 선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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