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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조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5월
평점 :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확장된 표현형》으로 유전자에 대한, 진화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낸 리처드 도킨스의 《불멸의 유전자》를 만나보았다. 과학의 대중화에 공을 세운 진화생물학자는 새로운 책《불멸의 유전자》에서는 어떤 밈(meme)을 만들었을까? 이 책은 전작들의 확장판으로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조금 더 넓게 또 깊게 유전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생명체는 현재의 이야기들을 유전자에 기록하고 그 유전자의 기록은 계속해서 쌓이고 이어져 미래로 간다는 것이다.

즉 모든 생명체는 죽어서 사라지더라도 유전자는 오늘을 살고 미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이 유전자를 운반하는 수송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밀’의 역사라고 이야기한 유발 하라리가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p.248. 요점은 물질적인 DNA 분자 자체는 덧없을지 모르지만,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에 든 정보는 잠재적으로 영원하다. …(중략)…그러나 개인의 DNA에 든 정보는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하고 잠재적으로 불멸이다.
유전자는 변이와 선택을 반복하며 계속해서 이어져 오늘, 현재에 이르렀다. 수백만 년을 이어온 유전자의 불멸성을 촘촘하게 톺아보고 쉽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들려주고 있는 책이 바로《불멸의 유전자》이다. 유전자를 설명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고 온다. 고대 양피지에 ‘오래된’ 글을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글을 썼던 ‘팰림프세스트’라는 개념을 들려주며 ‘사자의 유전서’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늘 흥미로운 새로운 주제들을 만나게 해주는 리처드 도킨스의 저작활동이 계속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p.250. 두루마리/DNA의 정보는 필경사/효소의 매개를 통해서 매우 신뢰도 높게 복제된다.
저자의 책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면 처음에는 난해하고 어려운 듯싶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지적 즐거움에 크게 만족할 수 있게 만드는 저자의 ‘친절함’이다. 그런데 이번 책은 조금 더 큰 친절을 베풀어주고 있다. 본문 내용이 400여 페이지인데 설명에 폭을 넓히고 있는 ‘주’가 60여 페이지에 달한다. 책 말미에 모아놓은 ‘주’를 읽는 재미는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주’만으로도 정말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된다. 이 책이 보여준 가장 큰 친절은 다양한 형태의 많은 그림들이 이해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유전적 예측이 축적되면서 생명체의 생존 확률은 조금씩 올라갔을 것이다. 그렇게 쌓인 예측의 산물이 선택의 산물이고 또 기억의 산물인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수정되고 보완되며 덧쓴 유전자가 오늘의 인류이고 후대의 인류가 될 것이다. 정말 재미나고 흥미로운 유전자 여행이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유전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궁금하다면, 새로운 지적 자극을 받고 싶다면 세계적인 석학 리처드 도킨스가 들려주는 유전자 이야기《불멸의 유전자》를 만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