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갈까마귀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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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움베르토 에코가 큰 영향을 받았다는,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고 평가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작품어둠 속의 갈까마귀을 만나보았다.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하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작가와의 여섯 번째 만남이다. 그래서인지 주인공 캐드펠 수사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hronicle of Brother Cadfael)'의 특징은 주인공의 직업상 수도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과 왕권을 두고 다투는 모드 황후와 스티븐 왕 사이에서 고통받는 중세 영국의 시대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을 주인공은 누구일지 궁금해하며 캐드펠 수사의 일상을 따라가다가 드디어 피해자를 만났다. 슈루즈베리 수도원 앞 크로스 교구에 새로 부임한 에일노스 신부의 죽음. 주교의 추천으로 라둘푸스 수도원장과 함께 온 신부가 크리스마스 날 죽은 것이다. 사고사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신부의 죽음으로 지역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그런데 어째 교구의 사람들이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부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왜일까?


p.73. "지나칠 정도로 금욕적이고 강직하며, 융통성 없이 정직하고, 지극히 순수한 사람이오."


신권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던 중세 시대에 신부를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살해할 수 있는 강심장은 누구일까? 그런데 전임 신부의 사망으로 그 자리에 부임한 에일노스는 정말 앞뒤 꽉 막힌 원칙주의자였다. 그래서 자신의 교구에 많은 적을 만들고 만다. 그렇게 만든 많은 적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고 캐드펠 수사의 활약이 시작된다. 언제나 법이나 교리보다는 인간적인 본성에 충실한 캐드펠 수사는 이번 작품에서도 스티븐 왕이 잡으라고 명령한 도망자 베넷을 모른척해준다. 그리고 사건은 복잡하게 얽히면서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캐드펠은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진정한 사랑과 자비는 무엇일까? 철저한 교리만을 앞세운 에일노스 신부를 통해서 자비와 배려의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는듯하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과 규칙만을 강조하는 사람의 차이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서로 서신으로만 접했던 두 인물이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만들어내는 코미디를, 자의든 타의든 이번에도 두 남녀의 사랑을 이어주는 캐드펠 수사의 능력을 만나보길 바란다. 촘촘한 구성에 탄탄한 스토리를 개성 있는 인물들이 풀어내는 멋진 역사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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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층 탐정
정명섭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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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리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한국추리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정명섭이 들려주는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보았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가진 '반전'은 범인으로 이어진다. 범인인 줄 알았던 사람이 범인이 아니기도 하고 범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반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뛰어난 스토리텔러 정명섭은 76층 탐정에서 범인이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범인이 되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특별한 '반전'을 보여준다. 소설의 흐름은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에필로그로 끝맺음한다. 그리고 그 사이의 본문은 과거와 현재, 두 시점으로 흐른다. 아마도 현재와 과거의 교점에 범인이 있을 것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현재와 과거의 흐름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물론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게 놔둘 리 없다. 그렇게 이야기 속 주인공 유혜린과 함께 추리가 시작된다. 서울 근교의 고층 아파트 76층에 사는 유혜린은 취미로 요가를 배웠고 요가 학원에서 떠난 인도 마이소르 여행에 동참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성신의 추락을, 자살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그의 자살에 의심을 품고 귀국한 유혜린 바로 옆에 커다란 화분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사고를 미리 알려준 이들이 유혜린을 찾아온다. 그렇게 이야기는 폭을 넓혀가고 주제는 깊이를 더해간다.


p.172. 정확하게는 어떻게 파멸시킬지를 고민했다.


p.191. …거의 꺼져갔던 타인의 행복에 대한 증오심이 다시 활활 타올랐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처럼 누구나 남의 행운을 부러워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부러움'이 질투를 넘어 '증오심'에 닿으면 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과거'이야기를 보면서 주인공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주인공이 선택한 방법이 아닌 떠나는 방법을 선택했겠지만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이야기를 보면서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행복'을 무너뜨리기 위해 몇 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의 삶을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었다. 남의 행복을 파멸로 이어지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머나먼 인도에서 벌어진 추락 사건의 전말을 만나보길 바란다. 추리소설의 재미를, 대반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인물들과의 만남은 덤이다. 해커는 기본이고 사이버 장의사 그리고 결정적으로 왠지 모르게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76층 아파트에 사는 리치 언니를, 매력적인 탐정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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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장들 - 흔들리는 이들에게 보내는 다정하지만 단단한 말들
박산호 지음 / 샘터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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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내가 한 행동이나 말이 부끄러울때가 있다. 그래서 번역가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 박산호의 이야기에 더욱더 공감하며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의 문장들은 저자의 7년전 작품을 다듬은 개정판이다. 같은 연배여서 그랬을까? 저자가 대학 생활, 사회 생활에서 느꼈던 감정과 살아온 일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땐 그랬다. 그리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been there, done that)가 지배하던 시대였다. 그런 어른들을 '꼰대'라고 부르지도 못하던 때가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그때를 이야기하며 '어른'에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때로는 자신이 읽은 책에서 '어른'을 끄집어내고, 때로는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서 '어른'을 대면하게 한다. 그런데 어른이라고 쓰고 있지만 이 책에서 어른은 삶의 자세, 태도를 뜻하는 듯하다. 어른에대한 관념적인 해석보다는 삶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 책은 훌륭하다. 삶을 또 나를 돌아볼 여유를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이다.


치열하게 보낸 이십대의 나와 삼십대의 나를 차분하게 생각하게 하는 50대 작가의 에세이어른의 문장들은 다섯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하지만 순서에 상관없이 어떤 페이지를 열어도 열정적인 삶의 흔적을 만날 수 있고 또 지혜로운 삶의 자세, 어른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사전적인, 사회 관념적인 어른은 이 책에서 루저로 등장한다.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어른이 등장한다. 삶을 정면에서 맞설때와 선택을 포기할 때를 알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어른이 등장한다.


p.11.그런 시간을 거치며 어른이란 고정되고 완성된 하나의 이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각성하고 성찰하며 만들어지는 가변적인 존재란 생각도 하게 됐다.


삶을 대하는 자세, 태도를 느끼고 싶다면, 어른이 되는 과정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모두가 처한 상황이 다르니 이 책을 통해서 배우고 알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일 것이다. 하지만 삶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나 자세를 느껴보기에는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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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산 패밀리 5 특서 어린이문학 10
박현숙 지음, 길개 그림 / 특서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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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 『구미호 식당 시리즈』와 동화 『수상한 시리즈』의 베스트셀러 작가 박현숙의 또 다른 시리즈 《천개산 패밀리》의 다섯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천개산 66번지에 모여사는 들개들이 몸과 마음이 조금씩 커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또, 다양한 사건사고의 위기를 넘기며 서로를 더욱더 믿고 의지하는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도 감동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더욱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은 빌런은 동네 떠돌이 개 무적이이다. 이 녀석이 치는 사고의 수준은 인간 세상의 빌런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번 작품천개산 패밀리 5에서는 어떤 사건사고를 저지르고 다닐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녀석이다. 이번 이야기의 주요 흐름은 '이름 모르 개'의 새끼 찾기이다. 잃어버린 자신의 새끼를 천개산 패밀리의 행동대장? 번개와 대장이 물어갔다며 용감이와 미소에게 그들에 대해 묻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가만히 있으면 번개가 아니다. 정말 용감한 싸움꾼 진돗개 번개가 흥분하지만 지혜로운 대장이 말리고 천개산의 가족들은 동네에 사는 파도에게 도움을 청하고 진실에 조금씩 다가간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매력적인 차도냥 루키의 등장이다. 고양이 루키는 새끼 실종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지만 조금씩 밖에 알려주지 않는다. 이 녀석의 꿍꿍이는 또 무엇일까?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졌고 등장 캐릭터들은 각자의 개성 있는 매력을 뽐내고 있다. 이 이야기가 인간들, 청소년들의 이야기였다면 영상화도 가능했을 것이다. 감동이 주는 재미와 의미 있는 교훈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매력적인 시리즈,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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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조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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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확장된 표현형》으로 유전자에 대한, 진화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낸 리처드 도킨스《불멸의 유전자》를 만나보았다. 과학의 대중화에 공을 세운 진화생물학자는 새로운 책불멸의 유전자에서는 어떤 밈(meme)을 만들었을까? 이 책은 전작들의 확장판으로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조금 더 넓게 또 깊게 유전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생명체는 현재의 이야기들을 유전자에 기록하고 그 유전자의 기록은 계속해서 쌓이고 이어져 미래로 간다는 것이다.


즉 모든 생명체는 죽어서 사라지더라도 유전자는 오늘을 살고 미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이 유전자를 운반하는 수송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밀’의 역사라고 이야기한 유발 하라리가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p.248. 요점은 물질적인 DNA 분자 자체는 덧없을지 모르지만,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에 든 정보는 잠재적으로 영원하다. …(중략)…그러나 개인의 DNA에 든 정보는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하고 잠재적으로 불멸이다.


유전자는 변이와 선택을 반복하며 계속해서 이어져 오늘, 현재에 이르렀다. 수백만 년을 이어온 유전자의 불멸성을 촘촘하게 톺아보고 쉽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들려주고 있는 책이 바로《불멸의 유전자》이다. 유전자를 설명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고 온다. 고대 양피지에 ‘오래된’ 글을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글을 썼던 ‘팰림프세스트’라는 개념을 들려주며 ‘사자의 유전서’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늘 흥미로운 새로운 주제들을 만나게 해주는 리처드 도킨스의 저작활동이 계속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p.250. 두루마리/DNA의 정보는 필경사/효소의 매개를 통해서 매우 신뢰도 높게 복제된다.


저자의 책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면 처음에는 난해하고 어려운 듯싶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지적 즐거움에 크게 만족할 수 있게 만드는 저자의 ‘친절함’이다. 그런데 이번 책은 조금 더 큰 친절을 베풀어주고 있다. 본문 내용이 400여 페이지인데 설명에 폭을 넓히고 있는 ‘주’가 60여 페이지에 달한다. 책 말미에 모아놓은 ‘주’를 읽는 재미는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주’만으로도 정말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된다. 이 책이 보여준 가장 큰 친절은 다양한 형태의 많은 그림들이 이해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유전적 예측이 축적되면서 생명체의 생존 확률은 조금씩 올라갔을 것이다. 그렇게 쌓인 예측의 산물이 선택의 산물이고 또 기억의 산물인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수정되고 보완되며 덧쓴 유전자가 오늘의 인류이고 후대의 인류가 될 것이다. 정말 재미나고 흥미로운 유전자 여행이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유전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궁금하다면, 새로운 지적 자극을 받고 싶다면 세계적인 석학 리처드 도킨스가 들려주는 유전자 이야기《불멸의 유전자》를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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