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억만장자의 신화 - 배신과 구원으로 얼룩진
벤 메즈리치 지음, 황윤명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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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제작된 베스트셀러 『소셜 네트워크』의 저자 벤 메즈리치가 들려주는 ‘비트 코인’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비트코인 억만장자의 신화》는 암호화폐 초기부터 비트코인에 이어 알트코인(Alternative Coin)까지 등장한 지금까지의 과정을 비트코인 투자에 성공한 어느 쌍둥이 형제 이야기를 중심으로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이 쌍둥이 형제의 이력이 남다르다. 타일러 윙클보스, 캐머런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의 소송을 진행했고 중재를 통해 6천5백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쥐게 된다.


그런데 변호사들의 만류에도 형제는 4천5백만 달러는 주식으로 받았다. 그리고 이 주식의 가치는 15배 이상 치솟는다. 형제의 투자자 다운 감을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크버그는 이들 형제를 세 번 속인다. 그러고도 모자라 이들 형제의 실리콘밸리 투자 길을 방해한다. 물론 기업들이 자진했을지도 모르지만 저크버그의 눈밖에 난 두 사람이 선택한 차선책이 '비트코인'이었다. 그때는 차선책이었겠지만 지금은 선택하려고 해도 가치가 너무나 치솟아있다.


대한민국 계엄령 당시 일부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비트코인 거래소 접속이었다고 한다. 아쉽지만 일찍 잠든 관계로 계엄을 다음날 알았다. 투자는 타이밍인 것 같다. 그리고 이 형제는 그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잘 포착한다. 어쩌면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회사가 될 수 있었다는 후회가 과감한 투자 타이밍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에게 배신당한 천재들의 귀환!


이 책은 윙클보스 형제와 마크 저크버그의 악연을 시작으로 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의 시작과 역사를 맛볼 수 있는 픽션 같은 논픽션이다. 흥미진진한 기업소설같이 읽히지만 사실은 논픽션이다. 비트코인의 성공은 알트 코인이라는 다양한 암호화폐를 만들었고, 비트코인을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를 만들었다. 윙클보스 형제가 보여주는 투자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것이고, 스토리를 통해서 알려주는 비트코인 이야기는 비트코인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재미나고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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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집을 길들이는 법
찰리 N. 홈버그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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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머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로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는 판타지 소설 작가 찰리 N. 홈버그의 환상적인 마법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판타지 1위, 월스트리트 저널 베스트셀러 《마법에 걸린 집을 길들이는 법》의 배경은 1800년대 미국과 영국이다. 미국의 1800년대 하면 떠오르는 건 전설의 총잡이들이 활약하던 서부 개척시대인데 이 책은 '마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총잡이와 마법사가 대결을 펼친다면 누가 이길까? 물론 이 소설에는 총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11가지 마법 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13년 전에 상속권을 박탈당한 소설가 메릿 펀스비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외할머니의 집을 상속받게 된 것이다. 메릿은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확인하기 위해 윔브렐 하우스를 찾아간다. 물론 오지에 위치한 집이지만 그래도 번듯한 외관을 가진 집이 마음에 들었다. 내부도 깔끔하고, 지금 사는 집에서 나와야 하는 처지의 메릿에게는 조용히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벽에 걸린 초상화 속 여성이 쳐다보고 서재의 책들이 날아다니기 전까지는.

아마도 누구나 이쯤 되면 다시 현관을 나가고 싶을 것이다. 집을 나가서 팔고 새로운 집을 알아볼 것이다. 그런데 이 집은 메릿의 탈출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메릿은 헐다 라킨을 만나게 된다. '보스턴 마법 부동산 관리국(the Boston Institute for the Keeping of Enchanted Rooms)' 일명 바이커의 직원인 헐다는 메릿에게 집을 잘 달래고 타협해서 살아보기를 권하며 집에 걸린 마법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집에 걸린 마법을 달래가면서 그 집에 살아야 할까? 그런데 메릿은 점조 마법 능력을 가진 헐다와 함께 그 집을 조사하고 그 집에서 머물기로 한다.


소설은 1818년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1846년 미국과 1833년 영국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미국에서는 마법 능력이라고는 1도 없는 소설가가 상속받은 집에서 버텨보려 헐다의 도움을 받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펼쳐진다면 영국에서는 무언가 빌런의 탄생을 예고하는 스릴러가 펼쳐진다. 마법사 사일러스가 마법사들을 죽여 그들의 마법을 빼앗는 악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두 이야기의 접점을 알게 되는 순간 마법 걸린 집에서 펼쳐지는 로코인 줄 알았던 이야기는 서스펜스 스릴러가 된다.


정말 커다란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스릴러 속에 마법이라는 판타지와 헐다와 메릿의 로맨스가 절묘하게 스며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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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끝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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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배경으로 한 작품 『류』 로 제153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히가시야마 아키라《죄의 끝 罪の終わり을 만나보았다. 중앙공론문예상을 받은 작품으로 이번 SF 소설의 배경은 미국이다. 소행성'나이팅게일'의 충돌로 종말을 맞은 인류의 이야기를 미국의 황야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지구 종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작가가 그린 모습에는 아포칼립스가 주는 두려움보다는 '캔디선'이 보여주는 가느다란 희망이 보인다. 캔디선 안쪽에 사는 사람들과 캔디선 바깥에 사는 사람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물과 전기, 식량을 배급받는 사람들은 새로운 종파'백성서파白聖書派'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가는 캔디선 안쪽 사람들과 물과 식량을 찾아 황야를 떠돌아다니는 캔디선 바깥쪽 사람들의 차이는 '사람을 먹느냐 아니냐'이다. 현재 우리의 관점에서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식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덕적인 관점은 어디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굶주림은 사람의 도덕관념을 마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식인'에 대한 찬반贊反이 담겨있다.


어머니 살해 죄로 형을 살던 너새니얼 헤일런과 연쇄 살인마 대니 레번워스가 소행성 충돌로 파괴된 교도소에서 빠져나와 황야로 향한다. 황야를 지나며 만난 사람들에게 식량을 나누어주고 '식인'이 죄가 아니라고 말하던 너새니얼 헤일런은 도덕적으로, 이성적으로 괴로워하던 사람들에 의해 차츰 구세주가 되어간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고 전설은 신화를 만든다. 그렇게 너새니얼 헤일런은 신격화되었고 신이 되었다.


그런데 그의 뒤를 쫓는 이들이 있다. 백성서파에서 보낸 전문 사냥꾼들 '화이트라이더WhiteRider'들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네이선 발라드가 등장한다. 네이선은 너새니얼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식인에 대한, 이성에 대한 의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옆에 동행하는 이에게 던지는 질문이지만 마치 내게,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같다.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남은 인류가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구 종말 후의 혼돈을 그리고 있지만 SF 소설답게 신개념 의안'VB의안'이 등장한다. 총알을 피할 수도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VB 의안을 가진 사람들은 지구 종말도 피해 갈 수 있을까? 식인이라는 도덕성 결여의 '끝'에서 들려주는 인간의 목소리를 꼭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소설을 읽는 재미보다는 철학 하는 지적인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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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마인 워프 시리즈 8
배리 B. 롱이어 지음, 박상준 옮김 / 허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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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최초로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동시에 수상한 1979년에 발표된 SF 소설을 만나보았다. 배리 B.롱이어 《에너미 마인Enemy Mine은 다수의 SF 문학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영화로 제작되어 소련에서 극장 개봉한 첫 서방 SF 영화의 원작이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우주라는 배경과 인간과 우주인이라는 배경을 지우고 보면 SF 소설보다는 한편의 정말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 같은 작품이다.


p.7. 드랙의 세 개뿐인 손가락 관절이 구부러졌다.


첫 문장에서 소개된 드랙 종족 '제리바 쉬간'과 무인 행성 파이런 4호에 추락한 인간' 데이비지'의 우정과 사랑이 이 소설의 주요 흐름이다. 인간은 지구도 모자라서 우주 공간에서도 자원을 두고 전쟁을 벌인다. 그리고 드랙 종족과의 전투 중에 추락한 두 조종사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배워가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생김새도 완전히 다른 두 생명체가 서로에게 동화되어가는 순간순간이 특별함을 보여준다.


암수한몸인 양성체 종족 쉬간이 아이를 낳다가 죽으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방향으로 흐른다. 우주 공간에서 엄청난 파도와 추위와 싸웠던 단 하나뿐인 친구가 죽은 것이다. 그리움과 고독에 빠질 시간도 없이 데이비지는 외계 생명체 드랙의 아이 '자미스'를 돌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아이 자미스에게 종은 다르지만 '삼촌'으로서 최선을 다한다. 코도 없고 두꺼비처럼 생긴 노란 눈을 가진 드랙의 아이에게 손가락 수가 왜 다른지부터 이해시킨다.


자미스와 데이비지가 각기 구조되어 자신들의 별로 돌아가면서 이야기의 흐름은 다시 한번 바뀌게 된다. 지구가 되었든 드래코가 되었든 '함께' 였다면 자미스의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었을까? 전쟁은 끝났지만 서로의 원수가 된 두 종족 간의 이해나 공감은 요원할 듯 보인다. 그 속에서 인간 삼촌과 드랙 조카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서로 적대하는 집단이 서로를 대하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소설은 우주라는 배경으로 '공감'을, 화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로에게 '존경'을 표하는 방법을 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데이비지가 쉬간의 족보 '제리바의 가계'를 암송해 주었던 것처럼.


"허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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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첫 문장 - 나의 고전 필사 노트
김대웅 엮음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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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김대웅이 들려주는 글쓰기의 시작을 만나보았다. 저자는 이 책《소설가의 첫 문장》이 좋은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글쓰기 기술을, 또 자신의 글을 대하는 자세를 알려주고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는 힘과 의지를 지니게 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라 말하고 있다. 부제'나의 고전 필사 노트'가 알려주듯이 이 책은 멋진 작품들의 첫 문장을 필사할 수 있는 지면도 함께 실려있다. 좋은 글을 쓰는 도우미 역할뿐만 아니라 좋은 글을 손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함께 할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레프 톨스토이, 나쓰메 소세키, 헤르만 헤세, 이상, 윌리엄 셰익스피어 등의 95인의 소설가들이 151편의 작품에서 보여준 '시작'을 만나게 해주는 《소설가의 첫 문장》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작가가 소설을 시작하는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것이다. 작품의 시작을 담은 페이지에는 작가와 작품을 짧지만 임팩트 있게 소개하고 있고, 다음 페이지에는 손과 눈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필사 노트'를 제공하고 있다.


1장 어느 소설가를 만나다에서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話者'가 첫 문장에 등장하고, 2장에는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문장이 시작을 맡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3장에서는 소설 속 인물들이 탄생하는 시작을, 4장에서는 독자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이성을 자극해서 이야기 속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첫 만남을 보여준다. 끝으로 5장 소설가의 호밀밭에서는 작가가 소설 속 '공간'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필사 노트'에 명작들의 시작을 적으며 거장들이 자신의 작품을 대하는 자세와 그들의 끈기 있는 노력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시작들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시작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철학자가 선택한 아름다운 작품들의 멋진 시작을 만나볼 수 있는 행복한 책이다.


"북플라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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