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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말과 글 - 삶을 채우는 시간, 지혜의 필사책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평점 :

"샘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의 부제는 '삶을 채우는 시간 지혜의 필사책'이다. 서문에서 샘터 발행인은 '한숨 쉬면서 산수화를 그리듯 필사해 보시길 바랍니다.(p.7)'라며 이 책의 활용 방법을 말하고 있다.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우리들에게 잠시 생각할 여유를 가지라고 권하고 있다. 물질이 아닌 정서적인 '채움'을 밝히고 있는 부제와 결을 같이하고 있는 듯하다. 법정께서 말씀하신 '무소유'가 가슴에 와닿고 급변하는 시간 속에서도 소중하게 이어지는 것은 몸소 실천하신 큰스님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실천하는 지혜를 담은 책이다.
p.208. 필요한 것을 잔뜩 가졌다고 해서 행복이 오는 건 아닙니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 그때 행복이 와요.
데일 카네기는 스트레스를, 갑자기 찾아오는 우울감을 일에 몰입해서, 몸을 바쁘게 움직여서 극복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법정 스님께서는 여유를, 천천히를 강조하신다. 《법정 스님의 말과 글》에는 법정 스님의 지혜를 담고 있는 138개 문장을 뽑아서 보여주고 있다. 법정 스님의 글에서 67개 문장을 뽑고, 스님의 말씀에서 71개의 문장을 선택하여 전달하고 있다. 138개의 문장마다 전해주는 울림이 너무나 커서 어는 한 문장도 소홀히 지나칠 수 없다.

여유를 비롯한 9가지(나, 관계, 자연, 삶과 죽음, 지혜, 종교, 책, 여유)의 주제를 9개의 장으로 분류하여 편안하게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있는 책의 기본 구성은 스님의 지혜를 담은 문장을 먼저 보여주고 바로 다음 페이지에 그 지혜를 손으로 쓸 수 있는 노트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노력하지 않은 악필인 관계로 그 노트에 낙서를 할 수는 없었다. 다른 지면을 활용하여 필사해 보며 '필사'의 필요성도 고단함도 맛보았다.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이 담고 있는 방대한 지혜를 단번에 습득할 수 없듯이 이 책은 올 한 해 옆에 두고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펼쳐보아야 할 듯하다. 무언가에 상처받아 한없이 작아질 때 스님의 따뜻한 위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지혜로운 문장을 눈으로 느끼고 손으로 새기면 삶이 던지는 수많은 위태로운 문제들을 천천히 건널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바쁜 일상에 여유를 찾게 해주는, 슬픔과 아픔에 매몰되지 않게 해주는 것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