겅클
스티븐 롤리 지음, 최정수 옮김 / 이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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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윅〉과 〈미나리〉의 제작사 라이언스게이트에서 영화화를 확정한 스티븐 롤리의 장편소설《겅클 The GUNCLE을 만나보았다. 제목부터 흥미를 자극한 소설은 재미와 감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간다. 유머와 위트로 웃음 짓게 하다가 감동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재미난 한편의 시트콤과 감동 넘치는 한 편의 가족 드라마를 합쳐놓은 듯하다. 배우 우피 골드버그가 왜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기분이 우울할 때 이 책을 다시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천국 같다."라고 했는지 천사 같은 아이들을 만나보면 알게 될 것이다.


제목《겅클》은 성소수자를 뜻하는 게이(GAY)와 삼촌을 뜻하는 엉클(UNCLE)의 합성어이다. 하지만 "난 우리 가족의 평범한 일원이야. 이걸 기억해 줘. 나는 가장 평범해."(p.506)라고 말하는 패트릭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조카들과 있을 때는 정말 '평범한 삼촌'이다. 물론 패트릭의 사랑 이야기도 전개되지만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린 천사들이 주도한다. 메이지와 그랜트.


두 조카와의 동거는 패트릭의 친구이자 동생의 부인인 세라의 죽음으로 비롯된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 은둔 생활에서 잠시 벗어난 형에게 동생 그레그는 뜻밖의 부탁을 한다. 자신이 약물 중독 치료를 받는 90일 동안 아이들을 돌봐달라는 것이다. 혼자 사는 데 익숙한 잊혀가고 있는 왕년의 스타, 은둔자 패트릭이 쉽게 그 부탁을 들어줄 리가 있을까? 9살과 6살인 두 조카에게 아이들이 알지도 못하는 '브런치'를 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며 꼬신다. 패트릭의 작전은 성공할까?


두 조카와 삼촌이 함께 살게 되면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은 거의 '환장 파티'수준을 보여준다. 패트릭의 절친, 두 아이의 엄마인 '세라'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면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패트릭은 삶을 향한 새로운 열정을 찾게 된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밝다. 슬픔에 빠져 있었을 패트릭은 아이들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질문을 통해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덩말이에요!"라고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그랜트를 보면서 웃게 된다. 아이들은 겅클의 엉뚱하지만 정성스러운 보살핌 속에 엄마 생일에 촛불을 끄고 춤을 춘다. 이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성소수자라는 멍에가 가족들에 의해 더욱 커지는 경우가 있는듯하다. 이 소설을 통해서 그들도 평범한 가족의 일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은둔해있던 겅클 패트릭을 연극 무대에 다시 세운 조카들의 밝은 웃음을 만나보길 바란다.


"이봄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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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미리보기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5
쿠로노 신이치 지음, 이미향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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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젊은 층이 많이 보는 월간 문예지「키라라」에서 선정하는 키라라 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 쿠로노 신이치《열일곱의 미리보기》를 만나보았다. 제목이 직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듯이 일본의 고등학생, 청소년 이야기이다. 한국의 청소년들과 일본의 청소년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입시지옥'일 것이다. 명문대에 열광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청춘의 시간을 갉아먹고 있는 입시 문제는 양국이 똑 닮은듯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대학 입시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조금 더 근본적인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가정 내 폭력, 실업, 차별, 성희롱 그리고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까지.


청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세상을 조금 더 넓고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열일곱, 미리보기'에서 '스물여섯, 건너뛰기'로 연장한다. 사회 문제를 열일곱의 두 아이가 헤쳐나가기에는 벅찬 것이었을까? 실직한 두 아이의 아버지들은 전혀 어른스럽지 못하다. 집을 나간 사람 그리고 술독에 빠져사는 사람. 그런데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야 할 어머니가 오히려 짐이 된다면 어떨까?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어려운 날들을 버텨오던 아쓰미와 유타로는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대도시 도쿄로 향한다. 그런데 두 청춘의 사랑을 엿보면서 자꾸만 불안감이 싹트는 까닭은 무엇일까? 둘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은 데...


언제나 문제는 '어른'에게 있는 듯하다. 자식들을 나 몰라라 '우울증' 뒤에 숨는 어른이 있고, 술에 빠져 혼미한 정신으로 세상을 등진 어른도 보인다. 사회적인 문제도 있지만 우선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어른의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 아쓰미의 끼니를 챙겨주는 가족이 있었다면, 유타로의 사회생활을 응원해 줄 가족이 있었다면 두 아이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스물여섯, 건너뛰기'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누구나 지나는 열일곱의 시간을 누구보다 더 빛나게 보낼 수 있게 응원해 주는 감동적인 소설이다.


"미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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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
이옥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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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이옥수의 신작을 만나보았다. 출판사 특별한서재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특서 청소년 문학'서른아홉 번째 작품이다. 주인공 한 송이는 중학생이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빠는 재혼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몄고 아이도 생겼다. 그래서 더욱더 엄마의 남자친구 '북극곰'이 싫은지도 모르겠다. 아빠의 사랑이 온전히 송이 차지가 아닌데 엄마의 사랑마저도 다른 곳을 향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겨울 기린을 보라 갔어》는 송이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많은 에피소드들을 중학생 소녀 송이의 눈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머리, 이성으로는 엄마의 연애를 충분히 이해하고 응원하고 싶지만 가슴, 감성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기에서 갈등은 시작되고 살벌한 모녀간의 전쟁으로 이어진다. 단둘이 사는 가정에서의 전쟁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에서는 '이웃'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가정을 꾸민 아빠는 나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송이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다.

북극곰이 출현한 초기에는 엄마를 이해해 주라던 이웃 가게 사장님들은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송이의 편이 되어준다. 멋진 어른들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떠오르게 하는 어른들이다. 모성애보다는 자신의 삶에 방점을 둔 엄마와 그런 엄마의 남친이 무작정 싫은 송이의 전쟁을 중재에 나선 옆 가게 어른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정겹다. 이 소설《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의 가장 큰 주제인 '소통의 중요함'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카메오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이 뜻하는 바를 짐작조차도 못했다. 겨울 기린과 여름 기린이 다른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엄마를 통해서 알게 된 겨울 기린을 혼자서 찾아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겨울 기린'이 품은 깊은 뜻을 알고 싶다면 중학생 소녀 송이를 만나보길 바란다. 겨울 기린을 만나러 올겨울에는 동물원에 가고 싶다. 겨울 기린의 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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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뮤지엄
박소영 지음 / 산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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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이나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재미나다. 예술에 대한 상식이 거의 없는 관계로 읽을 때마다 새롭고 즐겁다. 특히 현대미술작품이나 작가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반갑다. 그런 까닭으로 예술여행 기획자 박소영 리얼 인문학 대표가 들려주는 뮤지엄 이야기《한 번쯤, 뮤지엄》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이 책이 가진 많은 매력 중 하나는 다른 책들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뮤지엄 설립자 또 설립 배경 등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뮤지엄을 건축한 유명 건축가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물론 각 뮤지엄의 주요 작품들과 예술가들의 이야기들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언제 방문해도 긴장하게 되는 뮤지엄을 쉽고 편안하게 접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뮤지엄의 동선의 끝에 늘 기다리고 있는 뮤지엄 숍을 맨 먼저 방문하라는 제안을 하며 여타의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유명 뮤지엄의 숍들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뮤지엄을 다룬 책들이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지면을 뮤지엄 숍에 할애한 것이다. 왜 뮤지엄 숍 방문을 동선의 시작으로 권하고 있는 것일까?


p.251. "그림은 사람과 교감하면서 존재한다. 감상자에 의해 확장되고 성장한다."


또, 뮤지엄에 갈 때면 도슨트 해설을 예약하거나 맞추어 갔었는데 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도슨트란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져 관람객의 상상력을 끄집어내는 사람이라며 예술 감상에는 정답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모두가 명화라고 말해도 내게는 감동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번쯤, 뮤지엄》을 통해서 미술관이나 예술 작품을 접할 때 느끼는 무거운 감정을 가볍게 만든듯하다. 특히 1장 뮤지엄, 두 시간 안에 알차게 보는 법은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아이들에게 예술작품을 대하는 즐거움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듯하다. 미국 내 유명 뮤지엄을 소개받았으니 이제 국내 뮤지엄을 소개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저자의 친절함이 국내 뮤지엄 여행에도 미치길 바라본다. 또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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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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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브레드 피트가 출연했던 영화 『불릿 트레인』의 원작자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종말의 바보終末のフ-ル를 만나보았다. 이번 작품도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은 영상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스토리가 탄탄하고 재미와 흥미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재미보다는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작품은 지구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도 8년이라는 시한이 정해진 시한부 종말.


《종말의 바보》여덟 개의 이야기가 '종말'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바탕으로 서로 작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연작소설이다. 8년 뒤 지구는 소행성의 충돌로 종말을 맞게 된다. 인류의 종말이 3년 남은 시점의 센다이에 위치한 '힐즈 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제 3년 남은 삶으로 죽음을 이야기한다. 아니 3년이라는 시한부 삶을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p.82. "인생에는 별일이 다 있는 법이니까."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보통 5단계의 감정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단계는 어디쯤일까? 5년 동안의 혼란과 고통을 벗어나 이제 '수용' 단계에 접어든듯한 여덟 이야기 속 인물들은 죽음보다는 삶에 방점을 두고 나름대로의 삶을, 죽음을 준비한다. 여덟 개의 이야기들은 3년이라는 시한부 삶에 어떤 의미를 주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우리에게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소설은 시한부 종말이 발부된 지 5년이 지난 뒤의 인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제 3년이 남은 종말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작가는 엄청난 심술을 부린다. 새로운 만남을 끄집어낸다. 새 생명의 잉태. 3년 뒤면 종말을 맞을 지구에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 맞을까? 기다릴 때는 찾아오지 않던 새 생명이 종말을 앞두고 찾아온 것이다. 부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정말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는 이야기다. 죽음이라는 예고장을 받고 태어날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런데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답게 전혀 무겁지 않다. 인류 종말이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산뜻하게 그릴 수 있을까? 죽음을 통해서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따뜻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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