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티오빠스파
신이비 지음 / 달꽃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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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티오빠스파》라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제목은 지역명과 지역 사투리의 결합으로 풀어쓰면 '개티 마을 땅벌 파'라고한다. 참 별 의미 없는 단어들의 가벼운 조합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에 접하는 제목이 전해주는 무게는 상당하다. 이야기는 1979년 4월 19일을 시작으로 1980년 봄을 지나 1987년 6월 서울에서 끝을 맺는다. 우리 현대사의 의미 있는 날들이 보여서 그렇지 이 소설 속 이야기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그런데 의미 있는 날들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 같다.


p.198. 1980년 봄, 왕소나무가 쓰러지고 산불이 나고 우리에게 봄은 없었다.

신이비 작가는 《개티오빠스파》를 통해서 서리가 아직 절도로 여겨지지 않던 시절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것들을 꿈꾸던 소년들의 성장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소년들은 이름보다는 각자의 특성에 맞는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며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중 소년들 앞에 조금 독특한 두 소년이 나타나면서 '개티오빠스파'가 시작된다. 대장 몬돌이 형을 중심으로 잠자리 소년 다소니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비밀 아지트에서 서로의 추억들을 만들어간다.


p.231. 1987년 6월, 항쟁의 거리는 뜨거웠다.

다소니는 비행을 꿈꾸며 날개를 만들고 그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아이들은 다양한 돈벌이에 나선다. 그중에서 연애편지 심부름이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낸다. 이야기에는 주요 흐름마다 부딪치는 어른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어른과의 갈등이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 아이들과 어른의 다툼은 어떻게 이어질까?


게티오빠스파의 기록은 이야기 수집이 특기이던 소설의 화자話者 '수집가'가 맡는다. 그런데 이야기 속 소년들이 '기록'의 중요함을 알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기억은 희미해지고 기록마저 사라지고 없다면 우리 어렸을 때의 추억은, 개티오빠스파의 추억은 시간 속에 묻혀버릴 것이다. 하지만 소년들은 기록을 남겼고 그 기록은 추억으로 이어져 역사가 되었다.


개티오빠스파의 시간에서 우리들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살고 있지만 공감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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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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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인류에 줄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그리고 있는, 소설책처럼 읽을 수 있는 친절한 과학책이다.


언제 만나도 새롭고 난해한 분야가 '양자역학'인듯하다. 고전역학이 어떤 정해진 틀이 있다면 양자역학에서 다루는 물리학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분야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며 양자역학을 부정했다. 물론 지금은 양자역학이 대세인듯하지만.

p.44. 중력이 강한 곳은 중력이 약한 곳보다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시공간이'휘어진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실제로 시간은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로 흐릅니다.

책표지가 역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듯하고 제목《화이트홀 WHITE HOLES도 물리학과는 상관없는 줄 알았다. 무언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책인 줄 알았다. 겉모습은 재미난 소설책인데 속에는 과학 특히 양자역학을 담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특히 '루프양자중력'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블랙홀에 적용하여 설명한 카를로 로벨리가 들려주는 양자역학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블랙홀, 화이트홀이라는 어렵고 난해한 개념을 기초부터 촘촘히 들려주고 있다.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는 파트는 건너뛰기를 권하기도 하면서 화이트홀의 의미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아무도 보지 못한 화이트홀의 정체는 무엇일까? 블랙홀을 이해하는데 걸린 시간보다는 덜 걸리겠지만 화이트홀에 대한 이론도 이해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루프양자역학을 처음 접했을 때의 난해함이 느껴진다. 이 책을 몇 번 읽고 나면 화이트홀의 모습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겉모습만 소설책이 아니라 내용에서도 고전을 만날 수 있다. 단테 『신곡』의 명문장와 명장면을 만나볼 수 있어서 '양자역학'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물리학 책이라는 사실을 잠깐 동안 잊게 만들어준다. 소설책처럼 읽히는 물리학 책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쉽게 말하자면 블랙홀은 입구이고 화이트홀은 출구라고 한다. 그런데 호킹 복사는 또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양자역학이 난해하면서도 재미난 점은 여러 이론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과학자들의 건강한 다툼을 소개하고 있어 천재 과학자가 아닌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만나는 흥미로운 경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자역학이라는 분야가 쉽지는 않지만 카를로 로벨리가 친절하게 안내하는 《화이트홀》로의 여행은 과학이 아닌 인문학 여행 같았다.

"쌤앤파커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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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 구경남 네오픽션 ON시리즈 28
채강D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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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강D의 장편소설《18번 구경남》의 표지 일러스트는 너무나 코믹하고 유머러스하다. 재미나고 유쾌한 야구 이야기를, 18번 구경남이 멋진 프로야구선수로, 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구경남이 프로야구 선수라는 것 그리고 야구 경기 이야기가 많이 묘사되고 있다는 것을 빼면 그렇게 마냥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의 소설은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라는 꿈을 이루고 점점 꿈을 놓아야 하는 부상당한 구경남이 다른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더 가깝다.


그런데 구경남 닉네임 쿠는 새로운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을 특별한 경험을 통해 얻게 된다. 현재에서 타임슬립한 1982년에서 또 다른 꿈을, 삶을 찾아 현재로 돌아온다. 그곳에서도 프로야구 원년 선수로 데뷔한다. 그런데 지금 투수들의 조금 더 발전한, 복잡한 변화구를 장착한 구경남이 실업야구 선수들이 주축이었던 프로야구 원년의 선수들을 상대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p.137.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그렇구나! 이게 바로 야구지! 태초의 야구는 뜨거웠다.


이 책은 프로야구 원년의 스타들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제는 레전드라 불리는 그때 당시의 스타들의 이름이 조금 변형되어 소개되고 구경남과 승부를 가린다. 그리고 최악의 성적으로 유명했던 삼미 스타즈가 등장한다. 물론 연고지와 스타즈라는 이름만 동일하게. 그리고 그 팀에 구경남 쿠가 소속되어 있다. 구경남이 잘하면 프로야구 역사가 바뀌는 것이다. 작가는 어떻게 구경남의 타임슬립을 자연스럽게 돌려놓을까? 프로야구 역사를 바꾸지 않고.


p.204. 내가 속한 세계의 역사는 나로 인해 바뀌고 있었다. 슈퍼스타즈가 그 증거였다.


그리운 스타들이 조금 다른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그리는 데는, 추억 속 장면을 떠올리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그런데 유독 한 선수만 본명으로 등장한다. 프로야구 원년의 슈퍼스타. '작가의 말'을 통해서 그 연유를 들을 수 있다. 그러니 마지막 페이지까지 집중해서 완독하길 바란다. 구경남이라는 프로야구 선수가 보여주는 1980년대의 시대상을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재미가 있는 책이다.


누구나 은퇴라는 시점이 찾아온다. 특히 운동선수들에게는 그 시점이 좀 더 빠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여유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꿈을 이룬 뒤의 삶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정말 매력적인 소설이다.


"네오픽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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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 찢어진 티셔츠 한 벌만 가진 그녀는 어떻게 CEO가 되었을까
매들린 펜들턴 지음, 김미란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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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인플루언서이자 의류 회사인 '터널비전'의 CEO인 매들린 펜들턴이 들려주는 자본주의 생존기《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를 만나보았다. 2005년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에 선정되었던 '프레즈노'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그곳에서도 살집이 없어서 노숙 생활을 하기도 했다. 빈곤율, 범죄율이 무척이나 높은 프레즈노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던 저자는 2023년 미국의 네 번째 주요 사망 원인인 '가난'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다.

 

p.86. 우리는 모두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때로는 주는 쪽이기도 하고, 때로는 받는 쪽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날은 내가 주는 날이었다.


현재 '자본주의'에서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 길을 통해서 알려준다. 첫 번째 길은 이혼한 부모 밑에서 너무나 가난하게 자란 어린 소녀가 고향을 떠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는 펜들턴 자신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두 번째 길은 자본주의와 가난에 대해 '자본주의 생존 기술'에서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는 열다섯 개의 지름길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경제생활에 대한 이론보다는 실전을 담고 있어서 우리 청소년들이 읽으면 정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가난한 세대라는, 주택 구입도 결혼도 포기가 많은 MZ 세대에게 과거의 경제 이론이 아닌 현재의 실전 경제생활을 알려주고 있어 누가 읽어도 좋을 듯하다. 가난이라는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다섯 가지 방법을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어 노동자들의 삶의, 생각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신용을 쌓는 방법, 일을 구하는 방법, 대학 입학에 대한 생각 그리고 연봉을 협상하는 방법 등 자본가들의 착취에 맞서야 하는 근로자들에게 정말 좋은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p.143.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내는 동안 시간을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대학에 다니는 것은 의미가 없다.


흥미로운 저자의 삶을 통해서 현실을 배우고, 열다섯 가지 자본주의 생존 기술을 통해서 미래를 배울 수 있는 멋진 만남을 미루지 말기를 바란다.

 

"와이즈베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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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 - 아케가미 린네는 틀리지 않아
가미시로 교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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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중에 추리를 하고 진실을 밝히는 ‘린네의 추리‘
무척 기대됩니다.
잠자는 명탐정 모리 코고로(명탐정 코난)와는 완전 다른 결이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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