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재킷 창비청소년문학 127
이현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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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니 누구나 한 번쯤은 멋진 요트 여행을 바랄 것이다. 작가 이현의 장편 소설《라이프 재킷》에 등장하는 아이들도 바다를 좋아한다. 물론 각자 다른 이유로 요트에 오르지만. 하지만 짧은 요트 여행 이후 이들은 더 이상 바다를 바라보지 않는다. 아니 바다가 두려워진다. 친구를 앗아간 바다가 좋아질 것 같지 않다. 더구나 친구의 죽음에 자신들의 책임이 있다고 믿는 한.


이야기는 천우가 sns에 올린 스토리에서 시작한다. '우리 요트 탈래?' 그리고 오빠 천우가 구명조끼를 입었었다는 사실을 알고 '한 사람' 이 되기로 마음먹은 신조의 결심으로 끝을 맺는다. 아이들이 승선한 요트의 이름은 천우신조 이다. 요트 이름이 풍기는 불길함은 무엇일까? 천우신조로 위험을 벗어날지 아니면...


물론 천우는 요트를 운전할 줄 모른다. 고등학생 천우의 허세는 요트를 운전할 줄 아는 동생 신조와 고은의 친구 류에의해 실현된다. 부산 앞바다에 잠깐 나갔다 돌아오는 평범한 항로. 그런데 쉽게만 보이던 아이들의 항로는 요트의 전원이 나가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뀌고 만다. 서로가 있어 요트 고장을, 표류의 시작을 쉽게 봤을까? 바다 수영까지 즐기는 여유도 보인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이 쉽게 하지만 딴에는 용기를 낸 일탈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결국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아이들의 표류는 무인도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백골이 된 시체를 발견하면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배에 탄 아이들. 마지막 순간 발길을 돌렸던 천우의 구여친 고은에 의해 접점이 없던 아이들의 요트 여행이 알려지게 되고 학교는 물론 사회 전체가 들썩이게 된다. 해운대 바닷가로 흘러온 고등학생 시체 한구는 아이들의 단순한 일탈이 복잡한 사건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특히 조회수에 노예가 된, 정신 줄 놓은 이들에게 고등학생들의 치기 어린 일탈은 부풀려지기 시작한다. 이제 아이들은 돌아와도 엄청난 후폭풍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우리들 삶을 항해에 나선 배에 비유하고는 한다. 아직 삶의 항해에 나설 준비가 덜 된 아이들이 갑자기 배에 오르고 그렇게 너무나 힘들고 너무나 끔찍한 삶을 만나게 된다. 아직 준비가 안된 아이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또 그렇게 하루를, 삶을 버틴다. 하지만 돌아온 아이들은 더욱더 무거운 마음의 짐을 버티어내야 한다.


아이들이 읽는다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우게 될 것 같고 어른들이 접한다면 아이들의 세상을, 청소년기 아이들의 삶을 만나게 될 것 같다. 삶의 의미를, 불편한 진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에 대해 깊은 생각을 끌어내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창비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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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방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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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범죄소설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스웨덴의 작가 커플 마이 셰발페르 발뢰《잠긴 방》을 만나보았다. '마르틴 베크'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이전에 만나보았던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작품들이 그렇듯 이번 작품에서도 범인을 잡는 과정과 함께 형사들의 리얼 스토리 그리고 1970년대 스웨덴의 사회상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경찰 소설, 범죄 소설이 주는 재미에 당시 스웨덴의 사회상을, 형사들의 개인적인 삶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하고 있다.


이야기는 한 여자가 대담하게 은행 강도를 저지르고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금발 가발을 사용한 은행강도에 대한 목격자들의 증언이 갈팡질팡하면서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진다. 그런데 스톡홀름에는 은행강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서 베크를 제외한 동료들은 은행강도 특별수사대에 합류한다. 그런 상황에서 전편 『어느 끔찍한 남자』에서 커다란 부상을 당했던 마르틴 베크 국가범죄수사국 살인 수사과 과장은 15개월 만에 복귀한다.


복귀한 베크에게 그의 동료 뢴과 라르손 그리고 콜베리가 밀실 살인 사건을 선물한다. 한 남자가 출입문은 물론 창문까지 모두 '잠긴 방'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초기 경찰의 결론은 권총 자살. 그런데 보고서에는 권총도, 탄피도 없다. 자살인데 자살 도구가 없어진 상황. 베크는 살인 사건에 무게를 두고 피해자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특별수사대의 수장인 올손 검사는 은행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두 남자를 지목하고 그들의 행방을 쫓는다. 특히 그들의 배후로 예상되는 인물을 잡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물론 그 노력의 중심에는 베크의 동료들이 있다. 답보 상태이던 수사는 아주 황당한 일로 실마리를 찾게 된다. 마약, 밀수 등의 범죄를 저지르던 마우릿손의 검거로 두 남자의 은신처를 알게 된 것이다. 탈옥한 두 은행강도의 심부름을 해주던 마우릿손은 자신의 범죄를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올손 검사와 거래를 한 것이다.


이번 작품은 은행강도 살인사건과 밀실 사건을, 두 개의 사건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그 어떤 작품들보다 촘촘하게 전개된다. 한순간도 한눈을 팔수 없게 이야기 속에 몰입하게 만든다. 나중에 드러나는 밀실의 비밀도, 두 사건의 접점으로 등장하는 인물도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사건의 결말은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만나본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게 만나본 작품이다.


p.502.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누군가는 알 것이다.

누가?

은행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감방에 갇힌 남자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멋진 작품의 결말을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엘릭시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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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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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지구 이야기《찬란한 멸종》을 만나보았다. 제목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이야기는 멸종滅種으로 시작해서 지구 생명의 시작을 목격한 두 증인?의 대화로 끝을 맺는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생각거리는 '멸종'이다. 멸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p.21. 멸종이란 다음 세대의 생명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저자는 '멸종은 일반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p.21)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저자가 들려주는 아니 저자가 내세운 다양한 화자들이 들려주는 멸종, 지구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이 멸종한 2150년 가상의 미래에서 시작한다. 처음 화자를 맡은 인공지능은 인류의 멸종에 대해 차분하게 들려주고 있다. 미래의 인류가 멸종하게 된 이야기는 무엇일까?


미래의 이야기이니 인공지능과 화성 건설에 참여한 로봇이 화자가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과학자 이정모의 상상력이 만들어놓은 새롭고 재미난 스토리텔링이 가득 넘친다. 지구 역사, 멸종 생물의 역사를 정말 다양한 화자들로 하여금 들려주며 자연사에 대한 지식도 쌓게 해주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이야기는 범고래와 산호가 들려준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한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된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생생해서 우리들의 경각심을 다시 한번 자극하고 있다.


다섯 번째 대멸종의 화자는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공룡이다. 그렇다면 다가오고 있지만 피해야만 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화자는 누구일까? 이 책은 짧은 17개의 챕터에 흥미롭고 재미난 지구 이야기를 각기 다른 화자들을 내세워 들려주고 있다. 다음 챕터의 화자는 누구일까 하는 설렘이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마지막 챕터에서 생명 탄생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두 화자도 특별하고 흥미로웠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화자는 네안데르탈인이다. 네안데르탈인이 들려주는 자신들은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까닭은 무엇일까?


자연사, 지구의 역사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재미난 책이다.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나고 흥미로울 수 있을까? 네 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동물을 만나보는 지적인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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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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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죽음과 즐거운 여자』로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한 작가 엘리스 피터스《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만나보았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소개 글답게 중세 웨일스의 지도와 성 바오로 수도원의 안내도가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장편소설이다.


p.19. 그래, 이 젊은이가 수사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 비단 경건한 신앙심 때문만은 아닐 테지.


'수사修士''수사搜査'로 받아들이면서 캐드펠이 형사인 줄 알았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 시리즈'의 가가 교이치로 형사와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베크 형사를 소환했었다. 명탐정 코난도. 수사 시리즈의 첫 작품과의 만남은 언제나 설렌다. 하지만 그 설렘은 그렇게 길지 못했다. 어떤 모습의 형사를 만나게 될까 하는 설렘은 성 바오로 수도원의 안내 도와 함께 사라지고 새로운 의구심이 생겼다. 신을 믿고 모시는 수사들이 생활하는 수도원에서 형사가, 탐정이 필요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을까? 범행 장소가 수도원일까? 그렇다면 범인은 누굴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에서 캐드펠 수사는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는 임무에 참여하게 된다. 웨일스어를 통역하는 역할로 부수도원장 일행과 함께하게 되는 것이다. 권력욕이 눈에 띄는 이들이 수사라는 점이 의아할 정도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거기에 신분과 신념을 뛰어넘는 로맨스도 보인다. 중세 영국과 웨일스의 역학 관계 그리고 왕권과 종교의 미묘한 관계까지 역사 소설의 재미와 흥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잔잔하게 흐르던 이야기는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줄 수 없다는 그 지역 영주의 등장으로 조금씩 출렁이기 시작한다. 그 출렁임은 유골 반출에 반대하던 영주의 죽음으로 태풍으로 변한다. 누구 것인지 명확한 표시가 있는 화살을 맞고 죽은 영주의 딸은 캐드펠과 함께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선다. 범행 동기도 범행 수법도 평범하지 않다. 범인을 추리해 볼 수 있는 단서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와 흥미를 배가시켜준다.


소유욕에 눈이 멀어 뇌물을 주려고 하는 부수도원장의 모습과 명예를 중시하는 지방 소도시의 영주의 모습이 비교되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신념을 지키기 위한 삶을 선택한 수사 캐드펠의 다음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다음 이야기의 배경과 사건 형태가 벌써 궁금하다. 시리즈의 시작부터 작가의 매력에 빠진듯하다. 수사 캐드펠이 선물해 주는 지적 즐거움을 만나보는 행복한 책이다.



"북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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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인도 - 볼리우드 영화를 재밌게 즐기기 위한 사람, 문화 그리고 역사
빠르데시(최종천) 지음 / 이은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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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나는 작은 인도 영화제.


우연히 접한 인도 영화〈춤추는 무뚜〉를 보고 인도 영화의 매력에 빠져 20년이 넘는 시간을 인도 영화와 인도에 대해 공부한 빠르데시 최종천이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를 만나본다. 《시네마 인도 CINEMA INDIA는 인도 영화를 통해서 인도라는 사회를 들여다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많은 것들 중에 하나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B급 영화인 것 같다.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인도 영화는 B급 영화가 아니라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낸 특별함을 담고 있는 영화인듯하다.


세계 최다 영화 제작 국가 인도의 사회, 문화 그리고 역사 등을 들여다보는 것은 재미나고 흥미로운 경험이다. 그런데 《시네마 인도》에서 인도를 들여다보는 도구가 영화라서 더욱더 재미나고 흥미롭게 인도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총 여섯 개의 파트(PART)로 구성되어 있다. PART.1에서는 인도 영화에 대한 기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인도는 공식 언어가 18개라고 한다. 그러니 영화도 볼리우드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언어로 만든 영화들이 콜리우드, 톨리우드, 몰리우드라 불리며 소비되고 있다고 한다.


PART.2 인도 영화 속 사람들에서는 인기 배우, 영화계의 권력이 된 명문 가문 등을 소개하고 있다. 흥미로운 만남도 좋았지만 '플레이백 가수'라는 인도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가수들과의 만남이 무척 흥미로웠다. 인도 영화에 안무가 출신의 감독들이 많은 까닭은 인도 영화를 한 번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PART.5 와 PART.6에서는 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인도의 주요 역사와 고대 전설에 대해 재미나게 설명해 준다. 인도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인도 이야기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나게 접했던 부분은 PART.3PART.4이다. 영화를 통해서 인도 사회를 보여주고 또 들려주고 있다. 결혼, 신분제도 그리고 종교 등 정말 다양한 주제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를 담은, 그 주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매칭해주고 있어서 더욱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또 어떤 영화에서 내용을 확인하고 느낄 수 있는지 많은 영화 작품들을 예로 보여주고 있어서 작은 인도 영화제를 만나본 듯하다.


인도에 가지 않고 인도를 알고 싶다면, 또 인도를 느끼고 싶다면 저자가 선택한 인도 영화들과 만나보길 바란다. 인도에서 크리켓 경기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많은 이야기를 통해서 인도를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이은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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