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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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귀를 기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한 조남주 작가의 흥미로운 시간 여행을 함께했다. 《네가 되어 줄게》를 통해 만난 타임슬립 이야기는 보통의 타임슬립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더욱더 재미나고 흥미로웠다. 엄마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이 판타지는 시작된다. 교통사고와 함께 2023년 중학생 윤슬이 1993년 자신의 엄마 최수일의 몸으로 타임슬립 되고, 윤슬의 몸에는 엄마 최수일의 영혼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p.15. 무엇보다 나를 생각 없는 아이로 아는 것 같다. 뭐든 목표를 가지고 악착같이 해 보란다. 나는 지금 열심히 즐겁게 지내고 있는데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악착같은 걸까.


중학생 엄마의 몸으로 들어간 윤슬은 당차게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현재 엄마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함께하며 지금은 꿈도 꾸지 못할 부당한 학생인권과 마주하게 된다. 중학생 딸의 몸에 들어온 엄마 수일은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고단한 일상을 몸소 겪으며 윤슬을 조금씩 이해해가기 시작한다. 서로의 삶 속에 들어가 서로를 알아가는 흥미롭고 따뜻한 이야기다.


그런데 너무나 다른 두 소녀의 성격이 가족들과 친구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활달하고 당찬 윤슬과 내성적이고 조용한 수일이 서로의 일상 속에 힘겹게 녹아들 때쯤 누군가 이들의 변화를 눈치챈다. 누구일까? 둘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이. 또 타임슬립을 하게 만든 매개체는 또 무엇일까?


p.163. "자기 일은 다 별일이지. 다들 별별 일 겪으며 살아.

애기들이라고 다른가."


누군가의 입장을 알려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특히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 특히 부모는 늘 불안하고 답답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때는 책에서 읽은 대로 '자상'하게 대하고 싶지만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간 아이를 보고 있으면 '자상'한 말투는 날아가 버리고 만다. 이 이야기는 그런 상황을 피해 갈 수 있는, 줄일 수 있는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윤슬의 일상을 따라가는 엄마 수일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의 삶을 생각하게 되고, 엄마의 일상에 뛰어든 윤슬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들의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고 자신들의 속마음을 털어내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읽고 서로의 시간 속으로 타임 슬립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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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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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花束は毒에는 원죄寃罪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누군가의 억울함을 표현하기 위함일 것이다.


원죄寃罪 :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


그런데 원죄라는 단어에 빠져 이 미스터리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커다란 반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원죄라는 말에 의구심을 가지고 이 소설을 읽는다면 놀라움으로 가슴 쓸어내리는 반전을 피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 오리가미 교야의 이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변호사로 일하며 데뷔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는 《꽃다발은 독》으로 제5회 미라이야 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정말 엄청난 스토리텔러인 작가는 간결한 문장으로 이야기에 속도감을 붙이고, 개성 강한 인물들을 등장시켜서 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페이지터너가 무엇인지, 순삭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약혼을 앞둔 선배를 협박하는 범인을 잡기 위해 탐정을 알아보던 기세는 기타미라는 이름이 들어간 탐정 사무소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중학교 때 학폭을 당하는 친척 형을 멋지게 도와준 기타미 선배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탐정이 이번 의뢰도 멋지게 해결해서 진실을 알아낸다는 평범한 흐름을 가진 소설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이야기에서 몇 가지만 바꾸면 엄청난 반전을 가진 이야기로 바뀐다. 그 놀라운 반전을 만나보고 싶다면 전혀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로 나만의 반전을 예상해 보는 재미도 맛보길 바란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들려주는 메시지는 정말 묵직하고 복잡하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함정을 가진 소설이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감정 조절을 잘해야 할 것이다. 합리적인 판단도 반전이라는 함정을 피하게 해주는 커다란 도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반전을 피한다고 해서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각의 심연으로 초대하는 이야기의 결말이 정말 멋지다. 결말에 던지는 질문"진실을 말해야 할까?"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평범한 일상을 집착이라는 괴물이 삼켜버린 삶을 만나게 해줄 《꽃다발은 독》은 진실과 행복, 그리고 정의가 얽혀서 던지는 깊이 있는 질문이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리드비READbie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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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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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미생물을 찾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는 웨스트민스터 대학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수 루이스 다트넬이 들려주는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만나보았다. 이 책은 《인간이 되다 Being Human 머리말1장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담은 샘플북이다.


p.14. 인간이라는 존재는 우리의 모든 능력과 제약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즉, 우리의 결함 능력 이 모두가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는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진행되었다.


적은 분량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인간이 되다》전체 내용을 개괄한 머리말을 통해서 이 책에서 들려줄 흥미로운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말을 통해서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톺아보면서 인류가 만들어낸 문명에서 '기본적인 인간성'이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는지 보여주고, 인류가 가진 독특한 특성과 다른 동물과 공유한 인류의 몸, 행동의 특징도 살펴본다고 밝히고 있다.


모든 인류가 공유하는 또 다른 위유전자는 의도치 않게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조직을 탄생시켰다는 위유전자僞遺傳子도 만나보고 싶고, 콜럼버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라크 침공의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특정 인지 편향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보고 싶다. 머리말만 읽었는데도 이 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에 빠지게 된다.


p.49. 사람은 협력이 기본 상태로 내장된 것처럼 보이며, 이것은 상호 작용에서 페어플레이를 요구한다.


머리말이 《인간이 되다》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고 있다면, 1장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이 책이 가진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는 강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인간이 가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과학적인 탐구와 함께 멋지게 풀어낸다. 우리 뇌에서 진화한 사회적 소프트웨어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가 들려주는 협력과 이타성, 상호 이타성, 간접적 호혜성 그리고 '사기꾼 찾기' 또 뒷담화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이 버리고 또 택한 본성들을 통해서 인류를 새롭게 알 수 있게 해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샘플북)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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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사치
김영희 지음 / 작가와비평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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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사치》라는 제목에 끌려서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 김영희가 들려주는 '중년'이야기를 만나본다. 의학과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 중년의 나이가 애매해지기 시작했다. 인간 수명 백세시대의 중년이라는 연령대는 어디쯤일까? 저자는 일단 50대부터로 보고 있는듯하다. 그래서일까? 조금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50대에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는데 난 지금 정리를 생각하고 있다.


p.21. '중년의 사치'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정하며 품격있게 최상층으로 사는 걸 말합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도리스 메르틴이 『아비투스』에서 인간의 고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으로 언급한 내용을 시작으로 '중년'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7가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중년의 사치'에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7가지 자본은 심리, 문화, 지식, 경제, 신체, 언어자본 그리고 사회자본이다. 그 자본들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자본은 아니다. 천천히 계획하고 실천해서 쌓아가야 한다. 즉 중년의 사치는 준비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인듯하다. 이 책은 그런 행복을, 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는 우리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따뜻하다.


이 책은 따뜻한 조언을 담고 있지만 무척이나 시원하다. 타인을 의식해서 말은커녕 생각하기도 꺼렸던 하지만 우리 중년들에게 너무나 필요했던 이야기들을 속 시원하게 들려주고 있다. 목차의 제목만으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장 끝내는 부부 vs 끝내주는 부부, 5장 중년의 성性, 7장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 이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들보다 짧은 중년들에게 건강한 삶에 대해, 자신감 넘치는 도전에 대해 응원해 주는 고마운 에세이다.


칼릴 지브란의 시〈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를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대한, 가족에 대한, 관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도서와 많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중년의 삶을 바탕으로 사람의 삶을 전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삶에 대해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또, 삶을 접하는 지혜로운 자세에 대한 생각을 넓고 깊게 만들어주고 있다. 50대를, 중년을 준비하는 20대와 30대가 읽으면 더 커다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작가와비평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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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카를 위한 소나타
아단 미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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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카를 위한 소나타ラブカは靜かに弓を持つ는 제3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아단 미오의 작품이다. 이 소설은 서점대상 2위, 미라이야 소설대상 그리고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상을 수상한 만큼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미있다. 시작부터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 결말까지 단번에 이르게 하는 몰입감이 우수한 작품이다. 주인공의 단순했던 일상에 변화를 선물한 첼로 음악을 감상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이다.


p.302. 일상은 영화나 주간지 같은 결말을 맞지 못하고 덤덤하게 이어진다.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음악'과 관련 있는 이야기를 다룬다. 저작권료. 연말연시가 되면 길거리에 울려 퍼지던 캐럴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그 까닭이 저작권료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음악 사용에 따라 부과하는 저작권료를 둘러싼 싸움을 다루고 있다. 음악 저작권 연맹과 전국적인 규모의 음악교실을 운영 중인 미카사는 저작권료에 대한 이견으로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 다치바나가 미카사가 운영 중인 첼로 강의를 수강하며 볼펜형 녹음기를 켠 순간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치바나는 연맹의 자료실에 근무하는 직원이다. 결국 적의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최전선에 투입된 스파이가 된 것이다. 그런데 다치바나에게는 첼로에 대한 어두운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밤마다 악몽으로 찾아와 다치바나에게 불면을 안겨준다. 그러니 첼로 교육을 제대로 수강할 수 있을까? 물론 잠입 기간이 짧다면 그럭저럭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기간이 2년이다. 다치바나의 2년은 어떻게 채워질까? 스파이 그거 아무나 못할 거 같은데 다치바나는 해낼 수 있을까?


p.95. 그러한 음색과 울림이 다치바나를 감싸고 있던 첼로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쫓아냈다. 계속 부풀어 오르던 어두운 상상력을 현실의 소리가 지워냈다.


공포의 그림자가 잠이 아니라 심연의 악몽으로 이끄는 오랫동안 치료를 받고 수면제를 처방받았던 다치바나가 어느 순간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혼자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던 그에게 모임이 생긴다. 그런 좋은 변화가 부담스럽기만 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스파이가 주는 불안함이 모든 시선을 불편하게 만든듯하다. 그렇게 위태롭던 다치바나는 엄청난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의 결정을 무색하게 만드는 '반전'이 드러난다. '라부카'의 뜻만큼이나 흥미롭고 재미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던 다치바나는 스파이 생활을 즐긴지 모른다. 하지만 결말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다치바나의 심연의 악몽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지 기대해도 좋다. 엄청 기대해도 좋다. 더 많이 기대해도 좋다.



"RHK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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