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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평점 :
스웨덴의 작가 커플인 마르 셰발과 페르 발뢰의 형사 소설 '미르틴 베크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를 만나보았다. 북유럽 범죄소설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작가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스웨덴의 당시 사회상을 고스란히 녹여놓았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지난 작품들보다 더 자세하게 당시 스웨덴의 사회상을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1970년대 스웨덴의 사회상이 여전히 오늘 우리의 사회상과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 씁쓸했다.
이전 작품들에서도 사회가 만들어 놓은 안타까운 삶을 만나볼 수 있었지만 이번 작품 속에 등장하는 범인의 상황은 너무나 안타까워 책을 덮고도 한참을 작품 속에 머물게 했다. 내가 범인의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범인의 상황이 전혀 과장된 상황이 아닌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더욱 소름 끼쳤다. 너무나 강한 현실감이 한참 동안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스웨덴 말을 알지 못하지만 제목이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제목의 뜻은 '경찰,경찰,으깬 감자'이다. 즉 아무런 감정이 없는 뜻 없는 것이다. 당시 시위 현장에서 스웨덴 경찰을 조롱하던 문구는 '포타티스그리스potatisgris' 로 '돼지 같은 경찰'이라고 한다. 제목부터 사회 부조리를 위트 있게 꼬집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문구가 사건을 엄청난 깊이의 수렁으로 빠뜨리게 된다. 작가들의 사회주의 성향이 가장 강하게 표현되고 있는 책이다.
호텔 식당에서 회사 간부들과 식사를 하던 회장이 총을 맞고 사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향력 있는 인사의 죽음은 국가범죄수사국 살인 수사과 마르틴 베크 경감을 스톡홀름에서 말뫼로 출장 가게 만든다. 왜냐하면 죽은 인물이 겉으로는 청어 통조림을 수출하고 부동산 사업을 하였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에 무기를 밀매하는 비밀사업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니 경찰 최고 수뇌부가 베크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 것이다.
p.239.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의지가 약하거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어서 몰지각한 행동으로 내모는 대도시의 무자비한 논리, 사회 시스템 그 자체였다.
베크의 친구들은 여전히 개성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고 베크도 여전히 무심한 듯 날카로운 수사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소설은 범죄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원인된 사회 부조리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 더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마지막에 들려주고 있는 베크의 속마음에 너무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엘릭시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