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고정욱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샘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25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랜 추모상(ALMA)의 후보로 오른 고정욱 작가의 381번째 신간 《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을 모든 책의 인세 1%를 기부하고 있는 아름다운 출판사 샘터로부터 선물 받아 만나보았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샘터사의 기부가 '소명'이라는 아름다움에 맞닿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소명으로 또 기업의 소명으로 사회를 따뜻하게 변화시키려는 것에서 통하고 있는 듯하다.


p.24. 야만은 이렇게 이타적 행동으로 덮이고 사라지는 것이다.


고정욱 작가와의 처음은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이의 동화책을 통해서이다. 《까칠한 재석이》시리즈를 좋아하던 아이가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깊진 않지만 긴 인연을 가진 작가다. 그래서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긴《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이 더 소중하게 다가섰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불운으로 소아마비에 걸리고 1급 장애 판정을 받은 소년 고정욱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런 불행을 딛고 일어선 작가 고정욱의 삶은 또 어떨까?


열심히 산다는 것의 정의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신념을 가지고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들려주는 '친구'의 정의도 흥미롭다.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벗이 진정한 친구라고 말하며 도반道伴으로 자동차를 꼽는다. '결핍'이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또 인간의 경쟁력을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탄력성과 유연성이라 말하고 있는 의미를 만나보면 '늘 움직이는' 삶을, 사회적인 소명을 품고 사는 작가 고정욱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p.124. 인간은 재미를 통해 삶 속에서 휴식과 깨달음을 얻는다.


다섯 개의 주제(나, 사랑, 책, 용기, 소명)로 풀어내고 있는 이야기는 '장애인'이라는 고단한 삶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는지 들려주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 촉구로 이어지고 있다. 연간 300회 이상의 강연을 진행하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이미 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강연 영상을 통해서 만나보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동안 만나본 '재미'와 '감동'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삶에대한, 나에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끄집어내고 있는 '의미'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의 모든 공이 좋아! 도넛문고 12
이민항 지음 / 다른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18년 제8회 자음과모음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민항 작가의 《너의 모든 공이 좋아! 》를 만나보았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소재로 아이들의 '꿈'을 이야기하고 있는 재미와 의미를 함께 찾는 매력적인 책이다.


야구 선수가 꿈인 중학생 희수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명 프로야구 선수의 '루틴'을 따라 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그렇게 전국 대회에 나갔고 결과를 눈앞에 둔 순간 부상을 입고 만다. 하지만 투수 희수는 자신의 꿈을 위해 다시 한번 도전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포수 대윤을 만나게 된다.


1년이라는 힘든 재활을 이겨낼 만큼 간절한,'어떻게든 야구의 끝이 다가오는 걸 막고 싶은' 투수 희수와 '야구는 그만둘 거고 주전도 아닌' 포수 대윤은 중왕 중학교 야구부 '보조'배터리이다. 처음에는 야구에 대한 열정의 차이가 대윤과 희수의 거리감으로 나타난다. 특히 대윤은 골목에서 희수가 하는 이상한 루틴을 본 탓으로 더욱더 호감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서로의 상황을 조금씩 이해해가면서 훌륭한 배터리로 성장한다. 물론 '보조'배터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아이에게도, 아직은 단념하지 못하고 다시 도전하는 아이에게도 필요한 것은 진심 어린 '응원'일 것이다. 그리고 《너의 모든 공이 좋아! 》는 바로 그 응원이다. 꿈을 향해 또 꿈을 찾고 있을 우리 아이들을 힘껏 응원하고 있는 파이팅 넘치는 책이다. 쇼팽의 강렬한 〈혁명〉과 감미로운〈이별의 노래〉를 찾아 감상하는 재미는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인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린책들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떠오르는 미국의 별'이라는 찬사 속에 데뷔한 작가 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을 만나보았다. 작가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된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는 특별함에 넘버링(85)이 된 가제본이라는 특별함이 더해진 멋진 만남이었다. 폴 오스터라는 작가와의 첫 만남은 작가의 분신처럼 이야기를 끌어가는 사이 바움 가트너라는 70대 교수가 안내해 준다. 70대의 노교수가 지나온 삶을 추억하는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책이다. 250여 페이지의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그렇게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사이 바움 가트너의 전공이 철학인 까닭인지 한 문장 한 문장에 담긴 생각이 너무나 깊고 넓다.


이야기는 노인들이 겪게 되는 신체와 정신의 노화로 인한 작은 사고로 시작된다. 바움 가트너 교수는 노화로 온 건망증 탓인지 불에 올려놓은 냄비를 잊고 만다. 그리고 그 냄비를 맨손으로 잡으며 그날 첫 사고를 맞이한다. 그러고는 검침원을 지하로 안내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 사고를 당한다. 계단에서 넘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사고들을 기점으로 주인공은 추억에 빠져든다. 이제 이야기는 20대의 바움 가트너가 등장하고 40년을 함께하다가 바다 수영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아내 애나와의 기억 속으로 흐른다.


p.155. 옳은 선택이냐 그른 선택이냐는 없고, 둘 다 결국에는 그른 것이 되어 버릴 옳은 선택만 둘 있는 상황이었다.


애나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 결혼 그리고 이별. 너무나 가슴 아픈 이별에 바움 가트너는 '그날' 사고가 있기 전까지 아내와의 추억을 정리할 시간을, 여유를 갖지 못한지도 모르겠다. 사고 이후 바움 가트너는 많은 철학적 사고들을 애나와의 추억을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를 기억하며 정리해 나간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아내와의 통화도 들려주고 외할아버지의 고향 이야기를 통해서 우크라이나의 슬픔을 알려준다.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가며 현실과 꿈을 오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쩌면 폴 오스터라는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죽기 전에 옮겨 놓은 것 같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것이 착각이든 오해든 작가의 글은 엄청난 밀도로 이어졌고 그 속에 담긴 문장은 단 한 문장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촘촘하게 이어지는 깊이 있는 사유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삶에 대한 철학을 고스란히 글로 옮겨놓은 듯한 매력적인 책이다. 정말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담아 놓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바움 가트너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처음부터 끝까지 애나로 향하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움 가트너가 들려주는 삶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 - 한 권으로 읽는 유럽 도시의 시공간
양진석 지음 / 와이즈베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와이즈베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TV프로그램 〈러브하우스〉 출연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건축가 양진석이 들려주는 유럽 건축사 수업에 참여해 본다. 제목에 있는 '수업'이라는 단어가 추억을 소환했고 그렇게 20여 년 전 강의실에 앉아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 통해서 저자의 재미난 건축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로마와 비로마라는 키워드로 유럽의 건축사를 유럽의 역사와 함께 흥미롭고 재미나게 들려준다. 수업 시간이라면 늘 친숙했던 졸음신의 방문도 없이 1장 그리스·로마 건축부터 마지막 페이지 부록'로마와 비로마 양식 한눈에 보기'까지 단번에 만날 수 있었다.


유럽 건축사의 흐름 순서대로 6개 장으로 구성된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볼 것'이 많다는 것이다. 건축이론과 건축 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사진과 그림을 담고 있다. 그런데 사진과 그림 밑에 제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 속 건축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달려있다. 해당 장에서 다룬 건축 사조가 현대에는 어떻게 이어졌는지도 해당장 마무리에 보여주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건축용어'를 따로 모아서 설명할 만큼 디테일한 '설명'에 있다. 꼼꼼하고 촘촘한 설명은 각장의 끝자락에 해당 장에서 다룬 건축 사조를 키워드로 정리해 주는 '키워드로 정리하는 ○○ 건축'으로 이어진다. 건축사를 다루고 있지만 유럽의 역사를 만날 수 있고, 건축 사조를 통해서 예술 사조를 만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덤으로 만나게 되는 당시 시대상과 사회상은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다. 또 건축 사조간의 비교로 각 사조의 특징을 알 수 있다는 점도 커다란 장점이다.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고전주의(그리스·로마)로부터 비잔틴, 고딕, 르네상스 그리고 바로크·로코코에 이어 현재로 이어지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건축사 이야기를 많은 자료들과 함께 보여준다. 중간중간 만나는 저자의 멋진 그림도 보는 재미를 배가 시킨다. '매너리즘'이 가진 또 다른 의미를 처음 알게 된 지적 즐거움도 있었고, 유럽에서 가장 높은 탑(161m)을 가진 고딕 양식 건축물도 만날 수 있었다. 아르누보의 대표 작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를 비롯한 많은 건축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정말 멋진, 매력적인 수업을 담은 교과서보다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휘슬링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일반문학과 아동, 청소년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생태 작가 이상권《휘슬링》을 만나보았다. 특서 청소년문학 43번째 작품인 《휘슬링》은 제목처럼 가볍게, 흥미롭게 시작한다. 수채 가족은 강아지를 입양하고 '덤덤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덤덤이가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도 한다. 물론 이사한 목적은 수채와도 관련 있지만.


p.26. 대체 숲이란 어떤 힘을 갖고 있을까. 왜 이런 낯섦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할까.


유쾌하게 시작한 이야기는 이내 중학생 수채의 불안한 어둠에 맞닿으며 무겁게 흐리기 시작한다. 정말 다양한 문제들이 어린 수채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이야기를 접하는 내내 어른도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십 대 수채를 힘들게 하는 심적 불안은 모두 어른들이 만든 것 같아서 미안하고 또 안쓰러웠다. 자신의 개를 지키겠다는 이유로 들개들에게 몹쓸 짓을 한 것도 어른들이고, 자신의 아이를 지키겠다고 다른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도 어른들이다.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함께'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에게는 남들과의 '관계'가 필연적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은 '함께'라는 개념이, 배려라는 개념이 낯설고 서툰 10대 아이들에게 '우리'라는 테두리 속에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은 힘들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미주는 혼란스럽고 불안한 날들을 힘겹게 버틴다. 그런 수채에게 유일하게 힘이 돼준 것이 덤덤이이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주는 휘파람이다. 수채에게도 자신의 편이 되어준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도 어른들에 의해 멀어진 지금 수채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아니 누구일까?


함께, 배려라는 개념이 낯선 아이들은 그 까닭으로 상처의 깊이도 깊고 치유 기간도 오래가는 듯하다. 아이들의 그런 상처를 이 책《휘슬링》은 강아지와 숲이라는 자연으로 감싸주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무게감을 더할수록 따뜻함도 더해지는 듯하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들개들과 집개들도, 개성 강한 중학생 아이들도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휘슬링》을 통해서 아이들은 '우리'와'함께'라는 낯선 개념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또 '우리' 속에 '나'가 아니라 진정한'나'로서 살 수 있는 힘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힘든 과정을 겪고 각자 자신들의 길을 선택한 친구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수채도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용기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든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슬프게 불던 휘파람을 신명 나게 불 수 있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