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 - 서른둘, 나의 빌어먹을 유방암 이야기 삶과 이야기 3
니콜 슈타우딩거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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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과 비례해서 몸은 조금씩 약해진다. 하지만 예상치못한 아픔이 찾아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서른둘이라는 젊은 날에 드리운 어둠을 어떻게 거둬낼지 무척이나 기대된 책이다. ‘유방암 투병기‘ 라기보다는 가족들간의 ‘사랑일기‘인듯하다. 깊은 감동이 한참을 주위를 맴도는 향기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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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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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7. 내 남은 평생 언니는 죽고 또 죽을 것이다. 슬픔은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 일부가 될 것이다. 걸음걸음마다, 들숨 날숨마다.

 

 

 

우리들 삶 속에 강렬한 기억으로 새겨지는 것들이 있다. 타인에 의한 것들은 트라우마가 되고 자신에 의한 것들은 추억이 된다. 하지만 강렬한 무언가가 동시에 발생해 충돌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만들게 될까?

 

 

 

p.200. 오늘 아침 처음을, 잠에서 깨자마자 떠오른 사람이 언니가 아니라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 죄책감은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 선명해질수록 점점 힘을 잃어갔다.

 

 

 

잰디 넬슨의 장편소설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에는 '애도''첫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이 충돌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담고 있다. 방랑벽이 있는 엄마는 한 살 때 떠나고 할머니와 삼촌 그리고 언니와 함께 살던 열일곱 살 레니에게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너무나 큰 슬픔이고 아픔이었다. 언니의 데이트도 함께 갈 만큼 레니에게 언니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모든 것을 함께하는 자매는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할머니의 말을 믿고 엄마의 부재를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영영 돌아오지 못할 언니의 부재는 남은 가족들 모두를 상실의 어둠에 갇아놓는다. 특히 제니는 언니와 함께하던 방에서 언니 옷을 입고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슬퍼하기에도 벅찬 감정에 첫사랑이 더해지면서 레니는 혼란스러워한다. 어둠의 그림자 속에 숨은 레니에게 두 남자가 다가선다. 한 명은 언니의 애인 토비이고 한 명은 프랑스에서 전학 온 '초대박' 조이다. 토비는 레니의 아픔과 슬픔을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고, 악기도 잘 다룬다. 그리고 너무나 잘생긴 조는 레니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람이다. 누구와 키스를 먼저 하게 될까? 언니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에 빠져살던 레니가 키스를?

 

 

 

p.361. 우리의 머리, 우리의 심장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한꺼번에 발생해 뒤죽박죽 부딪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난장판이다.

이야기는 틀림없이 슬픈데 미소 짓게 된다. 아니 웃게 만든다. 언니를 애도하며 첫사랑도 해야 하는 레니처럼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죽음은 첫사랑에 묻어야 하는 것일까? 애도의 눈물은 첫사랑의 환희로 바뀌게 될까? 언니가 죽기 얼마 전부터 엄마 찾기에 몰두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니는 토비를 찾는다. 그리고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p.177."그건 착각이야, 레니.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네 발치에서 시작하지."

 

 

 

누군가와의 이별은 상실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의 설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은 언제 어떻게 접하더라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낸 열일곱 소녀의 당찬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면 만나보아도 좋다. 하지만 슬픔과 기쁨, 눈물과 웃음을 오가는 급격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탈 각오를 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는데 금방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레니의 메모가 담긴 노트, 종이컵 등의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지나쳐 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사진에 닿게 된다. 마지막 사진에는 어떤 글이 적혀있을까? 사진 속 구겨진 종이에 담김 깊이 있는 글을 만나는 즐거움은 감동과 함께한다.이 소설은 감동과 재미가 50 대 50인 것 같다. 웃으면서 읽었는데 마음은 무거운, 또 눈물 흘리며 접했는데 기분이 유쾌한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벌써부터 작가의 두 번째 작품『태양을 너에게 줄께』가 기다려지는 까닭이다. 묘한 매력. 위트 있는 문장으로 눈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매력을 다시 한번 접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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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앤닥터 육아일기 1 - 임신과 출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1
닥터베르 지음 / 북폴리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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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공학 박사가 쓰고 그린 육아일기를 만나보았다. 웹툰을 단행본으로 옮겨 보여주는 책으로 임신에서 출산까지 보여주고 있다. 출산 후 건강 관리까지 <닥터 앤 닥터 육아일기 1>에 담고 있어 두 번째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진다.

동물 캐릭터들을 활용해서 재미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들려주며 차분하게 풀어가던 이야기는 산부인과 의사인 닥터 안다의 임신으로 축제 분위기가 된다. 논문에나 등장할만한 데이터들을 보여주며 임신의 어려움을 보여주며 행복을 만끽한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임신에 대해, 육아에 대해 의사로서가 아니라 부모로서 하나둘 알아갈 때쯤 유산을 경험하게 된다. 그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보면서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그림도 밝고 글도 위트가 넘치는데 '유산'이라는 커다란 상처 모든 밝고 즐거운 것들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아내의 유산으로 힘든 경험을 해보았기에 엄마 안다와 아빠 베르의 심정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유산은 다섯 명 중 한 명이 경험한다고 하지만 직접 겪은 유산은 꼭 우리 부부에게만 일어난 일 같았다. 마치 우리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아이를 잃은 것 같다는 죄책감이 수시로 찾아들었다.

하지만 상실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날 때쯤 아니 새로운 임신을 알았을 때쯤 죄책감도, 상실감도 자취를 감추게 된다. 베르와 안다의 임신 소식을 보면서 내가 더 행복하게 느끼며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세 번의 유산 후에 낳은 아이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본격적인 육아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육아를 힘들어하는 베르가 불쌍하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아이의 미소를 보고 싶다면 앞으로 더 열심히 육아에 신경서야 할 것이고 천사의 미소를 보았다면 그 가치에 보답해야하기 때문에 더욱더 열심히 육아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 소중한 에피소드들을 다시 또 책으로 담아 보여주길 바란다. 기다릴 줄 모르는 내게 웹툰은 너무나 힘든 만남의 방법이다. 종이책으로의 두 번째 만남을 기대한다. 본격적인 육아에서는 어떤 재미와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보여줄지 무척이나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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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삼환 지음, 강석환 사진 / 마음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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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2. 길은 누구나 갈 수 있지만 그 누구도 갈 길이 미리 정해진 건 아니다. 가고 싶어도 끝내 갈 수 없는 길이 있고, 가고 싶지 않아도 운명처럼 가야 할 길이 있다.


준비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이별로 무너진 가슴을 다시 조금씩 쌓아가는 저자의 걸음을 따라가본다. 저자 김삼환은 친척들과 떠난 즐거운 여행길에서 아내와 영원히 이별을 하고 말았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은 저자를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길'로 내몬다. 그렇게 이 에세이는 시작한다. 길위에서.

 

p.110. 내 삶을 지탱하는 기둥은 몇 개일까?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의 시작 문장은 '아내가 떠났다. 내게는 온다 간다 말도 없이 긴 여행을 떠났다.'이다. 시작부터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저자의 슬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길을 걸으며 눈물을 흘리는 이가 있다면 모른척해주어야 겠다. 어쩌면 저자일지도 모르니.

 

p.42.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더라도 자신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항상 자기 눈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 책은 총 4장로 구성되어있다. 1장 나는 떠났다, 2장 나는 그리워했다, 3장 나는 걸었다 그리고 4장 나는 가르치고 배웠다로 구분하고 있지만 큰 감정의 흐름은 아내를 잊지못해 먼 나라 사막까지 온 저자의 사랑이야기인듯하다. 과거 아내와의 사랑, 현재 자기자신에대한 사랑 그리고 한국을 좋아하는 학생들과의 미래 사랑. 북극성으로 아무 말없이 먼저 여행을 떠난 아내와의 사랑은 길에 나서게 했고 아주 먼 거리를 걷게했다. 그리고 그 길은 사막이라는 봉사 현장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봉사현장에서 만나게된 학생들의 미래로 이어진다.

 

p.219. 나를 모두 버리고 너에게 물든다는 것.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오랜 직장 생활을 은퇴한 저자의 깊은 사유가 자신의 경험담과 조화를 이루며 펼쳐진다. 슬픔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물은 보이지 않는다. 상처는 보이지만 상실은 보이지 않는다. 북극성에 있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자기자신의 자존감을 완성하는 길일 것이다.


p.115. 우연처럼 지나갔던 일 하나하나가 추억이 된다.

p.112. 그저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살면 된다.

우즈베키스탄의 사막에서 마주하게되는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짧은 문장들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쉽게 책장을 넘길 수는 없었다. 생각의 빠져 아름다운 시구(詩句)같은 문장들의 숲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 때문이다. 어찌나 많은 문장에 체크를 해두었던지 다시 보려면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할 것 같다. 아내와의 이별이 준 상실감을 이겨내고 사막을 지나고 있는 저자의 걸음이 더욱 힘찬 발걸음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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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 - 대청 외교와 『열하일기』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 서가명강 시리즈 16
구범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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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유익하고 흥미로운 강의를 엄선하여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양과 삶에 품격을 더하는 지식을 제공하는 서가명강(울대 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열여섯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중국 근세사를 전공한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교수 구범진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이다.

 

청나라와 조선의 외교를 다루고 있는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를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밝히고 있다.

"『열하일기』속의 '열하 이야기'가 사실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는 나의 발견과 1780년을 분수령으로 조선과 청의 관계가 크게 달라졌다는 나의 핵심 주장을 독자와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다."p.10.


조선시대 북학파를 대표하는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를 읽어 본 이들은 많지 않겠지만 그 책과 저자는 모르는 이들이 드물 것 같다. 그런 열하일기가 '사실'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는 놀라운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매년 사신을 보내 조공을 주고받던 조선과 청의 상황이 변화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변화의 시점을 콕 집어 1780년이라고 제시하는 까닭은 또 무엇일까? 무척이나 흥미로운 두 가지 주제는 이 책을 읽는 충분한 재미를 준다. 그런데 저자는 두 가지 주장에 이르는 동안 정말 많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재미와 흥미를 배가시켜준다.


영조는 죽을 때까지 청은 곧 무너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조는 달랐다. 청과의 원만한 관계를 원했고 그런 바람에서 1780년이라는 시점이 등장한다. 정조 때 사신 일행의 부사 윤급은 일기에 "날을 보내기가 어렵다."(p.82.)라고 쓸 만큼 조선의 사신들은 청의 홀대를 받았다. 정식 행사라고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1780년 이후 사신들은 청의 황제가 주최하는 행사에 초대받으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왜 갑자기 홀대에서 환대로 바뀌게 된 것일까?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힌트라면 1780년 8월은 청의 황제 건륭제의 칠순이었다.


조선의 사신들은 일반적으로 청의 수도 베이징에 머문다. 그럼 사신들은, 박지원은 어떻게 만리장성 밖의 열하를 다녀올 수 있었을까? 그곳에는 청의 황제들이 여름을 보내던 '피서산장'이 있다. 사신은 일반적으로 연초에 도착하는데 이들은 왜 한여름에 베이징에 갔을까? 열하에 있는 황제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청나라 황제의 정치적인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 이야기도 흥미로우니 꼭 만나보길 바란다.


열하의 피서산장에서 칠순 진하 특사 일행은 특별한 만남을 갖게 된다. 티베트 불교에서 달라이 라마에 버금가는 종교적 권위를 지니는 전생활불轉生活佛 판첸 라마를 황제의 권유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판첸 라마로부터 불상을 하나 받게 되는 데 이 선물이 『열하일기』의 기록을 변질시켰다는 주장의 단초가 된다.

 

연암은 8촌 형 박명원의 덕으로 사신 일행이 된 하급 수행원이었다. 그러니 황제의 축하연에 참석할 수도 없었고 박명원과는 다른 행적을 보인다. 그런데 형 박명원이 불상을 받았고 황제가 준 것이라는 오판을 한 것이다. '봉불지사'라는 오명을 쓴 형을 위해 아우 박지원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박지원의 선택을 떠나서 '주자학'이라는 틀에 갇힌 경직된 조선 사회의 어둠을 또 한 번 목도하게 되어 씁쓸했다. 누가 주었든 복을 기원하는 선물을 굳이 마다할 필요가 있었을까? 신념은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못된 신념은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이들을 거부하게 하고 결국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것 같다.

 

『열하일기』는 우리에게뿐만 아니라 동북아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사료라고 한다. 열하에서 있었던 청 황제와 판첸 라마와의 만남을 제3자의 시각으로 기술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는다고 한다. 그런 『열하일기』에 담긴 조선과 청의 이야기를 당시 동북아 정세와 함께 쉽게 풀어내 재미나게 들려주고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준 매력적인 책이다.

"21세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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