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 달달북다 4
이희주 지음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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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도 퀴어 소설도 자주 접하는 장르는 아니다. 그래서 이번 달달 서포터즈 2기를 통해서 만난《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와의 만남이 더욱 소중했다. 이성 간의 사랑이 등장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로맨스 소설은 처음인지라 설레기도 했지만 무언지 모를 불안함도 있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그 불안함은 안도감으로 바뀐다. 남동생이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전개되는 소설이었던 것이다. 남동생 나루세는 누나에게 자신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루세는 어려서 겪은 사건으로 인해 귀신을 볼 수 있는 아이였다. 성장하면서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다름'을 숨긴다.


p.15. 때때로 흔들리던 믿음이 현실이 된 건 내가 자란 덕이 아닌 멀쩡한 척을 하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었고요.


그렇게 성인이 된 나루세에게 만지면 차갑지만 곁에 있으면 따뜻한 사랑이 찾아온다. 죽은 이의 못다 이룬 욕망을 먹는 괴이(귀신)와의 사랑은 어떻게 전개될까? 3시간 먼저 나온 쌍둥이 누나는 어떤 사람일까? 3시간 먼저 나온 누나에게 존댓말로 편지 동생 나루세는 어떤 사람일까? 70여 페이지의 짧은 분량의 단편 소설이기에 스토리 소개는 이 정도까지 하는 게 좋을듯하다.


다름을 주제로 만들어낸 엄청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퀴어라는 거부감보다는 사랑이라는 가슴 설렘이 더 컸던 책이다. 이희주 작가의 다른 책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서점을 찾게 만든 책이다. 천재적인 스토리텔러가 들려주는 '작업 일기'는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모든 문장을 곱씹어 봐야만 했을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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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창비아동문고 339
진형민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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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 작가 진형민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창비 아동문고 339《왜왜왜 동아리》의 주인공들은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이다. 혼자 놀고 싶어서 동아리를 만든 이록희를 중심으로 박수찬, 조진모 그리고 한기주 네 친구의 동아리 활동이 주된 이야기다. 그런데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주의 첫 의뢰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꿈꾸던 록희의 귀찮니즘은 사라진다. 네 친구들 한 친구의 '이름'을 볼 때마다 웃음이 터져서 이야기를 읽고 한동안 고생했었다. 머릿속에 그 단어가 자꾸만 맴돌아 시도 때도 없이 웃었다. 참 유쾌한 책이다.


p.112.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망치려 하는 어른과 같은 팀을 할 수는 없었다.


록희와 아이들은 기주의 강아지 다정이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이 재가 돼버린 '산불'현장을 찾는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아이들의 '왜왜왜'라는 질문의 방향은 지구 환경이라는 주제로 향한다. 그런데 두 번째 의뢰인 진모는 자신의 누나 진경이 금요일마다 등교를 하지 않는 까닭을 알고 싶어 했다. 중학생인 진경은 왜 금요일마다 학교를 가지 않는 것일까? 이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환경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다. 석탄 발전소 건립으로 삶의 터전이었던 바다와 모래사장을 잃은 어른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용기 있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멋진 책이다.


아이들은 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환경에 대한 다섯 가지 질문을 게시하고 그 해답을 들려주며 지구온난화가 만든 환경 파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주장의 중심에 시장이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건설 중인 석탄 발전소의 건설 중단이 있다. 이제 '왜왜왜' 동아리의 아이들과 시장과의 승부는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승부가 펼쳐지려는 순간 많은 기자들 앞에서 시장이 몸 상태를 핑계로 빠르게 자리를 벗어난다. 시장이 록희 친구들과의 토론을 피한 까닭은 무엇일까?


환경이라는 먼 문제를 아주 가까이 가져와 우리 주변의 문제들이 어떻게 지구 환경과 이어지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로 보여주고 있다. 지구 환경 문제가 '강 건너 불'이 아니라 우리 마을 불, 우리 집 불이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창비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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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이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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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0. 인간들이 숭배하는 것이 성자인가, 고통인가? 내가 보기에는 고통 쪽에 저울이 좀더 무거웠다.


현대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그리고 젊은작가상을 3회 수상한 화려한 수상 경력의 작가 김성중이 등단 16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인 장편소설《화성의 아이》를 만나보았다. 지금까지 만나본 연작 소설 중에서 가장 독특한 소설이었다. 스토리는 미래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평범한 환상 소설 같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들의 구성이 너무나 파격적이었다. 여덟 명?의 화자話者가 각자의 입장에 이야기를 들려주며 전체적인 스토리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화자들은 중요하다. 그런데 그 화자들의 구성이 파격적이다.


먼 미래 300년 뒤 화성에 도착한 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한다. 실험실에서 탄생한 인간의 모습을 한 실험체 루는 긴 우주여행 끝에 화성에 도착해서 심상치 않은 이들을 만나게 된다. 어라?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고? 여기서부터 우리가 알고 있던 화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그런데 만난 이들이 탐사로봇과 수다쟁이 개다. 탐사로봇 데이모스까지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 개의 이름이 라이카이다. 인간보다 먼저 우주에 나갔던 생명체 라이카. 즉 죽은 개의 혼령을 만난 것이다. 심지어 이 녀석은 말도 한다. 세 번째 화자이기도 하다.


루는 아이를 임신 중이었고 그 아이는 두 번째 화자 마야이다. 마야를 출산한 루는 죽게 되고 로봇 데이모스와 개 혼령 라이카가 마야를 정성으로 키운다. 아무도 생존할 수 없는 공간에서 마치 한 가족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오늘을 산다. 그렇게 내일을 꿈꾸며 화성 살이를 이어가던 이들에게 진짜 인간 키나가 등장하면서 자신들만의 낙원으로 가꾸어놓은 화성에 인간들이 도착한 것을 알게 된 마야와 라이카, 데이모스는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키나는 눈꺼풀이 없다. 왜 그렇게 된 걸까? 생각만으로도 섬뜩한데 마야는 전혀 개의치 않고 절친이 된다.


이제 남은 세 화자들은 정말 너무나 환상적이고 파격적인 화자들이어서 직접 만나보길 바란다. 여덟 번째 화자의 이름을 접하고 무언가 잘못된 줄 알았다. 앞에서 언급된 이름이기는 하지만 화자로 등장할 줄은 몰랐다. 유쾌한 유머가 넘치는 혼령 라이카와 열다섯 살 사춘기 소녀 마야가 만들어내던 재미난 이야기의 흐름은 미래를 보는 소녀 키나의 등장과 함께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그런데 정말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마야는 웃음을 선물한다. 순진함이 만들어낸 용기일까? 엄청난 비밀로 다가서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게 펼쳐진다. 여섯 번째 화자 '남자'는 왜 온몸에 똥을 바르는지 특히 여덟 번째 화자는 누구인지 꼭 만나보길 바란다.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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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한눈에 보이는 책방도감 - 공간 디자인으로 동네를 바꾼 일본의 로컬 서점 40곳
건축지식 편집부 지음, 정지영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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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일까? 아마도 건축가도 공간 활용에 대해서는 빠지지 않는 능력을 가진 전문가일 것이다. 건축가들이 설계한 일본의 작은 서점들에서 공간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낸 일본의 건축 전문 월간지「건축지식」 편집부의 책 디자인이 한눈에 보이는 책방도감本屋圖鑑을 만나보았다. '실무에 도움이 되는 주제를 다룬다'라는 목표를 가진 잡지의 편집부에서 만든 책답게 소규모 책방 운영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도서 구입부터 진열 방식까지, 전면부 조명부터 고객 동선까지 책방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실제 사진 자료들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책을 열면 재미난 만화 캐릭터가 매일 외치고 싶은 이야기를 외치고 있다. 창업. 와나타는 '작은 동네 책방'을 운영하겠다고 사표를 던진다. 과감하게. 하지만 전혀 준비된 것은 없고 무지가 만든 용기만 있는 와나타가 던진 화두를 시작으로 작은 규모 서점들의 평면도와 사진들을 보여주며 작은 책방 운영에 대해 촘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점 콘셉팅]을 통해서 본문에 소개한 서점들의 콘셉트를 분석해 주고,[매장 운영]을 통해서는 실제 책방 운영자들이 자신들의 운영 노하우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일본 각지에 있는 특색 있는 40개의 로컬 서점들의 출입구부터 조명, 바닥 마감까지 정말 작은 서점 운영의 'A to Z'인듯하다. 1897년부터 120여 년의 전통을 가진 건축서 전문점 '류류도'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적당한 콘셉트 concept와 다양한 콘텐츠 contents가 있다면 백 년을 이어가는 멋진 '동네 책방'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사진과 그림들이 많아 전문성이 떨어질 것 같지만 '회전율을 높이는 진열 방식','절도 애 대한 대책' 등의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서점 운영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최대 출판사의 매출이 '백억'단위인데 반해 일본의 3대 메이저 출판사 매출은 '조'단위라고 한다. 인구 차이도 있지만 독서 인구의 차이는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출판계가 호황을 맞았다고는 하지만 '동네 책방'들은 이번에도 비켜갈듯하다. 일본의 동네 책방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동네 책방을 꿈꾸고 있는 창업 희망자와 작은 책방 운영자들에게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 같다. 6평에서 100평 규모의 서점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 나갈지 실제 운영자들의 인터뷰도 함께 싣고 있어서 책방 창업 실용서로서의 가치가 차고 넘치는 책이다.



"현익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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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수의사, 희망을 처방합니다
린리신 지음, 차혜정 옮김, 홍성현 감수 / 모모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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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문화부 제5회 TV극본 창작상을 받고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린리신의 장편소설 《낭만 수의사, 희망을 처방합니다》를 만나보았다. 유머 속에 감동이 숨어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유쾌한 웃음 속에 코끝 찡한 눈물을 담고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수의사인 저자의 경험이 녹아들어 실감 나는 에피소드들로 채워진다.


잠깐의 실수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다섯 명의 수의학과 4학년생들이 2주간의 마사 청소로 다시 기회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루산, 자하오, 이민,MJ 그리고 복학한 청한까지 정말 확실한 캐릭터를 가진 다섯 명이 만들어내는 좌충우돌 5학년 적응기가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이다. 대만 수의학과는 5학년 때 실습을 하고 그 결과로 졸업 여부를 가늠하게 된다고 한다. 그 5학년 실습을 함께 하게 된 다섯 명의 조원들의 이야기이다.


너무나 다정다감하지만 성적은 낙제에 가까운 자하오를 돕는 나머지 조원들의 우정과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윤곽을 드러내는 사랑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런 이야기의 단골 캐릭터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수재 역할은 이민이 맡는다. 하지만 결말에서 이민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놀라운 결정을 한다. 무엇이 이민을 그렇게 변하게 한 걸까? 청한의 비밀은 무엇일까? 뮤지션을 꿈꾸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MJ의 선택은 무엇일까? 첫사랑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루산은 또 다른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런데 가장 궁금한 건 이들이 모두 수의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다섯 명의 개성 있는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매력적이었지만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상처 입은 동물들을 통해서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 흘리는 눈물을 통해서 종을 뛰어넘는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또 상처받은 동물들을 치료하면서 자신들도 성장해가는 인간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모모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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