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실력, 장자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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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장자 해석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초대 건명원建明苑 원장을 역임한 최진석 교수의 이야기를 다시 만났다. 언제 만나서 언제 들어도 늘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놓는 엄청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가진 철학자 최진석《삶의 실력, 장자》에서도 그 능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p.134. 철학을 공부하고 싶으면, 우선 과학을 공부하십시오.


《장자》원문을 제시하고, 해석하고 다시 그 속에 숨은 뜻을 설명하는 구성으로 《장자》33편 중에서 〈우언〉편, 〈추수〉편, 〈소요유〉편 그리고 〈제물론〉편 일부를 담고 있다. 거기에 '장자 사상의 배경(1장)'을 시작으로 장자 사상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이 간략한 중국 철학사와 함께 실려있어서 지적 호기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공자가 '덕의 파괴자'라 칭한 '향원'과 장자의 '우물안 개구리'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장자》의 철학사적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가 '나가며'에서 《장자》의 10분의 1분량을 담았다고 말하고 있듯이 《삶의 실력, 장자》에서는 《장자》의 모든 내용을 만날 수는 없다. 하지만 《장자》속에 숨어 있는 깊은 사유는 충분히 만날 수 있다. 또, 춘추전국시대의 장자가 보여주고 싶었던 생각을 오늘 우리 상황에 견주어 들려주고 있어서 너무나 크게 '공감'하며 만날 수 있다. 너무나 훌륭한 조력자를 통해서 《장자》의 매력을 촘촘히 둘러볼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p.251. 도가적 경지에 이르는 출발은 노력입니다. 두껍게 쌓는 것입니다.


중국철학 도가 하면 '현실을 벗어나려는 사상'이 떠오른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오해라고 이야기하며 그 근거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현실에 개입하는 방법이나 태도가 유가와 다를 뿐 도가도 유가와 마찬가지로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로 가득 찬 사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을 표기하는 글자 기己, 아我 그리고 오吾가 가진 의미를 알려 주는 것도 흥미롭다. 특정한 가치관이나 이념, 진영에 빠진 나를 회복할 수 있는 길로 장자에서 제시한 '오상아吾喪我'란 무엇일까?


노자는 《도덕경》에서, 장자는《장자》에서 우리의 두께를 묻고 있다. 우리 가운데 한 명으로 살 것인지, 고유한 나로 살 것인지 묻고 있다. '좋은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 말하고 있다. 자잘한 이념과 특정한 가치와 굳은 신념에 갇히지 말고 《삶의 실력, 장자》가 알려주는 '자쾌'를 꼭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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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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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처음 느낌은 제목이 비슷한 유쾌한 소설과 비슷하다. 그런 느낌은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 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라는 부제가 확신을 준다. 하지만 유미 작가가 들려주는 '간병기'는 옅은 미소보다는 진한 슬픔이 묻어난다. 더욱더 그렇게 느끼게 된 건 아마도 3월 말 담도암 수술을 받은 형님께서 힘들어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님의 초점 없는 눈을 보았을 때는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에세이 속 어머님께서는 세 번(유방암, 신우암, 폐암)의 암 수술을 겪으시고 다시 뇌종양을 판정을 받으셨다고 하니 얼마나 힘드셨을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리고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은 또 어떠했을지. 이야기는 '삶의 질에 비해 죽음의 질이 너무나 떨어진다'(p.204)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노인 돌봄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너무나 많이 보이고 또 그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p.40. 응급실에서 엄마는 존엄성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처리해 줘야 할'대상'이었다.


안전이냐 자유냐 또 보호냐 자기의지냐 라는 서로 절충되기 힘든 관점의 충돌을 일상이 무너진 가족의 시선에서 너무나 차분하게 그리고 있어서 더욱더 집중해서 글을, 문장을 따라가게 하고 있다. 누군가의 죽음은 남은 이들에게 많은 숙제를 남긴다. 그리고 그 숙제는 회한으로 남아 깊은 아쉬움 속에 잠기게 한다. 아쉬움이 그리움이 되고 좋은 이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또 인생의 마지막을 내 마지막 자존감을 지키며 마무리할 수 있기를 이 책은 바라고 있다.


이 책은 삶에 대한 열정으로 힘든 투병을 또 간병을 하고 있을 사람들에게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선물하고 있다. 또 연로한 부모님을 둔, 오늘을 살고 있는 자식들에게는 간병이라는 어려움을 직시할 수 있도록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와 4번의 암 수술을 이겨내고 조금이나마 일상을 찾은 저자의 어머님께서 함께 출연한 EBS 3부작 다큐프라임〈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죽는 것보다 늙는 게 두려운"편에서 의료인류학자 송병기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왜 가슴에 남는가 하는 질문에 답은 이 책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나의 목소리, 나의 서사가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이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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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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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수많은 괴담과 전설이 존재한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누가 시작했는지도 모를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온다. 마치 전통처럼. 특히 학교의 밤은 이야기보따리가 풀리는 시간이다. 2021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허남훈밤의 학교에 그린 학교의 밤은 어떤 모습일까? 책 표지에 비행기 조종사 복장 속 사람은 또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강운 고등학교의 밤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 놓을까? 무엇을 상상하더라도 그보다 더한 상상력의 진수를 만나게 될 것이다.


허남훈이라는 작가와의 첫 만남은 놀라움 그것이었다. 역사에 작은 허구를 더해 엄청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이야기는 현재에서 일제강점기로, 하얼빈역에서 다시 강운 고등학교 교실로 숨 가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시작한다. '진지한 얼굴로 딴짓을(p.32)' 하는 강운 고등학교 아이들이 귀가한 후 교실에서 '밤'에 벌어지는 환상적인 이야기가 소설의 큰 흐름이다. 시공간을 넘어 다니며 어제와 오늘, 하얼빈역과 교실에서 안중근 의사를 만나고 백범 김구 선생을 만나며 독립운동의 중심에 서게 되는 아이들의 환상적인 이야기이다.


유학생 윤동주를 만나고 고등학생 권기옥을 만나는 공간은 학교 교실이다. 그런데 그 교실에는 하얼빈역이 있고 기차가 달리고 임시정부도 있다. 역사적인 만남이 즐거웠던 기웅, 은서, 그리고 지환은 이제 역사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찾는다. 그런데 그들이 일제강점기로 들어가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만약 아이들의 뜻대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우리 역사는 조금 어쩌면 많이 변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백범 김구 선생을 만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해임시정부로 향하는 아이들의 시간 여행은 지환과 기웅의 취미에서 시작되었다. '실체 엽서'모으기. 실제 사연이 담긴 오래전 엽서들을 모으던 지환은 흥미로운 내용의 오래전 엽서와 마주하게 되고 이내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과 마주하게 된다.


p.12. "중국 쿤밍에 잘 도착했습니다. …(중략)…내일 항공 학교로 갑니다. 선생님, 저는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퍼붓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을 함께할 준비가 되었다면,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기차의 스피드를 따라갈 준비가 되었다면 학교의 밤으로 들어오길 바란다. 역사 소설이 주는 깊이 있는 의미와 판타지 소설이 주는 신비한 재미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요점을 빼곡하게 정리해둔 '주석'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시간여행의 끝에 세 아이들이 찾고 만들어낸 의미는 그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다. 아이들에게, 아니 아이들과 함께 역사 속으로 떠나는 소중한 시간 여행을 선물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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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영화 레시피 - 10대의 고민, 영화가 답하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9
김미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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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열아홉 번째 책마녀의 영화 레시피을 만나보았다. 특별한서재에서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인문교양 함양을 위해 출간하는 멋진 시리즈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의 열아홉 번째 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이번 이야기의 특징은 책의 부제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10대의 고민, 영화가 답하다'


《쇼호스트 엄마와 쌍둥이 자매의 브랜드 인문학》에서 만났던 김미나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주인공들 간의 대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두 자매가 질문을 던지고 엄마가 답하면서 십 대들에게 지혜로운 소비 생활을 들려주었다면 이번 작품 《마녀의 영화 레시피》에서는 중학생 준희가 묻고 '마녀'가 답한다. 그런데 의미 있는 질문에 마녀의 외양 묘사가 수상하다. 준희는 '마녀'를 어디에서 왜 만나게 된 걸까? 모범생 언니와 명문대생 오빠를 둔 준희의 삶이 힘든 까닭은 무엇일까?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어른들도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해 볼 거리를 준다는 것이다. 미래의 행복을 담보로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고 학원 순례를 계속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정말 너무나 안타까울 때가 많다. 명문대 나와서 좋은 직장 갖는 게 정말 행복일까?


다양한 분야를 통해서 많은, 깊이 있는 생각을 끌어내는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시리즈는 이번에는 '영화'라는 매력적인 매개체를 통해서 아이들의 질문에 답해본다. 아이들이 묻고 영화가 답하고, 영화가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질문에 답하면서 1장부터 6장까지 정말 촘촘하게 우리 삶의 의미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자신감, 용기, 깨달음, 친구, 위로, 미래.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준희라는 또래 친구의 등장으로 아이들에게 친근함을 보이고, 마녀를 등장시켜 호기심을 유발한다. 거기에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라는 장르를 덧붙여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책에 소개된 영화들은 접한 것도 있고 접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로워진다. 보지 않은 영화를 통해서 접한 이야기를 생각하며 새로운 영화를 접하게 될 것 같다. 책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삶으로 생각을 확장하고 있다. 생각이 이어지게, 시야가 넓어지게 만들고 있는 매력 넘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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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블의 소녀 - 제1회 위즈덤하우스판타지문학상 수상작 텍스트T 13
전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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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전훌 작가의《무르시블의 소녀》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 청소년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대륙에 뜨거운 바람이 회전하고 있었다.(p.8)'첫 문장부터 시선을 사로잡더니 현실과 환상 세계를 바쁘게 오가며 '무르시블'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라면 아마도 사후세계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무르시블에는 죽은 이들이 5개 별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 이 소설의 가장 큰 이슈를 만들어내는 '드리머'들이 함께한다. 드리머는 살아있는 이들로 꿈속에서 무르시블을 찾아온 사람들이다. 꿈속에서 가끔씩 돌아가신 분들을 만났다는 이야기도 무르시블이라는 존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죽음과 공허에서 발생한 별'무르시블'의 황제는 별과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황제가 드리머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중학생. 꿈속에서는 황제 무르시블. 그런데 결말에 다가갈수록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어느 쪽이 꿈 이야기인지 혼동되기 시작한다. 꿈속 이야기가 현실인 듯도 싶고 현실 이야기가 꿈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고 재미나다. 환상의 시공간이 현실이 되고 현실의 시공간이 환상이 되는 정말 놀라운 상상력이 만들어낸 멋진 소설이다.


무르시블이라는 환상의 왕국을 지키려면 메피힐티눔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싸움은 절대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왜 이길수 없을까? 무르시블과 메피힐티눔의 싸움은 어떻게 될까? 그런데 둘의 대결에는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카운터펀치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무르시블이 찾고자 했던 드리머들이 거부했던 꿈은 무엇일까? '거부된 꿈'의 실체는 무엇일까? 거부된 꿈이 가진 의미를 알게 된 순간 우리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될 것이다. 지난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지금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할 것 같다. 현실과 꿈을 오가는 무르시블로 떠나는 여행에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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