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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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8.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워.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으며 소설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 Q & A >의 작가 고바야시 히로키는 1994년생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한다. 알려진 것이 없어서 신비한 작가에 비하면 소설의 제목 < Q & A >는 어딘지 모르게 평범하다. 질문과 답. 많은 책들에서 볼 수 있었던 그저 그런 평범한 비유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소설의 시작도 살인 현장에 형사들이 등장하면서 평범하게 전개된다. 그런데 현장에서 발견된 시체의 표정이 평범하지 않다. 시체의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얼굴 표정이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p.100.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가진 자도 가지지 못한 자도 동등하게 세상의 잔혹함과 마주해야 해. …(중략) …이것만이 인간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평등이지.

시체와 함께 발견된 노트 한 권이 이 소설의 전체 흐름을 이끌고 있다. 감식원 G와 K 경감은 이상하리만큼 죽음의 순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시체의 사연이 담겨있을 것을 예상하고 노트에 내용을 읽기 시작한다. 노트 속 이야기가 조금씩 전개되면서 이 소설이 왜 "세계의 부조리와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한 호소가 짙게 묻어나는 작품"(p.218)이라는 호평을 받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p.29. 불이여, 연기를 피워 올려라, 하늘을 더욱 더럽혀라.

처음 시작에서 보여준 살인 현장은 추리 또는 스릴러를 떠오르게 했고 200여 페이지라는 얇은 책의 두께는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들게 했다. 그저 범인을 잡는 스릴러나 추리 소설이었다면 아마도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평론가들이 평하고 있듯이 살인이라는 사실보다는 죽음이라는 관념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인간에게 있어서 선은 무엇일까? 또 죽음은 무엇일까? 우리들 삶의 완성은 무엇일까? 마치 심리학 책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소설이다. 그것도 소설을 읽는 우리들 스스로 답을 찾아보라고 등 떠미는 그런 흥미로운 소설이다.

 

p.38. 우리는 행동은 분명 잔혹하다. 하지만 그것은 틀림 없는 세상의 진실이다.

노트는 Q.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시작된다. 역시 다른 스릴러나 추리소설들과는 다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나 촘촘한 이야기와 너무나 흥미로운 등장인물들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책이 짧으니 망정이지 밤을 새울뻔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책을 읽으며 밤을 새우는 게 아니라 책을 덮고 난후 작가가 던져놓은 삶에 대한 또 우리들 인간에 대한 질문들 때문에 밤을 새우게 된다. 스릴러 소설을 통해서 인간을 그리고 우리들 인생을 생각해 보게 해주는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준 스릴러 소설이다.

 

Q. 당신은 누구?(p.46)

이 책은 평범하게 시작하지만 정말 특이하고 특별한 것들이 가득 차 넘치는 매력적인 책이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이기도 하고 깊이 있는 철학적인 물음들을 던지며 인간의 심리에 접근하는 심리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일그러진 어른들의 욕망이 두 아이 아니 세 아이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어 버리는지 꼭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들 삶의 본질과 인간의 내면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특별함을 꼭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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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별이 내리는 밤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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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18. 비가 흩뿌리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비는 별의 길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 겨울의 일주일』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던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 메이브 빈치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나본다. 이번 작품도 처음 만나보았던 작가의 작품처럼 따뜻하다. 정말 따스하다. 아픈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기적의 치료제를 담고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적을 행하고 있는 듯한 주인공 보니를 만나면 누구나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보니를 만나기 위해서는 <비와 별이 내리는 밤>에 들어가 안드레아스의 티베르나에 모인 네 명의 손님들을 먼저 만나 보니에 대해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니 처음에 아기아안나에서 사고가 난 날 안드레아스의 티베르나에는 다섯 명이 모였었다. 다섯에서 넷으로 줄어드는 이야기 또한 이 소설 이야기 흐름의 큰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데 개인적으로는 한 명이 사라진 것이 정말 속이 후련했다.

p.43.삶은 그런 일상적인 선택에 의해 달라지고 파괴된다.

독일 국적의 글로 보아도 너무나 멋질 것 같은 아나운서 엘자, 영국 국적의 남에 대한 배려심이 넘치는 데이비드, 전형적인 미국인으로 묘사되고 있는 교수 토머스 그리고 아일랜드인으로 간호사였다는 피오나까지 네 명의 여행자가 들려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의 시작은 많은 수의 사상자를 낸 유람선 화재이다. 항구에서 일어난 화재에 별 도움을 줄 수 없어서 마음만 아파하며 멀리서 바라보던 이들이 안드레아스의 티베르나에서 서로에 대해 조금 알 수 있는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밤을 시작으로 이들은 자주 어울리며 서로의 일상에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 함께 들어서는 귀여운 '참견쟁이'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보니이다.

p.58.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타협이었다.

차분하고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마을의 모든 이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모든 마을 일에 중심에 서있는 보니는 네 명 아니 다섯 명의 여행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돌직구처럼 강하게 던진다. 그런데 솔직한 돌직구에 반응하는 이들 다섯 여행자들의 반응이 다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별로 알지도 못하는 노인이 와서 참견을 하니 말이다. 누군가는 그녀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는 그녀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p.35."너무 적게 말하거나 너무 많이 말하게 될 때가 있죠. 그럴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아요."

지혜로운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노망기가 좀 있으신가 요즘 젊은 사람들한테 그렇게 돌직구 던지시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할 때쯤 보니 할머니가 살아온 인생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 장면들을 들으면서 보니 할머니는 충분히 충고할 수 있었고, 또 꼭 충고해주어야만 했다고 생각한다.

p.123. "오,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는 사람들은 늘 있어요. 그들은 그런데 전문가인 것 같아요,"

보니가 다섯 명의 여행자에게 충분히 충고할만한 자격이 된다고 생각한 까닭은 단순하다. 그녀도 그 여행자들이 겪고 있는 삶의 과정을 경험해보았기 때문이었다. 경험했다고 해서 그 경험을 통해서 경험한 사람들 모두가 지혜를 얻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보니는 그 경험을 통해서 정말 엄청난 삶의 지혜를 얻었고 그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그리스의 작은 마을 아기아안나의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p.125. "많이 울고, 욱기도 해요. 그게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이니까요."

다섯 명의 여행자가 나누어 겪고 있는 삶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혼란을 보니 할머니는 살면서 혼자서 다 겪고 경험해보았다. 그러니 그들에게 충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도망치듯 숨어든 그리스의 작은 마을에서 네 명의 여행자는 보니라는 기적을 만나게 된다. 물론 그 기적을 싫어하는 여행자들도 있다. 하지만 보니가 보여주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기적에 가까운 일들이 이야기를 너무나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이야기도,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끼는 감성도 너무나 풍부하게 해준다. 물론 그 풍부한 이야기의 시작은 안드레아스 할아버지였다. 다섯 명의 여행자들에게 모두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라고, 유람선 사고와 상관없이 잘 있다고 연락하는 것에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안드레아스의 따뜻함을 보니가 이어받아서 활활 불태우고 있다. 보니의 기적을 만나보는 즐거움은 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해줄 것이다. 보니 할머니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 책을 함께 만나게 될 모든 이들에게도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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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티스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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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은 열네 살 때 뉴욕타임스에 기행문을 투고했을 정도로 뛰어난 문학적 기질을 보이며 하버드대학교 영문학과에 진학하지만 전공을 바꿔 인류학으로 졸업을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인류학 강의를 하다가 다시 하버드대학교에 돌아와 의대를 졸업한다. 남들은 한 번도 다니기 힘들다는 하버드를 두 번이나 그것도 의대까지 졸업한 마이클 크라이튼은 의대 시절 쓴 의학 스릴러『위급한 경우에는』으로 에드거 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한다.

 

그리고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었지만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아마도 영화<쥬라기 월드>시리즈의 원작『쥬라기공원』과 의학 드라마『ER』일 것이다. 그런데 쥬라기 공원의 프리퀄 격이라는 작품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 사후 아내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사실도 흥미롭지만 그 제목부터 너무나 흥미롭다. 흥미로운 작가가 그려낸 재미난 이야기 드래곤 티스에는 아직 거대 파충류가 이름을 찾지 못해서 공룡 (dinosaur恐龍) 의 이빨 대신 용(dragon)의 이빨이 있다.

 

<드랜곤 티스 dragon teeth> 용의 이빨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이야기의 배경은 공룡(dinosau)이 아직 우리들에게 친숙하지 않았을 때로 하고 있다. 공룡의 뼈보다는 황금을 찾아 서부로 모여들던 1870년대 우연히 공룡 화석 탐사대의 일원이 된 윌리엄 존슨의 모험담을 담은 정말 재미난 이야기이다. 아직은 공룡을 거대 파충류라 생각하던 때에 지나친 사명감으로 서로를 원수 보듯 하는 두 교수 마시와 코프 사이에서 재미난 경험을 하게 되는 열여덟 살 대학생 윌리엄 존슨은 왜 서부에 가게 되는 걸까? 그 까닭부터 이 소설이 심상치 않은 재미를 줄 것으로 예상하게 한다.

 

공룡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서부에는 가고 싶었던 적도 없던 철부지 부잣집 도련님 윌리엄이 서부로 가서 어설픈 총잡이가 되는 과정은 정말 재미나고 흥미진진하다. 인디언과의 추격 장면도, 악명 높은 악당과의 결투 장면도 정말 긴장감 넘쳤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서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공룡 뼈 화석은 아직 서부영화의 한 소재로 등장한 듯했다. 서부시대에 금을 좇던 이들처럼 오늘도 돈을 좇는 이들에게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황금과 화석을 비교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지나친 열정을 가진 두 교수 마시코프가 특별한 것은 실존했던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소설이니만큼 많은 상상이 더해졌지만 이 둘의 기본 관계 즉 심한 적대 관계는 그대로 표현되어있다. 그리고 둘의 대립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실존 인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허구의 주인공 윌리엄 존슨이 마치 현실 세계(필라델피아)와 가상 세계(서부: 인디언)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듯했다. 현실의 세계와 경계가 모호한 가상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는 듯해서 더욱 환상적이었다.

 

이 책에는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공룡은 없다. 하지만 서부시대 가장 유명했던 총잡이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이 왜 쥬라기 공원의 프리퀄일까? 이 책을 읽어보면 금방 동의하겠지만 그래도 의심스럽다면 서부시대 유명했던 그 총잡이가 왜 등장하는지 만나보면 쥬라기 공원의 프리퀄이라는 데 동의하게 될 것 같다. 공룡 화석 때문에 서부를 종횡무진 누비게 되는 주인공의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 흥미롭고 황당하기까지 한 주인공 윌리엄의 서부 탐험 이야기는 해피엔딩일까? 이 책에 등장한 서부 시대 실제로 유명했던 총잡이는 누구일까? 더운 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정말 흥미진진한 서부 이야기 아니 공룡 화석 발굴의 시작을 다룬 소설 <드래곤 티스>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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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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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3. 좋은 삶은 행복이 아니라 의미에 달려 있다.

 

마음 한편에서 울려 퍼지는 불안과 허무함을 철학을 통해서 극복해보자는 스벤 브링크만 의 책 <철학이 필요한 순간>을 만나본다. 알보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라디오 방송에서 강의했던 철학을 풀어 담은 책이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다. 저자는 '자아'와 '행복'에 대한 색다른 접근을 보여준다.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두 개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를 이야기한다. 그 까닭으로 저자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삶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 브링크만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진정한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브링크만은 행복한 자아로 철학적으로 충만한 삶을 사는 방법으로 10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철학적인 10가지 관점을 들려주며 고대 그리스부터 현재에 이르는 철학자들의 깊은 사유를 함께 들려주고 있다. 딱딱하고 지루한 철학 이야기를 너무나 풍부하고 섬세한 예시들과 함께 들려주고 있어서 좋았다. 마치 이 책은 철학을 들려주고 있는 책이 아니라 유명 영화의 명장면을 소개해주는 책 같았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다른 책이나 매체들을 통해서 한 번은 접해보았을 선(善), 존엄성, 약속, 자기, 진실, 책임, 사랑, 용서, 자유, 그리고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을 영화, 소설 등의 다양하고 재미난 예시 등을 통해 쉽게 보여주고 있다. 쉽고 재미난 철학 책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행복 또한 색다름이다. 철학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언제나 새로운 만남은 설렘과 흥분을 함께한다. 전에 모르던 새로운 철학자들을 만나고 그들을 검색해 보는 새로움이 주는 행복을 제대로 느끼면서 그들의 철학적 사고를 만날 수 있었다. 10가지의 철학적 관점에서 자신들의 철학적 사고를 펼치는 철학자들의 모습을 만나보는 시간은 정말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10가지의 관점을 철학적인 사고로 접근해보는 시간은 어렵고 힘들 것 같은 데 브링크만이, 이 책이 철학적인 사고의 쉽고 편안한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저자와 담당 철학자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삶에 철학적인 사고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되고 느끼게 된다. 철학 책을 어려워서 엄두를 못 내던 이들에게는 정말 친절한 철학 입문 안내서가 될 것이고, 철학 책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색다름이 주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 줄 것이다. 더운 여름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철학 책을 찾고 있다면 <철학이 필요한 순간>을 바로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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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지음, 조은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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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03. 윌리엄 앨런 화이트가 말했다. "그가 가진 재능을 조금만 더 정직하게, 조금만 더 똑똑하게 사용했더라면…… 그는 진정으로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Charlatan : (지식·기술이 있는 척하는) 사기꾼, 돌팔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인 <돌팔이 의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논픽션 작품을 주로 써온 포프 브록이 20세기 미국의 가장 뻔뻔한 사기꾼이라 불리는 존 R.브링클리를 주인공으로 너무나 재미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위험한 사기꾼 브링클리와 그를 뒤쫓는 모리스 피시바인과의 흥미진진한 대결은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맷 데이먼의 역할은 브링클리가 될 것 같고 그렇다면 열정적으로 면허 없는 살인마를 뒤쫓는 피시바인의 역은 어떤 배우가 맞게 될까? 너무나 기다려지는 영화가 한 편 더 늘었다.


보통의 돌팔이들은 자신의 무지함을 숨기기 위해 작은 사기극을 벌이고는 그곳을 떠난다. 하지만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뻔뻔한 사기꾼이라 불리던 브링클리는 병원과 약국을 차리고 정착해서 사기를 친다. 그런데 그 사기극이 너무나 어이없고 또 이해하기도 힘든 의료 사기극이다. 인류가 지금까지도 바라는 꿈이 있다면 진시황도 이루지 못한 불로장생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남성들만의 꿈이 하나 더 있다. 그리고 브링클리는 남성들만의 꿈; 정력을 모티브로 한 말도 안되는 사기극으로 미국 의사들의 소득이 7000달러에 미치지 못하던 1930년대에 12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p.39. "당신은 정력 넘치는 남자다운 남자입니까?"

 

그렇다면 브링클리가 선택한 정력 회복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시대를 앞서간 것인지 아니면 그저 무지가 낳은 용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선택한 염소 고환 이식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그에게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염소의 고환을 사람의 음낭에 넣는 것만으로 발기 부전이 치료될지도 의문이지만 수술 자체가 너무나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사람들이 얻으려했던 것은 무엇일까? 브링클리는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광고를 통해서 제대로 이용하고 있다. 라디오를 통한 광고를 통해서 자신의 사기극을 확장시켜나가는 모습은 브링클리의 천부적인 사업자 기질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주인공의 사기극을 멈추기 위해 끝까지 추적하는 피시바인은 1912년 러시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의사의 길을 가지는 않는다. 그리고는 의학 전문학교에서 최소한의 교육만 받고 면허를 100달러에 산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가짜 의사 브링클리를 열정적으로 뒤쫓는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를 선택하지 않은 피시바인과 의대는 가보지도 않은 체 의사를 하고 있는 브링클리의 대결은 무언지 모르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는 계속된 둘의 긴장이 이야기를 더 재미나고 흥미롭게 해준다. 사업가로서 브링클리는 성공적이었지만 의사로서는 최악이었다. 브링클리의 클리닉에서 수술 후 누워서 나온 사람이 42명이나 된다고 하니 말이다.  


수술이 잘못된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도 브링클리를 의사로서 찾아온 이들은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나는 괜찮을 것 같다는 요행을 바랐던 것일까? 무지가 만들어낸 해프닝으로 돌리기에는 희생자가 너무 많고 브링클리의 사기극이 너무나 대담했다. 희대의 사기꾼 브링클리가 들려주는 영업 수완은 배워도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가짜 의술은 버려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파악하고 심리적으로 접근할 줄 알았던 브링클리가 조금만 더 선한 사람이었다면 엄청난 부와 명예를 축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안전하게. 그런데 이야기 속에서 보여주는 브링클리의 뻔뻔함은 공상허언증 환자처럼 자신의 거짓말을 확고하게 믿는 듯하다. 즉 피시바인에게는 사기일지 몰라도 브링클리 자신에게는 절대로 사기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브링클리가 벌인 사업이 정말 사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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