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은 없다 - 문제는 불평등이 아니라 빈곤이다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안규남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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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경제적 불평등 자체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것이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는 용납하기 힘든 다른 불평등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개소리에 대하여>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프린스턴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해리G.프랭크퍼트의 책<평등은 없다>를 만나본다. 마치 시집같은 표지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제목도 철학적인 시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같았다. 또 슬림한 책의 두께가 편안한 독서를 약속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리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기술된 내용도, 다루고 있는 주제도 가볍게 읽고 책장에 꽂아둘 책은 아닌듯하다. 경제적 불평등을 철학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접근한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다양한 이론들과 그 반박들을 담아놓아서 마치 토론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1장 도덕적 이상으로서의 경제적 평등에서 경제적인 불평등과 도덕적 가치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제와 도덕적 가치가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경제적인 평등을 선이라는 도덕적 기준으로 말할 수 없는 까닭을 보여주고 그에따른 반론들도 소개해준다. 다양한 의견들을 보여주고 그 반론도 들려주는 것도, 글을 쓴 형식도 마치 논문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처음은 딱딱하고 힘들지만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주제가 너무나 흥미로워서 금새 읽을 수 있었다. 조금의 난해함을 이기고나면 진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2장 평등과 존중에서는 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존중과의 관계도 들려준다. 경제가 빠지고 심리만 남아서 2장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경제적인 불평등보다는 절대 빈곤이 우리 사회의 더 큰 문제라고 인식하라고 말하고 있다. '경제적 과식'은 불합리하고 평등보다는 '충분한 몫'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도 지금도 열심히 논의되고 있을 것 같은 의견들을 만나볼 수 있다.

 

P.41.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평등주의적 소득 분배가 총효용을 극대화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P.55. 충분성의 원리에서 '충분'이라는 개념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보다는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P.71. 나는 평등 자체에는 내재적 혹은 근본적인 도덕적 가치가 없다고 확신한다.

 

P.77. 진정한 도덕적 관삼사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만날 수 있고, 평등과 존중의 깊이있는 사유를 만나볼 수 있는, 철학으로 경제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조화를 만나볼 수 있는 책 <평등은 없다>를 통해서 만족감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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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지혜 - 삶을 관통하는 돈에 대한 사유와 통찰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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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 따라서 돈은 지혜를 추구하는 약속이다.

 

P.28. 따라서 돈은 신의 가장 주요한 경쟁자다.

 

P.80. 돈은 우리가 만져야만 믿을 수 있는 허구다.

 

P.288. 돈은 플라톤이 말하는 파르마콘, 즉 독이자 해독제다.

 

<돈의 지혜> 제목부터 흥미로운데 저자는 더욱 흥미롭다. 저자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소설가이자 철학자로서 메디치상과 르노도상을 수상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이라고 한다. 솔직히 경제 에세이라서 조금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은 경제에세이라기보다는 돈에관한 모든 것을 담은 에세이이다. 고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과 함께 동거동락했던 돈을 정말 디테일하게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돈을 중심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훌륭한 문학 작품들을 소개해 준다는 것이다. 돈은 틀림없이 경제적인 단어일텐데 생소한 경제 내용보다 문학과 철학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발자크, 스콧 피츠제럴드, 에밀 졸라 등 많은 작가들과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이 책을 통해서 에밀 졸라의 '돈'이라는 작품을 알게 되었다. 얼마전 읽은 우리나라 소설 '돈'과는 다른 이야기라서 더 읽고 싶어진다. 우리나라 소설 '돈'은 증권가 브로커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책이다. 배우 류준열 주연으로 영화로도 만나보았다. '큰 돈'을 쫓는 이들의 피폐헤져가는 삶을 정말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잇었다. 그 소설에서 '큰 돈'의 기준에대해 묻는다. 얼마가 '큰 돈'인지. 저자는 '돈'은 기준에따라 다른 '가치'를 가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틀림없이 지루한 이야기가 맞는 데 전혀 지루하거나 난해하지 않다. 어렵고 깊은 사유를 보여주고 있지만 너무나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 속에 머물게 하고 있다.

 

이 책은 총 3부 10장으로 구성되었다. 1부 숭배하는 무리, 경원하는 무리에서는 돈을 대하는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이야기한다. 특히 3장 프랑스에서 돈은 금기다와 4장미국의 영혼은 돈이다를 통해서 보여주는 미국과 프랑스의 가치 기준의 차이와 돈에 대한 생각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종교와 돈의 관계를 너무나 시원하게 말해주고 있어서 좋았다. P.30. 종교는 장사다. 2부 금송아지를 둘러싼 세 가지 신화에서는 사랑을 돈으로 사고 파는 행위가 정당한가 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순수한 사랑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계산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이 오늘의 사랑인듯하다. 3부 슈퍼리치 오블리주 에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에서 귀족들이 보여줬던 가치있는 의무를 '슈퍼리치'들이 보여주기를 언급하고 있다.

 

P.39. "선하고 정의로운 일을 한다고 선하고 정의로운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선하고 정의로운 인간이 그러한 일을 하는 것이다."

 

너무나 흥미로운 '돈'과 '변'이야기가 등장해서 순식간에 다 읽게 된다. 많은 것들을 느끼고 다양한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철학적 사고 방식도 볼 수 있어서 정말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여러분도 세계적인 지성이 안내하는 돈 속에 담긴 철학 세계를 만나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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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숙의 나라
안휘 지음 / 상상마당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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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역사를 한마디로 한다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우리 민요 '아리랑'에 담긴 한(恨)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의 역사는 유교사상의 가장 큰 피해자인 여인들의 한과 잦은 외세 침략에 피폐해진 민초들의 한이 서린 눈물의 역사인듯하다. 그런데 이 책<애숙의 나라>를 통해서 만나게 된 우리의 역사는 더욱더 비참했다. 어떻게 한나라의 왕이 여염집 아비보다 못한 생각을 했는지, 그런 결정에 동조하는 위정자들의 행태는 어찌 그리 오늘과 하나도 다르지않은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쓴 안휘의 장편역사소설이다. 그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이 너무나 기가차고 한심한 것이다. 청나라에서 공주를 보내줄 것을 요구했고 그 요구를 받아드릴수밖에 없는 조정에서는 숙안공주대신 종친 이개윤의 딸 이애숙을 갑자기 의순공주로 만들어 청나라 섭정왕 도르곤에게 시집보낸것이다. 흔히들 말한다. 제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줄 알아야한다고. 효종이라는 왕의 진취적인 북벌정신을 좋아라했었는데 완전 실망했다.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당파싸움만 일삼는 위정자들의 모습은 하도 자주 접하는 모습이라 낯설지도 않았다.

의순공주로서의 삶은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시련이었다. 그리고 어린 소녀가 한 여인으로 성장해나가는 길에는 언제나 '조선'이라는 허울뿐인 조국이 걸림돌이 되었다. 그래도 그런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의순공주는 어떤 삶을 살다가 어떻게 떠났을까? 역사적인 사실이 바탕을 이루지만 요소요소에 흥미로운 사건들이 더해져 작품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작은 에피소드들이 충분히 개연성을 가진 이야기들이라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청나라에서 구사일생으로 귀향한 여인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애숙이 지키려했던 조선은 애숙의 나라가 아니었고 남자들, 사대부들의 나라였다. 의순공주가 그리워하던 나라는 의순공주의 나라가 아니었고 썩어빠진 위정자들의 나라였다. 지금 우리의 나라는 우리들의 나라일까? 애국심만을 요구하는 오늘의 대한민국도 애숙의 애국심에 호소한던 조선과 별반 다르지않은 듯하다. 이애숙의 삶이 너무나 슬프고 안쓰럽고 미안했다. 조국을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은 열여섯 소녀의 파란만장한, 한으로 점철된 삶을 만날때에는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한 여인의 삶을 유린한 조선이 <애숙의 나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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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겠어
도상희 지음 / 뜻밖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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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6 생각해보니 남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게 제일 촌스럽다. 입고 싶은 거 입으면 되지. 추고 싶으면 춤추면 되지.

 

P.99 내게는 다름을 애써 설명하지 않을 자유, 불편한 개인의 사정을 숨길 자유가 있다.

 

P.80 "그런 건 모르는 게 나아. 그냥 너는 너로 살면 되는 거지."

 

저자 도상희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누구에게나 삶은 처음 가는 길, 초행이다. 그래서 두렵고 외로운 것일지 모르겠다. 먼저 삶의 길을 걸었던 이들도 아직 그 길의 끝을 모르니 넘어지지 않으려고 앞만 보고 걷는다. 옆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러니 자기 자신의 삶은 자기 자신만의 생각과 의지대로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라는 곳에 머물며 그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하기에 타인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들 삶이 더욱 빛날 수 도 있고 타인이 있어서 삶이 더욱 외롭고 힘들 수도 있다.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겠어>는 그런 우리들 삶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적어놓은 일상을 통해서 외로움도 느끼고 사랑도 엿본다. 그리고 직장이라는 답답함도 접해본다.

 

삶을 살아가면서 나이 듦을 느낄 때는 많은 감정들에 조금씩 무뎌져가는 나를 만날 때인듯하다. 노여움에 무뎌지고 사랑에 무뎌져 일상이 무료하게만 느껴지고는 한다. 그런데 유독 나에 대한 감정들은 무뎌지지 않는다. 그래서 인생이 힘든가보다. 나와 타인, 자존감과 배려 등의 균형이 깨져버린 순간순간을 버티려고 안간힘을 다해 살고 있는 듯하다.

 

P.67~68 그러니 우리, 고민하며 피로하게 살아요. 이것이 내 생각이야. 이것이 내 고민이고, 나는 이래서 고민을 해. 이것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나의 결정이야, 하고 이야기하며 살아요. 끊임없이 고민하는 삶. 더럽게 피로하지만, 우리 열심히 피로할까요.

 

바로 그 순간 삶의 균형이 깨지려는 순간에 만나본다면 이 책이 가진 소중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들려주는 솔직 담백한 이야기들이 외로움의 추를 가볍게 해 줄 것이고 사랑의 무게도 줄여줄 것이다. 사회의 주류에 들지 못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선명한 길 위에 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이 책이 주는 용기는 손오공이 타고 다니는 뜬 구름같은 용기가 아니다. 저자가 경험하고 느꼈었던 삶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진정한 용기이다.

 

P.179 이들은 선명한 길 밖에 있다.

 

P.26 '이 아이가 틀린 게 아니다, 경쟁의 기준을 바꿨을 때는 모자라 보이던 사람도 1등이 될 수 있단다. 천천히 걸어야만 완연히 가질 수 있는 것도, 이 세상에는 있단다.'

 

P.92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드러내고 살아야 한다."

 

행복한 삶의 길은 각자 자기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만족하며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고 타인과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만 알고 늘 고민하며 살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자신 있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울 같은 책이다. 곁에 두고 자주 보면 나 자신을 올바르게 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거울 같은 책이다. 봄날 꽃잎처럼 약하지만 아름다운 내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뜻밖의 거울을 꼭 만나보기를 바란다.

 

P.70 사람들은 겉으로는 '두려움'을 이야기했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것을 잃는 것이 두려움은 아닐까.

 

P.79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순간을 가능한한 많이 누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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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아메리카 JGB 걸작선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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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1. "알다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질병이니 말이다. 그 질병은 '타인'이라는 이름이지. 머지않아 이곳에 도달할 게야. …하략…."

 

「타임스」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에 선정된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J.G.Ballard)의 아홉 번째 장편 소설 <헬로 아메리카>를 만나본다. 현대문학 'JGB 걸작선' 첫 번째 책이다. 현대문학에서 작가의 걸작들 중에서 첫 번째로 소개한 작품이라 더욱 큰 기대를 품고 <헬로 아메리카>로 들어가 보았다. 작품에 대한 기대는 새롭게 접하게 된 작가의 또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밸러드풍'이라는 형용사를 만들게 한 작가 밸러드의 작품 <헬로 아메리카>의 첫 느낌은 '섬세함'이었다. 표현이 너무나 섬세해서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한 그림 중에서도 정밀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섬세한 표현을 위한 독특한 문장이 두 번째 느낌 흥미로움을 주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만나기 전에 흥미로운 작가의 문장을 만나보는 즐거움도 정말 컸던 작품이다.

 

P.114. 웨인은

대원들을 둘러보며

그들이 미국 땅에서 보낼 마지막 나날을,

수집해야 하는 표본과 서류를,

찍어야 하는 상세한 사진 자료를,

다음 탐사대를 위해 주석을 달아야 하는 지도를

언급하기를 기다렸다.

 

이 작품은 1981년에 미래에 그것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미국의 붕괴를 배경으로 쓰였다. 1980년대라면 지금보다도 더 세계의 중심에 서 있었던 미합중국의 붕괴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붕괴 원인이 전혀 낯설지가 않고 공감하게 된다. 1990년대 초반 미합중국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붕괴된다. 그리고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200년 전 '자유의 여신상'의 나라 미국으로 이주했던 많은 미국인들은 반대로 각자 선조의 나라로 돌아간다. 그리고는 그 나라에 맞게 이름도 고치고 새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미국인 혈통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게 된다. 지금도 일부 미국인들이 자행하는 인종차별에 대한 벌인듯해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버려져있던 아메리카 대륙의 조사를 위해 2114년 특별한 탐사대가 꾸려지는 데 그들의 선조들이 미국인이었다는 것이 선별 기준이 된다. 어쩌면 못 돌아올지도 모르는 길을 오게 된 탐사 대원들의 다양한 모습들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물론 망가진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인물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작지만 각자가 가진 사연만큼 이야기를 흥미롭게 해준다. 가장 흥미로운 사연은 역시 주인공 웨인의 몫이다. 웨인은 탐사대의 일원도 아니고 그저 '아메리칸드림'의 실현을 꿈꾸며 몰래 승선한 밀항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탐사대를 이끌어나가는 리더가 되어있다. 작가는 미국은 붕괴시켰지만 '아메리카드림'은 파괴하지 않은 듯하다. 탐사 대원들 또한 사막의 열기와 갈증을 겪으면서도 서부로 향하는 꿈만은 포기하지 않는다.

 

P.141. 모든 종교가 사막에서 시작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막은 사람의 정신을 확장시킨 영역이다.

 

이 소설에는 미국을 떠나지 않았던 원주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들 부족들의 명칭이 너무나 재미나다. 그리고 교수 부족, 관료 부족, 갱단 부족, 이혼자 부족 등 명칭부터 흥미로운 원주민들을 통제하는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등장한다.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별난 미치광이 같은 대통령 맨슨은 열대우림이 되어버린 라스베이거스 일대를 지배하고 통치하며 자기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가 45대 대통령이다. 둘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기이하고 별난 언행으로 이슈가 되는 점은 트럼프와 맨슨이 비슷한데 확실한 차이를 보이는 점이 있다. 맨슨을 지지하는 세력이 멕시코 10대들이라는 점이다. 지금 멕시코의 10대들이 트럼프를 지지할까?

 

작가가 상상한 범주 안에서 살았었다는 점이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을 주고, 앞으로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맨슨 아니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흥미로움도 주는 작품이다. 소설이 전개되는 내내 망가진 미국의 디스토피아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줄기차게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불행이 있기에 행복이 있다고들 하듯이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면서 유토피아를 꿈꾸게 하는 희망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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