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야행 - 불안과 두려움의 끝까지
가쿠하타 유스케 지음, 박승희 옮김 / 마티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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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 "탐험은 요컨대 인간 사회 시스템 바깥으로 나오는 활동입니다..."

 

'탐험'이라는 두 글자가 가진 매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단어를 언제부터인가 잊고 살았다. 아니 언제까지 탐험이 하고 싶었을까? 아마도 초등학생 때였던것 같다. 그것도 저학년 때. 친구들과 무엇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한나절을 산속을 뛰어다니던 그때가 탐험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지내던 '탐험'을 일본의 한 탐험가의 에세이<극야행極夜行>을 통해서 만났다. 설레는 탐험과의 만남을 있게 해준 저자 가쿠하타 유스케는 논픽션 작가이자 탐험가이다. 탐험가로서의 정말 힘든 여정을 논픽션 작가로서 리얼리티 하게 또 재미나게 쓰고 있어서 순식간에 책의 끝을 만날 수 있었다. 저자가 보여준 정말 대단한 탐험 백과 흑, 빛과 어둠, 삶과 죽음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P.85. 달이 뜨면 극야의 세계는 무채색의 침울한 세계에서 장렬하리만치 아름다운 공간으로 바뀐다.

 

'백야'라는 말은 많이 접해보았지만 '극야'라는 말은 처음 접해보았다. 백야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낮이 아닌 밤이 계속된다는 극야의 뜻을 알았을 때 처음 떠오른 것이 얼마 전 읽었었던 소설이었다. 알래스카 원시림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었는데 외지에서 그곳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의 눈물겨운 적응기였다. 그 내용에 밤이 길어지면 사람들이 날카로워지고 심하면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고 마을 주민이 경고해주는 장면이 떠오른 것이다. 그래도 소설 속 그곳에는 하루에 몇 시간은 빛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가 계획한 탐험에는 빛이 들어있지 않다. 하루 종일 빛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極夜(극야)를 만나기 위한 탐험을 준비하고 시도한 것이다. 달빛조차도 없는 절대 암흑을 만나기 위한 탐험인 것이다. 정말 존경스럽다.

 

P.151. 빙상을 건너는 내내 뿌리칠 수 없었던 이 막연하고 종잡을 수 없는 모호한 기분. 시각을 앗아간 어둠이 내 존재 기반을 흔드는 느낌.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세계에서 외떨어져 표류하는 느낌. 살아 있지만 허무하고 불안한 느낌. 극야 세계의 본질이 여기에 있는 것 같았다.

 

저자가 절대 암흑 속에서 마주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지리적인 개념의 탐험이 아닌 정서적인 정신적인 개념의 탐험을 다녀온듯했다. 아슬아슬한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죽을힘을 다해 지켜내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경이롭다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가 글에서 보여주는 깊이 있는 사색의 결과물들은 우리가 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가 무심코 누리고 있는 일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지를 보여주고 있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새삼 빛의 소중함을 느꼈다.

 

이 책은 북극해를 향한 저자의 탐험 과정을 적은 여행 에세이가 맞는 듯하다. 그 내용도 리얼리티 한 탐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빛이 전혀 없는 극야를 직접 체험하며 느꼈던 저자의 깊은 생각을 만날 수 있어서 마치 심리학 책을 만난듯했다. 빛이 전혀 없는 삶을 상상해보며 저자의 탐험을 함께한다면 삶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음속 심연에 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만나 볼 수 있게 해주는 정말 깊이 있는 책이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극야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을지 지금 만나보기를 바란다. 비록 간접적인 체험이지만 진짜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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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돈관리다 - '구멍'은 막고,'돈맥'은 뚫는 알짜 장사회계
후루야 사토시 지음, 김소영 옮김, 다나카 야스히로 감수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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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4."장사란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에요."


P.140."작은 회사나 자영업은 한계이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표지에 황금열쇠가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을 만나보았다. 책 표지의 부제('구멍'은 막고, '돈맥'은 뚫는 알짜 장사 회계)서 알 수 있듯이 장사에 필요한 회계를 담고 있다. 그것도 '승리'할 수밖에 없는 회계를 쉽고 재미나게 설명해준다. 아직은 직장을 다니지만 몇 해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끔 창업 또는 외식 박람회를 찾는다. 퇴직 후에 작은 가게를 열었다가 낭패를 보는 이들을 보면서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장사의 기본부터 배울 수 있는 <장사는 돈 관리다>를 만난 것은 정말 엄청난 행운이었다.

장사의 기본은 이익 창출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익 창출에 최선봉은 아마도 마케팅일 것이다. 뛰어난 마케팅 실력으로 매출을 올린다면 이익은 그저 따라올 것이다. 바로 여기까지가 저자 후루야 사토시가 보여준 예전의 모습이고 바로 지금이 나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저자의 경험담을 접하고 나면 마케팅보다는 돈 관리 즉 회계가 장사의 기본임을 알 수 있다. 정말 작은 가게일수록 저자가 알려주는 회계 방법을 습득하고 활용해야 할 것 같다. 작은 가게라고 회계를 등한시한다면 겉으로는 남고 속으로는 밑지는 표익리손(表益裏損)의 상태를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물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클 것이기에 그런 아픔을 피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는 것은 전투를 준비하는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장사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그 기본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 바로 <장사는 돈 관리다>이다.

 

이 책은 회계 책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하면서 접했던 재무회계와는 다른 '관리회계'를 다루고 있다. 재무회계를 공부할 때는 그저 명칭만 알고 넘어갔던 부분을 새롭게 배울 수 있어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아마도 퇴직을 생각해야 하는 지금의 내 상황이 더욱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해준지도 모르겠다. 책의 두께는 2백 페이지가 조금 넘으니 부담스럽지 않다. 책의 내용 또한 옆집 꽃 가게 아저씨가 푸념하듯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마법의 안경'을 만날 수 있다. 수익을 올려주는 장사의 기본이 되는 마법의 안경은 무엇일까? 그런 안경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마법의 안경'을 쓰면 '돈맥'이 보인다라고 저자는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마법의 안경을 쓸지 말지는 우리들의 선택 문제이다. 그러데 이 책을 읽고 장사의 기본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다. 마법의 안경이 무엇일지는 직접 만나보고 느껴봐야 할 것 같다. 저자가 장사를 통해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꼭 쓰라고 강하게 권하고 있는 '마법의 안경'은 무엇일까? 이 책을 통해서 꼭 마법의 안경을 써보기를 바란다. 그 안경은 장사뿐만 아니라 우리 개인들에게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2019년에는 마법의 안경을 쓰고 돈맥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금도 수익 창출의 고통 속에 있을 주위의 지인들에게 마법의 안경을 선물하는 지혜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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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인문학 - 문득 내 삶에서 나를 찾고 싶어질 때 백 권의 책이 담긴 한 권의 책 인문편
최진기 지음 / 이지퍼블리싱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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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권의 책이 담긴 한 권의 책 시리즈 그 첫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리즈의 시작은 인문편 이다. 인문학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인문학 관련 도서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책들 중에서 옥석을 가려 좋은 책을 선택하기에는 책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렵기만 하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선택하는 기준도 없이 제목만으로 책을 선택하고는 한다. 그런 우매함을 깨우쳐줄 책이 바로 <나를 채우는 인문학>이 아닌가 싶다. 인문교양 교육 콘텐츠 기업 오마이스쿨의 유명 강사 최진기가 저자이니 믿어도 될듯하다. 저자가 선택한 백 권의 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또 저자가 그 책들을 통해서 들려주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 책은 10개의 주제를 담고 있는데 그 주제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문제들이다. 그래서 더욱 공감하며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1장 직장을 시작으로 마음, 미술, 사랑, 여행, 사회, 음식, 교육, 역사 그리고 10장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몇몇 권의 책들에는 책에 대한 소개, 느낌등과 함께 '독서법'이라는 섹션을 두어 책을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또 다른 책들은 서평을 통해서 소개하고 있다. 무려 백 권의 책들을 소개받으려니 조금 힘이 든다는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의아한 서평이 한편 있었다. 아마도 이 책에 실린 서평들은 저자가 직접 썼을 것이다. 저자가 책을 통해서 느낀 점들을 전달하고 싶어서 정성스럽게 다듬었을 것이다. 그런데 3장 미술 편에는 저자가 쓴 책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2>의 서평이 등장한다. 서평의 맺음말은 '미술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읽어봄 직하다.'(P.196)이다. 저자가 자신의 책에 대한 서평을 쓴 것이라면 정말 대단한 자신감을 담아낸 것 같다. 우선 자신이 쓴 책을 <나를 채우는 인문학> 백 권중에 선정한 것도 대단하고 책을 소개하는 형식이 아닌 감상을 담아 서평으로 실은 것도 대단한 것 같다. 저자가 어떤 의도로 자신의 책을 선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기에는 충분한 빌미를 준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저자의 자신감이 부러웠다.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들려주는 백 권의 책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때로는 공감하며 때로는 의아해하며 읽었지만 그것이 독서가 주는 매력인듯하다. 카프카는 '책이란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기 위한 도끼가 되어야 한다'라고했다. 그러니 우리는 도끼를 정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니 그 신중한 선택에 커다란 도움을 주는 책이 있다면 꼭 만나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 <나를 채우는 인문학>이 바로 그 책이란 걸 알 수 있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가 서문에 밝히고 있듯이 마음의 상처에 위안을 주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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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으니까 귀여워 - 어른을 위한 칭찬책
조제 지음 / 생각정거장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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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으니까 귀여워>는 저자 조제 자신이 직접 겪은 아니 겪고 있는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이다. 열심히 일하시고 사랑이 넘치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 어린 시절은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엄청난 행운이었다. 하지만 아이에게 그런 행복을 주지 못하는 가장이 되고 나니 소주가 수면제가 된지는 오래되었다. 문득문득 찾아오는 어둠이 너무 짙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살고 있다. 오늘을 버티며 내일은 오늘과 다르기를 바라며 산다. 그런데 이렇게 근근이 버티는 삶도 이 책에서는 칭찬을 받을 수 있다. 저자의 경험에서 묻어나는 진솔함이 너무나 좋은 책이다. 진솔함을 담은 칭찬을 받고 싶다면 지금 이 책을 만나보기를 바란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 말하기도 한다는 데 아마도 감기처럼 쉽게 치료할 수도 있지만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는 까닭에 감기에 비유한듯하다. 옛날에는 감기로 사람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은 감기로 생을 달리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우울증이라는 용어도 우리에게 익숙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부터 조금씩 '우울증' 치료법을 알아 간다면 극단적인 결말로 치닫는 우울증 환자들은 줄어들 것 같다. 그런 치료의 시작은 무엇일까?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일까? 물론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아마도 자기 자신이 우울함을 떨치고 무기력함을 버리는 것이 최우선의 치료 방법일 것 같다.

 

그런 치료의 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 <살아있으니까 귀여워>이다.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을 해주는 책이다. 아주아주 소소한 행동 한 가지를 행하는 것으로부터 우울증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칭찬해주고 응원해준다. 제목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을 해주는 정말 소중한 책이다. 저자는 기분 좋아지는 칭찬을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라며 '내가 쓰는 칭찬 일기'를 권하고 있다. 일어나기 싫은 날 일어나기만 해도 칭찬 일기에 적으면 칭찬이 되는 것이다. 참 신기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듯하다. 오늘 '칭찬 일기'를 써보는 즐거움을 맛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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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방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3
다니자키 준이치로 외 지음, 김효순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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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문학사에서 볼 때 다이쇼 시대(1912~1926)는 메이지 시대(1868~1912) 말 유행했던 자연주의가 쇠퇴하고 탐미주의적 경향이 대두하면서 순문학 작가들에 의해 예술적 경향의 탐정소설이 창작된 시기라고 한다. 이상미디어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세번째 작품집 <살인의 방>은 바로 그 시대에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들을 담고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 훗날 에도가와 란포 등의 추리소설작가들이 다니자키의 작품을 모방하려 했을 정도로 일본 추리소설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라고 한다. 이 작품집에서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 <살인의 방> <길 위에서> <도둑과 나> 세 편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집의 타이틀 <살인의 방>은 광기어린 친구 소노무라의 제안으로 살인 현장을 목격한 다카하시가 친구 소노무라의 미친듯한 행동에 고뇌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인 작품이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촘촘한 스토리 전개와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는 정말 굉장한 작품이다. 소노무라 같은 친구가 있다면 삶이 심심하지는 않을 듯하다. 광기에 빠진 소노무라와 고뇌에 빠진 다카하시를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길 위에서>이 작품집이 일본의 탐정소설들을 담았다고 했는데 명탐정 코난의 탐정 유명한 같은 진짜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어느날 산책하는 유가와에게 찾아와 몇가지 질문을 하겠다며 함께 길을 걷자고 하는 사립탐정 안도 이치로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탐정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연이 필연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우연 뒤에 자리한 그 무엇이 유가와를 주저앉게 만든다. 유가와가 주저 앉을때는 함께 주저앉을 만큼 커다란 전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도둑과 나>는 학교 기숙사 내에서 벌어지는 절도 사건을 배경으로 한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진정한 믿음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솔직히 이 작품집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알고 있는 작가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만나보는 것은 처음이라 무척이나 설레였다. 그의 작품도 <개화의 살인> <의혹> <덤불 속> 세 편이 수록되었다. <개화의 살인>에서는 일본 개화기에 사회상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데 우리의 개화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폐해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인이라는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한 의사의 인간적인 고뇌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의혹> 이 작품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지진과 아내의 죽음 그리고 그뒤에 숨겨진 진실때문에 평생을 괴로움에 빠져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주인공 나카무라 겐도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덤불 속>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몬의 원작 소설이라고 한다. 영화를 본 까닭인지 모르지만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올라서 더욱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었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등장인물들이 흥미롭다.

 

기쿠치 간 <어떤 항의서> 가족을 허망하게 떠나보낸 한 인간의 절규를 만날 수 있었다. 정말 한 맺힌 이야기를 접하면서 선과 악의 정의가 그리고 용서의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울림이 강한 작품이다. 살인의 죄를 용서할 수 있을까? 잘못을 뉘우친다면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해야만 하는 것일까?

 

히라바야시 하쓰노스케 <예심조서> 가족간의 사랑이 만들어 낸 기묘한 사건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서로를 사랑하는 부자간의 애틋한 사랑이 어떤 사건을 만들어 내는 지 꼭 만나보기를 바란다. 추리소설 번역과 평론도 하였다는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인조인간>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SF소설에 가까운 것 같았다. 어떻게 그 오래전에 이런 소재를 생각해 낼 수 있었는지 놀랍기만하다. 인조태아를 통해 인간을 탄생하겠다는 한 박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황당하면서도 이 작품이 1928년에 쓰였다는 것이 놀라웠다.

 

 『작품해설』에서 알려주고있듯이 이책에서 만나본 작품들은 모두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예술적 향기가 짙은 심리소설 같았다. 선과 악의 사이에서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모습을 죽음이라는 모티브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살인이라는 죄의식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들의 심리를 통해서 진정한 선과 악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느낌을 느껴보는 쉽지 않은 경험을 하게 해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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