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 - 생명의 탄생부터 우주의 끝까지
모리 다쓰야 지음, 전화윤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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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부터 시선을 확 사로잡는 흥미로운 책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을 만나보았다. 책 표지의 부제목 '생명의 탄생부터 우주의 끝까지'와 제목에서 느껴지는 책의 느낌은 무언지 모르게 무겁고 난해할 것 같았다. 그리고 저자가 옴진리교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 독특한 (인터뷰이들은 과격하다고 표현) 성격의 모리 다쓰야라는 점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독특한 저자가 색다르게 풀어가는 인터뷰 내용들을 읽다 보면 그곳에 그들과 함께하고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낯설고 어려운 것들이었지만 그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의 주제가 우리들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주제이기에 쉽게 공감하며 동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P.10)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다분히 인문학적인 내용이고 철학적 사유나 심리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내용인듯했다. 하지만 독특한 시각을 가진 저자는 너무나 철학적인 문제를 인문학적인 접근이 아닌 과학적인 접근으로 풀어보려고 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찾고자 첨단 과학의 선봉에 서있는 일본의 유명 과학자 열 명과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그 인터뷰의 내용을 모아 이 책에 담아놓았다.

 

우리는 우연의 산물일 뿐이다.(P.102)

 

존재와 가치에 관한 문제들을 사실을 연구하고 밝혀내는 과학의 영역에서 답을 찾아보려 한 것이다. 정말 이상하고 별난 발상이다. 하지만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누구나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이다. 그런 질문들에 답을 하는 과학자들의 진솔한 답변들이 너무나 좋았다. 특히 여기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자신들만의 영역을 주장하지 않고 다른 분야와의 협동과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세포는 몸 전체를 뇌처럼 사용하며 산다.(P.159)

 

인류의 기원을 찾기 위한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인 연구들이 소개되고 있는 데 그 바탕은 진화론과 유전자인 것 같았다. 학창시절 접했던 다윈의 진화론의 변화되고 수정된 가설들을 새롭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자신의 모습을 인지할 수 있는 가하는 미러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흥미로웠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개나 고양이도 통과하지 못한 테스트를 통과한 의외의 동물은 어떤 동물일까? 인류의 시작을 찾던 과학자들에게 인류의 터전이 되어준 지구의 시작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도 인간의 시작에서 지구의 시작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최신 과학 이론들과 깊이 있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책의 맨 끝에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우리에게 반전을 보여준다. 가치를 다루는 인문학과 사실을 다루는 과학의 조화를 이야기하던 저자가 던져 놓은 '반전'은 무엇일까?

 

과학에 철학적 사고는 필수불가결하다.(p.378)

 

즉 작은 세포에 관한 이야기부터 거대한 우주의 빅뱅에 관한 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는 광범위한 과학 이야기책이다. 광범위하고 어려운 과학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책을 읽기에는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친절한 저자가 마치 주점에서 소주 한잔 걸치면서 이야기하듯 편안하고 쉽게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진화생태학자 하세가와 도시카즈는 인류가 진화할 수 있었던 원동력의 한 가지로 '공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공감 부족인듯한데 그렇다면 인류의 진화는 이대로 멈출 수도 있지 않을까? 다양하고 색다른 재미난 질문들과 흥미로운 최신 과학 이론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정말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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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죽어야 고치는 습관, 살아서 바꾸자!
사사키 후미오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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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4. 습관을 만드는 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최고의 보상은 자기긍정감, 즉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새해가 밝으면 굳은 다짐을 하며 많은 계획을 세우고는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획이나 다짐들은 작심삼일로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그리고는 의지력 부재에 실망하고 굳은 의지력을 가진 이들을 부러워하며 또다시 새로운 다짐을 한다. 왜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원인을 자신이 가진 의지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자책하고는 한다. 그런데 그 원인을 다른 것에서 찾고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계획의 완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미니멀리즘을 소개한<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사키 후미오가 쓴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가 바로 그 책이다.

P.293. 의지력은 단순히 에너지나 노력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감정으로 회복된다는 것을 떠올리자.


저자는 1장에서 의지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좋은 습관을 갖게 하거나 나쁜 습관을 버리게 하는 것에도 강한 의지가 필요한 만큼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저자가 제일 먼저 '의지력'을 다룬 까닭은 예상과는 다르게 습관과 의지력은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누구나 습관과 의지는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텐데 저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정말 흥미로웠다. 이 책을 접하면 많은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데 그 첫 만남이 습관과 의지력 간의 관계이다. 이제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하거나 좋은 습관을 갖지 못하는 핑계를 의지력 부재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가 습관과 의지력은 무관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2장에서는 습관과 의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3장에서는 원하는 습관을 만들거나 나쁜 습관을 버리는 과정을 50 단계로 나누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실험들을 예로 보여주고 있어서 재미나게 50 단계를 넘어설 수 있다. 50단계의 습관 만들기 중에서 저자는 '기록'을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매일매일을 기록하는 습관이 다른 습관들도 지속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한다. 각 단계의 제목 밑에는 정말 좋은 글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글들을 만나보는 즐거움도 이 책이 가진 매력 중에 하나이다.

P.159 '내일로 미루자'의 반대가 '오늘 하루만은'이다. 내일은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은 하자. 그리고 내일이 오면 또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STEP 32 조금 멈추어도 완전히 멈추지는 않는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습관 만들기의 가장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지속이다. 그리고 지속하려는 노력과 재능에 대해 4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부분이다. 습관을 통해서 재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며 노력과 인내를 비교해서 설명하고 습관을 꾸준하게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인내가 아닌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인내와 노력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저자의 설명을 보면서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꾸준한 노력으로 재능을 능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있다. 그 꾸준한 노력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천재의 재능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습관이 모여 큰 뜻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커다란 희망을 준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나쁜 습관을 버리고 싶다면 습관에 대한 색다른 시선으로 재능을 이길 수 있는 습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를 꼭 만나보기 바란다. 너무나 좋은 책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해서 저자와 출판사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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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사이언스 - 프랑켄슈타인에서 AI까지, 과학과 대중문화의 매혹적 만남 서가명강 시리즈 2
홍성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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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과학기술학자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서가명강'에서 들려주었던 명강의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보았다. 과학기술학자라는 생소한 단어로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를 통해서「과학기술학」이라는 학문을 처음으로 접해보았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학문을 과학기술학이라고 한다는 데 정의부터 생소했다. 하지만 과학기술학을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쉽고 재미나게 만날 볼 수 있게 해주는 <크로스 사이언스>는 과학기술학이 다루는 분야와 필요성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설렘과 불안함이 함께해서 더 긴장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 <크로스 사이언스>는 서울대 교수진의 유익하고 흥미로운 강의들을 엄선하여 소개해주는 ▶서가명강◀을 책으로 만든 것이기에 불안함보다는 설렘이 주는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미난 영화나 책의 줄거리를 들려주는 듯한 편안함이 좋았고 그 편안한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과학기술학의 세계가 좋았다.

 

이 책에서 과학과 크로스 되는 즉 만나게 되는 분야는 4가지이다. 1부 대중문화, 2부 세상, 3부 인간, 그리고 4부 인문학이다. 각 부의 소제목만으로도 흥미로운데 각 제목들이 가진 과학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웠다. 1부 대중문화와의 관계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을 비롯한 부정적인 과학자의 이미지를 영화 등의 다양한 문화 매체 속에서 찾아내 흥미롭게 이야기하면서 여성 과학자의 지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해주고 있다. 2부 세상과 과학의 관계에서는 과학이 꿈꾸는 유토피아와 과학이 만들어낸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소개해 주고 있는 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3부 인간과 과학의 관계에서는 오랜 진화를 통해서 만들어진 인간과 과학으로 만들어진 로봇 사이보그에 관해서 생각해 보고 있다. 마지막 4부 인문학과의 관계에서는 과학이 문학 작품 등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던 시대상 등을 짚어보고 있다.

너무나 많은 소설, 영화 등의 작품들 속의 과학이 소개되고 있는데 아는 작품보다는 모르는 작품들이 더 많았고 아는 작품조차도 내가 알고 있던 작품의 내용과는 다르기도 해서 정말 흥미롭고 재미나게 접할 수 있었다. 과학과 사회 현상과의 결합 그리고 그 속에서 인류가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는 책이다. 오토마타, 우주, GMO, DNA 등 과학 전방위에 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그 이야기들을 우리들에게 친숙한 영화나 소설 속에서 찾고 그 의미를 친절하게 해설해주고 있어서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다양한 과학 이슈들을 편안하게 만나 볼 수 있는 책 <크로스 사이언스>와의 만남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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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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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는 누구나 한 번쯤은 만나보았을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책이다. 불어 원문을 그대로 실어서 원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고 가끔 영문 번역과 비교를 통해서 번역에 관한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어린왕자>에 대해 국내 번역본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어는 전혀 모르고 번역에 대해서는 더 알지 못하는 입장이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번역된 소설보다는 우리나라 작가의 소설을  더 좋아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저자도 지적하고 있는 의역으로 인한 의미의 변질을 의심해서이다.

 

P.162. 그런데 우리의 번역은 그 '의역'의 범위를 확대해서 이상할 정도로 '해석'에 집착합니다.

 

저자 이정서는 번역도 하지만 자신도 창작을 하는 소설가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직역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의역을 넘어 작품의 재탄생도 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의역은 있을 수 있겠지만 작가의 생각을 또는 독자의 생각을 번역가가 대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겨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의 색깔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그 색을 어떤 색인지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만약 번역가가 색에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 작품을 번역한다면 그 작품의 색은 이미 변색된 것이고 독자는 변색된 작품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그래서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는 번역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번역의 중요성을 <어린왕자>의 번역을 통해서 보여주고, 번역에 대한 저자의 소신을 밝히고 있어서 <어린왕자>를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어린왕자>를 읽을 때면 아무에게나 반말을 하는 어린 왕자가 이상해 보일 때도 있었고 너무나 까칠한 장미가 얄미울 때도 있었는데 저자의 Note를 통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Note를 통해서 의역이 심한 국내 번역본과 자신의 직역을 비교하고 오역이나 심한 의역에 주의할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Note를 통해서 많은 오류들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 차이점을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도 함께 주는 책이다.

P.362.

Lentement je hissai le seau jusqu'a la margelle. je l'y installai bien d'aplomb. Dans mes oreilles durait le chant de la poulie et, dans l'eau qui tremblait encore, je voyais trembler le soleil.

 

나는 천천히 우물 전까지 두레박을 당겨올려서 똑바로 세워놓았다. 내 귀에는 도르레 소리가 쟁쟁하게 울리고 있었고 출렁대는 두레박의 물 속에서 햇빛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김**역)

 

천천히 나는 두레박을 우물의 둘레돌까지 들어 올려 넘어지지 않게 올려놓았다. 나의 귓속에서는 도르래의 노래가 계속 울렸고 여전히 출렁거리는 물 속에서 해가 출렁거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황**역)

 

천천히 나는 두레박을 테두리 돌 위로 끌어 올렸다. 나는 균형을 제대로 유지했다. 귓속에서 도르래의 노랫소리가 지속되었고, 아직도 흔들리는 물 위로, 나는 태양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이정서 역)

 

je l'y installai bien d'aplomb. 문장을 빼고 번역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직역을 주장하고 있기에 문장의 마침표가 세 개이니 번역된 문장도 세 개의 마침표를 가져야 하고 다른 문장부호(쉼표)도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문장들만 보더라도 그 차이는 미세하지만 느낌의 차이는 클수도 있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를 할지 안 할지는 우리 독자들의 몫이다. 어쩌면 저자는 독자들에게 의역이 주는 느낌과 직역이 주는 느낌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번역의 중요성을 <어린왕자>의 번역들을 비교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번역에 대한 저자의 소신을 독자들에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번역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올바른 번역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책이다. 더불어 감수성 넘치는 <어린왕자>를 만나보는 즐거움은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세계적인 명작이 덤으로 주어진듯한 느낌이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생각할 내용도 많은 특별한 색을 가진 책이다. 저자가 보여주고자 한 색을 제대로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아름다운 색은 주위에 스며드는 그런 색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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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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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나머지

전부

<오베라는 남자>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우리와 당신들>을 만나 보았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오베라는 남자>이후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그리고 <베어 타운>까지 만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로 감동과 재미를 함께 선물해주던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과 전작 <베어 타운>의 후속작이라는 점이었다. 작은 도시에 있는 아이스하키 팀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던 전편처럼 이번 작품도 아이스하키 팀이 중심이 된다. 이야기는 당신은 한 마을이 무너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라는 흥미로운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차이차별이 되면 벌어질수있는 아픈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 도시에 두 개의 아이스하키 팀이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의 아이스하키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팬덤을 넘어 종교에 가까운 듯하다.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는 날에는 모든 주민들이 아이스링크를 찾아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고 경기가 없는 날에는 술집에 앉아서 그날의 경기를 이야기한다. 즉 베어 타운이 곧 아이스하키 팀이고 마을 주민들은 모두 아이스하키 플레이어인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베어 타운은 그렇게 '우리'가 되었고 또 그렇게 '당신들'을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에 대한 엄청난 사랑이 '당신들'에 대한 커다란 증오로 변질되어가면서 베어 타운의 주민들은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기 시작한다. 그 혼란의 시작이 <베어 타운>이었다면 혼돈의 정점이 <우리와 당신들>이다. 서로의 아픈 상처를 보듬지 못하고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읽는 내내 창피했다.

P.364. 사람들은 성폭행을 이야기할 때 항상 과거 시제를 쓴다. (중략)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을 겪은 게 아니라 지금도 겪고 있다.

 

P.523. "나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나는 생존자예요." 

 

 

그리고 불안했다. 작가의 전작들과는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결말이 좋지 못하리라는 예상을 하게 되었고 그 불행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그려보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마음 불안한 일이었다. 설마 전편에서 용기 있게 자신의 상처를 들어낸 마야나 아픔을 함께한 마야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불행이 닥치는 것이 아닌지 정말 엄청난 불안감을 안고 이야기를 읽었다. 보통 이 작가의 전작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밤을 새웠었는 데 이번 작품은 가슴속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밤을 새웠다.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불행의 주인공 찾기는 긴장감을 더했고 불행의 주인공이 밝혀졌을 때 긴장감과 불안함은 뜨거운 눈물과 함께 해소할 수 있었다. 상처 입은 두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갈 때쯤 불행이 두 남녀의 사랑 사이에 끼어든 것이다.

 

P.31. 레오는 열두 살이고 올해 여름에 사람들은 항상 복잡한 진실보다 단순한 거짓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사실을 깨달았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이 개성 있고 사랑스럽다. 부모를 배려하며 자신의 아픈 상처를 끌어안고 씩씩하게 버티는 마야가 사랑스럽고, 남편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꿈과 능력을 품고 사는 미라도 사랑스러웠다. 검은 재킷 사나이들도 너무 사랑스러웠고 새로 부임한 여자 코치 사켈 또한 사랑스럽다. 그런데 딱 한 사람 아이스하키 단장의 동창생이면서 이 지역 지역 의원인 리샤르드 테오는 정말 밉고 그냥 막 싫었다. 어느 나라나 정치인들의 이미지는 대동소이한 모양이다. 그런데 테오는 정치인들 중에서도 정말 나쁜 정치인이다. 의원이라는 작자가 지역 내 갈등을 이용해서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어디선가 본듯해서 테오가 더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P.515.이곳에는 좋은 사람들도 살고 나쁜 사람들도 살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지는데, 그 둘을 구분하기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작은 마을 내에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순간에 우리에서 당신들이 되어버려야 했던 한 소녀와 또 다른 한 소년의 이야기가 흐름을 주도한다. 소녀의 우정이 산산이 깨져버리면서 또 다른 사랑이 싹트고 베어 타운 아이스하키 팀은 새로운 후원자를 맡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찾아보라는 식으로 많은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확실한 악인 한 명은 알 것 같은 데 다른 이들의 선악 구별은 무의미할 것 같다. 600 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손에 잡는 순간 다 먹을 때까지 놓지 못하는 팝콘처럼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감동의 눈물을 통해서 마음의 정화를 바란다면 이 책이 지름길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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