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8 - 모르는 영역
권여선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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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은 장편소설이 주는 즐거움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강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장편소설보다는 함축적이고 흐름 또한 빠르다. 그래서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 싶을 때가 많다.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느낌을 제대로 받았다는 느낌을 가질 때도 있지만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래서 단편소설들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자주 접하고 있다. 작품집 속에 함께 실리는 심사평이나 작품 해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작품을 읽고 느낀 점이 심사평이나 해설에 실린 내용과 비슷하면 왠지 모를 만족감도 느끼고는 한다.

 

이번에 만난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 2018>은 제19회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일곱 명의 작가들의 여덟 작품들과 기수상 작가인 강영숙의 자선작 <곡부_이후>를 담고 있다. 단편 작품집의 매력 중에서 가장 큰 매력은 아마도 다양성에 있는 듯하다. 이 작품집 또한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주제를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아낌없이 주고 있어서 정말 좋았다. 소원해진 부녀 관계를 통해서 본 사람 사는 이야기 <모르는 영역>을 시작으로 대중에 의해 망가진 개인의 삶을 통해 진정한 자존감을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 <연말 특집>, 성 정체성을 다룬 이야기<컬리지 포크> 그리고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인 백석의 삶을 그리면서 문학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 <그 밤과 마음> 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단편 작품집의 단골 주제인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를 끌어내는 이야기<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와 여러 국적의 젊은이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뛰어넘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아치디에서> 도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축구공의 역사를 우리의 역사와 잘 조화시키며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낸 김희선 작가의 <공의 기원>이다. 축구공이라는 단순한 모티브를 역사와 경제, 인간성까지 확장시켜 커다란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작가의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가을이 가기 전에 다양한 작가들이 다양하게 들려주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이야기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가 사는 삶의 방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쓸쓸한 가을이 가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올 차가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에너지가 담긴 행복한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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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나 혼자 만나는 나에게 - 김소울 박사의 미술심리치료 에세이
김소울 지음 / 일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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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점점 더 깊어지는 가을에 어울리는 책은 누군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고 그 생각을 통해서 오늘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에세이일 것 같다. 그런 에세이들 중에서도 <오늘 밤, 나 혼자 만나는 나에게>는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 김소울은 미국에서 미술치료학 박사를 처음 받은 한국인이라고 한다. 미술을 통해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미술치료학으로 10년 이상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치료한 저자의 미술치료 임상 경험이 다양한 케이스들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수많은 원인으로 발생한 심리적인 불안 상태를 그리기나 만들기 등 다양한 미술 작업들을 통해서 완화시키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준 저자의 경험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저자가 미술 활동들을 통해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해주는 치료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이 언젠가 한 번쯤은 느껴 본 듯한 감정들이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속 한구석에 남아 있었을지도 모를 마음의 얼룩들이 지워지는 듯하다. 자기 마음대로 살 수 있는 혼자만의 세상이 아니고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 살아야 하기에 느끼기 되는 많은 아픔들을 이 책이 달래주고 있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해주는 미술 치료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볼 수 있다는 즐거움만큼이나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은 훌륭한 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훌륭한 미술 작품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만나보는 즐거움은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인 듯하다.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던 명화 뒤에 감춰져있던 사연을 만나 그림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다음 만나보는 명화는 너무나 다른 느낌을 들게 한다. 그림 속 주인공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자세하게 볼 수 있게 해주고 있어서 좋았다.

 

삶을 대하는 다양한 길을 보여주고 있어서 읽는 동안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주고 다양한 심리적인 불안감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는 즐거움도 찾을 수 있는 책이다. 가볍게 읽으면서 흔히 말하는 힐링보다 한 수 위의 마음속 평정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한편의 아름다운 그림 같은 에세이를 통해서 잊고 지내던 마음속 얼룩을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늦은 밤 나와의 만남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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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2 : 과학.경제 편 가리지날 시리즈
조홍석 지음 / 트로이목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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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 있으면 모임의 계절 연말연시가 다가온다. 모임에서 자주 보는 모습은 누군가의 말에 그 말의 진위를 따지며 서로 언성을 높이는 정말 단순한 모습이다. 이제는 스마트 폰을 통해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억지라 부르는 정겨운 모습은 조금씩 멀어져가는 듯하다. 정겹지는 않아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설전의 바탕은 바로 우리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다. 예전에 본 듯한 이야기들을 하다보면 서로 다른 길을 헤매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도 모임에서 관심을 받고 싶다면 모임에 참가하기 전에 모임에 성격에 어울리는 이야기꺼리 몇 가지 정도는 알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과학. 경제 편>은 저자 조홍석1편 일상생활 편에서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다시한번 유쾌하고 재미나게 담아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가리지널 시리즈두 번째 이야기는 1부 천문. 시간을 시작으로 2부 지리. 공간 그리고 3부 교통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4부 경제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끝으로 재미난 책은 마무리된다.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상식을 바로잡아 주기도 하고 조금은 생소한 상식들도 보여주고 있어서 정말 재미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전공이 천문기상학이여서인지 1부에서 다루고 있는 천문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깊이 있게 느껴져서 개인적으로는 더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들려주는 다른 분야에 관한 이야기들도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그중 하나만 소개하자면 상업이나 상인의 어원이 중국의 상나라 사람들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 속에는 상식인 듯 상식 아닌 것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재미나고 유쾌한 상식들을 만나보는 즐거움은 정말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연말연시 모임에서 주인공이 되고자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힘든 출퇴근 시간에 활력과 함께 즐거움을 만나보고 싶은 이들에게 더욱 좋을 것 같다. 작은 이야기들이지만 이야기들을 만나고 있다보면 그 속에 담긴 큰 뜻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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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실록 - 실제 기록으로 읽는 구한말 역사
황인희 지음 / 유아이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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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아프고 슬픈 역사이기에 다소 소홀하게 다루고 있는 듯한 우리들의 과거가 있다. 그 아픈 기억 속에 존재하는 두 왕 고종과 순종의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이 아닌 '대한 제국 실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대한 제국 실록의 편찬 과정이 일본에 의한 것이라 우리의 역사 실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비운의 황제 고종과 순종은 실록에서마저 비운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비운의 역사 기록을 역사 칼럼니스트 황인희가 쓴 <대한 제국 실록>을 통해서 만나본다.

 

이 책은 '고종황제 실록'과 '순종황제 실록'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들을 중심으로 발췌해서 격변의 시기를 살았던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저자의 의견이나 시대상황들을 담지 않고 당시의 기록만을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상소나 대화 내용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어서 다소 지루할 수도 있었지만 워낙에 급변하는 시기의 기록이기에 지루함보다는 긴장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서 만나 본 대한 제국은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할 수 있는지 조선시대 말의 지도층들은 자신의 이권이나 신념만을 위해 나라를 풍전등화로 내몰고 있었다. 물론 실록을 일본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기술했겠지만 대한 제국의 관료들이나 고종과 순종은 한 나라를 책임지기에는 너무나 무능해 보였다.

 

대한 제국은 외세의 침략이 극심해지는 조선 말기 13년(1897년 10월 12일부터 1910년 8월 29일까지) 동안 우리 땅에 존재했다. 그중 순종이 황제로 재위했던 기간은 4년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대한제국 이전 고종에 관한 기록을 함께 담고 있다. 그런데 기록들을 따라 고종이 정사를 살피는 모습을 그려보면 점점 자신감을 잃고 자포자기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점점 더 옥죄여오는 외세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심지어 하루 만에 자신의 뜻을 바꾸는 모습에서는 정말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왕이 그렇게 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기록의 대부분은 국내의 채굴권이나 철도 부설권 등의 권리를 내주었다는 내용이다.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답답한지 모르겠다. 거기에 을사오적이 나와서 정사를 흐릴 때는 답답함보다는 가슴속에 울분이 차올라서 책을 덮고 싶었다. 일본의 앞잡이로 살았던 이들을 단죄하지 못했던 우리의 근대사가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기만하다.

 

조선과 대한 제국의 마지막을 담고 있어서 당시 황실과 황제 그리고 관료들의 모습을 조금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이 현재 한반도를 들러싸고 펼쳐지는 외교 상황과 오버랩되는 것 같아서 더욱 갑갑하기만 했다. 그때 청과 일본이었다면 지금은 중국과 미국으로 변한 것 말고는 우리의 상황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는 시대착오적인 결정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 더 신중하고 우리의 국익을 위해 뜻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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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공화국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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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2. 잃어버린 것을 찾아 헤매기보다 지금 손바닥에 남은 것을 소중히 하면 된다고.

 

<츠바키 문구점>으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 작가 오가와 이토의 <츠바키 문구점>의 후속편 <반짝반짝 공화국>을 만나보았다. 전작 <츠바키 문구점>을 읽지 않았고 작가 오가와 이토의 작품도 처음이지만 많은 사랑을 받은 전작 <츠바키 문구점>의 후속편이라는 점이 책장을 열기 전부터 흥미를 유발한 작품이다. 작가를 처음 접하는 만큼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지 설레이며 작품의 첫 페이지를 만나본다.

 

이 작품은 수 많은 반짝이는 빛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빛은 포포가 꾸며나가려는 가족이라는 성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목차는 사계절에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맛난 음식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책 말미에는 포포가 대필한 편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즐거움을 담고 있다. 거기에 한번쯤은 꼭 찾아가고 싶은 가마쿠라의 예쁜 지도가 함께 있어서 <반짝반짝 공화국>을 더 반짝이게 하고 있어서 좋았다.

 

P.11. 인생에는 어지럽도록 빠르게 바뀌는 순간이 있다.

 

<반짝반짝 공화국>의 문을 여는 첫 문장이다. 처음 들어서는 반짝이는 공화국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문장이다. 그리고 전작의 속편이기에 전작에서 보여준 이야기와 다른 흐름을 보여주려 하고 있는 듯도 하다. 전작을 읽지 않았기에 전작의 스토리를 상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전작의 느낌만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전작과 연결된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전작의 따뜻함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반짝이는 공화국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너무나 뜨거워 다가갈 수 없는 열정이 아닌 포포가 느끼는 소소한 행복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의 체온 같은 따뜻함이어서 더욱 좋았다.

 

작은 문구점에서 선대(할머니)를 이어서 다른 이들의 편지를 대필하는 포포가 미츠로와 결혼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엄마가 누군지도 모르고 너무나 엄한 할머니와 살았던 포포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그 속에서 느끼는 많은 감정들이 따뜻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귀여운 딸 큐피와 교감하면서 선대라 부르던 할머니와의 거리를 조금씩 없에 가는 포포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큐피의 죽은 친엄마 미유키를 대하는 포포의 모습은 너무나 의연하고 부드러워서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누군가의 사연을 편지에 대신 담아주는 대필이라는 직업을 가진 포포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앞을 보지 못하고 빛만을 감지하는 어린 소년이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기뻐요라는 사연을 담은 편지를 대필하는 포포가 어떻게 따뜻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큐피를 친엄마처럼 사랑으로 대하는 포포가 어떻게 부드럽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야기들이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사연들과 함께 더욱 반짝이는 공화국을 만들어 간다. 공화국이라는 제목이 다소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포포가 말하는 공화국의 뜻을 알게 된다면 반짝반짝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이고 가장 잘 어울려야할 단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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