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에서 나온 <서른의 반격>의 저자 손원평 작가의 글을 처음 접한 건 제10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인 <아몬드>를 통해서다. '아몬드'라는 제목이 흥미로워 접했던 작품 속에서 날카로운 시대정신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감정표현 불능증'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아이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던 작가가 이번에는 그때의 아이들을 서른쯤으로 키워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소설이 <서른의 반격>인듯하다.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재미난 에피소드들과 함께 위트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으로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생각을 만나보는 즐거움은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인듯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너무나 평범한 젊은이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그녀의 이름도 누구나 한 명쯤은 알고 지내는 이가 있을 듯한 평범한 이름(김지혜)을 지어준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평범한 이야기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평범하게'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은 씁쓸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주인공과 그 일당들이 이 사회의 악들에게 펼치는 반격은 너무나 좋았다. 소심한 복수에 지나지 않을 작은 행동들이지만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감은 그 어떤 것들보다 더 시원하고 달콤하다.


비정규적의 비애를 떨쳐버리기 위해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가상의 친구이자 애인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자존감을 지키며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아니 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기성'세대라는 울타리 속으로 그저 그렇게 빠져들어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눈 감아 버리고 만 것 같다. 그런데 작가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반격'을 가하면서도 너무나 위트 있고 재미난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그 속에는 많은 의미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의미들이 작가의 차기 작품을 더욱 기다리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깊어진 가을 답답한 속을 후련하게 뚫어버리고 싶다면 이 책을 꼭 한번 만나보라 권하고 싶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손자병법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전쟁에서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기는 힘들 것이다. 아마도 싸움의 피해를 최대한 적게하고 이기는 것이 최선의 전술일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처럼 유명한 전술들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전쟁에 '마술'이라는 전술을 썼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접하게 되었다. 물론 지식이 짧은 탓도 있겠지만 얼핏 생각해도 전쟁과 마술을 매치시키기는 어려웠다. '마술'이 총, 칼 앞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정말 마술로 독일군을 속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북폴리오에서 나온 <전쟁 마술사>를 통해서 데이비드 피셔의 흥미로운 소설을 만나 보았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신 활약했던 '전쟁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이 어떤 마술을 통해서 나치를 속이고 승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는지 재미나게 담아내면서 당시의 긴박한 전쟁 상황을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지금은 흔히 알고 있는 위장술이나 여러 속임수들이 '전쟁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이 이끄는 마술팀의 작품이라는 점은 이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영국과 독일이 북아프리카 사막에서 펼치는 전쟁의 승패를 건 싸움의 생생한 묘사와 그 속에서 행해지는 화려한 마술쇼일 것이다. 1942년 라이르풋에서 펼쳐진 지상 최대의 마술쇼가 독일의 전쟁영웅을 속일 수 있었을까?


재미나고 흥미로운 소설이지만 역사 속에서 끄집어낸 이야기들이 제2차 세계대전 속으로 , 역사 속으로 이끌고 간다. 그리고는 많은 역사적인 사실들도 함께 알 수 있는 지적인 활동을 하게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전쟁과 역사에 대해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그저 작가가 꾸며놓은 마술같은 이야기속을 지나다보면 쉽게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언제 끝을 보았는지도 모르게 마지막 장에 와있게 될 것이다.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듯하다. 마술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끝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

요즘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들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다. 과학의 융합을 바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가 어떤 모습일지 모두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미래 사회에 없어질 직업들을 예상하며 그 직업군에 속한 이들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금은 심할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 이런 호들갑에 가까운 반응의 원인은 아마도 미래 사회에 대한 불안감과 자존감의 부재에서 오는 것일지 모르겠다. 눈부신 과학 발전의 속도에 발맞추지 못한 인류의 고통은 점점 더 커져만 갈 것이다. 그런 인류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 줄 위대한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사상을 담은 책을 만난다. 21세기북스에서 나온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는 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찬국 교수가 하이데거의 저서 속에 담긴 어렵고 난해한 사상을 쉽게 글자 하나하나 풀어쓴 듯한 친절한 책이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는데 저자의 간결한 표현들이 부담스러운 철학 사상을 담은 책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하이데거의 철학 사상을 바탕으로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그의 사상을 보여주고 이해를 돕고 있다. 과학의 발전만을 '최상'으로 생각하는 현대사회에 '정보언어'를 통한 사회적 관계 속 삶보다는 '시어(詩語)'를 통한 진정한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길에 대한 하이데거의 사상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중세 시대 서양이 신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듯이 현대인들은 과학과 기술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는 듯하다. 과학을 유용한 도구라고 말하고 있지만 점점 더 과학 문명에 의존하는 인류의 삶의 자세에 대해 과학을 '산업 종교'라 표현하며 '종교'에 가깝다고 말한다. 정말 흥미로운 표현 같다. 과학의 발전에 모든 역량을 다하고 과학의 급속한 발전을 두려워하는 인류가 우리들 삶의 주체인지 과학이 삶의 주체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학은 우리 인류를 위한 도구이어야 하고 과학이 인류를 위한 도구로 머물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진정한 자존감을 가지고 우리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이름 정도만 알고 있던 철학자 하이데거의 철학 사상을 배울 수 있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저자의 친절하고 쉬운 표현들과 함께 하다 보면 바로 지금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의 병을 모두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행복한 책이다. 책 속에 행복의 길로 가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는 진짜 행복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뻐지고 싶어 갈매나무 청소년문학 3
야나 프라이 지음, 장혜경 옮김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215.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어린 왕자>


사춘기 어린 소녀의 순수한 향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재미난 이야기를 만나본다. 갈매나무출판사 청소년 문학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예뻐지고 싶어>는 배경도 주인공도 독일이지만 우리 아이들도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저자인 야나 프라이는 독일과 미국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문학, 역사 그리고 예술을 공부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작품을 집필했다. 저자의 작품은 처음 접해보았지만 저자가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은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작가의 아이들을 위한 사랑의 향기가 작품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또한 다양한 문화를 접한 작가의 경험이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있어서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쌍수(쌍꺼풀 수술) 정도는 성형수술이라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성형수술에 무뎌져 있다. 중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서 성형수술을 할 정도이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성형 수술을 하고 싶어 하는 사춘기 소녀 헬레네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너무나 이쁜 엄마와 언니를 매일 보며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던 소녀는 미국에서 온 친구 자디스를 통해 성형의 신세계를 알게 되고 크리스마스 전에 성형수술을 계획한다. 아빠의 턱우물과 커다란 코를 자신만이 물려받은 사실은 사춘기 소녀에게 적잖이 답답한 일일 것이다. 그 답답함은 소녀에게 '성형수술'이라는 길에 들어서게 했고 그 길만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주위를 설득해 나간다. 그리스 신화의 미의 여신 헬레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소녀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이 작품 속에는 이혼한 가정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노출되어있다. 소녀의 아빠는 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꾸려 두 아이와 함께 영국에 살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의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오래전 할머니의 가출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선다. 주인공 소녀와 너무나 똑같은 얼굴을 가진 할머니를 만나게 된 소녀는 할머니의 가출 원인을 알 수 있을까? 이제 우리 사회에도 이혼 가정이 많고 그들을 보는 시선도 특별하지 않다. 그들만의 사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는 이혼을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알 수 있기를 아니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지성이 아닌 감성으로 느끼는 것이 더 익숙할 청소년들에게 감성을 통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주고 있는 유익한 책이다. 유익한 만큼 재미도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돌아온 독서의 계절에 우리 청소년들이 꼭 한번 만나보았으면 하는 정말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P.309.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야. 항상 긍정적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이야기는 노란색 스쿨버스 속에서 일어나는 어린아이들과 운전사 사이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주위의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흥이 많은 아이들의 장난기가 가득한 버스 안에서 아이들과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스쿨버스의 운전사라는 일이 그리 녹녹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인공은 오로지 '돈'을 벌 목적으로 스쿨버스 운전을 시작한다. 그리고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 노선에 자신 있게 지원을 한다. 그렇게 '빌어먹을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이들(P.273)'과의 동행이 시작되고 이야기도 시작된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상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아이들과의 재미난 동행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의 길을 찾아 나서는 1년 동안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담겨있다.


주인공인 아이들을 만나기 전 작가라는 꿈을 안고 부정적인 틀 속에 갇혀 살았다. 부정적인 틀 속에서 주인공을 조금씩 변화시켜 긍정적인 세상을 맛보게 해준 것은 아마도 아이들의 순순한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의 에너지일 것이다. 아이들과의 동행을 통해서 얻은 긍정의 힘으로 조금씩 변화하던 주인공은 '평범하다'라는 단어의 뜻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게 된다.


P.192. 사소한 임무라도 좋다.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완수하자. 매일 반복하다 보면 머지않아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주인공은 1년여의 아이들과의 동행 뒤 부정적인 틀을 깨고 나와 작가의 꿈을 이룬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받은 고마운 선물을 자신의 또 다른 작품을 통해 되돌려주고 있다. 아이들을 둘러싼 많은 틀들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깨주려 한다. 이 책의 각 장의 앞쪽에 또 다른 이야기 <탐험가들>를 싣고 있는 것이다. <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속에 등장하는 아픔을 가진 아이들에게 <탐험가들>이라는 다른 이야기 속으로 탐험을 떠날 것을 제안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그들만의 탐험의 순간을 선물한다. 버스 속에서 아이들과 나누었던 환상적인 이야기 속으로 아이들을 들어가게 하고 있는 듯하다.


P.281. 버스에 탄 우리는 다르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모두 다 똑같은 인간이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라는 말로 작가는 정상이 아닌 아이들을 보는 시선을 바꾸자 이야기하고 있다. 어른이 돼도 정상인들과 조금 다르다고 피하고 이상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에게 인간은 모두 똑같다고 말한다. 이 책을 보는 동안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불편함을 안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과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을 가슴으로 사랑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될 다섯 아이들의 아픔을 사랑으로 감쌀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이 접할 수 있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우리와 조금 다른 이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조석으로 싸늘함을 느끼게 하는 날들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