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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ㅣ 에프 모던 클래식
애니 프루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7년 9월
평점 :

작가 애니 프루의 첫 번째 단편집 <브로크백 마운틴>을 만나본다. 작가 애니 프루는 퓰리처상, 오헨리 단편소설 상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최고의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금세기 최고의 단편'이라는 평을 받은 <가죽 벗긴 소>와 오헨리 단편소설 상을 수상한 <브로크백 마운틴>,<진흙탕 인생>등의 작품들을 포함한 11편의 단편들을 담고 있다. 인간이 감당해내기 어려운 혹독한 자연을 배경으로 다소 거칠고 폭력적인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가 다시 한번 재구성하고 그 속에서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듯한 책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이 참여해 영화로 만들어져 리안 감독에게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게 했고, 또한 각색상들을 수상한 작품이다. 다른 단편들도 좋은 평과 함께 작가에게 다수의 상을 안겨준 작품들이다. 하지만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의 대부분이 그렇듯 작품을 편안하게 읽을 수는 없다. 특히 단편소설들이 가진 함축성과 함께 배경이나 소재들의 생소함이 다 읽은 후에도 무엇을 읽었는지 알 수 없어 난처함 마저 느끼게 하는 작품들도 있다. 단 두 페이지의 작품 <다음 주유소까지 앞으로 90km>의 마지막 문장 '너무 외딴 곳에 떨어져 살면, 각자 알아서 재밋거리를 찾아야 하는 법이다.'의 의미를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아마도 이 책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몰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거칠고 강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쓰인 단어들도 그저 평범하고 다소 강한 느낌의 단어들이다. 하지만 작가에게 많은 상을 받게 한 문장들은 아름답다 못해서 난해하기까지 하다. 작은 표현 하나를 하는데도 작가는 허투루 하지 않고 혼신의 노력을 다한 듯하다.
P.27. 아스팔트 위에는 추위에 몸부림치던 눈 뱀들이 막대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P.352. 새벽이 찾아오고 주황색 유리알 같은 태양빛 아래로 젤라틴 같은 연녹색 테가 둘러지고 있었다.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이지만 이야기에 다가가기가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다. 첫 장을 장식하고 있는 <가죽 벗긴 소>를 읽으면서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 끝까지 읽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물론 다시 한번 읽는다고 해서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와이오밍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을 , 혹독한 자연환경을 알고 작품들을 접한다면 이야기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끝자락에 역자가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으니 꼭 먼저 읽고 작품들을 만나기를 바란다. 정말 독특한 작품들을, 남자 냄새 물씬 풍기는 마초 같은 작품들을 만나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