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시대를 기억하다 - 사회적 아픔 너머 희망의 다크 투어리즘
김명식 지음 / 뜨인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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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명식이 보여주는 '공간'을 통해서 '역사'를 만나본다. 공간을 연구하고 창조하는 전문가답게 저자는 평범한 공간이 아닌 생각이 담긴 철학적인 공간을 보여준다. 특히 추모와 추도가 함께 해야 할 뜻깊은 공간을 중심으로 슬프고 아픈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공간, 시대를 기억하다》의 '여는 글'에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공간들을 '다크 투어리즘의 시작'이라고 말하며 '기억의 공간'이라 칭하고 있다. 사람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고 또 쉽게 왜곡된다. 그래서 아프고 슬픈 기억이지만 우리는 추모의 공간을 만들어 당시의 시간을 잡아두려 애쓰고 그때의 교훈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휴양과 관광을 위한 일반 여행과 다르게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곳을 찾아가 체험함으로써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

'사회적 아픔 너머 희망의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책의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정말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슬픔과 아픔의 역사를 가진 공간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공간의 사회적, 시대적인 의미를 많은 사진들과 함께 풀어내고 있다. 때론 공간을 다룬 건축이론을 함께 들려주고 있어서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하고 있다. 많은 이야기들은 슬픔에 빠져 과거에 머물러서도 안되지만 그 슬픔을 잊고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해서도 안될 것이라는 교훈으로 모이고 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의 1장 역사화된 기억 공간에서는 비극적인 근현대사의 추모 공간이나 구조물을 설치 배경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아프고 슬픈 역사적 배경을 함께 들려주고 있어서 공간을 보여주고 있는 사진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선다. 


2장 일상의 기억 공간은 대도시 곳곳에 자리한 기억과 추모 공간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냥 지나치던 많은 곳에 기억해야 할, 만나보아야 할 공간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이 책의 소장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부분인 듯하다. 


3장 해외의 기억 공간은 소개된 공간보다도 기억의 공간, 추모의 공간을 대하는 우리와 그들의 생각 차이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추모해야 할 사건을 대하는 그들의 정신을 접하면서 부끄러워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저자가 들려준 역사를 따라서 기억의 공간, 추도의 공간을 찾아보고 싶다. 물론 저자가 소개해 준 서울시내 기억의 공간은 지날 때마다 다시 한번 돌아보는 여유를 부려볼 생각이다. 공간이 주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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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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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의 프롤로그에는 행복한 결혼 장면이 그려진다. 이야기의 주인공 구로타키 유야와 야나기바 미노리의 결혼. 하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무거운 문장들로 인해 어둠을 감지할 수 있다. 


p.11. 어떤 선택을 하건 반 발짝 바로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손쓸 수 없을 만큼 잔혹한 결말이다. 하지만 그건 아직 우리만 알면 된다. 지금은 그저, 그녀의 행복만을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이야기는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첫사랑과 결혼한 지 3년 된 '나'가 자신과 미노리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들려주며 편안하게 시작한다. 화자話者인 내가 자신의 아내 미노리와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전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와의 행복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25살 젊은 아내 미노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나의 행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여기서 작가는 내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화자인 내게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이다. 나는 중학교 시절 우연히 자동차에 치일 뻔한 길고양이를 구해주게 된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었다. 자신을 신이라 소개하며 보답으로 나에게 능력을 선물한 것이다. 하지만 그 능력에는 대가가 따른다. 되감은 시간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수명이 줄어드는 것이다. 화자인 나는 아내 미노리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까? 아니 사용해야 할까? 


아내 미노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11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야 한다. 그럼 나의 수명은 55년 줄어든다. 돌아가서 아내 미노리를 살려도 나는 20대에 죽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죽는 사람만 바뀔 뿐 나와 미노리의 사랑은, 두 연인의 행복은 다시 한번 무너져버리게 될 것이다. 또 첫사랑을 만난 11년 전 중학교 때로 돌아가 다시 만난다면 또다시 첫사랑의 감정이 되살아날지도 의문이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 시간을 되돌려야 할까? 이런 선택의 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정말 '순삭'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려주는 타임슬립 로맨스 소설이다. 가슴 아픈 사랑이 보이고 그런 사랑을 지키려는 아름다운 사랑도 보인다. 행복은 슬픔이 있어서 더 빛나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이 그렇다. 슬픈 사랑이 행복이 되는 시간을 함께 하길 바란다. 아오야마 미나미라는 작가를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낼지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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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의 빛 - 빛의 세계에서 전해 주는 삶을 위한 교훈
로라 린 잭슨 지음, 서진희 옮김 / 나무의마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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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의 빛》의 저자 로라 린 잭슨은 미국 고등학교 영어 교사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며 변호사 남편을 둔 아내라고 책날개에 무척이나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아주 평범한, 보통의 사람임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가 가진 능력을 이야기하는 순간 로라 린 잭슨은 평범한 사람과는 멀어지게 된다. 


로라 린 잭슨은 공인받은 '영매靈媒'다. 영매라는 단어만으로도 흥미롭고 재미난데 '공인'이라는 단어가 흥미와 재미 더하고 있다. 어디서 어떻게 공인을 받는단 말인가? 미국은 영매를 공인할 수 있는 방법과 기관이 있다는 것인가? 


천지창조설보다는 별에서 시작된 인류를 믿는 이과생이다 보니 눈에 볼 수 없는 '신비한' 현상은 재미와 흥미로만 받아들인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재미나다. 특히 과학적인 방법으로 공인받은 영매가 되는 과정은 정말 흥미로웠다. 


정말 사후세계가 있고, 영혼이 있을까? 또 그들은 우리와 공존하고 있을까? 눈에 보이는 것만을, 증명할 수 있는 것만을 믿게 된 '닫힌 생각'이 저자의 소중한 경험들을 접하면서 조금은 열린듯하다. 


우리의 조상들이 또는 먼저 망각의 강을 건넌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판타지 소설에서나 접할 수 있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엄청난 이야기이다. 물론 영혼의 존재나 영매라는 영적 존재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무척 허무맹랑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끝까지 만나본다면 지금의 나처럼 조금은 변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내 곁에 서있다는 생각은 하기 어렵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거짓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영혼이 과학을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정말 흥미로운 경험을 선물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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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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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다루는 책들은 대부분 죽음을 통해서 우리들 삶을 생각해하게 해준다. 그래서 더 큰 의미를 가지고 감성을 자극한다. 앞으로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를 주고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준다. 이 책은 '완화의료'라는 낯선 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브라질 의사 아나 클라우디아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완화의료에 대해 편안하게 들려주는 에세이이다. 또한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들과 가족들의 내면의 심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심리학 책으로도 다가선다.


할머니의 죽음을 보며 의사를 꿈꾸던 소년은 꿈을 이뤘고 누군가의 생명을 살려내는 의사가 아닌 누군가의 존엄한 죽음을 함께하는 조금 더 힘든 길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일이나 감정들은 경험치가 쌓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만큼 무뎌진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을 대하는 것은 전혀 익숙해지지도 않고 무뎌지지도 않는다. 가족이나 지인들의 죽음은 언제나 커다란 충격으로 감정의 밑바닥을 드러내게 한다. 이 책은 드러난 밑바닥을 채워주는 책은 아니다. 죽음이 감정의 밑바닥을 드러나게 하지 않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죽음이 무심하게 던지는 물음에 지혜로운, 따스한 답을 온 마음을 다해 전해주는 저자의 정성은 《죽음이 물었다》에 온전히 담겨있다. 완화치료가 가지는 소중한 의미도 조금은 알 수 있어 좋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죽을 때 후회될 일은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들 중에서 '후회'에 관한 부분이 가장 깊게 새겨진다. 죽기 전의 환자들이 가장 많이 했다는 다섯 가지 후회는 무엇일까?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쌓아둔 후회, 일의 성취라는 굴레에 갇혀 삶에 의미 있는 일을 하지 못한 후회, 조금 더 많이 친구들과 함께하지 못한 후회, 자신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한 후회. 이 네 가지 후회보다 더 크게 가슴에 와닿은 후회는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하지 못한 후회다. 누군가와 비교하고 또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을 위한 선택이 아닌 남을 위한 선택을 했던 후회. 죽기 전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편안하게 떠날 수 있게 해줄 아름다운 조언이 좋았다.


《죽음이 물었다》에 담긴 질문은 무엇일까? 저자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삶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죽음을 대하는 많은 이들을 옆에서 지켜본 경험 많은 의사의 생각을 통해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영원한 이별'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다가선 죽음을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을 또 어떤 이들에게는 찾아온 이별을 천천히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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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안드레아 바츠 지음, 이나경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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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매력적인 에밀리와 크리스틴은 대학시절부터 함께한 베스트 프렌드이다. 안드레아 바츠의 장편소설《우리는 여기에 없었다》는 절친인 에밀리와 크리스틴의 칠레 여행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실상 그들의 이야기는 캄보디아 여행에서 있었던 일부터 시작된다. 일 년에 한번 먼 나라 여행을 계획한 둘은 두 번의 여행에서 두 개의 비밀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그 비밀을 대하는 크리스틴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그렇게 큰일을 겪었다면 에밀리처럼 반응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닐까? 어쩌면 이 소설의 화자話者가 에밀리인 까닭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에밀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크리스틴은 조금씩 정상과 멀어져 비정상에 가까워지고 만다. 그리고 그런 에밀리의 이야기를 듣고 따라가던 우리도 크리스틴과 멀어지길 바란다. 어느 순간 에밀리에게 크리스틴과 멀어지라고 외치게 된다.


어린 시절 화재로 부모를 잃고 친한 친구는 자살한다. 그리고 크리스틴 자신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절친인 에밀리에게 말하지 않는다. 속인다. 아니 거짓을 말하지 않았으니 속인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크리스틴의 행동은 충분히 오해할만했고 에밀리는 그렇게 오해한다. 그런데 진짜 오해였을까? 어쩌면 에밀리의 생각이 맞았는지도 모른다. 


에밀리의 말을 들어보면 크리스틴은 '가스라이팅'을 가하며 에밀리에 집착하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틴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단순히 상처받은, 외로운 크리스틴 자신만의 사랑 표현법이었을지도 모른다. 공유한 비밀은 서로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그 부담은 서로의 믿음을 흔들어 무너뜨리고 만다. 그렇게 우정이 무너진 순간 반전이 펼쳐진다. 그리고 어느새 새로운 여행지에 누군가와 함께 서있게 된다. 주인공들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다시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하지 못할 것 같은데 그들은 조지아에 서있다. 새로운 여행지 조지아에 함께 선 두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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