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릿 트레인 - 영화 원작소설 무비 에디션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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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릿 트레인』의 원작 소설을 만나보았다. 국내에서도 강동원 주연으로 영화화된 『골든 슬럼버』를 비롯해서 지금까지 11개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이다. 정말 엄청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이사카 고타로가 이번에는 신칸센이라는 기차를 무대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작품의 원제는 『마리아 비틀』로 2010년에 『그래스호퍼』의 후속편으로 출간된 장편소설이다. 두 작품 모두 곤충을 연상시키는 제목이지만 살인청부업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살벌한 책이다. 아니 <불릿 트레인>은 전혀 살벌하지 않다. 살인 장면이 묘사되기는 하지만 전혀 무섭지 않고, 이사카 고타로의 특유의 유머로 무장한 재미나고 유쾌한 소설이다.


많은 킬러들이 등장하는데 킬러라는 이들이 무언가 허술하고 왠지 모르게 부드럽다. 가장 킬러다운 인물들은 오래전 은퇴한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 킬러와 '왕자'라는 14세 소년이다. 이 녀석은 전문 킬러도 아니면서 살인을 즐긴다. 아니 타인의 감정을 이용해 그 사람을 조정하려고 한다. 너무나 잔인한 가스라이팅 짓거리를 한다. 결국 어린아이를 옥상에서 던지고 알코올 중독자인 소년의 아버지를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인다. 


전직 살인청부업자 기무라는 아들 와타루의 복수를 위해 신칸센 하야테에 오른다. 그런데 그 기차에는 너무나 많은 킬러들이 함께 타고 있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또 각자가 의뢰받은 '간단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문학을 좋아하는 밀감과 토마스 기차의 덕후 레몬도 타고 있다. 또 자기는 운이 너무나 좋다는 14세 소년 왕자도 타고 있다. 그런데 왕자의 행운을 누를 정도의 강력한 '불운'을 몰고 다니는 신입 킬러 무당벌레 나나오가 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나나오 - 하필 이럴 때,라는 생각보다는, 역시 이 모양이군, 하고 느껴지는 부분이 더 컸다.

왕자 - 자신의 행운을 정체 모를 불운의 괴물이 덥석 베어 물며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공포였다.


나나오의 이번 미션은 정말 '간단한 일'이었다. 트렁크를 하나 찾아서 첫 번째 역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트렁크의 위치도 알려주었기에 들고 내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나나오는 내리지 못한다. 5분만 타면 될 신칸센을 2시간 반 이상을 타게 된다. 그렇게 나나오의 미션 실패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 작용을 만들어낸다. 정말 빈틈없이 촘촘한 스토리가 나나오가 신칸센을 내릴 때까지 이어진다. 트렁크를 둘러싼 긴장감은 어느새 새로운 긴장감으로 옮겨가고 왕자는 그 상황을 즐긴다. 


정말 이 정도의 캐릭터가 필요할까 싶은 왕자와 나나오 이 두 명이 이 스릴러의 주인공인듯하다. '악惡'으로 똘똘 뭉쳐진듯한 소년의 모습은 무서울 정도다. 이 소설의 긴장감은 거의 모두 왕자가 맡고 있는 듯하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느냐고 만나는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는 반응을 살피는 머리 좋은 사이코패스. 그런데 그런 소년을 지켜주려고 하는 조금은 순진한 불운의 아이콘 나나오. 정말 이렇게까지 불운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 정도로 안쓰러운 나나오. 나나오와 왕자는 200킬로가 넘는 속도로 움직이는 폐쇄된 공간 신칸센에서의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왕자와 나나오 어느 쪽이 더 확률이 높을까?



"RHK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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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2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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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가제본을 순삭하고 2권을 기다렸습니다. 너무나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질 2권도 순삭일 것입니다. 엄청난 스토리텔러 장강명이 들려주는 범인의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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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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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부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장강명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재수사> 1부를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엄청난 필력을 가진 스토리텔러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필력은 '엄청나다'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랄 정도다. 죄에 대한, 처벌에 대한 철학적, 심리학적 접근은 물론 거기에 사법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인 접근도 보여준다. 또 경찰 조직에서 강력계 형사가 가지는 의미도 보여주고 있다. 재미나고 흥미롭다. 22년 전 사건을 재수사하는 초보 형사 연지혜와 22년 전 사건의 범인이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나는 22년 전에 사람을 죽였다. 

자수는 비굴하고 부정직한 타협 같다.


범인은 인류가 가진 도덕성이 본성에서 이성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논하고 있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명예'는 계몽주의가 만들어낸 '행복'에 파묻혔다며 진정한 도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녀석은 22년 전 신촌에서 여대생을 죽인 범인이다. 그렇다 보니 논리정연하게 펼치는 멋진 이야기가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으로 들린다. 하지만 자꾸만 녀석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변명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를 말하고 있는듯하다. 왜 일까? 직접 만나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초보 형사 연지혜가 끌어가는 사건 조사 파트 이야기는 범인이 들려주는 형이상학적 이야기를 벗어나 정말 극도로 현실적이다. 범인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과는 달리 우리 형사들은 22년 전의 범인을 잡기 위해 정말 현실적인 노력을 한다. 그런데 이야기는 손에 잡히는 것보다는 손에 잡힐듯한 이야기가 더 재미나고 흥미롭다. 하지만 범인이 들려주는 손에 잡힐 듯한 이야기가 초보 형사 연지혜를 통해서 손에 잡히기 시작한다.


범인은 사건 직후 자신 안에는 세 명의 인물들이 산다고 이야기한다. 

내 안의 로쟈는 불안과 긴장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내 안의 지하인은 생존 욕구와 자기합리화에서 나온 존재다.

내 안의 스타브로간은 로쟈나 지하인과는 좀 다른, 초연한 존재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자신 속에 있다고 한다. 나 참.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이런 생각은 범인의 논리적인 설득에 조금씩 흔들린다. 이러다가 정말 범인의 변명을 지지하는 일이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 때쯤 작가는 3인의 형사들에게도 새로운 실마리를 안겨준다. 그런데 이 실마리를 따라 사건 관계자들을 만날수록 피해자 민소림이 의심스러워진다. 이제 범인은 선善과 악惡에대해 논하고 있다. 민소림은 선일까? 악일까? 선과 악의 절대적 구분이 가능할까?


그렇게 된다면 민소림이 나에게 어떤 공격을 가했는지, 그로 인해 그녀와 내가 각각 받아야 할 형량은 얼마인지에 대해서도 새로운 평가가 가능해질 수 있다.


범인과 민소림과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2부에서 보일 것 같다. 사건 수사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민소림의 죽기 전 10일간 행적도 2부에서 보여줄 것 같다. 물론 범인의 정체도 2부에서 밝혀질 것이다. 1권의 끝을 만나는 것은 너무나 순식간이다. 그래서 1권의 끝을 만나는 순간 2권이 없다는 실망감이 더 크게 다가선다. 그러니 <재수사>를 접하게 된다면 꼭 1권과 2권을 동시에 준비해 두고 범인의 변명을 들어보기 바란다. 솔직히 1부에서는 범인의 설득이 더 매력적이다. 2부에서 연지혜 형사의 파이팅을 기대해 본다.



"은행나무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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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산책 - 예술의 정원
강명재 지음 / 일파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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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든 국내여행이든 우선 둘러보는 곳은 재래시장이다. 그곳만의 먹거리와 그곳만의 삶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어서이다. 그러고는 야경夜景좋은 스카이라운지를 찾아본다. 다른 이들이 다녔던 곳을 다니고 앞선 이들이 소개해 주는 길을 따라 걷는다. 실패 확률을 줄이고 검증된 편안함을 지키기 위해서 리뷰를 찾고 별점을 찾아보는 것 같다. 그런 가벼운 여행과는 전혀 다른 예술 여행을 만나보았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해외전시팀장인 저자 강명재를 따라 그가 주재원으로 머물렀던 마드리드를 <예술의 정원 마드리드 산책>을 통해 거닐어보았다.


패키지여행의 경우 여행 가이드의 역할이 여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지면으로 떠나는 여행이었지만 처음 떠난 마드리드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뛰어난 여행 가이드를 만난 덕분으로 마드리드가 가지는 진짜 가치를 알게 되었다. 세계적인 축구리그인 라리가의 명문 구단들의 연고지로만 알고 있던 마드리드에 대한 지식의 폭과 깊이를 키울 수 있어 좋았다. 


마드리드의 진정한 가치는 도시 전체가 품고 있는 예술적 향기에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진짜 마드리드 덕후이다. 마드리드 덕후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도시의 아름다운 예술적 가치는 인문학과 연결되며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높여준다. 가독성可讀性이라는 커다란 장점을 가진 책이다. 물론 그 가독성에는 많은 사진들이 일정 지분을 가질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미술관부터 처음 접하는 작가의 미술관까지 만남을 이어주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이 놀라웠다. 예술을 사랑하고 많은 작가의 수많은 작품을 감상한 저자의 넓은 인문학 지식과 예술적 감성이 이런 멋진 책을 만들어낸 것 같다.


이 멋진 작품은 고전 회화의 천국이라는 프라도 미술관의 소개로 시작한다. 몇몇 여행 관련 책들에서 만나보았던 미술관 소개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저자의 디테일한 소개는 마치 미술관에서 나누어준 전시 안내도를 보는듯하다. 실제로 층별 전시 안내도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도 좋았지만 처음 만난 작가 소로야의 작품이 너무나 좋았다. 소로야의 삶을 알게 되고 접해서인지 정말 좋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이 전시된 소로야 미술관에는 꼭 가보고 싶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다. 마드리드의 대형 미술관부터 작은 미술관 그리고 클래식을 들려주는 왕궁까지 소개하고 있다. 거기에 오페라, 산책길까지 알려준다. 거기에 보너스로 마드리드에서 만날 수 있는 최상의 맛집들을 '고메 in 마드리드'를 통해서 소개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특색 있는 먹거리를 만나보는 즐거움을 선물로 주고 있다. 왕궁의 조형물 사진은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조금 더 코로나가 잦아들면 마드리드행 비행기를 타고 싶다.



"일파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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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임진왜란에 관한 뼈아픈 반성의 기록 클래식 아고라 1
류성룡 지음, 장준호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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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의 고전 회복 운동은 계속됩니다!'


중역과 오래전 번역으로 반감된 고전의 매력을 젊은 학자들의 새로운 시각과 젊은 감각으로 되살리겠다는 아르테의 고전 시리즈 '클래식 아고라'의 첫 작품을 만나보았다. 조선 건국과 함께 누려온 200여 년의 평화를 깬 임진왜란이라는 전란戰亂의 슬프고 아픈 역사를 기록한 <징비록>은 서애 유성룡이 자신이 경험한 임진왜란의 참혹상을 보여주며 다시는 그런 아픔과 슬픔을 겪지 말라고 우리 후손들에게 남겨놓은 소중한 지혜이다.


왜 임진왜란을 겪어야 했는지 또 어떻게 임진왜란을 이겨냈는지 저자 유성룡이 자세하게 들려주고 있는 본문을 읽는 재미도 크지만 본문만큼의 두께로 보여주고 있는 역자 장준호의 '해설'을 만나보는 즐거움도 무척이나 크다. 본문은 저자 유성룡이 '자서'를 통해서 <징비록>의 뜻을 알려주면서 시작한다. 또 <징비록>을 쓴 이유도 알려주고 있다.


p.9. 『징비록』이란 무엇인가?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의 일을 기록한 것이다.

…중략…

『시경』에 이르기를 "내가 지난 일의 잘못을 경계하여 뒤의 근심거리가 없도록 조심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징비록』을 저술한 까닭이다.


그렇게 시작은 본문에서는 임진왜란 동안의 전쟁 상황과 전쟁에 참여했던 그리고 도망갔던 이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적장인 일본의 고니시 유키나가도 등장하고 세계사가 인정한 해군 장군 이순신도 등장한다. 명나라의 장군들은 도우러 온 것인지 시간을 보내려 온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국익보다는 진영의 이익을 우선시한 정치하는 인간들의 우매한 행동이 조선을 7년간의 전쟁에 빠뜨리고 말았다. 


본문의 마지막은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호사설』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이익은 '유성룡의 가장 큰 공로는 이순신을 천거한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임진왜란의 주인공은 이순신이었다. 그래서인지 <징비록>에서도 이순신은 영웅으로 서술되고 있다. 


<징비록>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녹후잡기'에는 전란 발생의 전조증상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너무나 신기한 일들이 소개되고 있어서 '진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강과 대동강이 붉게 물들고 평원의 돌이 저절로 일어섰다고 한다.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일까? 본문보다 '잡기'가 더 재미나다고 생각할 때쯤 『징비록』을 번역한 장준호의 '해설'이 이 책이 가진 진정한 매력을 보여준다. 징비록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과거와 현재로 나누어 알려주고, 저자 유성룡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려주고 있다.


나라의 이익은 뒤로하고 진영의 이익을 추구한 까닭으로 막을 수 있었던 전란을 막지 못했고 우리나라의 운명을 남이 결정하게 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그런데 명과 일본, 일본과 청 그리고 미국과 소련으로 이어지는 힘없는 나라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의 어두운 역사의 중심에는 당파, 진영이 있었다. 동인과 서인 다시 북인과 남인 그리고 좌우익이라는 진영 싸움은 오늘의 여의도를 보는 듯하다. 어쩌면 그렇게도 닮았는지. 


그런데 무지한 이들의 특징은 남의 의견은 무시해버리는 자만심이다. 유성룡이 <징비록>을 통해서 삶을 대하는 지혜를, 원만한 국제 관계를 유지하는 힘의 지혜를 만나보기를 바랐듯이 역자는 '해설'을 통해서 우리가 오늘 <징비록>을 만나야 하는 까닭을 만나보기를 바라는듯하다. 



"아르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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