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월동 준비를 하기로 한다. 서재의 스킨을 겨울의 눈 내린 풍경으로 바꿨다.


독일 여성 작가 주자 방크의 소설 '크리스마스의 집'으로부터

Odenwald, Germany (사진: UnsplashBernd 📷 Dittrich오덴발트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6a0477a


Winter 3 · Trio Fibonacci · Max Richter https://youtu.be/bz-1u86HnyQ?si=ESV8TAGn3HfTzO19





‘카페 릴리’라는 상호는 드립 커피만 마시는 모직 모자를 쓴 나이든 여성들이 찾는 낡고 오래된 카페 이름처럼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차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릴리가 찍어 걸어 둔 사진들을 보고, 사람들은 누가 찍었는지 물어보았다. 흥미로운 일이었다.

릴리는 이전에는 아무도 자신의 사진을 감명 깊게 보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사진을 살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인지 물어본다고 했다. 릴리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줄에 있는 사진들은 살 수 있지만, 첫 번째 줄의 사진은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겨울 사진은 외투걸이와 카운터 사이의 벽에, 원형 테이블과 소파의 쿠션 위에 걸려 있었다. 오덴발트, 이끼가 만든 길, 흐르는 시냇물과 수차바퀴를 찍은 사진. 빌덴베르크 성의 부서진 벽, 키르히첼의 널빤지로 만든 지붕, 얼음이 맺힌 나무 아래 눈 덮인 오솔길, 12월의 발자국과 눈 위에 남겨진 자취, 1월의 숲과 2월의 초원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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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겨울 간식집'의 첫 단편은 박연준 시인이 쓴 '한두 벌의 다른 옷'이다. 왜 이 제목인지 내용에 나오지만 여기 굳이 밝히지 않겠다(스포일러는 아니다). 여름은 친구 성희를 통해 영혜를 알게 되고 뱅쇼가 첫 만남에 등장한다.

사진: UnsplashHannah Pemberton 뱅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7XXXXXXb479


박연준 시인은 다양한 글을 발표했다.





원탁에는 영혜가 읽는 책, 읽어야 할 책들이 표지가 보이도록 전시되어 있었다. 열 권, 어느 때는 스무 권도 넘었다. 작은 서점 같았다.

우리는 서로의 말에 반했다. 영혜와 이야기하는 순간에는 내가 마치 작가가 된 것 같았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생활에 찌들어 있다가도 영혜의 작업실에 가는 날에는 내 눈에서 빛이 나는 것을 느꼈다.

—여름아, 나는 그런 게 좋더라. 너무 단단하지도 너무 푹신하지도 않은 침대에 누워서 아주아주 두꺼운 소설을 읽다가 잠드는 삶. 내 손으로 견딜 수 있는 무게는 딱 두꺼운 소설책만큼인 것 같아. 나는 버러지야.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언젠가 영혜가 이렇게 말했을 때, 언니는 생각하는 게 직업이라고, 그건 귀한 거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두꺼운 소설을 읽고 두꺼운 삶을 생각하는 것, 그게 왜 나빠?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영혜 언니와 왜 멀어졌어?

성희가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했다.

영혜와 나 사이에 큰불이 일고, 타버리고, 재만 남았을 때. 재 위에서 다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내 선택은 달아나는 거였다.

그러나 어느 겨울, 카페 앞을 지나다 누군가 유리창에 이렇게 써 붙인 글을 마주하면 울고 싶어지는 건 사실이다.

‘따뜻한 뱅쇼 팔아요. 직접 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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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2월, 크리스마스가 있는 달이다. 부제가 '북유럽 사람들이 오늘도 행복한 이유, 궁금해요?'인 '놀러 와요, 북유럽살롱'(정민혜 지음) 중 'Salon 2. 오래 머물게 된 건, 사람들 때문이었다 - 북유럽에서 만난 사람들이 들려준 평범하고도 특별한 이야기'의 '14. 함스타드에서 보낸 첫 스웨덴식 크리스마스'는 잉마르 베리만(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 이야기로 시작한다.

Halmstad 1950 By Otto Nilsson * Halmstad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24h3127a


[차라리 청빈함을 택하리 - ‘화니와 알렉산더’를 보며 북유럽의 검박한 생활 미학을 생각하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68209




[새로운 것들 즐기기, 여든에도 문제없어]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408152017005 올해 여름에 출간된 책 '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 90세 스웨덴 할머니의 인생을 대하는 유쾌한 태도'에 대한 기사이다.







스웨덴이 낳은 영화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Ingmar Bergman이 유년시절 추억을 담아 만든 자전적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Fanny och Alexander, 1982>는 성대한 크리스마스이브 파티로 시작한다.

20세기 초, 극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두어 상류층 가정에서 자란 소년 알렉산더의 눈에 비친 크리스마스는 행복하기만 하다. 온 가족이 촛불을 밝힌 테이블에 둘러앉아 율보드Julbord(크리스마스 만찬)를 즐기며, 모두가 웃는 얼굴로 서로에게 "갓 율God Jul(메리 크리스마스)!"을 외친다. 그러고는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며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춘다.

아침저녁으로 찬 공기에 입김이 나오기 시작하는 10월부터 스톡홀름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만연하다.

12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집집마다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매일 한 장씩 넘기면 새로운 그림이나 초콜릿이 나오는 크리스마스 달력Advent calendar을 거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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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aladin.co.kr/790598133/15766786 장강명 소설이 원작인 '한국이 싫어서' 영화 개봉 소식을 8월에 포스팅했는데 ott 신작 중 이 영화가 보여 틀어둔 상태로 과거 악스트의 장강명 작가 인터뷰를 읽었다. '한국이 싫어서' 이야기도 나오지만 더 재미난 내용을 발견하여 그 부분을 옮겨둔다.



Dostoyevsky Street 2 Moscow Mariinsky Hospital (2007) By NVO [도스토옙스키는 모스크바에 있는 마린스키 자선 병원의 관사에서 태어났다.] 출처: 위키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악령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2007. 1. 15., 피터 박스올)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876424&cid=60621&categoryId=60621 지금은 거리감이 생겼지만 흥미롭게 읽은 강렬한 작품이다.


노문학자 석영중 교수의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가장 속물적인 돈 이야기'가 '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 - 돈이 전부인 시대의 도스토옙스키 읽기'란 새로운 제목으로 올해 10월에 다시 나왔다. 





『악령』도 범죄소설이면서 사회소설이죠. 실제로 러시아에 있었던 급진주의 혁명가 세력의 테러를 모티프로 도스토옙스키가 소설을 썼죠. 당대 사람들은 사회소설로 읽었겠지만 우리는 그 시대 러시아를 몰랐으니 그 부분을 모르고 읽으면 캐릭터 소설이기도 하고요. 무신론을 깊이 다룬 주제 소설이기도 하고요. 제가 원래 천주교 신자였는데 『악령』을 읽고 성당을 안 나가게 됐어요.

거기서 키릴로프라는 인물이 무신론을 주장하는데 설득이 되더라고요.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는데 반박을 할 수가 없어서 무신론자가 되는 걸로……. -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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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4-12-01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악령 소설과 인터뷰 글...감사합니다 ^^

서곡 2024-12-01 14:39   좋아요 0 | URL
아 네 감사합니다 ㅋ 다니던 성당을 포기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나 봐요...

blanca 2024-12-01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 작품 중 안 읽어 본 게 <악령>과 <백치>라 <백치>부터 읽어보려 했는데 <악령>을 먼저 읽어봐야겠네요. 얼마나 작품이 압도적이면 다니던 성당을 다 안 나가게 됐을까요.

서곡 2024-12-01 16:13   좋아요 0 | URL
악령이 임팩트가 쎄긴 한데 지금의 저는 백치를 더 좋아합니다...ㅎ
 

정서연의 '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로부터 옮긴다.

Rhythm 0, 1974 - Marina Abramović - WikiArt.org


'예술가의 초상 - 세상의 틀을 깨고 삶에 영감을 주는 여성 예술가들과의 대화'에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나온다.






〈리듬 0〉(1974) 퍼포먼스에서 자신을 ‘사물’로 선언하고 관람객에게 자신의 몸을 온전히 내맡겨요. 그는 탁자 위에 장미꽃, 깃털, 펜, 꿀, 포크, 톱, 가위, 채찍, 망치, 도끼, 권총 등 72가지 사물을 늘어놓고 사람들에게 아무것이나 골라 원하는 대로 자신의 몸에 사용하게 했어요. 관람객들은 처음에는 구경만 하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점차 대담해졌습니다. 그를 칼로 베고 상처를 내는가 하면, 옷을 벗기거나 심지어 총으로 머리를 겨누기도 했죠.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지만 여섯 시간 정도가 지난 뒤 관람객들은 작가의 안전이 염려된다며 퍼포먼스를 중단하기를 요청합니다. 퍼포먼스가 끝나고 호텔에서 혼자 하룻밤을 보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다음 날 아침 자신의 머리카락 중 한 움큼이 하얗게 변한 것을 발견했다고 해요. 퍼포먼스가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주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작가는 이 퍼포먼스에서 스스로 행위의 주체가 되지 않고 관람객의 행위를 수동적으로 감내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관람객이 선택한 사물이 작가의 신체에 어떤 방식으로 접촉하느냐에 따라 작가가 느끼는 감정이 달라집니다. 그만큼 관람객의 행위나 심리가 퍼포먼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죠. 제약이 없는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공격적이고 잔인할 수 있는지 확인한 퍼포먼스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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