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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 늘 남에게 맞추느라 속마음 감추기 급급했던 당신에게
유수진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나 아닌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도 한정적이다. 가벼운 일상적인 대화나 같이 속해 있는 조직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적인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고,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나 가족 등의 사적인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사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관계인데 그 관계는 한정적이고 소수이다. 그래서 그런 사적인 관계를 찾기가 힘들다. 누군가에게 하지 못하는 말을 어렸을 때는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적었다. 불평, 불만, 희망사항, 꿈 등 하고 싶은 말들을 다 적었는데 성인이 된 이후로는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예전 방법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는 나의 일기같은, 누군가의 일기같은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자신있게 말하지 못했던 환경에서 자라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쌓아둘 수는 없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어렸을 때 언니와 함께 있었던 일, 바다를 좋아하고, 술 마시고 친구에게 전화해 서운했던 일을 이야기 한 일, 혼자 여행 가기, 미워하던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 말 신중하게 하기 등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에 '이어폰 없이 퇴근하는 길'이 인상적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현대인들이 모습을 보면 하나같이 똑같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폰만 보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만의 세상을 가질 것이라는 강한 의지라도 보이듯 스마트폰의 세계에 빠져있다. 그것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이어폰을 꽂지 않으면 듣고 싶지 않은 소음을 들을 수 있어서이다. 하지만 그런 소음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리가 아닐까? 어느날 출근길에 한 아주머니가 쓰러지고 모두들 이어폰을 끼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듯했다. 다행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지만 저자는 그 광경을 목격하고 그만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고 한다. 이어폰을 꽂고 있는 것이 음악을 듣기 위함인지, 세상의 소리를 차단하기 위함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 이야기는 아주 씁쓸한 이야기였다. 매일 출퇴근길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다니는 내게도 일어날지 모르는 이야기이다.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라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게 쉽게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