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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국보 -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숨은 명작 문화재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2월
평점 :
세계 최고의 달마도라는 김명국의 달마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경주 삼릉곡 석조약사여래좌상, 프랑스 외규장각 의궤, 독일이 반환한 겸재 화첩, 화성 능행도, 미니멀리즘의 시초인 분청사기, 신사임당 초충도..
한국사 공부를 조금만 해보았다면, 아니 한국사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보았다면 위의 유물들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그런데 이 귀한 작품들이 국보나 보물이 아닌, 비지정 문화재라면 믿을 수 있는가? 지정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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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적, 역사적 의미를 고려할 때 진작 국보 · 보물로 지정돼야 마땅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지 못한 유물이 무수하다. 필자는 국보, 보물이라는 타이틀이 없다는 의미에서 이런 문화재를 '무관의 국보'라고 부르고 있다. (P. 7)
국보 보물로 지정되어야 당연하지만 어떤 이유들로 인해 지정되지 못한 유물을 일컫는 말, 작가의 '無冠의 국보'라는 표현이 정말 기가 막힌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국보, 보물이라는 표식을 달진 못했지만, 마땅히 귀하게 취급받아야 할 국보급 보물들! 이 책은 이렇게 수많은 '무관의 국보'를 만날 수 있는 책이라 자칭 역사덕후인 내게 너무도 의미 있는 책이 아닐 수가 없었다.
수많은 무관의 보물 중, 가장 인상 깊던 이야기는 경복궁을 허물고 석굴암을 옮기려고 했던 일제의 이야기였다. 불국사의 금동불과 석굴암 전체를 경성으로 운반하려 했다는 일제가 조선의 상징인 경복궁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조선 최고 미술작품을 안치하여 새 시대를 선언하려 했다니 그 야망에 소름이 돋았다. 다행히도 손상 없이 경성으로 가지고 오는 것이 여러 한계와 반대가 있어 실행되지는 못했으나 대신 경주 남산의 삼릉곡 석조 약사여래 좌상을 공진회 미술관 중앙홀에 설치하였다. 석굴암 본존불과 흡사한 점이 많은 석조 약사여래 좌상. 약사여래 좌상을 보좌하는 불상들은 국보로 지정되었지만, 정작 약사여래 좌상은 여전히 국보나 보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것으로 인해 경주 남산이 불교 유적의 보고로 알려지게 되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가 하면 독일이 영구 대여 형식으로 반환한 정선 그림이나 프랑스에서 되돌려 받은 외규장각 의궤는 소유권 때문에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지만, 정확한 소유권이 우리나라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영구적인 형식이니 소유권이 대수는 아니겠지만, 뭔가 2% 부족한 이 상태가 조금은 아쉽다.
국새와 어보가운데 국보가 전혀 없고, 경복궁을 지키는 수많은 동물상중에도 국보나 보물이 전혀 없다는 것, 왕의 친필로 만들어진 수많은 800점의 현판 중에도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없다는 것도 무척이나 놀라웠다.
국보나 보물은 문화재를 소유한 국가기관이나 개인이 문화재 지정을 신청하면 문화재위원회가 심사해 최종 결정을 한다고 한다. 특히 개인 소장품 중 수준 높은 문화재가 새로 확인되면 훼손되기 쉬워 신속히 국가 문화재로 지정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비지정 문화재는 국립 박물관 소장품에 집중된 것도 그 까닭이다.
하지만, 문화재란 무엇인가. 조상이 남긴 우수한 보물이 아닌가. 국보와 보물로 지정이 되면, 문화재청의 통제를 받아야 하니 사실 국립박물관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지 모르지만, 국민들로 하여금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우리 문화재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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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는 우리 조상이 살았던 자취이자 역사의 징표이다. 그 시대의 흔적과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게 문화재인 것이다. (P.10)
역사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롯이 남아 있는 최고의 예술품이자, 역사 그 자체인 문화재. 그것에 높고 낮음이 어디 있으며, 보물과 아닌 것의 경계란 무엇이란 말인가. 의미를 담은 유물 그것이 주는 문화적 자긍심은 가치를 매길 수가 없다는 뜻이다.
며칠 전 경주를 여행하면서, 수많은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박물관에서 국보, 보물 표식을 가장 먼저 찾는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지정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무관의 국보 또한 우리에게 문화적 긍지를 심어주기엔 충분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